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381화 (381/653)

아라비아 통일 전쟁(3)

알 무알림(المعلم).

스승.

하팀이 사적으로 스승을 따르겠다 맹세한 그날의 밤 이후, 귀빈께선 자신을 그리 부르라 명하셨다.

다른 명칭들보다도, 스승께선 오로지 그 명칭만을 흡족히 여기셨다.

알라의 검이니, 삿된 신앙에 대한 심판자니, 그분께선 그런 소리를 듣는 것을 거부하셨다.

스승께선 단 한 번도 알라에 관한 것을 칭하시지 않으셨다.

다만 먼저 행하셨으니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셨던 것이다.

그분의 이국적인 생김새는 상관없었다.

다른 것들도 상관없었다.

몸소 존재하시어 그토록 많은, 실로 기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위업을 행하셨는데, 그런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분을 배알하지 못한 이들이 감히 비판했던 유일한 오점, 무슬림이 아니라는 중요한 사실도 정작 하팀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아마도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그때의 샴마르 청년들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소년은 본능적으로 펜을 들어 글을 써 나갔다.

후대의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할 수 있도록.

그도 훗날 이 순간을 기억할 수 있도록.

그래서 그가 그의 진정한 ‘신앙’을 유지할 수 있도록.

* * *

선봉대를 방어해낸 샴마르는 물과 보급품, 기타 식량을 챙기고 요새로 들어갔다.

기습으로 많은 피해를 보았지만, 그래도 마냥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죽인 적병들의 무구도 빼앗았고 말도 챙겼다.

그 와중에 그 흉신악살과도 같은 살림이 죽었다는 소문도 퍼져 나가 사기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용맹한 무위는 가끔 그보다 더 큰 효과로 돌아오곤 했다.

― 알라의 검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

예니체리가 두고 간 거추장스러운 물품들도 조금 남아있었기에 알 아리프 요새에서 튼실하게 방어태세를 갖춘 샴마르는 보급품과 사기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그 상황 속에서 적병이 올 때까지 스승님께서는 샴마르 청년들을 훈련시키셨다.

화약은 넉넉했기에 훈련만이 정병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스승님의 말씀은 부족의 청년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었다.

적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는 기초적인 마음가짐은 물론이고 일제사격을 하는 법, 총탄을 빠르게 장전하는 법까지.

아버지와 함께 알 마즈마의 전투에서 대지에 몸을 누인 샴마르의 정병들은 다시금 일어나지 못하겠지만, 지금 샴마르의 젊은 청년들은 그들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맹렬하게 노력했다.

그렇게 짧은 시간 동안 샴마르는 굳건해졌다.

사우드가 도착한 뒤, 수성전은 곧바로 진행되었다.

전통적인 무기들과 함께, 대포들과 같은 최신의 무기들도 전장을 오갔다.

다행인 것은, 제아무리 사우드라 하더라도 대포는 많이 운용할 수 없었고, 화약도 풍부하게 쓰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군수물자에 한해서 알 아리프 요새의 수비군은 훈련을 한 후에도 공성 측보다 무구들과 일인당 가용한 화약량이 더 많았다.

게다가 스승께서는 훗날을 걱정치 말라 하시며 가진 화약을 전부 사용해도 좋다고 하셨으니, 샴마르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수성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요새가 위태롭지 아니했다고 말할 순 없었다.

제아무리 무장 상태가 좋고 사기도 충천했다지만, 숫자의 절대적 열세로 인해 샴마르 병사들은 알 아리프 요새에서 끝없이 몰려오는 적병들과 혈전을 벌여야만 했다.

진흙과 벽돌, 회반죽으로 지어진 이 요새는 말 그대로 그을음과 사람의 피로 범벅이 되었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여전히 우리 곁에 계셨다.

숱한 공세 속에서도 그 예기가 전혀 바래지 않는 알라의 검 덕분에 샴마르의 병사들은 지쳐 쓰러질 것 같으면서도 끝까지 버티어 냈으며 마침내 저 멀리, 아득한 곳에서 피어오르는 먼지구름이 보일 때까지 수성에 성공했다.

결사 항전의 뜻을 보인 샴마르를 구원하기 위해, 아라비아의 부족들이 결단을 내렸다.

그들 개별 부족들의 군세는 그리 많지 않았다.

샴마르 군세보다도 적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여한 부족의 숫자 덕분에, 지원군의 규모는 일시지간 사우드군의 군세를 넘어설 정도였다.

때문에 무하마드 빈 사우드는 총애하는 장수도 잃고, 병사들도 잃은 채 훗날을 기약하며 물러나야 했다.

그때 그가 땅을 치며 외친 절규가 하팀의 귀에도 들렸었지.

“네 이놈 고려인! 내가 너를 진작 디리야에서 죽였어야 했거늘!”

그러나 그동안 스승과 함께 싸웠던 자신을 비롯한 샴마르인들은 무하마드의 그런 말에 전부 비웃음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수성에 성공한 후 맥이 탁 풀리는 느낌과 함께 모두 자리에 주저앉았던 상태라 마주 고함쳐 대꾸할 여력이 없었지만, 아마 힘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도 그들은 크게 폭소하며 그 말에 화답했을 것이다.

감히 네놈 따위가 저분을 해칠 수 있다고?

* * *

사우드의 몰락은 그때부터 꾸준히, 착실하게 시작되었다.

행동에 나섰던 부족들은, 스승께서 하팀에게 말씀하셨듯 통일 아랍 국가 건설을 고려가 도울 것이라 약조받았다.

오스만의 멸망이 확실시되는 상황, 그들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을 터.

지금이야말로 주체적으로 행동하여 그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올 절호의 기회였다.

심지어 메카와 헤자즈의 에미르 겸 샤리프인 아히야 빈 바라카타도 직접 군세를 몰고 하일 오아시스로 지원을 왔다.

그는 스승을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었다.

눈앞에 있는 사람의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샤리프 또한 궁금했던 모양이다.

“고려의 대동양 함대가 전부 다 우리 해안가로 몰려왔소. 아마 당신을 구원하려 하기 때문이 아니었는지.”

하팀은 다시 한번 경외했다.

스승은 고려 제국에서도 정말로 대단한 사람이라, 제국은 그를 도와주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것처럼 보였다.

페르시아만에 접한 두바이와 마찬가지로 제다, 얀부와 접한 홍해 해안도 생전 처음 보는 거함들이 대포를 아라비아반도 쪽으로 겨누고 운집해 있다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샤리프가 협조를 안 할 수 있겠는가?

자칫하면 메카와 메디나가 불바다가 될지도 모르는데.

이슬람의 성지에 대해 본의 아닌 위협을 가한 스승께선 드물게 진심으로 사죄하셨다.

역시 스승께선 가진 힘이 그토록 고강하심에도 전혀 오만하지 않으셨으며 항상 이치에 맞게 행동하신다.

당시 메카 샤리프 또한 이를 관대히 넘겼다.

“사과는 되었소. 귀국의 제안은 실로 솔깃하더군.”

하팀도 알고 있었다.

아마 이 아라비아의 지역에서 가장 독립을 열망하는 곳은 메카와 메디나가 아니었을까.

결국은 오스만에게 복종했지만, 이들은 그 핏줄 특유의 신성함 때문인지 항상 독립국을 꿈꾸고 있었다.

아라비아반도 서쪽에 살던 이들은 본래 정주민이기에 유목민인 베두인이라 칭해지진 않았지만, 무함마드와 이슬람의 등장 이후에는 오랫동안 베두인들과 너무나 많은 교류가 있었기에 같은 통일 아랍 연방으로 묶이는 것이 이질적이거나 불가능하지 않았다.

아랍 에미르 연방국이 설립된다면, 이슬람의 종교적 성지인 메카와 메디나 둘 중 하나는 사실상 그들의 수도가 될 것이 분명했다.

하팀의 하일이나 부라이다, 리야드 같은 오아시스 도시들은 어디까지나 물이 항상 부족한 오아시스에 불과했고 그렇기에 성장 가능성도 적었다.

정말로 그들에게 손해 볼 것은 단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하팀은 스승의 이 같은 행동에 전혀 불쾌하거나 불안해하지 않았다.

그러나 스승께선 그를 불러 비밀리에 말씀하셨다.

“너희 하일은 성장할 것이다. 물론 메카나 메디나 둘 중 한 곳이 연방의 수도가 되겠지만, 하일 또한 교통의 요지로서 기능하게 해주마. 너희들의 오아시스가 아라비아의 전 철도가 오가는 중심부가 될 것이다.”

그 말은 철도라는 것을 생전 보지도 못한 하팀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스승께서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은혜가 얼마나 큰데 제가 스승께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너는 그렇겠지. 하지만 가장 많이 피 흘린 샴마르인들은 불만을 가질 수 있을 터. 너 또한 샴마르의 에미르이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권을 챙겨주어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스승께선 말씀하셨다.

그 말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하팀의 뇌리에 아직도 남아있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고려와 친밀한 길을 걸어가거라. 그렇다면 너희들은 비 내리는 곳에 거대한 크기의 저수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며, 짠물을 단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스승께서 그와 그의 남매에게 약속했던 것처럼, 상당한 수의 군수품이 샴마르의 군대에 전해졌다.

그동안 샴마르가 써왔던 총의 질보다 월등하게 우수한 뇌홍뚜껑식 소총과 총탄, 그리고 엄청난 양의 화약이었다.

샴마르의 모두가 기뻐했다.

사우드를 공격하기에는 이 정도로 충분했다.

무거운 대포류는 나중에 철도로 전송될 예정이라 들었다.

아직 사우드와의 전쟁이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이미 고려인들은 얀부에서 메디나, 메디나에서 하일로 잇는 철도 노선을 부설하고 있다 했다.

바람이 심하게 분다면 하룻밤 사이 모양이 바뀔 수도 있는 모래사막에는 철도라는 것을 설치하기 힘들다니, 지금은 스승께서 오셨던 방면인 두바이까지 철도를 연결하는 것은 꽤나 힘든 모양이었다.

* * *

지원받은 든든한 군수품을 앞세우고, 마침내 이제는 역으로 반사우드 연합이 리야드로 진격했다.

사우드는 맹렬하게 저항했다.

알 라스에서, 알 두와디미에서, 타디크와 말함에서 그들은 항복하지 않고 계속 싸웠다.

시체로 전염병을 퍼트리고, 항복하는 척하면서 밤중에 기습하니 전력상 우세를 점한 연합군도 모두 진이 빠질 정도였다.

심지어 마침내 연합군이 디리야 요새를 포위했을 때도 사우드 놈들은 그 악랄한 면모를 여지없이 보였다.

“이 불신자들아, 너희들에게 이곳을 넘겨줄쏘냐!”

마지막까지 사우드는 카디자델리의 카디(Qadi, 율법학자)들의 주장대로 악독하게도 다른 부족에서 잡아놓은 포로들을 총알받이로 삼아 저항했다.

이들이 보인 광기에 스승조차도 질색하셨다.

하지만 분명 이들의 행동은 잔인했으나 효과적이었다.

디리야의 성벽에 도열한 어린아이들과 여인들은 요새 밖에 모인 공성군과 자신들의 뒤에서 총구를 겨누고 있는 사우드의 병사들 사이에 서서 무기력하게 울고 있었다.

전술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었더라도 연합군은 공세를 이어갈 수 없었다.

아이들과 여인들, 민간인들에게 총을 쏘고 검을 휘두르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다.

제아무리 다른 부족들, 씨족들이라 하더라도 같은 베두인인이라는 관념이 있었더라면 더더욱.

하팀은 이슬람의 순수한 본모습으로 돌아가자는 카디자델리의 카디들이 저지르는 만행에 치를 떨면서도 이를 상세히 기록했다.

스승의 말마따나, 신의 말씀을 운운하는 광신은 몹시 위험한 일이다.

신이 원하신다며 쳐들어왔던 기독교의 십자군도 그러했고, 지금 저렇게 알라의 뜻을 왜곡하며 역겨운 짓을 저지르는 자들도 그러했다.

알 무자와(المزور), 말씀을 곡해하는 자들.

카디자델리는 가장 경멸스러운 호칭이 붙을 것이며, 인간들의 말종 중 말종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요새의 공략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연합군이 그저 포위만 해놓고 어찌할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어느 날 밤, 적진에서 소란이 일더니 이윽고 요새의 문이 열렸다.

함정을 의심할 수 있었지만, 스승께서 가장 먼저 앞서 짓쳐 들어가시자 모두가 결의를 품고 이에 따랐다.

문을 연 자들은 놀랍게도 전향을 요청하는 소수의 사우드군이었다.

“너로구나.”

먼저 들어간 스승께선 하팀과 비슷한 나이의 소년을 바라보고 계셨다.

“…부디 우리 부족민들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세요.”

이미 안면이 있었던 듯, 그 정체 모를 소년이 하팀의 스승과 마주할 사이, 공성군은 빠르게 요새를 정리해 포로들을 빼내었고 마침내 사우드군과 제대로 싸울 수 있었다.

날이 밝은 뒤, 모든 것이 끝난 디리야 요새에서 마침내 이들의 운명이 결정되었다.

전날 밤의 전투 끝에 사로잡힌 무하마드 빈 사우드는 날이 밝자마자 투석형에 처해졌다.

형은 사우드 부족민들이 직접 실행했다.

샴마르 병사들은 제 손으로 저 씹어먹을 놈을 패 죽이지 못해 안달이었으나, 스승께선 부족민들이 직접 형을 집행하도록 권유하셨다.

“너희들이 저자를 패 죽인다면, 그 원한은 너희들에게 갈 것이다. 다만, 저들이 스스로의 에미르를 쳐 죽인다면 그들은 자신의 악행을 경감시키기 위해 에미르의 죄과가 그만큼 크다며 자기합리화를 할 터. 그러니 너희들의 손을 더럽히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그때 하팀에게 이른 스승의 말씀은 무척이나 냉정했으며 섬뜩할 정도로 잔혹했다.

무하마드 빈 사우드는 끝까지 스승을 노려보는 자세로, 결국 자신이 다스리던 디리야의 백성들의 돌에 맞아 절명했다.

하팀이 한 것이라곤, 그가 행여 스승께 불경스러운 욕이라도 할까 봐 미리 혀를 자르고 입을 밧줄로 꽁꽁 묶어댄 것이 전부였다.

무하마드뿐만 아니라 그의 장수들, 중요한 지위에 있던 사우드의 셰이크들, 그리고 카디자델리의 카디들도 마찬가지의 형벌을 받았다.

이들에겐 베두인 전통의 간소한 장례식도 허락되지 않았다.

시신은 매장되지 않을 것이며, 사막의 작은 동물들이 처리하도록 광야에 널브러진 상태로 썩어갈 것이다.

이것까지는 모두가 동의한 사항.

하지만, 참전했던 사우드 병사들의 처사는 어찌해야 하는지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혹자는 이들의 죄과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이들은 사실상 부족민에서 억지로 징병된 평범한 병사들까지 가혹한 형을 집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여겼다.

베두인들은 연령대가 되는 남자라면 전부 전사로서 책무를 다했기에, 이들 대다수는 사실상 무하마드 빈 사우드가 정복 전쟁을 할 때 억지로 끌려 나온 자들이 많았다.

“마지막 결정은 이 자리에 있는 부족들 중 가장 많은 피를 흘렸던 샴마르의 에미르가 결정을 내려야 하오.”

하팀이야, 더욱 많은 복수를 원했다.

무하마드가 죽고 마침내 그의 아버지와 부족의 원한을 갚았더라도, 하팀은 이 사우드 가문을 완벽하게 용서할 순 없었다.

불안거리는 삭초제근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팀은 그때 스승을 바라보았다.

그분께선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 냉혹하게 무하마드와 카디자델리의 카디들을 처형하라 하셨던 스승께선, 이번에는 사뭇 다른 시선을 보내주고 계셨다.

― 네 이름의 근원을 기억하라. 하팀.

하팀 알 타이(Hatim al―Tai).

천일야화에도 등장할 만큼 유명했던 샴마르의 위대한 선조.

이름 자체가 관용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인물.

아버지와 할아버지께선 자신의 이름을 지으시며 너도 그분처럼 관대한 사람이 돼라, 그리 말씀하셨었지.

하팀은 무릎을 꿇은 또래 소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었다.

“일어나시오. 파르한 빈 투나얀 알 무크린.”

하팀도 스승에게서 소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먼 옛날, 알 무크린 부족이 알 사우드로 이름을 바꾸기 전.

무하마드는 디리야의 권력을 잡기 위해 제일 먼저 그의 형제들을 잔인하게 도륙했었다 한다.

그와 그가 후원하는 카디들의 잔혹함을 비판했던 형제 투나얀(Thunayyan) 알 무크린은 제일 먼저 살해당했다.

그 자식들, 무하마드의 조카들도 마찬가지였다.

죽이기에는 너무나 어려서 화를 피할 수 있었던 한 소년만 여인들의 치마폭에 숨겨져 겨우겨우 살아남았으니.

천한 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마침내 꿋꿋하게 장성한 그 소년은 하팀처럼 아버지의 복수를 완료한 셈이다.

하팀은 이 소년에 대해 동질감을 느꼈다.

그렇기에 그는 비극의 연쇄적 고리를 자신의 손에서 잘라내기로 결심했다.

“나 샴마르의 에미르, 하팀 빈 라시드 알 알리는 가문의 은원을 지금 이 자리에서 끊겠소. 알 무크린 가문은 이 이상으로 피 흘리지 않을 것이오.”

스승은 미소 지었고, 다른 에미르들도 하팀의 관대함을 칭송하니 마침내 사막의 이야기는 그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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