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걸황무적-31화 (32/328)

31. 물건을 찾다

지궁은 개방의 거지들에게 막혀 백리세가의 청명단이 영중을 잡으러 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 거지 놈들 때문에……!’

갑자기 나타난 개방 거지들에 의해 당황한 것도 잠시.

잠깐의 대치 상태가 이어지자, 다른 이들과는 달리 특이한 생김새의 거지들이 눈에 띄었다.

보통 개방의 거지는 타구봉을 들 고 다닌다.

이들처럼 반도를 등에 매거나, 타구봉을 허리에 꽂거나, 철각반을 차고 사선으로 가방을 맨 모습은 중원 어디에도 없었다.

‘개방에 이런 놈들은…….’

개방의 걸협오성.

현재 개방의 후지기수 중 가장 이름이 알려진 바로 그들이었다.

‘쯧, 거지 아닌 거지라고 하더니.’

남하림을 보자 중원에 자자한 소문이 단번에 이해됐다.

척.

덫에 걸린 것처럼 몰린 상황이었지만, 어쨌든 개방의 제자였기에 지궁은 애써 명목상 포권을 했다.

“본인은 목사파를 맡고 있는 지궁이외다. 대개방의 새로운 영웅들을 만나게 돼서 반갑소.”

“개방 특외부 소속 남하림이오.”

남하림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오오, 남 대협이구려.”

지궁은 억지로 웃으며 살인에 대한 해명을 했다.

“그 일은 본의 아니게 본인이 실수를 한 듯하오. 미안하구려.”

“지금 누구한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그거야…… 개방이지 않은가?”

“당연히 개방에 미안해야 하는 건 맞지. 근데 그대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군.”

“진심?”

“사람을 죽여놓고 건성으로 말만 툭 던져도 되는 거라면, 나도 당신을 죽인 뒤 미안하다고 하면 되겠군?”

‘망할 자식이…….’

지궁은 인상을 구겼다.

언제까지 이 자리에서 거지 놈과 이야기할 시간은 없었다.

그동안 백리세가에서 영중을 찾아 잡아갈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하란 말이냐? 내가 직접 개방에 가서 무릎을 꿇고 잘못이라도 빌란 말이더냐?”

“세상에, 놀랍게도 잘 아시는구만. 당신에 의해 본 방의 동료가 죽었는데 어찌 방주께서 슬퍼하지 않겠소.”

억지도 보통이 아니었다.

‘이 죽일 놈의 거지가…….’

무림의 세계에서 죽음은 늘 있는 일.

자신은 겨우 거지 한 놈을 죽였을 뿐이다.

“당신, 지금 마음속으로 겨우 거지 한 놈이라고 생각했지?”

‘……이놈, 독심술을 익혔나?’

지궁은 주위를 살폈다.

개방도의 수는 많았지만, 무력은 그리 강해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살하대에서 충분히 상대할 수 있다.’

지궁은 눈에 힘을 주며 서서히 살기를 드러냈다.

“남 대협, 주위를 물리지 않는다면 서로가 민망하지 않겠는가? 우린 개방과는 얼굴을 붉히고 싶지 않다.”

“하하, 그럴 줄 알았소. 오로지 힘. 결국 한 가지 생각밖에 못하지. 그런데 다행히 나도 그쪽이 편하겠군.”

“…….”

“본 방의 제자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똑바로 보여주고 싶거든.”

타앗!

남하림이 지궁을 향해 뛰어올랐다.

우루루루루-

콰아아앙!

지궁의 눈동자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강룡으로 가득해졌다.

설마 첫 수에 강룡십팔장을 펼칠 줄이야!

지궁은 황급히 전신의 내력을 끌어 올렸다.

기습에 가까운 공격이었지만, 지궁 또한 한 문파의 수장.

파아아아아앙!

거대한 두 개의 기가 부딪혔다.

지궁의 신형은 발바닥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는 상태로 일 장이나 밀려났다.

찌지이이잉-

혈강도가 떨리면서 검파를 잡고 있는 손과 온몸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허억……! 엄…… 청나다……!’

다급하게 연락을 받고 형유 분타주와 신어산으로 온 장호 분타주 또한 입을 떡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개방의 제자라고 해도 강룡십팔장을 직접 눈앞에서 견식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멋지다!’

둘의 대결을 지켜보던 개방의 거지들은 남하림의 모습에 자부심이 울컥 솟아올랐다.

그 속에서 자신감이 충천한 목소리가 뻗어 나왔다.

“뭣들 하느냐? 저놈들을 때려잡아라!”

형유 분타주 갈영이 타구봉을 머리 위로 들고 달렸다.

“와아아아아!!”

“개방천하 협의천하!”

“광명정대 대도무문!”

개방의 거지들도 마찬가지로 타구봉을 높이 치켜세운 채 달려갔다.

남하림이 보여준 강렬한 무공에, 방도들의 사기는 하늘을 뚫을 듯 높아졌다.

“저놈의 거지들을 모두 죽여라!”

살하대주 부평막도 몰려오는 거지들을 보며 수하들을 다그쳤다.

휙!

그 순간, 눈앞에 나타난 신형.

“당신이 이들의 수장인가.”

“……!”

무심한 표정의 거지가 부평막에게 다가왔다.

딸깍. 스르르릉-

이휘연이 타구봉에서 검을 뺐다.

부평막은 이휘연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네놈이 걸협오성의 검성이란 거지군.”

무당파 출신의 개방 거지에 대한 소문은 그도 익히 들은 바 있었다.

휘이이익-

부평막은 크게 원을 돌리며 이휘연을 향해 장도를 내리쳤다.

까아아앙!

강한 쇳소리를 내며 도와 검이 부딪쳤다.

‘욱……!’

얇은 검 정도는 얼마든지 잘라낼 수 있다고 자신했던 부평막이었건만.

오히려 이휘연의 검에 튕겨 장도가 머리 위로 밀려 올라갔다.

완벽하게 드러난 가슴.

‘망할……!’

파파파팟!

부평막은 훤히 드러난 빈틈을 향해 어지럽게 날아오는 검을 보며 질끈 눈을 감았다.

‘……음?’

분명 검이 가슴을 뚫었을 텐데.

아직 숨이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실눈을 뜨자 심장 바로 앞에서 멈춘 검이 보였다.

일초지적조차 되지 않았다.

툭.

부평막은 장도를 멀리 내던졌다.

* * *

퍼어어어어엉!

연이어 펼쳐지는 남하림의 공격에 지궁은 죽을 맛이었다.

자신뿐만이 아니었다.

‘겨우 분타에 속한 거지 놈들이!’

지역 분타 소속에 불과한 개방 거지들에 비해, 살하대는 목사파 최정예 무인들.

그럼에도 땅에 쓰러져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살하대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헉, 헉.”

지궁은 바닥에 주저앉고 싶었다.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었다.

“그만하겠소?”

‘괴물 같은 놈.’

저놈은 처음부터 끝까지 강룡십팔장만을 펼치고 있었다.

“난 아직 팔팔한데?”

“망할…… 놈. 나 또한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런가? 원한다면.”

남하림은 양손을 오른쪽 허리로 끌어당기며 풍룡동우(風龍動雨)의 초식을 준비했다.

휘이이이잉-

남하림의 신형에서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헉…… 헉…… 숨을…… 쉴 수가!’

지궁은 전방에서 불어닥치는 바람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어…… 억!”

슈우우우우앙-

퍽퍽퍽퍽!

육 성의 공력만으로 펼친 지금까지와 다르게, 팔 성의 공력으로 펼친 풍룡동우가 지궁을 덮쳤다.

“으악!!”

지궁의 몸이 허공에 뜨며 뒤로 날아갔다.

털썩.

땅바닥에 완전히 대자(大字)로 쓰러진 그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에라이, 썩을 놈의 세상. 저런 괴물 같은 놈이 있다니…….’

스물 살밖에 되지 않는 거지 놈에게 한 문파의 수장인 자신이 처참하게 무너지다니.

정말이지 꼴이 우스웠다.

대문파는 아니지만 군소방파들 중에서도 제법 이름깨나 알려진 곳이라 자부했건만.

‘역시 구파일방의 대개방이란 말인가…….’

* * *

문주가 쓰러지면서 신어산 싸움은 끝이 났다.

개방과 목사파의 대결이라면 당연히 개방이 이기는 게 기정사실이겠지만,

개방의 지역 분타 두 개와 목사파의 살하대라면 결과는 다르게 나와야 했다.

더구나 문주 지궁도 함께한 싸움이었으니까.

하나 믿을 수 없게도 결과는 목사파의 완패.

남하림과 여기저기 두들겨 맞아 몸이 성치 않은 지궁이 서로 마주 앉았다.

“본 방은 서로 친구, 가족처럼 생각하기에 유대감이 강합니다. 그러니 이 모든 결과는 본 방이 아닌 목사파에서 책임을 져야 할 겁니다.”

‘처음 듣는 개소리군.’

개방이 유대감이 강하다는 말은 난생처음 들었다.

하지만 지궁의 생각과 말은 달랐다.

“아…… 네. 그렇지요.”

“본 방은 협의를 행하는 곳이기에 죽음에 대해서 죽음으로 갚지는 않겠소이다.”

“고, 고맙소.”

“물론 문주가 그냥 처음부터 진정성을 가지고 용서를 빌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니, 이건 전적으로! 문주의 책임입니다.”

“죄송…… 하게 되었소이다.”

“됐습니다. 자, 그럼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잘 지내면 될 것 같은데.”

힐끔.

지궁은 말을 정확히 끝내지 않고 슬쩍 흘리는 남하림의 눈치를 보았다.

히죽.

시선이 마주친 남하림이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설마……?’

“저어…… 본인이 어떻게…… 하면 되겠소이까?”

“목사파의 문주라고 하니 터놓고 말하자면, 고인에 대한 예를 정중히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얼마를…… 원하시는지요……?”

“어허, 문주께서는 본 방에 대해서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물질적인 성의는 다른 곳에 하는 게 좋겠군요.”

“그럼…… 무엇을 원하는 것이오?”

“간단하오. 한마디만 해주면 됩니다. 문주가 본 방의 동문을 죽여야 했던 이유를 알고 싶군요.”

“…….”

지궁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말하기 싫은 모양이군. 잘 생각하시오. 어차피 그자는 이미 당신 손에서 떠났소이다.”

남하림의 말이 맞았다.

백리세가에서 영중을 먼저 잡으러 간 이상, 목사파에서 그를 잡을 기회는 이제 없었다.

“만일 말을 하지 않겠다면……?”

“내가 장담하건대 본 방의 방주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것이외다. 목사파를 칠 명분이 아주 넘치도록 충분하니까. 그렇게 되면 개방을 건드린 인간들이 어떻게 되는지 중원에 명확하게 알려지겠지.”

남하림의 눈은 진심이었다.

‘이거…… 참.’

지궁은 난감했다.

한마디 말에 목사파의 존망이 걸려 있었다.

“……알겠소. 그대가 궁금한 것에 대해 말해주겠소이다.”

“우선 그자가 누구인지 알고 싶소.”

“영중. 그놈이 백리세가에서 물건을 훔쳤소.”

하림 일행은 그제야 처음으로 그자의 이름을 들었다.

백리희는 초상화에 대해 아무런 설명조차 하지 않았으니까.

팽유도가 무림공적부를 꺼내 차르르 넘겼다.

“부장, 영중이란 놈은 없습니다.”

“그자는 무림인이 아니오. 무림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오.”

남하림이 물었다.

“영중이란 작자가 백리세가에서 무슨 짓을 한 것이오?”

“크큭, 그놈은 전문적으로 여자를 후리는 화류 공자에 도둑놈이외다.”

“……오호.”

“그 도도하다던 중원십미도 그놈에게는 소용이 없더군. 마지막 정을 얻지 못했다고 하지만, 그 물건은 보여주었다고 했지요.”

남하림은 지궁의 말에 시종일관 어둡던 백리희의 표정이 이해됐다.

‘관상이 영 별로더라니. 사기꾼 같은 놈한테 당했구만.’

지궁은 말문이 열리자 자연스럽게 술술 내뱉었다.

“그놈에게서 물건을 받을 계획이었소. 근데 사람이라는 게 욕심이 끝없는 모양이더이다.”

“놈이 돈을 더 요구했군. 그럼 마지막으로 묻겠소. 그 물건은 무엇이오?”

“그건 본인도 모르오. 나는 그놈에게서 물건을 받은 뒤 다른 자에게 전해 주는 가교 역할이었소. 다만…… 얼핏 들은 바에 의하면…… 구천마성과 연관된 물건이 아닐까 싶소.”

‘구천마성!’

중원에 숨을 붙이고 사는 사람이라면, 무림인이든 아니든 구천마성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거 이십 년 동안 무림암흑기를 만든 존재.

이는 정사마의 치욕이기도 했다.

“……잘 들었습니다. 이 시간부로 본 방과 목사파의 은원은 사라진 걸로 하겠소.”

“…….”

지궁은 고맙다고 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럼, 그놈을 잡아볼까?”

“남 부장님. 놈은 계곡을 따라 내려가고 있습니다.”

갈영은 수하들을 부려 계속해서 영중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이상한 것을 지니고 있다니 다른 곳에서 손을 대기 전에 빨리 잡아야겠군.”

두두두두-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형유 분타주 갈영과 장호 분타주 전경우가 먼저 개방의 거지들과 함께 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산 아래라고?’

분명 아까 영중은 산 위로 도망가고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남 대협, 그자는 저기 산 위에 있지 않소이까?”

“계곡을 따라 산 아래로 내려갔다고 하는군요.”

“백리세가에 거짓말을 했다는 말이오?”

“아까는 산 위로 올라가는 줄 알았으니까. 아님 말고.”

‘허어?’

지궁은 또 한 번 어이가 없었다.

“그럼 바빠서 이만. 이제 만나지 맙시다.”

남하림은 마지막으로 떠나기 전 손을 들어 경쾌하게 인사하더니 아래로 내려갔다.

‘대체…… 뭐 저런 놈이 다 있지?’

* * *

“핵…… 해액…….”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했다.

계곡을 따라 산을 내려가던 영중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옷은 성한 곳 없이 찢겨 있었고, 신발 한쪽은 어디에서 벗겨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망할 놈들…… 허억, 내가 여기서 빠져나가면 기필코 이놈의 물건을 부숴 버리겠어…….”

“좋은 생각이야.”

‘헉!’

영중은 온몸이 감전된 듯 굳어버렸다.

계곡 옆 나무 아래에 나타난 다섯 명의 인영들.

‘거지?’

영중은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게 아닌지 눈을 비볐다.

분명 비단옷이긴 한데 복장은 거지꼴이었다.

“영중이라 했나?”

“헉, 허억…… 씨벌, 왠 거지 새끼가 함부로 내 이름을 불러?!”

“맞군.”

스윽-

남하림은 영중의 면전까지 바짝 다가섰다.

“꼴이 말이 아닌데? 그래도 놈들한테 안 들키고 여기까지 내려오다니, 도망치는 능력 하난 인정해 주지.”

“쿨럭, 미친, 거지 놈이 누굴 인정해? 다치기 전에 꺼져.”

“도둑놈치고는 제법 깡다구도 있고.”

휙.

영중은 바닥에서 손바닥보다 큰 짱돌을 주워 들었다.

“좋게 말할 때 물러서라!”

남하림은 가볍게 주먹을 쥐며 얼굴 높이로 올렸다.

“이게 뭔지 알아?”

“……?”

“모르는 모양이군.”

휙-

바람을 가르며 뻗는 주먹.

영중은 너무 빠른 속도에 반응조차 보이지 못했다.

퍽!

고개가 휙 돌아간 영중이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엥, 부장, 기절시켜도 괜찮아? 이놈을 끌고 갈 거야?”

“아니.”

“물건은?”

“무독, 그놈 몸을 뒤져봐.”

당무독이 기절한 영중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있지. 남을 못 믿는 놈들은 중요한 물건일수록 절대로 다른 곳에 두지 않는다고 말이야.”

뒤적뒤적.

영중의 품을 뒤지던 당무독이 문득 손을 멈췄다.

“오? 여기에 뭔가 있는 것 같아.”

“으흐흐.”

찢어진 상의 자락을 끄집어 올리자 복부에 여러 겹의 천이 둘러싸여 있는 것이 보았다.

스걱.

당무독이 슬쩍 칼을 휘두르자, 복부에 감겨 있는 천이 잘려 나가며 둥근 물건이 나타났다.

스윽-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이들 손바닥 크기의 동경(銅鏡).

뒷부분이 붉은 핏빛처럼 강렬했다.

남하림이 동경을 살폈다.

“흐음…… 예사 물건이 아니긴 하군.”

“그러네요. 진짜 구천마성의 물건 같아요.”

한 명씩 돌아가며 물건을 살피다 마지막으로 이휘연이 동경을 잡자,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지이이잉-

손끝에서 살기가 일어났다.

“……확실히 좋은 물건이 아니군.”

휙.

이휘연이 동경을 남하림에게 던졌다.

“이건 나중에 따로 처리하는 게 좋겠어. 일단 우리끼리만 아는 걸로 하자.”

“알겠어.”

“이제 내려가자.”

“부장, 이놈을 그대로 두고?”

“데리고 가도 쓸데없잖아. 백리세가에서 알아서 처리할 거야.”

“아, 그렇구나. 부장 말이 맞는 것 같아.”

우르르르.

그때, 계곡 위에서부터 쫓아 내려오던 개방의 거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갈영이 계곡 바닥에서 기절한 사내를 발견했다.

“남 부장님, 저자입니까?”

“맞아요. 쫓는다고 수고했습니다. 그만 가죠.”

“엇, 저자를 그냥 두고 간다는 말씀이십니까?”

“우리에겐 필요 없는 놈입니다.”

“저자에게 그들이 원하는 물건이 있지 않습니까?”

“후후후.”

남하림은 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그냥 웃어 보였다.

‘……그냥 두고 갈 인물은 아니지.’

갈영은 이제 걸협오성이 보통 인물들은 아니라는 걸 피부에 닿을 만큼 느끼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모든 인원을 물리겠습니다.”

휘이잉-

개방의 거지들이 사라진 후.

신어산 계곡 아래에는 정신을 잃은 남자 하나만이 홀로 쓰러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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