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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믐밤에 달이 뜬다-4화 (4/250)

4화

방금 전까지만 해도 평소의 그답지 않게 좀 얼이 빠져 순한 상태였던 이도하는 순식간에 머리에 열이 오르는 걸 느꼈다. 뒷목이 갑자기 뻣뻣하게 당겨오는데, 소위 말하는 화병이 이런 건가 싶었다. 울컥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김윤혜는 아주 흥미로운 기색으로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디까지나 가설이에요 아직까지는. 이도하씨는 인소더블에, 그쪽은 이리스티리움의 황제이니 확인해 볼 기회가 오겠냐마는. 궁금해지면 시험해 봐요.”

“좀.”

“말했지만 맹약은 전례가 없어서 확신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이리스티리움의 황제나 되니 어디 황실의 고서에서나 봤을 테죠. 아이라(IERA)에서는 일단 함구하기로 했어요. 기밀로 취급될 테니 이도하씨도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지 말고요.”

대충 필요한 말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지 김윤혜가 의자를 치우며 일어났다. 이도하도 피로가 몰려왔다. 정신적인 충격 때문인지, 피를 다 뽑아냈던 후유증 탓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대로 12시간쯤 푹 자고 싶었다. 푹신한 이불을 추스르던 그는 문득 의아해졌다. 소환진에 빨려 들어가기 전에 마주쳤던 경악한 눈이 떠오른 것이다. 핸드폰을 들이대던 그 행인이 신고를 해 줬다는 그 사람일 수도 있었다.

“신고를 해 줬다는 사람이 그 빨간 소환진을 봤을 텐데? 뭐라고 둘러대려고?”

“둘러대긴요. 이미 기억을 손봤죠.”

김윤혜가 대꾸했다. 태연한 대꾸에 이도하는 다소 충격을 받았다.

“…그래도 돼…?”

“번거롭게 돈 먹이는 것보단 확실하니까요. 불 끌 테니 좀 더 자요. 멀쩡해 보여도 소환 후유증에, 수혈을 그만큼 받은 것도 보통 일은 아니에요.”

“어…그래…. 아.”

“왜요?”

불을 끄려던 김윤혜는 조금 짜증스럽게 돌아보았다.

“그럼 이제 소환되면 뭔데. 똥 누고 있건 밥 먹고 있건 자고 있건 무조건 가야 돼?”

“나도 모른다니까요. 확실히 근 일주일 정도는 없을 테니 그냥 좀 자요.”

“모른다며?”

“이도하씨가 이 모양인데 그쪽이라고 멀쩡하겠어요? 더하면 더 했지. 듣기로는 아직 일어나지도 못했다고 하고, 계약을 했대도 인소더블을 소환하려면 마력이 많이 들 거예요. 회복하는 시간이 필요할 거잖아요. 당분간은 소환도 없을 테니 그때까지 송별회나 하던가요.”

“무슨 송별회?”

이도하가 의아하게 물었다.

“내 평범한 일상에 안녕. 뭐 그런 거요. 딱 이도하씨가 할 법한 짓이네.”

귀신같다. 실제로 잠깐 그런 생각을 했던 이도하는 수치스러워졌다. 아무 말도 못하고 앉은 이도하를 보며 김윤혜가 마침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근데 그 황제가 그렇게 잘생겼다면서요? 기적의 현신이라고 하던데.”

“미라야. 좀비.”

이도하는 아직 수치심을 떨치지 못한 상태였다. 홱, 이불을 덮어쓰며 이도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기적의 현신이건 뭐건 그가 본 건 피가 쪽 빠져 미라와 다를 바 없이 새하얗게 질린 사람이었으니.

“그림 연습 좀 해 봐요. 나도 보게.”

“아, 자라며?”

“진짜 초딩.”

“초등학교도 안 가본 게.”

“주머니 괴물.”

“야!”

딸깍- 불을 끈 김윤혜가 잽싸게 병실을 나섰다. 어휴- 이도하는 부욱, 신경질적인 한숨을 내쉬며 베개에 머리를 박았다. 그러나 그러고 있자니 아주 화창한 창문이 거슬렸다. 일어나기도 귀찮아 누운 채 특기로 블라인드를 치고서 이불까지 뒤집어쓴 이도하는 잠시 조용했다. 정적은 잠시뿐이었다. 조금 뒤 이도하가 파바박 이불을 걷어찼다.

‘내 평범한 일상에 안녕. 뭐 그런 거요. 딱 이도하씨가 할 법한 짓이네.’

한참을 씩씩거리고 있으니 이번에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떠오른다. 넘실거리는 붉은 빛 너머로 빙그레 웃던 얼굴이.

‘안녕.’

잘생겼지. 존나 잘생겼지. 같은 남자가 봐도 반할 정도의 얼굴이었다. 기적의 현신이니 뭐니 하는 유치한 말이 찰떡 같이 잘 어울렸다. 그러나 남자가 잘생겨봐야 그에게 좋을 게 뭐가 있느냔 말이다.

‘그거 말이에요. 한날한시에 죽는다.’

시발. 설마 아니겠지. 남의 목숨을 살린다고 이따위로 제 인생은 저당 잡히다니. 욕이 안 나오려야 안 나올 수가 없다. 당분간은 조용할 거라고 했지만 다음에 소환하면 일단 정다운 죽빵부터 날려 주리라. 그리고 행여나, 정말 그의 소환에 매번 응해야만 하는 뭣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정갈한 옥수수마저 날려 주리라.

다짐하며 씩씩거리던 이도하는 이내 저도 모르게 까무룩 잠들었다.

***

[속보] <2번째 인소더블 계약자 탄생>

국제 이능 연구 기관 IERA의 한국 지부는 오늘 6시경 이루어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전 세계에 단 셋 뿐인 인소더블 중 하나인 이모 씨(24)가 오즈의 소환에 응해 계약자가 되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이모 씨(24)의 이번 계약으로 인해 지난 2001년 계약한 독일의 인소더블 우르슬라 이후로 두 번째 인소더블 계약자가 탄생한 것이다.

목격자는 이모 씨(24)가 오후 1시경 소환진에 빨려 들어가는 것을 목격해 이를 제보했다. 이모 씨(24)는 귀환 후 곧장 병원으로 이송되었다가 관계자들에 의해 다시 아이라(IERA)로 이송되었다. 기자회견에서 아이라는 이모 씨(24)씨가 병원으로 이송되었던 것은 소환 후유증 때문이며, 간단한 검사 결과 큰 이상은 없지만 곧 정밀 검사를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세오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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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국내 인소더블 계약자 탄생 - 마력 쇼크 오나>

오늘 6시경 아이라(IERA)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에 단 셋,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인소더블인 이모 씨(24)가 계약자가 되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인소더블(측정할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무한한) 한 명의 소환에 매개되는 마력만 해도 계약자 약 천명이 매개하는 마력과 비례하는 정도. 정부가 이모 씨(24)와 접촉하여 에너젠과의 협력을 통해 이를 순차적으로 매입할 경우 대한민국은 약 1년 여치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는 셈이다. 이후 특기의 사용에 따라 현재 유통되는 마력의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 마력이 매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약은 분명 국가적으로 경사스러운 일이나, 동시에 갑작스러운 마력 쇼크가 일어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마력 쇼크가 일어나지 않도록 신중하고 체계적인 방법으로 마력 유통을 통제할 것이며 관련 입법 사항과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에너젠 또한 이번 인소더블 계약으로 인한 마력 유통 구조에 대해서 정부와 긴밀한 협의와 회의를 거치겠다고 밝혔다.

이모 씨는 19살에 인소더블 판정을 받았으므로, 국내에 인소더블 특기자가 버젓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미리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고 있지 않았던 정부의 안일함을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지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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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인소더블 계약 - 계약주는 이리스티리움의 황제?>

전 세계에 단 셋,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대한민국의 인소더블이 계약자가 됐다. 오즈에서 특기자를 소환하는데 특히나 가장 많은 마력이 드는 것을 미루어 이번 인소더블의 계약에 엄청난 마력이 필요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이 마력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가로 여론이 떠들썩하다.

인소더블인 이모 씨(24)의 직접적인 발표가 없는 가운데 아이라에서도 아직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제국 이리스티리움의 시오한 오르페노스 황제가 가장 유력한 계약의 주인으로 점쳐지고 있다. 시오한 오르페노스 황제는 역사상 가장 손에 꼽히는 마력을 타고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오즈의 영토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거대 제국 이리스티리움의 황제가 태평성대를 이루고 있는 지금 굳이 특기자를 소환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여태 지배적이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던 또 다른 오즈의 마력자가 계약의 주인이라는 의견 역시 지리를 얻고 있는 상태. 만일 오르페노스 황제가 이번 계약의 주인일 경우, 이는 매우 이례적이고 의외의 선택으로 전문가들은 오즈의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지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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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국내 인소더블 계약… 독일 우르슬라와 어떻게 다른가

<속보> 인소더블 계약 “세금 없어지나요?”

<인소더블 계약으로 다시금 떠오르는 인권문제, 계약자 초상권 이대로 괜찮은가>

<인소더블 이모 씨는 누구? 주변인물들과의 심층 인터뷰>

<더 브릿지 엔터테인먼트 - 이모 씨와 접촉 중>

<1995년 인소더블 우르슬라의 계약, 독일은 어떻게 변했나>

<시오한 오르페노스 황제는 왜 계약주가 되었나… 오즈 전쟁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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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씨 미쳤다리 미쳤따 진짜 산유국 됐네. 산유국보다 낫다는 마력국이라니 하느님 알라신 부처님 시바신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착하게 살겠습니다. 자 이제 세금을 없애주세요. 학자금도 없애주시고... 참, 차는 람보르기니로.

ㄴ 미친놈잌ㅋㅋㅋㅋㅋㅋㅋㅋ저는 페라리로 부탁드립니다.

아니 언론들 눈가리고 아웅하기 존나 웃긴다고 누군지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우리 집 고양이도 아는데 꼬박꼬박 이모 씨 이모 씨 웅앵웅앵 읍읍읍 뭐하냐 ㅋㅋㅋㅋ 계약자 인권 정말 이대로 괜찮은갘ㅋㅋㅋ

ㄴㄹㅇ 그 와중에 꼬박꼬박 주변인물들 찾아가서 인터뷰 딴 것도 존나 웃김. 뭘 듣고 싶어서 주변 사람들 귀찮게 해가면서 신상 캐냐.

ㄴ근데 언제까지 이모 씨 이모 씨 하면서 웅앵함? 오한울이나 유세오 같은 계약자들은 다 실명쓰고 그대로 나오는데.

ㄴ그건 공식적으로 본인이 발표하고 광고도 찍는 준연예인급이라 그렇지 안 그런 계약자들도 많음. 아예 얼굴도 공개 안하는 계약자들도 많은데 솔직히 본인 공개 아니면 안 밝히는 게 맞지.

ㄴ그래봤자 눈가리고 아웅이지 이모 씨가 그런 어중이떠중이 계약자들이랑 클라스가 다른데 웅앵 한다고 숨겨지냐

ㄴ 아니 갑자기 가만있는 오한울은 왜 팸;;; 어이가 없네

ㄴ ㅅㅂ 오한울 오분대기조 있냐 어디서 드릉드릉하다가 맨날 이렇게 쳐뛰어왘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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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존나 열받네 ㅇㄷㅎ 하나 계약하는거로 국제 정세니 국내 경제니 운운하면서 세금이 없어지고 말고를 거론할 정도면 인간적으로다가 진작에 계약했어야 하는 거 아님? 시발 클라스 클라스 운운하는 인소더블이면 어디서 나가 뒤질 염려도 없는데 그거 좀 일찍 한다고 죽냐? 국가 경제가 지 손에 달려 있는데 계약 거부해대는 건 무슨 애미 뒤진 인성이야 유전자 로또 맞았다고 유세 오지네 시발롬이

ㄴ? 패드립 쳐해대는 니 새끼 인성보단 나은듯 정병새끼 아니야

ㄴ아유 댓글에서 술냄새 담배 쩐내 오지게 나고요 시발 우리 부장한테서 나는 냄새네

ㄴ마 울지마고 얘기해라 마

ㄴ니 인생 니가 알아서 하세요 거지새끼야 구걸 오지네

ㄴ시이발 국가 경제를 논하는 자리에 정신병자가 앉았어요...

ㄴ이런 새끼들 때문에 지유법 유성호법 생긴 거 아니야 인생 맡겨놓으셨어요? 졸라 어이없는 새끼네 특기자들은 인권 없냐?

그래서 ㅇㄷㅎ 계약자가 누구라는 거야 시오한 황제 폐하 맞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

ㄴ 황제폐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오즈에서 온 줄 이리스티리움 사세요?

ㄴ 새꺄 느이집 친구냐 그럼 폐하라 그러지 뭐라 그래

ㄴ 예의를 좀 갖춰라 그럼 남의 나라 황제 이름 따박따박 부름? 가정교육을 젓가락으로 배웠나

ㄴ 황당하네 또라이아냐;;;

ㄴ 좀 대충살자 좀

오르페노스 황제 맞을듯. ㅇㄷㅎ 더블 판정 났을 때 동시대에 더블이 셋이나 나온 것도 존나 다시는 있을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는데 오즈에도 오르페노스 황제 말고 더블 소환할 수 있는 사람이 또 있을 것 같지는 않음. 문제는 왜 소환했냐인데 그래서 오르페노스 황제 얼마나 잘생겼나요.

ㄴ결론 뭔데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근데 진짜 궁금하다 유세오가 보고 진짜 한 달 동안 얼굴이 눈 앞에 아른거려서 잠을 못 잤다는 기적의 재림이 대체 어떤 얼굴이냐고요 오즈에 카메라 왜 못 들고 감 사진 왜 촬영 안 됌

ㄴㅇㄷㅎ 그림 못 그리냐

ㄴ오즈에 카메라 못 들고 감? 핸드폰도? 시발 그럼 존나 심심해서 어떠케 살아

ㄴ필름 카메라는 되지 않나? 그럼 오즈 사진 도는 건 대체 뭐임

ㄴ그건 옛날에 알키오라가 계약자들 기억 찍어낸거임 알키오라 죽은 이후로는 오즈 사진 나온 거 없고 그림이나 얘기 듣고 CG재현한 거밖에 없음.

근데 더블이 동시대에 셋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함게 미국의 해밀턴 블랙은 지금 백살 넘었고 우르슬라도 전성기 다 지나가고 지금 거의 은퇴했지 않나. 우르슬라 능력은 물리계도 아니고 사실상 올라운더는 ㅇㄷㅎ뿐이니 거의 세대교체라고 봐도 좋을듯

ㄴ해밀턴 블랙 122살임 특기가 장수인가

ㄴ아니야 미친놈앜ㅋㅋㅋㅋㅋㅋㅋ

ㄴ해밀턴 블랙은 계약자도 아니고 한 번도 오즈 연관해서 나선 적도 없으니 그냥 뭐 일반인이라고 봐야지. 특기도 이래저래 썰은 많은데 알려진 건 없음.

ㄴ뭐야 진짜 특기가 장수 아니냐

ㄴ우르슬라 특기가 예언이었나 ㅇㄷㅎ는 뭐임

ㄴ염력?

ㄴ우르슬라 특기는 공식적으로 ‘되돌아오는 태엽’임. ㅇㄷㅎ는 아직 공식발표된 거 없는데 염력계인건 맞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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