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380화 (380/653)

아라비아 통일 전쟁(2)

그렇게 밤을 지새운 상민은 누군가 처소에 다가오자 먼저 눈을 떴다.

“박성민 어르신(يا)!”

적은 아니다.

알 알리 씨족의 청년 하나가 황급한 얼굴을 한 채 그를 부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에미르에 대한 암살 시도를 막은 이후, 적어도 상민은 알 알리 씨족 내에서는 정말로 씨족 원로, 셰이크 정도의 대우를 받고 있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지만 실제 호칭도 존칭을 받고 있었고.

뭐, 상민도 그 정도는 대우받아야 마땅하다 생각했다.

앞으로 이들에게 해줄 일도 생각해보면 더 그랬고.

어쨌든 이 귀빈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이 청년은 위기 상황에서 제일 먼저 상민에게 자초지종을 알리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

사실 상민이 가진 알 수 없는 분위기와 덩치, 위압감을 생각해본다면, 그의 도움을 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적이 벌써 왔다고?”

“예! 에미르께서 위험하십니다!”

아직 부족은 요새 내로 완벽하게 피신하지 못했다.

적어도 하루는 더 있어야 물자며 뭐며 다 운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부라이다에서 출발한 사우드군은 기만책이었는지, 이번에도 먼저 선봉대가 경무장을 한 채 하일 오아시스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짓쳐들어오고 있다 한다.

그 수는 무려 일천오백.

적지만, 적지 않은 수였다.

사우드 입장에서는 적당한 전과를 올리고 곧바로 후퇴시켜도 되는 병력이었지만, 샴마르 입장에서는 전력을 다해 막아야 할 정도의 전력이었으니까.

소식을 들은 상민이 빠르게 자신의 군장을 챙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내하라.”

상민은 가면서 청년에게 설명을 들었다.

“그놈은 끔찍한 놈이지만 실로 대단한 놈입니다!”

아라비아에서 가장 강력한 자, 살림 빈 벨랄 알 하릭.

무하마드 빈 사우드가 뽑아 든 검이라는 명칭을 가진 사내는 사막의 재앙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무예를 자랑한다 했다.

그에게 맞선 이들 중 살아남은 이들은 거의 없다고도 한다.

그 신화는 아마 이변이 있지 않은 이상 앞으로도 아라비아의 땅에 계속 전해져 내려갈지도 몰랐다.

재미있어 보였다.

일신의 무예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음에도 그런 용장들이 이름을 날리는 것을 보면, 이곳은 아직까지는 냉병기의 낭만이 남아있는 땅은 확실했다.

마음에 들었다.

“그놈은 악마입니다. 알라께서 실수를 하여 만든 끔찍한 피조물일 겁니다!”

“그대의 말마따나 알라께서 만드셨다면, 다 생각이 있으셨겠지.”

상민은 청년의 말에도 몹시 건성으로 대답한 뒤 눈으로는 바쁘게 하일 오아시스의 풍경을 살폈다.

물을 구할 수 없는 요새에서 항거하기 위해선 오아시스의 물이 필요했다.

꼭 필요한 일이지만, 물을 옮기느라 요새 바깥에서 적을 맞이한 것은 썩 좋지 않은 일이었다.

너저분하게 어질러진 오아시스 주변의 광경에서, 상민은 마침내 항거하는 사람들을 보았다.

객관적으로 볼 때 꽤나 훌륭한 훈련도를 갖추고 그만큼 충실히 무장을 갖춘 경기병대는 먼저 기세를 올린 채 집요하게 부족 청년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이런 혼란한 근접전 상황에서는 총탄조차 사치.

공격자도 방어자도 칼과 창을 휘둘렀지, 총성은 딱히 들리지 않았다.

좋았다.

상민은 타고 있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샴마르족은 갈팡질팡하며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저들이 정신을 차릴 시간을 벌어야, 총을 장전하고 기병대에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민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한 손에는 샴쉬르, 한 손에는 권총을 들고 적병들 사이로 과감하게 뛰어들었다.

“그대는 날 신경 쓰지 말고 그대의 주군을 찾아라.”

청년은 그 광경에 아연실색했지만, 상민이 남긴 말에 빠르게 에미르를 찾기 시작했다.

“피하셔야 합니다!”

“이것들이 없다면, 우리는 요새에서 항거할 수 없다! 그리고 부족민들을 어떻게 버리는가! 내버려 두면 모두 도륙당할 텐데!”

“에미르라도 피하셔야 합니다! 에미르께서 없으시면, 우리는 모두 끝입니다!”

부하의 절규에 물통을 주먹으로 내려친 하팀이 결국 눈물을 흘리며 말에 올라탔다.

“너희들을… 너희들을 내 어찌…….”

“저희가 기필코 길을 뚫겠습니다. 부디 알라의 가호가 있으시길.”

그를 호위하기 위해 짐말의 짐들을 모두 풀고 말에 오른 하팀의 병사들이 생사의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그들을 둘러싼 공세가 시들었다.

마치 유혹적인 함정처럼 보였다.

이렇게 된다면 조금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 것처럼도 보였다.

그리고 그 유혹이 다가온 방면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에미르!”

“너는?”

요새에 있어야 할 자신의 부하가 이곳에 있자, 하팀은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끼며 굳은 얼굴을 했다.

“요새… 요새는?”

“알 아리프는 무사합니다!”

다행이다.

하팀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와중에 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너는 분명히 그분을 옆에서 모시라고 내가 명령하지 않았더냐? 대체 왜 이곳에…….”

그러고 보니, 주변이 이상할 정도로 고요했다.

포위망을 말하는 것은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에미르에게 도망가라며 애원하던 알 알리 부족의 청년들도 지금은 하나같이 입을 벌리며 어느 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팀도 마침내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눈에 담았다.

그 당사자의 말을 가지고 온 청년도 그 광경을 뒤늦게 바라보며 더듬더듬 말을 전했다.

“저… 저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전열을 다… 다지고 맞서 싸우라고. 기병대는 군집한 총병을 이길 수 없으니, 금방 패퇴시킬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그때까지, 시간을 버신다고…….”

“…….”

* * *

단기필마가 대지를 질주했다.

상민이 타고 있는 말이 그냥저냥 평범한 말이고 정작 그를 태운 지도 불과 몇 시간이 되지 않았음에도, 상민의 말은 자신이 태우고 있는 사람을 정말이지 죽음도 불사하고 끝까지 모시겠다는 것마냥 거품까지 흘리며 내달리고 있었다.

마침내 적의 앞에 도달하여 체력이 다한 말은 졸지에 넘어지듯 엎어져 버려 그 임무를 완수하지 못할 뻔했지만, 이번에는 주인이 그 책무에서 해방시켜 주겠다는 듯 말의 등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착지하며 적병의 말을 뺏었다.

말의 원주인은 등 뒤에 고려인을 태운 것도 모자라, 단번에 상민에 의해 목이라도 부러뜨려졌는지 무기력하게 낙마해 절명했다.

주변의 병사들이 그 광경에 기함하며 검을 날렸지만, 상민은 믿기지도 않는 완력과 속도로 응수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중 몇 명을 격살시켰다.

“워, 워! 이놈아, 네 주인을 죽인 것에 기 싸움을 할 시간이 없다!”

다시금 인마일체의 태세를 갖춘 상민은 끊임없이 샴쉬르를 휘둘렀다.

죽이고 또 죽이고.

권총탄은 이미 다 소모했다.

적은 총탄의 수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래도 그만둘쏘냐.

상민은 미소 지었다.

눈부터 코, 입까지.

이미 죽여댄 시신으로부터 터져 나온 선혈들이 얼굴을 뒤덮고 있었지만, 모자랐다.

너무 모자랐다.

상민은 갈증에 입술 끝을 핥았다.

기병도가 날이 무디어지면, 다시 다른 놈의 것을 빼앗아라.

말이 쓰러지고 다쳐 죽으면, 다른 놈의 말을 빼앗아라.

누군가 총을 발사할 것처럼 생각된다면, 네 앞에 있는 시신의 모가지를 들어 그 몸통으로 엄폐하라.

인간이라는 것은 단순하여 찌르고 베면 대충 죽는다.

그러니 상민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참 쉬운 대기병 전투가 아닐 수 없다.

막고 찌르고 베는 간단한 원리.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

하지만 삼자가 볼 땐, 이는 일반적인 상식과는 완전히 벗어난 광경이었다.

저 익숙한 고려인은 흉신악살이 강림한 것마냥 단순한 기세와 무위만으로 사우드 선봉대의 기세를 단번에 쥐어뜯었다.

그토록 잔혹하던 사우드 기병대조차 저런 미치광이와는 싸워본 적이 없었다.

저런 자가 역사 속에 있었겠는가?

사람 목을 뽑아버리고, 검이 휘어지고 부러질 만큼 휘둘러 대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상처마저 돌보지 않을 정도로 짐승같이 싸우는 자가 있다고?

“…마… 말도 안 돼.”

꽤나 먼 과거에 있긴 했었다.

하지만 그는 기독교 광신도였었지, 지금 저치처럼 아랍인들을 위해 싸우는 전사는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저 자만큼 강력했는지도 의문이고.

소문은 사실이 분명했다.

사우드 가문의 정예 척살대가 처참하게 실패했다는 수군거림이 사우드군 중에도 들렸다.

무하마드 빈 사우드는 자세한 내막을 숨기고 소문을 퍼트리는 자를 단속했지만 사실을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다.

마침내 선봉대의 지휘관, 살림 빈 벨랄 알 하릭이 이를 악물고 그가 가진 샴쉬르를 들고 나섰다.

“건방진 고려 놈. 네놈의 오만함은 알라께서 심판하실 것이다!”

검은 명마에 오른 사우드의 검이 맹렬히 질주했고, 마침내 고려인의 곁으로 다가갔다.

치명적인 일격.

지금까지 살림을 대적한 자들은 모두 이 샴쉬르에 목이 잘렸지.

네놈 또한 그 운명에서 벗어날쏘냐.

“주군의 불명예는 내가 씻겠노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단번에 목을 쳐 광기의 만행을 끝장내버리려는 듯, 살림은 허리를 트는 반동력으로 날카로운 검날을 그의 목에 대고 그었다.

아니, 그으려고 노력했다.

허리를 펴기도 전에 검을 쥔 살림의 팔목이 억센 손에 빠르게 움켜쥐어졌다.

그리고는 어깨와 팔을 잇는 팔꿈치, 그곳에 끔찍한 고통이 가해졌다.

내부의 힘줄과 혈관이 무지막지한 압력에 의해 비틀리고 찢어졌다.

― 빠드득

그 압력은 살림 자신의 신체 부위가 도저히 버틸 수 있는 수준이 분명히 아니었고, 마침내 찢겨지며 그 한계를 맞이했다.

팔꿈치가 있던 자리에 희미하게 드러난 새하얀 뼈가 피가 터져 나오기 전의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세상을 구경했다.

팔이 생으로 뽑히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실로 끔찍한 고통 속에서 살림은 자신의 귓가에 울리는 감흥 없는 말을 들었다.

어느새 이 고려인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말로 갈아타고 있는 모양이다.

“이놈은 쓸만하군.”

이 빌어먹을 놈이 하는 소름 끼치는 고려어는 모른다.

저 말이 적장에 대한 존중인가, 아닌가.

그는 까무룩 어둠 속으로 잠들며 대지로 굴러떨어졌다.

“나와라, 이놈. 네 말 좀 쓰자꾸나.”

적기 하나의 팔을 뽑아 그 손에 들려있는 검을 챙긴 뒤, 죽어가는 자의 빠른 안식을 위해 끌어안아 척추를 부러뜨린 상민은 셀림의 시신을 땅에 던져버리고는 셀림의 명마에 오른 채로 사방을 휘저었다.

그리고는 외쳤다.

“적장은 어디 있느냐, 냉큼 나오거라!”

셀림도, 선봉대도 하나같이 검은 옷을 입고 있어 구분은 쉽지 않았다.

그러니 상민은 이미 죽여버린 자들 중 하나가 적장이었단 사실은 알지 못한 채 그저 사방으로 검을 휘두르며 적병들에게 이행할 수 없는 요구사항을 종용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상민이라 하더라도 일천오백 명을 한 번에 다 죽일 순 없다.

물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일 대 다수가 유리한 지형을 제공한다면 이루지 못할 법도 없지만, 기마전에서는 특히 그랬다.

결국 갈아타는 것도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우드 정예라는 말이 허언이 아니듯, 지휘관을 잃은 경기병대는 그 와중에도 지휘관의 복수를 위해 상민을 체계적으로 상대하려 시도했다.

신앙심인지 광신인지는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이들은 여타 다른 유명한 군대들에 비해도 꿀리지 않을 정도의 용맹을 자랑했다.

‘흠, 아니다. 과트라체 삼백 기만 있어도 너희들은 바로 몰살당한다.’

판단이 좀 어설프구나.

상민은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쏴라!”

상민이 아랍어로 우렁차게 말하자 마침내 전열을 정비한 샴마르군이 총탄을 발사했다.

하팀이 아무리 애늙은이처럼 행세하려 해도, 단번에 명장이 될 수는 없었다.

소년 시절부터 특출난 전술‧전략적 식견을 가진 알렉산더와 같은 아이들은 정말로 백 년, 천 년에 한 번 태어나니까.

반면 상민은 번뜩이는 선천적 전술적 지휘 능력은 그의 아내였던 잔에 비해서도 떨어졌지만, 그 선천적 능력을 상당히 많은 전투 경험으로 충분히 극복하고 있었다.

한 사람 때문에 사선으로 유도되었던 사우드 경기병대는 날아오는 총탄에 속수무책으로 절명했다.

“베두인들은 도리어 보병전에 취약하지.”

허나 현대전에서 말은 도리어 점차 쇠퇴해가는 병종이 될 것이었다.

임시로 전열보병의 화력을 구축한 샴마르 앞에, 사우드 기병대는 엄청난 피해를 입었고, 이내 그들 지휘관의 시신을 찾는 것도 포기한 채 빠르게 퇴각했다.

선봉대를 맞이한 첫 샴마르의 전투는 승리로 끝났다.

* * *

해가 지는 노을 속, 상민은 전장을 뒷정리하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친밀하게 지냈던 알 알리 부족이건 혹은 다른 부족이건 이제는 샴마르에 속한 그 모두가 경외의 감정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상민을 힐끔거리며 바라보았다.

인간 문명의 세계는 간단했다.

강자는 존중받는다.

특히나 그 강자가 자신의 편이면 더더욱.

그리고 특히나 그 강자가 보여준 위용이 마치 신화적 전설과 맞닿아 있다면 더더욱.

하팀이 다가와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어린 나이에 자신이 에미르로서 주도적으로 전투를 이끌어야 하는 상황.

처음에는 일천한 경험으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해 대패할 뻔했지만, 상민의 지시를 받은 이후부터는 그럭저럭 전투를 잘 지휘했던 것을 보면 이 아이는 특출나지는 않더라도 나름대로 괜찮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다.

“첫날부터 에미르께 이 사람의 이름을 말씀드렸던 것으로 기억하오만.”

“청해의 박성민. 예, 알고 있습니다.”

하팀이 꿀꺽 말을 삼켰다.

“당신은 알라께서 제게 보내준 검이십니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명장들을 꼽으라면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할리드 이븐 알 왈리드.

분명히 그 이름은 그중에서도 몹시 위에 위치할 것이 분명했다.

상민은 아직까지 그의 전술적 능력이 선천적 천재들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사람들은 시대 적응만 제대로 한다면, 아마 전열보병이나 총기병대도 잘 이용할 자질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무인 대 무인으로?

그건 장담할 수 없다.

상민은 비로소 느꼈다.

자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는 지금도 몰랐다.

그러나 생물 대 생물로, 아마 김상민이라는 자는 인류라는 종이 기원한 이후부터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간종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상민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광야와 사막을 홀로 오가며 계속 바라본 저 하늘.

그와 나눈 대담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은 채로 남아 있었다.

그래도 수확은 있었지.

상민은 피식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한편, 그저 미소만을 띤 채 침묵을 지키는 상민의 모습에서, 하팀은 마침내 비로소 그의 신앙이 증명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오, 전능하신 알라시여.’

그가 무릎을 꿇으려는 찰나, 기겁한 상민이 하팀의 어깨를 잡았다.

“이러지 마시오. 시선이 많소.”

“당신이 알라께서 보낸 검이라면, 제가 어찌 경외하지 않겠습니까?”

“난 그렇지 않소. 그냥 평범한 인간이오. 심지어 무슬림도 아니잖소?”

하지만 상민의 변명에도 하팀은 수긍하지 않았다.

“아닙니다. 저는 계시를 느꼈습니다. 이는 제 누이도 먼저 느꼈습니다. 지금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러했습니다.”

어딘가 익숙하며 진절머리 나는 행동이다.

상민이 투덜거렸다.

“그럼 제발, 명하노니 그만 좀 하시오. 지금은 전장 정리가 우선이고 짐을 챙겨 요새로 향하는 것이 먼저요. 감흥을 나눌 시간이 없소이다.”

하팀은 고개를 숙였다.

“당신께서 명하신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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