소설리스트

걸황무적-32화 (33/328)

32. 구천신품

툭툭.

“으어…….”

영중은 서서히 정신을 차렸다.

누군가 자신을 거칠게 흔들고 있었다.

‘헉.’

순간, 무언가 잘못됐다는 싸늘한 느낌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직 흐릿한 정신머리로 누운 채 배를 더듬거리던 그는,

‘없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영중이 상체를 벌떡 일으킨 순간,

휙.

그의 목 끝에 차가운 검이 멈췄다.

‘백…… 리…….’

눈앞에 백리세가의 인물들이 버티고 있었다.

스르르-

청명단의 무인들이 옆으로 비켜서며 백리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백리…… 소…… 저.”

“그만. 더러운 입으로 본녀의 이름을 부르지 마세요.”

“소…… 저, 본인이 소저께 큰 죄를 지었소. 목숨만 살려주시오.”

백리희는 상처투성이인 영중을 보며 그동안 연모의 감정을 모두 지워 버렸다.

휙.

혹시라도 그에게 조금이나마 정이 남아 있을까 우려했건만.

비겁하게 목숨을 구걸하는 표정을 보니 완전히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매정하게 돌아선 백리희가 지시했다.

“인 대주.”

“알겠습니다.”

쿡.

인귀항이 영중의 목으로 뻗은 검을 미세하게 밀어 넣었다.

“흐익!”

“네놈이 훔쳐간 물건은 어디 있지?”

“모…… 르오.”

“모른다…….”

스걱.

벽장검이 날카롭게 움직였다.

“아아아아악!”

숨넘어가는 비명 소리와 함께 영중의 오른팔이 검에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내…… 팔……! 내 팔이……!’

팔에서 피가 흘러내려 영중이 앉아 있던 자리를 붉게 물들였다.

“당장 물건을 못 찾는다 해도 좋다. 끝까지 추적할 테니까. 하지만 넌 내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사지가 하나씩 잘려 나가 능지처참(凌遲處斬)을 당해 죽을 것이다.”

스륵.

인귀항은 다시금 벽장검을 들었다.

“물건은 어디에 있지?”

“크흑…… 그, 그건…….”

“대답이 늦군. 이번에는 왼팔이다.”

“아악, 자, 잠깐!!”

버텨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멈칫.

영중의 왼팔 위에서 떨어지던 벽장검이 멈췄다.

“거…… 거지가 가지고 갔습니다.”

“누가 가져갔다고?”

“이상한 놈…… 비단옷을 입은…… 거지 놈이…… 숨겨놓았던 물건을…….”

남하림?

“거짓말은 아니겠지?”

“그, 그게…… 제가 기절하는 바람에…… 정확히 보진 못했지만…… 하지만, 그 거지 놈이 분명합니다!”

“그렇군. 그럼 네놈은 죽어야겠지.”

“살려 주십시오! 백리 소저…… 제발…… 목숨만은…….”

“어딜 보는 것이냐? 네놈은 그 물건을 훔치는 순간 죽을 것은 알고 있었을 텐데”

“전, 전 훔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목사파가 제 비밀을 알고 혀, 협박하는 바람에! 크윽…… 어쩔 수 없이…… 하지만 소저를 사랑한 마음은 진심이었습니다……! 소저……!”

“더러운 입 다물어라. 네놈 입에서 나올 이름이 아니다.”

인귀항의 손이 움직였다.

스걱.

“커억!”

영중의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의 목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쿠웅.

순식간에 차가워진 몸뚱이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계곡 바닥에 쓰러졌다.

척척.

처리를 마친 인귀항이 백리희 앞으로 돌아왔다.

“부가주님, 개방에서 우리를 속인 후 챙겨 간 모양입니다.”

“…….”

“바로 개방으로 가시겠습니까?”

“……아닙니다. 잠시 생각을 해보죠. 그들이 가지고 있다면 급하게 처리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들도 함부로 발설하지 않을 테니까요.

우선 개방이 물건을 가져갔다는 사실은 본 가에 돌아가서 알린 후 결정하는 게 좋겠어요.”

“알겠습니다. 그럼 본 가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백리희는 마음이 착잡했다.

그녀는 계곡 바닥에서 목숨이 끊긴 영중의 시체를 일별하고 미련 없이 돌아섰다.

한때는 세상에서 그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그녀를 배신했지만 마음 한편에 여전히 남아 있던 일말의 정(精)조차, 붉은 피와 함께 쓸쓸히 사라졌다.

* * *

신어산에서 일어난 사건은 입에서 입으로 중원에 퍼져 나갔다.

걸협오성의 무위에 목사파 살하대가 물러났다!

남하림과 지궁의 대결 또한 중원인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어느덧 걸협오성은 개방의 최고 영웅으로 알려졌다.

그 시각, 하남의 깊은 산.

사람의 그림자조차 볼 수 없는 깊은 숲으로 다섯 명의 인영들이 들어섰다.

남하림과 이휘연, 당무독, 성철각, 팽유도는 신어산에서 내려온 뒤 개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으로 올라왔다.

길을 찾는 남하림의 뒤를 팽유도가 바짝 따랐다.

“하림 형, 더 들어가야 해?”

“나도 몰라.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지금쯤 나올 때가 됐어. 진짜 어릴 때 한 번 왔거든.”

“부장, 명장 전승께서 이런 깊은 산속에 계실 줄은 몰랐어.”

당무독도 전승과의 만남에 들뜬 듯 걸음을 빨리했다.

현재 당무독이 손에 끼고 있는 투장(透掌)을 만들어준 인물이 바로 명장 전승이었다.

“만일 이게 없었다면 난 아직도 독을 제대로 만지지 못했을 거야.”

전승은 당무독에게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다 왔다.”

숲을 빠져나온 남하림이 걸음을 멈추었다.

전방에 나타난 것은 백여 평 정도의 널찍한 장소.

뚝딱.

뚝딱.

“이게 무슨 소리야?”

네 채의 건물 중 맨 안쪽 건물에서 뚝딱거리며 무언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저기 계시는 모양이네.”

남하림이 소리가 들리는 건물로 다가섰다.

빼꼼.

열린 문 사이로 남하림이 고개를 내밀었다.

“푸훕.”

남하림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웬 목각인형이 나무망치를 들고 나무 탁자를 내려치고 있었다.

“와, 이게 뭐야?”

뒤를 따라온 팽유도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목각인형을 쳐다보았다.

“역시 전승 아저씨는 재미있는 분이시네.”

남하림은 건물 밖으로 나와 소리쳤다.

“아저씨! 하림이가 왔어요!”

“허허허, 난 또 누구라고!”

끼이이익-

건물과 건물 사이에 서 있던 거대한 오동나무의 중간 부분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서 중년 사내가 환한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전승 아저씨!”

번쩍.

전승은 다가온 남하림을 덥석 껴안았다.

“녀석, 오 년 만에 어른이 다 됐구나.”

“아저씨도 건강하시네요.”

“한 번 더 자세히 볼까?”

전승은 물건 만지듯이 남하림을 아래위로 살폈다.

“이거, 갈수록 어르신을 닮는구나.”

“아하하, 그런가요?”

“어르신도 건강하시겠지?”

“저도 오 년 동안 찾아뵙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누나가 요번에 찾아와서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드셨다고 알려주던걸요.”

“크하하핫! 다행이구나. 여전히 건강하신 모양이네.”

그는 고아였던 자신과 형제들을 거두어 준 남천상국의 전 국주인 남진무를 은인으로 모셨다.

“이야! 거지가 됐다고 하더니만 팔자가 더 좋아 보이는구만. 몸도 훨씬 건강해졌는걸. 네놈은 딱 거지 팔자가 맞는 모양이구나.”

“으, 아저씨도 참…… 무슨 그렇게 겁나는 말씀을 하세요…….”

“그런데 거지가 왜 평상복을 입고 있느냐?”

“아, 몸을 숨기면서 오느라 잠시 변장했어요.”

“푸하하하! 거지가 변장을 하면 일반인이 되는 모양이구나.”

“아저씨 말이 맞아요. 하하하!”

남하림은 전승을 따라 웃은 뒤 함께 온 네 사람을 한 명씩 소개시켰다.

“아저씨, 여기는 저와 함께 거지 생활을 하는 가족이에요.”

‘오호, 가족이라.’

전승은 남하림이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를 잘 알았다.

남하림이 네 명의 아이들을 정말로 아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분이 전승 아저씨야. 모두 인사해.”

“전승 님, 그렇지 않아도 한 번 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려고 했습니다.”

당무독이 손에 낀 투장을 보이며 인사했다.

“하핫, 마음에 든다니 다행일세.”

전승은 그들 모두 한 명씩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겠지만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하는 게 좋겠구먼.”

“그게 좋겠어요.”

툭툭.

전승이 오동나무 옆을 두 번 치자 문이 열렸다.

“우와, 여기 신기하네요!”

“후후, 산에 혼자 살다 보면 조심해야 한단다. 밤에 나돌아다니는 산짐승들이 많아서 가끔 위험한 일이 생기지.”

덜컹.

오동나무 안으로 모두 들어가자 문이 저절로 닫혔다.

‘아래에 계단을 만들어놓으셨구나.’

지하로 내려간 그들은 좁은 복도를 얼마 지나지 않아 계단을 타고 다시 올라섰다.

“오호……!”

계단 끝에서 석굴로 된 방이 나타났다.

팽유도는 외부에 맞닿은 벽으로 다가가 구멍을 통해 밖을 내다보았다.

“와아- 여기서는 누가 접근하는지 모두 볼 수 있군요!”

“밖에서는 절대로 찾을 수 없지. 그리고 이것은…… 한 번도 사용은 안 해봤는데, 좋지 않는 녀석들이 들어서면 모두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거다.”

전승은 옆에 놓인 여러 개의 장치들을 가리켰다.

만일 무턱대고 침입했다가는 단번에 저세상에 갈 수 있는 장치들이었다.

“모두 자리에 앉게.”

“네, 아저씨.”

전승은 자리에 앉은 남하림을 보며 물었다.

“개방에 있어야 할 녀석이 갑자기 말도 없이 나타난 것을 보면 큰일이 났을 테고. 대체 무슨 일이냐?”

남하림은 허리춤에서 천으로 둘러싼 물건을 꺼내 전승의 앞으로 내밀었다.

‘으음……?’

전승은 천을 만지는 순간 손끝에 닿는 이질적인 기를 느꼈다.

“기분 나쁜 물건이군.”

조심스럽게 천을 천천히 풀었다.

그러자 천 속에서 붉은빛을 내는 동경이 나타났다.

“이건……!”

처음으로 전승의 눈빛이 흔들거렸다.

“이 망할 놈의 물건이 왜 여기에 있지?”

“아저씨, 이게 뭔지 아세요?”

“이건 구천마제가 아꼈던 개인 물건들이다.”

구천마제.

중원 무림인이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고금제일인.

“전승 님, 정말이십니까?”

구천마성에서 나온 물건인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구천마제가 사용한 것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휘연조차 놀랐는지 전승에게 되물었다.

스윽.

전승은 동경의 뒤를 돌려 핏빛 문양을 가리켰다.

“이게 구천마제를 가리키는 문양이다. 내가 듣기로는 분명 구천마성이 무너지면서 모든 것이 사라졌다고 했는데.”

전승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졌다.

갑자기, 지금 이 시점에서 구천마제의 물건이 다시 발견된 의미.

중원에 이것 하나만 나왔을 리가 만무했다.

“엄청난 피바람이 불겠구나. 근데…… 대체 이 망할 것은 어디에서 구했느냐?”

“백리세가에서…….”

남하림은 그동안 일어났던 일에 대해 전승에게 설명해 주었다.

“가식적인 놈들…… 구천마성이 무너지던 날 백리세가도 그곳에 있었다.”

“구천마제가 썼다는 물건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남하림의 질문에 이휘연이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구천마제의 모든 기연들이 그가 사용하던 개인 물건들 안에 숨겨져 있다는 말이 있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럼 이것도?”

“그건 몰라. 하지만 중원에선 그의 물건들을 구천신품이라 부르더군. 오래전부터 구천마제가 후인을 대비해 구천신품에 자신의 무공과 보물들을 숨겨놓았다는 소문이 나돌았어.”

전승이 말을 이었다.

“맞다. 그래서 구천마성이 무너진 후 중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모두 없애기로 결정했었다. 근데…… 이게 내 눈앞에 있다니…….”

“……욕심이군요.”

남하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장, 큰일 났네. 만일 백리세가에서 우리가 가지고 갔다는 걸 알면 본 방에 찾아와서 난리치고도 남을 것 같은데?”

남하림은 동경을 만지작거렸다.

“이게 뭐라고.”

그러나, 만에 하나 정말로 구천마제의 기연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만에 하나에 눈이 먼 이들이 과연 없었을까?

이미 구천신품은 그 이름만으로도 중원에서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물건이었다.

“아저씨, 이거랑 똑같은 모양으로 하나 만들 수 있나요?”

“똑같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아저씨라면 가능할 것 같아서 왔어요.”

“그야, 가능은 하지. 내가 누구냐? 천하에서 만들지 못하는 게 없는 전승이 바로 나다. 이놈이 내뿜는 기운조차 똑같이 만들어주마.”

“그럴 줄 알았어. 역시 아저씨밖에 없어요.”

* * *

퓌시시식.

수증기가 천장 위로 솟구치며 빠져나갔다.

“후후후후.”

전승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눈앞에 보이는 두 개의 동경.

진품과 가품을 한눈에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만들어졌다.

척!

전승은 탁자에 동경을 내려놓고, 그 옆에 또 하나의 동경을 놓았다.

팽유도가 앞으로 고개를 내밀며 요리조리 살폈다.

“이거 정말 모르겠는데요. 난 두 개 모두 진짜 같아.”

나머지 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으음…….’

남하림도 다가와 동경을 들고 하나씩 들고 자세히 살폈다.

손끝에 닿는 느낌도 비슷했다.

“아저씨, 정말 대단해요. 두 개를 들고 비교하니 알겠는데, 따로 보면 전혀 모르겠어요.”

“오호. 어떤 게 가짜인지 알아낸 모양이지?”

남하림은 오른손에 든 동경을 가리켰다.

“이게 조금 가벼워요. 제가 무게를 알거든요.”

“허, 눈치를 챘군. 최대한 맞춘다고 했는데…… 동경 재질에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더구나.”

“진짜 수고하셨어요.”

“네가 부탁하니 들어주긴 했지만…… 난 네가 위험한 일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전승은 걱정이 되었다.

구천신품은 예사롭지 않는 물건이었기에, 어디서든 위험이 따를 수 있었다.

“걱정 마세요. 항상 조심하고 있으니 별일 없을 거예요.”

“……하긴 네놈처럼 똑똑한 놈이 어디 있겠느냐. 항상 몸조심해야 한다.”

“네, 아저씨도 늘 건강하세요.”

* * *

걸협오성이 돌아왔다는 소식은 단번에 개방 전체에 퍼져 나갔다.

다섯 명은 곧장 협의문 앞에서 소환당해 본당인 천하당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평소 개방의 분위기와 달리, 본당이 너무나 엄숙했다.

‘에구, 분위기가 왜 이래.’

‘큰일 난 것 같은데?’

‘우리가 늦게 와서 그런 건 아니겠지……?’

‘설마.’

특외부는 열심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일렬로 나란히 섰다.

정중앙에 자리 잡은 용두방주 오종.

그의 오른쪽 옆으로 아홉 명의 장로들이, 왼쪽에는 각 당의 당주급 인물들이 자리를 잡았다.

스윽.

추개 영충이 자리에서 일어나 남하림 앞으로 나왔다.

‘대체 이놈들은 무슨 일을 벌이고 다니는지…….’

신어산에서 내려온 뒤, 갈영에게 개방으로 귀환하겠다고 말했던 다섯 녀석은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처음엔 짧은 시일 내 당연히 나타날 것이라 생각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애들은 감감무소식이고, 그사이 백리세가에서 한 인물이 찾아오더니 개방을 시끄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특외부 다섯 놈을 찾아 얼른 내놓으라는 백리세가의 인물을 상대하느라, 개방 장로들은 아주 그냥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특외부장 남하림은 신어산에서 내려온 뒤 무슨 일을 했는지, 방주님과 여기에 모인 분들께 하나도 빠짐없이 소상히 밝히도록 해라.”

“음, 설명하기 전에 먼저 방주님께 드릴 물건이 있습니다.”

남하림은 품 안에서 천에 싸여 있는 물건을 꺼냈다.

영충은 물건을 받으면서 물었다.

“이게 뭐지?”

“제가 알아본 바에 의하면 구천신품이라 하더군요.”

“뭣이라고?!”

영충은 얼마나 놀랐는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쳤다.

“크흡, 흠…….”

그는 이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닫고 천하당에 모인 인물들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죄송하외다. 조금 흥분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충의 목소리는 여전히 떨렸다.

“다시, 말해보아라. 이게 무엇이라고?”

“구천신품요. 아는 분께 확인하느라 조금 늦었어요.”

“…….”

영충은 방주 오종에게 천에 싸여 있는 물건을 그대로 건넸다.

오종은 물건을 받은 후 굳은 얼굴로 탁자에 내려놓았다.

“휴우…… 구천신품이라.”

천하당의 모든 시선이 오종 앞에 집중되었다.

서서히 천이 풀어지면서 붉은빛을 내는 동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오종은 동경의 뒷면을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구천마제의 핏빛 문양이 틀림없었다.

‘대체 이것이 어떻게…….’

그는 대관절 믿을 수 없었다.

돌아가신 광천걸 사부에게 구천마제의 전각은 완전히 불에 탔다고 듣지 않았던가.

휙!

챙그랑!

오종은 동경을 바닥에 내던졌다.

“망할 놈들! 개 같은 놈들이 탐욕에 눈이 멀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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