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새로운 바다의 신, 호이.
112. 새로운 바다의 신, 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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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던트의 자아가 생기고, 처음 인식한 곳은 푸른 바닷속이었다.
『뭐지? 나는 누구지?』
자아가 생겨난 트라이던트는 자신이 누군지 궁금해했다.
하지만 트라이던트에게 대답해줄 존재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트라이던트는 가만히 바닷속을 지켜봐야만 했다.
『너희들은 누구니? 누군데 왜 내게 다가오는 거야?』
트라이던트의 주변에는 항상 작은 물고기가 북적였는데, 이에 대해 궁금했지만, 작은 물고기들이 답해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에 대한 대답은 찾을 수 있었다.
『저들을 피해서 도망온 거구나.』
작은 물고기들이 몰리는 이유는 포식자인 큰 물고기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그의 날에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다 죽은 큰 물고기의 잔해가 많이 남겨져 있었다.
『너희들이었구나, 내가 생겨나게 한 존재들이.』
트라이던트는 작은 물고기들로 인해, 자신이 탄생하게 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
『너희들을 지켜주마.』
그렇다, 트라이던트의 역할은 수호였다.
그는 미약하지만, 자신이 가진 힘을 사용해서 작은 물고기가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보호막을 만들어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바다 생물이 모여들었고, 그럴수록 트라이던트의 미약했던 힘은 점점 더 강해졌다.
최초에 트라이던트는 약한 바다 생물의 수호자였다.
『너는 누구지? 처음 보는 존재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서, 트라이던트는 인간에 손에 건져 올려졌다.
“요, 요물이다!”
『요물?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요물이 아니라고? 그럼, 뭔데?”
『······모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요물일지도 모르겠다.』
“으음, 일단 이상한 느낌은 없으니까 요물은 아닌 거 같네. 내 이름은 라스다.”
트라이던트를 건져 올렸던 인간은 라스, 인근 섬에 사는 뱃사람이자 최초의 파트너였다.
“그런데 네 이름은 뭐야?”
『이름? 그게 뭐지?』
“그러니까 너를 부르는 말 말이야.”
『나를 불러? 모른다, 아무도 나를 부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 그러면 내가 이름을 붙여주지.”
『네가?』
“트라이던트! 생긴 것도 삼지창 모양인 게 딱 어울리는 모습이야.”
『트라이던트······?』
“어때? 마음에 들어?”
『······좋다.』
트라이던트의 이름을 지어준 존재이기도 했다.
“미친! 폭풍이야!”
이름이 지어진 직후, 우연일까? 갑자기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나를 놓지 말고 있어라.』
“응? 오오! 네가 지켜주는 거야?”
트라이던트는 라스를 가만히 둘 수 없었고, 자신의 힘을 빌려 지켜줬다.
“휴······, 죽을 뻔했네. 고맙다, 트라이던트.”
폭풍에 비하면 트라이던트의 힘이 약했지만, 수호의 특성을 띤 덕분에 라스를 겨우 살릴 수 있었다.
그때부터 트라이던트는 라스와 함께했다.
라스는 트라이던트의 힘으로 자신의 부족을 지켰다.
라스의 신비로운 힘에 부족원들은 전부 트라이던트를 숭배했다.
그렇기 시간이 지나자 점점 사람은 많이 모여들었고, 라스는 어느새 거대한 왕국의 왕이 되었다.
라스는 그 모든 공을 트라이던트에게 돌렸고, 사람들은 트라이던트를 추앙하기 시작했다.
“바다의 신이여!”
“우리를 보살피옵소서!”
이때였다.
트라이던트가 바다의 신이라 불리며, 바다의 신성이 생겨났던 시기가.
“트라이던트, 고마웠어. 앞으로도 왕국을 부탁할게.”
하지만 인간의 삶은 유한했다.
라스는 세상을 떠났고, 트라이던트는 라스의 유언대로 왕국의 수호신이 되어서 인간들의 삶을 지켜봤다.
트라이던트에게 이 시기가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자신과 라스가 만든 터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을 보는 것만으로 큰 기쁨이며 즐거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러이던트의 이러한 행복은 영원하지 않았다.
『바다의 신성이 느껴지는구나? 나에게 어울리는 물건이야.』
바로 지구에 나타난 노디소프를 만난 것이다.
노디소프는 트라이던트를 강제로 취했다.
『놔라! 내 허락 없이 나에게 손대지 마라!』
라스의 피를 이은 후손에게만 힘을 허락했던 트라이던트는 당연히 반항했다.
하지만 노디소프는 원시 바다의 신, 같은 바다의 신성이라도 명백한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트라이던트는 노디소프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멈춰라! 제발 저들은 건들지 말아줘!』
『닥치고 있어라, 고작 물건 주제에 누구한테 명령하느냐. 크크큭, 역시 제법 쓸만하구나.』
결국, 트라이던트는 자신이 사랑했던 인간을 스스로의 힘으로 전부 파괴하는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했다.
그 뒤로 트라이던트는 다시는 같은 미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앞으로는 자신의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을 존재를 원했다.
그런데 마침, 그런 존재가 눈에 확 들어왔다.
『찾았다!』
바로 호이였다.
티 없이 맑고 순수했으며, 심지어는 물에 대한 친화력도 엄청났다.
『그래, 그래. 훌륭하다.』
트라이던트는 아주 마음에 들었는지, 호이의 주변을 돌면서 살폈다.
본래 가진 힘도 강력했다, 자신의 힘을 쓰게 되면 몸에 부담이 생기는 데, 혹시 몸이 좋아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
호이는 트라이던트가 꿈꿔오던 파트너였다.
『하온? 이거 뭐야?』
『이 몸은 바다의 신, 트라이던트라고 한다.』
호이의 물음에 답한 것은 강하온이 아닌 트라이던트였다.
트라이던트는 호이가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었는지, 옆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트라이던트? 몰라.』
『그래, 모를 수도 있지. 앞으로 알아가면 된다, 그래서 말인데 나와 함께하지 않겠나?』
『함께? 안돼.』
호이는 잠시 강하온을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싫다고? 왜?』
자신이 선택만 하면 됐지, 설마 거절을 당할 지라고는 생각 못 했던 트라이던트의 창대가 심하게 흔들렸다.
당황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냥, 함께 하는 건 안 돼.』
호이는 꼬리로 물을 튕기며 말했다.
『이건 아무한테나 주는 기회가 아니다, 아주 좋은 기회야. 그러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트라이던트는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호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흥미롭게 보는 이가 있었다.
“신창인가?”
바로 은순이였다.
은순이는 단번에 트라이던트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맞아, 그런데 스스로를 바다의 신이라고 생각하는 좀 특이한 싱창이기는 하지.』
“판게아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강하네.”
그녀는 강하온과 달리, 과거에 판게아에서 한 번 신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막 신검이 되었고, 신에게 끌려가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와 달리, 트라이던트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엄청났다.
신창이라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말한 대로 바다의 신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욱 어울리는 힘이었다.
이러한 힘의 근원은 노디소프 영향 때문이었다.
오랜 시간 노디소프의 무기로 있으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힘이 스며든 것이다.
『신창?』
강하온과 은순이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바오였다.
바오도 실제로 신이 된 물건을 본 적은 없지만, 들어 본 적은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물건을 손에 넣으면 신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하온, 내가 저 신창을 가져도 되나?』
바오는 은근히 기대하며 강하온에게 물었다.
안 그래도 창을 사용하는 그로서는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뭐, 선택을 받는다면.”
『선택?』
“그래, 저 창이 너를 파트너로 선택하면 가능한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강하온은 트라이던트와 한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파트너 선택은 트라이던트의 몫이었다.
『······끄응.』
바오는 앓는 소리는 냈다.
누가 봐도 트라이던트는 호이한테 관심이 있었다.
자신을 강제하지 않는 이상, 선택을 받을 리가 없었다.
바오는 곧바로 신창을 포기했다, 괜히 기대했다 실망하기 싫었다.
『나랑 함께하면 ······할 수 있다.』
『진짜?』
그때, 트라이던트가 조용히 뭘 말하자, 호이는 눈을 크게 뜨고는 관심을 가졌다.
『당연히 진짜다, 이 몸은 거짓을 절대 말하지 않는다.』
『나 할래!』
뭔 말을 했는지, 한사코 거절하던 호이는 갑자기 생각을 바꿨다.
『그래, 잘 생각했다. 이건 다시 말하지만 엄청난 기······.』
『빨리해줘!』
트라이던트는 자기 뜻대로 된 것이 기뻐서 생색을 내려고 했지만, 호이는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는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트라이던트가 누구인가, 오랜 기간 왕국의 수호신으로 지내온 존재였다.
자연스레 가르침을 내리는 존재였고, 그 말은 즉, 꼰대라는 말이었다.
『남이 말을 할 때는 다 듣고 얘기······.』
『빨리!』
하지만 호이한테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았다.
『······알았다.』
결국, 트라이던트는 호이한테 한 수 접어주고 호이에게 힘을 전해줬다.
돌로 된 삼지창은 그대로 호이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고, 호이의 몸에서는 눈 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아빠······.”
나래는 걱정이 되는지, 강하온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괜찮아, 별일 없을 거야.”
강하온은 그런 나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안심시켰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호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
드러난 모습에 다들 멈칫했다.
조금 전까지도 작은 덩치는 아니었지만, 그대로 위협감을 느끼는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바뀐 모습은 그러지 않았다.
몸길이가 최소 20M는 넘어갔으며, 기본적으로 덩치가 커졌다.
아직 귀여운 얼굴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돌고래의 모습은 남아 있지 않았다.
완벽한 해룡, 바다의 신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호이의 변화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번쩍-!
다시 한번 빛이 뿜어져 나왔고, 빛이 사라진 자리에는 달라진 호이가 있었다.
호이를 본 나래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호이가 예쁜 언니가 됐어!”
나래의 말대로 호이의 모습은 예쁜 언니로 변해 있었다.
푸른 눈동자와 긴 웨이브 머리, 새하얀 피부, 거기에 슈퍼 모델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육감적인 몸매.
바다의 여신이라는 말이 절로 연상됐다.
“됐어!”
호이는 바닷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좋아했다.
인간으로 모습으로 변하는 것, 이것이 호이가 트라이던트의 파트너가 된 이유였다.
호이는 원래 인간이 되고 싶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고 강하온과 나래의 곁에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온!”
호이는 강하온과 나래, 레아가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
“······.”
모두가 놀라 있을 때, 은순이는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현재 호이의 몸에는 목에 걸린 헤어 밴드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딱-!
은순이가 손가락을 튕겼고, 호이는 잠시 멈칫했다.
그리고 호이의 몸에는 머리카락처럼 푸른색의 드레스가 입혀져 있었다.
“옷은 입고 다녀라.”
“헤헤, 고마워!”
호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강하온과 아이들에게 웃으면서 달려가 안겼다.
“후······.”
은순이는 그런 호이와 레아, 레이나를 차례대로 한 번씩 훑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은 어떠한 진전도 없었는데, 점점 경쟁자만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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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과 노디소프와의 전투가 있었던 북극 바다의 상공 위에 빛이 번쩍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존재, 특유의 문양이 박혀 있는 순백의 로브.
빛의 교단이었다.
“······노디소프라고 하지만 이렇게 가볍게 처리할 줄이야.”
교단의 존재는 잠시 중얼거리더니, 바닷물이 있는 곳까지 내려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바닷물이 일렁거리더니, 붉은 액체가 조금 솟구쳐 올랐다.
강하온이 시신을 챙기기 전, 일부 떨어졌던 노디소프의 피였다.
“······.”
그렇게 노디소프의 피를 병에 옮긴 교단의 존재는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빛과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