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고려 신대륙에 떨어지다-47화 (47/653)

과거시험

이 땅에 고려인들이 도착할 적, 아이들의 숫자는 극도로 적었다.

출발할 때 아이가 별로 없었던 것도 있었고, 먹고살기 힘든 전란의 시기에 출생률이 낮은 것도 있었지.

다시 찾아온 평화의 시기에 출생률이 증가한 것은 놀랄만한 일은 아니었다.

창양 설립 이후 태어난 첫 번째 세대가 성인(16세)이 되어 드디어 신원부의 체계 안에서 잡히는 시점.

개천 13년(CE 1288)에 과거시험이 열렸다.

“얘야, 더 필요한 건 없니?”

“괜찮습니다. 어머니.”

사유원(沙流原)은 의젓하게 대답했다.

이제는 자신도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라 성인, 차기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의젓함을 부모의 앞에서 보여 드려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과거시험도 볼 나이니까.

그는 평소 한림원 휘하의 예선당(藝宣堂)에서 공부를 하던 처지였다.

예선당이라 하면 성상께서 민간의 영특한 자와 공신들의 자제를 모아 공부를 시키기 위해 만드신 기구였다.

무려 성상의 총애를 받는 영준한 신하들이 돌아가며 교육을 하는 곳이니 그 중요함과 대단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듣기로는 상설 교육기관이 아니라 앞으로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철폐되어 버린다 했었다.

아쉬울 따름이다.

오늘은 예선당으로 굳이 가지 않아도 되는 날.

국자감의 입학 여부를 가르는 국자감시(국자감 입학시험)의 날짜였다.

국자감(國子監)이라니.

관직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현 상황상, 고려 최고 교육 기관인 국자감에 입학만 해도 관직에 등용되는 사실상의 동당시(東堂試)라 볼 수도 있었다.

그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새로 건설된 국자감으로 들어갔다.

그는 평소 예선당에서 치뤄진 쪽지시험에서 상당히 좋은 성적을 받았다.

전체 평균 2등.

예선당 정원이 거의 백 명에 달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상당히 우수한 성적이었다.

‘사... 사... 사씨가 어디에...’

손가락으로 명부를 보던 그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사(沙)씨.

고려인으로는 상당히 특이한 성씨였으나, 유원은 자신의 성씨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무려 황상께서 직접 하사하신 성씨가 아니겠는가.

자신의 아버지, 강족 출신 사계진(沙繼進)이 무리들을 이끌고 제일 처음 고려에 복속되었을 때 받은 성씨로 강족 중에서도 가장 귀한 대접을 받았다.

듣기로는 옛 반도의 땅에 있었던 좋은 가문의 성씨라 하였던가.

물론 몇 명의 자칭 ‘순혈주의’ 고려인 가문에선 이를 웃기고 천하게 여겨 업신여기고 있다 들었지만, 적어도 당금 황상의 앞에서 그런 소릴 했다가는 목이 달아날 것이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다.

그래도 유원은 약간 외로웠다.

같은 강족 출신들의 다른 자들은 아직 예선당에 많이 들어올 만큼 여유로운 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다.

예선당이 아이들을 모집할 때 금전적, 출생적 기준을 가지고 뽑은 것은 아니지만, 농업사회에서 장성한 아들이 가지는 노동력은 상당히 크기에 그 공백을 못 견디는 가정들이 많았다.

자신도 아버지가 벼슬을 하지 않고, 고려인 어머니가 자식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예선당에 오지 못하지 않았을까.

무심결에 고개를 돌려보니 대각선에 익숙한 자가 앉아 있었다.

‘곽호균.’

병부상서 곽연수의 아들이자, 예선당 수석이다.

고려 최고 권력자 중 한 명의 자식이고, 별로 없는 순혈의 혈통이라 주변의 선망을 받았다.

하지만 성격적으로는 꽤 진중하고 무거워 어리게 행동하지 않았다.

듣기로는 친하게 지냈던 무관 자제 친우들이 모두 숭무감(崇武監, 사관학교)의 입학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때, 혼자 학문에 뜻이 있어 예선당에 왔다 한다.

순혈주의놈들이 달라붙어도, 딱히 호의적으로 그들을 바라보지 않았고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이번 시험에서는 저 성을 제발 넘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왔나.”

기지개를 키며 고개를 돌린 그가 자신을 보더니 갑자기 아는 척을 해 왔다.

“어? 어... 그래.”

약간 당혹스러웠지만 인사를 받아주지 않을 수는 없었다.

“너도 무난히 붙겠구만.”

놈, 자신을 방심하게 하려는 수작인 것인가. 내 그 허튼 수에 당할쏘냐.

“...쳐 봐야 알겠지.”

“열 명을 뽑는다 하셨으니, 그 미련한 것들이 국자감 안으로 들어올 일은 없을 거다. 네 인생도 조금은 편해지겠군.”

엄마 친구 아들(실제로 그렇다)이 자신과 대립했던 놈들을 미련한 자들이라 호칭하니 기분이 약간 풀렸다.

그도 적당한 덕담을 해주고 기다리니 마침 감독관이 발성하기에 앞서 몇 차례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다.

자리가 가득 차고, 백 명의 인원이 전부 국자감의 넓은 마당에 모였을 때, 시험이 시작되었다.

감독관이 다가왔다.

“사유원?”

“예. 그렇습니다.”

감독관이 주섬주섬 시험지를 내려놓고 다시금 다음 학생으로 갔다.

“뒤집어 보지 마라!”

저 멀리 단상에서 들리는 호령에 그가 무심결에 갖다댄 손을 서둘러 치웠다.

시험 직전 다른 애들을 슬쩍 구경하고 있는 사이, 저 멀리 그 미련한 무리들이 보였다.

‘용케 자리가 서로 붙어있네.’

긴장도 안되는지 시시덕거리던 놈들은 이윽고 감독관이 그들 자리 근처까지 오자 입을 다물고 자세를 바르게 했다.

- 툭

분명 실제적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그 놈의 소매에서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듯한 착각이 들었다.

불행하게도 감독관은 등을 돌리고 있어 이를 보지 못했다.

놈은 재빨리 그 물건을 소맷자락에 숨기고 태연히 신색을 가다듬었다.

‘무슨 꿍꿍이를 또...’

“모두 시험지를 펼치고 답안을 작성하라. 모든 답안은 한 시진(時辰)! 이 대접의 모래가 다 떨어지는 순간까지 작성할 수 있으며 그 후 답안을 작성하는 자는 불문곡직하고 부정행위자로 간주한다.”

감독관은 어딘가 조금 긴장한 듯 했다.

고려에서 첫 번째로 치루어지는 시험이라 그런 듯 했다.

첫 번째 문제.

고려의 연간 인구증가율을 2푼(分)이라 가정할 때, 십 년 후의 인구의 숫자를 구하시오.(주관식, 3점)

(단, 기준년도의 인구를 40000이라 가정하며, 소숫점은 첫째자리에서 반올림하라.)

아 쉽네.

구장산술정도의 지식만 알아도 풀 수 있는 문제였다.

여섯 번째 문제.

문 세 개가 있다. 하나의 문에는 큰 송아지가, 다른 두 개의 문에는 아무것도 없다.

당신은 한 문을 선택하였고, 열지는 않았다. 그 때 어떤 사람 한 사람이 와 문을 열었는데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당신은 선택한 문을 바꿀 기회가 있다. 바꾸겠는가? 바꾸지 않겠는가.

선택의 이유를 설명하라.(서술형, 5점)

유원은 괴상한 문제를 노려보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윽고 무릎을 치며 답을 적어 내렸다.

문제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저놈들 뭐 부정행위를 한다고 해도 제대로 풀 수 있을까.

쪽지시험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들인데.

수학의 비중이 매우 높았고, 땅의 면적을 구하는 문제, 상업과 목축, 광업에 관한 문제, 시사를 묻는 문제 등 상당히 실무적이며 현실적인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어찌저찌 풀어낸 그가 한숨을 내쉬며 드디어 마지막 문제를 펼쳤다.

그리고는 숨을 삼켰다.

맹자의 성선설을 비판하라(서술형, 25점).

숨이 턱 막히는 출제문제는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노골적인 성상의 의도가 읽혀졌으나, 감히 저항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문제를 보자마자 답이 저절로 떠오르는 것은 운명의 장난인가.

유원이 눈을 질끈 감고 세필에 먹물을 적셨다.

‘소신이 생각하건대...’

유원은 아직 대접의 모래가 삼분의 일이나 남아있음에도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문제지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갔다.

감독관이 그의 답안지를 챙겼다.

고개를 숙이고 물러나려 할 때, 그의 앞에서 누군가 손짓했다.

가까이 오라는 뜻인 줄 알고 다가가니 그 키 큰 사내가 말했다.

“비키라는 말이었다.”

관복들을 제대로 갖추어 입은 감독관들 옆에 혼자 평복을 입어 다른 면으로 돋보이는 그 사내는 허리춤에 찬 전통에서 화살을 뽑아 활 시위에 걸었다.

전통과 활을 대체 시험장에 왜 가져왔는지 궁금할 겨를도 없었다.

옆의 감독관이 크게 놀랐지만, 차마 말리지 못하는 것이 보였다.

‘이 무슨.’

- 쐐애액

전통에서 화살을 뽑아 시위에 걸고 쏘는 일련의 과정은 너무나도 빨라 눈으로 담기도 힘들었다.

고려의 궁술은 피냄새가 짙은 대전쟁을 겪은 기상이 아직 남아 있어 느긋하게 시위를 걸고 느릿하게 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 않았다.

속사의 기예를 보여준 장한이 쏜 살은 목표지점에 나아가 그 표적을 정확히 부수고 흙바닥에 박혔다.

“허억!”

저 멀리 숨이 멎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한창 문제지를 보느라 머리를 숙이고 있던 사람들도 갑자기 들리는 파공성과 괴상한 신음소리에 모두 고개를 치켜들며 두리번거렸다.

“모두 앞을 보라!”

감독관의 외침에 그들이 모두 앞을 보니, 활을 쏜 자는 너무나 당당하게 서 있다.

유원도 질끈 감았던 눈을 떠 보니 저 멀리 세필을 쓰고 있던 자가 화살에 맞아 부러진 세필을 들고 벌벌 떨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 누군가 했더니 그 미련한 순혈주의자 놈들의 우두머리네.

장한이 입을 열었다.

“저 자를 투옥하라.”

감독관이 대기하던 병사들을 이끌고 나아가 그의 몸을 수색하니, 과연 여러 부정행위에 관련된 물품들이 나왔다.

“첫 몸수색때 저런 자들을 거르라 하였거늘, 지켜지지 않고 있었단 말이냐.”

“소... 송구하옵니다. 폐하.”

유원은 바닥에 박을 듯이 조아리는 감독관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땅바닥에 쓰러지듯 엎드렸다.

황제라니. 이런 젠장.

시험장에 친히 행차하심은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

하긴 국자감에서 시험보는 자를 향해 화살을 쏠 수 있는 사람은 고려에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황상은 우렁우렁하게 외쳤다.

“짐의 다음 화살은 자비가 없으니, 그대들의 목숨이 아깝거든 의로움에 반하는 일을 하지 말라.”

그리고는 슬쩍 발 밑에 엎드린 유원을 보았다.

“너는 그럴 이유가 없으니 일어나라. 시험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직접 네 앞에서 네가 쓴 답을 보고싶구나.”

황상의 표정은 평온해보였지만 어딘가 의심하는 기색이 있었다.

하긴, 조금 빨리 풀었긴 하지.

햇빛을 가린 차양 아래, 자리가 만들어지고 감독관이 그의 답안지를 다시 가져왔다.

“흐음.”

황상은 객관식과 주관식의 답을 휘리릭 보며 넘겼다.

유원이 불쑥 말했다.

자신의 입을 치고 싶은 생각은 항상 저지른 후에 드는 법.

“폐하께선 문제의 답을 알고 계시옵니까?”

옆에서 감독관들이 이런 미친놈을 다 보았나 노려보았지만 황상은 피식 웃으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

“짐이 직접 출제한 문제들인데 어찌 답을 모르겠는가.”

유원은 매우 놀랐다.

문제들이 하나같이 기괴하고 참신한데, 어찌 이런 문제들을 전부 출제하셨단 말인가.

마지막 문제에 도달하여 황상은 그 길이에 놀란 듯 웃고는 답을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미간에 살짝 잡힌 주름이 괜히 무서운 것은 정상이겠지.

단지 집중하셔서 그런 걸꺼야.

“그대는 고자의 성무선무악설(性無善無惡說)을 주장하려는 것인가?”

유원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비슷하나 비슷하지 않사옵니다.”

그는 한 차례 목을 가다듬고 의복을 정돈하고는 말했다.

”제 아비의 무리는 처음 폐하께 성덕을 입어, 남만의 무리에게 해방되어 그 은혜를 아름답게 여겨 귀의한 부족의 수장이었습니다. 이는 선한 덕으로 선함이 발휘된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사람의 본성이 선한 면만 있다면, 어찌 첫 만남때 창칼을 들이밀어 곡식을 약탈하는 자들이 있겠습니까.

이로 말미암아 생각하여 본다면, 오직 본디 사람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게 태어나 오직 아무것도 쓰여지지 않은 흰 종이와 다름 없다 생각하옵니다.”

“...계속해 보거라.”

“소신은 평소 야인들의 동화 과정에 관심이 많아 이를 연구해 보았습니다. 그들은 고려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같은 철광석을 보면서도 이를 제련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사물의 본질은 같은데, 어찌 그들이 진리를 모르고 있었다는 말입니까? 이것은 의식이 경험을 통해 정련되어 오성(悟性)과 진리를 형성하는 것으로 경험이 없이는 흰 종이에 아무것도 적히지 못하는 까닭입니다.”

황상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다시금 되물었다.

”그러하면 묻겠다. 날씨가 따뜻하거나 꽃이 향기롭다는 의식은 모두가 동일할진데, 그것은 어떤 경험의 경우에는 야인들이나 고려인, 즉 가진 경험에 관계없이 같은 진리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그대가 말하는 것 중 의문이 드는 것은, 맨 처음 철광석의 제련을 알아차린 자가 있기에 옛 땅에 철기가 도래한 것인데 그 사람의 예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것은...”

둘은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찌나 길었던지, 대접의 모래가 다 내려가고 감독관들이 황상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직접 돌아다니며 시험지를 수거하고 그것을 모아 정리한 후 탁상위에 올려놓은 지 벌써 두 시진이 흐를 정도로.

어둑어둑한 하늘에서는 금방이라도 비가 떨어질 것 같았는데, 아직도 토론의 열기는 뜨거웠다.

지친 표정의 감독관들은 다리에 쥐가 나는 것을 느끼며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있었지만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불의의 방문객에 의해 그 논의는 일단락이 되었고, 유원은 감독관들과 숙위들의 눈총을 받으며 종종걸음으로 물러나야 했다.

떠나는 유원에게 상민이 말했다.

“그대가 인근에게 참으로 잘 배웠구나.”

“황공하옵나이다.”

“그래, 날이 늦었고 식사도 걸렀으니 너도 힘들터, 가서 쉬거라.”

“소신이 아직 어려 감히 폐하 앞에서 망령되게 떠들은 것을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아니다, 짐도 참 즐거웠으니 다음에도 오래 토론을 하고 싶구나.”

유원은 주변의 눈초리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는지 서둘러 나갔다.

흐뭇한 눈으로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상민의 곁에 그와 똑 닮은 사내가 다가왔다.

“부상 폐하.”

“아, 태자 왔느냐.”

태자 해준은 문 밖으로 나가는 유원의 모습을 힐끔 바라보다 아버지에게 물었다.

“어떤 토론을 하셨는지 소자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네가 좋아할 만한 토론은 아닌 듯 하구나.”

상민은 빙글거리며 웃었다.

그래도 궁금해하는 눈치라 대충 내용을 알려주니, 역시나 기겁을 한다.

“소자는 그런 쓸모없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닙니다.”

상민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놈은 어딘가에 쳐박혀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별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지, 저런 이야기만 나오면 질색을 하는데.

이는 딱히 신료들을 이끌어야 할 군주의 자질이라 보긴 힘들었으니.

“네가 황위... 아니다 되었다.”

말을 얼버무린 그는 무엇인가 떠오른 듯 큰 나무 목판을 가져오라 시켰다.

“어인 일로...?”

아직도 매사에 궁금함이 많은 준이 어깨 너머로 기웃거렸다.

“제국의 대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 불비불문(不誹不問)

큰 붓으로 단번에 한글과 한문을 같이 적은 상민이 그것을 국자감 건물의 잘 보이는 곳에 걸어놓으라 지시했다.

“소자, 신한(宸翰)의 뜻을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비방하지 아니하고, 캐묻지 아니한다.”

이 자리에서 나오는 모든 사상의 토론을 자유롭게 허가한다.

심지어 그것이 황제 자신을 비방하는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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