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달라진 드라쿨
113. 달라진 드라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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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동영상 공유 플랫폼, 너튜브.
너튜브의 하나의 영상이 올라왔다.
『신이 강림했다.』
미친 소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제목의 5분도 채 되지 않은 영상.
하지만 영상은 올린 지 10분 만에 1억 조회수라는 말도 안 되는 기록을 세워버렸다.
게다가 1시간이 지났을 시점, 영상은 이미 10억 뷰를 넘어가고 있었다.
노디소프가 깨어나 빙하를 부순 시점부터, 강하온이 노디소프의 목을 간단히 베어버리는 영상.
세계를 몇 번이나 위기에서 구한 강하온을 추종하는 해커 집단에서 위성을 해킹에 올린 영상이었다.
-이거 진짜임?
-아니 애초에 빙하가 전부 부서졌던 거 실화?
-그것보다 빙하를 다시 만드는 게 가능한 거야?
-주작이네.
-ㅇㅈ, 당연히 주작이지 또 속냐?
-주작 맞음? 저기 영상에 나오는 사람 강하온이잖아.
-하온님! 그분이야말로 신이다!
커뮤니티 사이에서는 영상의 사실 여부 확인으로 뜨거워졌다.
그도 그럴 게, 강하온이 지구를 구했다고 해도 모두가 강하온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은 로봇이 아니었고, 그로 인해 독자적인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은 단번에 종식됐다.
『영상은 미국의 위성으로 찍힌 것이 맞으며, 모두 사실입니다.』
미국 중앙 정보국, 통칭 CIA에서 공식적인 발표를 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 CIA의 개인적인 의견이 아닌, 미국이라는 국가의 의견이라는 말이었다. 미국의 인정 이후, 기다렸다는 듯 다른 국가들도 앞다투어 영상을 공개하며 강하온의 활약은 인정했다.
그렇게 강하온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각인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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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앙 정보국, CIA의 국장실.
그 안에는 두 명의 남녀가 있었다.
의자에 앉은 백발이 멋들어지게 자란 중년은 국장 로버트였고, 금발의 안경을 쓴 지적인 여자는 로즈, 중앙 정보국의 최연소 부장이었다.
“국장님, 이거 맞는 겁니까?”
로즈는 떨떠름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평소 감정표현이 적은 그녀가 이렇다는 건, 그만큼 그녀가 혼란스럽다는 거였다.
“뭐가?”
반면에 국장 로버트는 아주 평온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강하온이요.”
“강하온이 아니고, 강하온 님, 아니 신님이라고 해야 하나? 실수로라도 밖에서 잘못 말했다가는 돌 맞아 죽기 십상이니까 자네도 조심해, 사실 그거 말고도 실제 우리 인류를 몇 번이나 구해주신 분이기도 하고.”
로즈의 표정은 진지했지만, 로버트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국장님! 제가 장난 치는 걸로 보이세요!”
그 모습에 로즈가 인상을 찌푸리며, 언성을 높였다.
그 순간, 로버트의 미소가 싹 사라졌다.
“로즈, 자네가 볼 때는 나는 장난 치는 거 같나?”
로버트 칼리, 그는 18살의 나이에 특채로 CIA에 들어온 후, 40년 동안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전부 겪으면서 버텨온 CIA의 신화였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엄청난 위압감을 뿜어냈다.
“······죄송합니다.”
정신이 번쩍 든 로즈는 곧바로 사과했다.
너무 흥분해서 한 행동이지만, 지금 자신이 한 행동은 명백하게 하극상이었다.
“후······.”
그 모습에 괜히 마음이 불편해진 로버트는 한 쉼을 내쉬고는 힘을 갈무리했다.
“지금 자네가 걱정하는 것은 강하온의 영향력이 너무 커진다는 건가?”
“······네.”
로즈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없었다.
불과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전 세계는 강하온에게 열광하고 있었다.
실제로 로버트가 장난처럼 말한 대로, 지금 밖에서 강하온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드러내면 돌을 맞을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강하온이 보여준 모습은 기적이었다.
아니, 신의 권능이었다.
그 때문에 강하온을 추종하는 집단이 생겨났으며, 그들은 강하온을 신으로 추앙했다.
그리고 이러한 일은 미국이 인정하면서 가속화됐다.
“그러라고 한 것이야.”
“네?”
예상하지 못한 로버트의 말에 로즈는 눈을 크게 떴다.
“한국의 여수에 나타났던 코드 제로, 거기에 최근에 세계 곳곳에 등장했던 SSS급 게이트까지, 과연 지구의 전력으로 막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나?”
“······”
로즈는 대답하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대답이 됐다.
그녀의 생각도 로버트와 같았다.
절대 불가, 숨겨진 모든 전력을 사용한다고 해도 SSS급 게이트를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러는 걸세, 강하온. 그는 인류의 신이 되어야만 하네, 그래서 우리 인류를 지켜줘야 하네. 그게 인류가 종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아······.”
로즈는 그제야 로버트 국장, 아니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이런 선택을 한 지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 행동은 했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
로버트는 뒤를 돌아 창밖으로 보이는 도시를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인류의 운명은 강하온이라는 한 사람의 손바닥에 있었고, 그의 변덕에 인류는 사라질 수도 있다는 상황이 우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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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강하온을 신으로 추앙하며 열광하고 있을 때, 정작 당사자인 강하온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는 판게아의 드워프 가구장인이 만든 의자에 앉아서 호이와 나래, 레아가 즐겁게 물놀이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호이가 엄마 같아.”
“엄마 같아?”
“헤헤, 간지러워.”
강하온은 셋이 노는 모습을 보고 웃었다.
“덩치만 커졌지, 아직 애네.”
호이는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육체는 성장했지만, 정신은 그대로였다.
그 때문에 분명 셋이서 노는 모습은 언반란스 하면서도 묘하게 잘 어울렸다.
“······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
“······맞아요.”
그때, 옆에서 은순이와 레이나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애들 노는 걸 보지, 뭘 봐.”
“······.”
“······.”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강하온의 대답에 은순이와 레이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물놀이도 안 할 거면서 옷은 왜 갈아입은 거야?”
강하온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둘의 옷차림은 언제 갈아입었는지 비키니 차림으로 바뀌어 있었다.
“······물놀이할 생각이었어!”
“저, 저도요······.”
은순이는 발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이나는 힘없이 말하며 은순이라 따라 일어났다.
그렇게 둘은 호이와 두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
오래간만에 평온하게 모래찜질을 하던 바오는 강하온을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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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쿨은 혼자서 집에 남기만을 기다렸다.
피의 신, 블미르의 힘을 흡수하려고 하는데 괜히 방해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하온 일행이 놀러 가면서, 드디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생겼다.
“오늘 나는 새로 태어난다.”
드라쿨은 오늘이 블미르의 힘을 흡수할 날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해가 쨍쨍 떠 있는 낮임에도 불구하고 깨어 있는 이유였다.
툭-!
드라쿨은 아공간에 고이 넣어뒀던 블미르의 시신을 꺼냈다.
바로 아공간에 넣어놔서 그런지, 아직도 몸이 뜨끈뜨끈했다.
피가 굳지 않은 것이다.
“······.”
기쁜 마음으로 흡혈을 하려 했던 드라쿨은 멈칫했다.
블미르의 얼굴을 보니, 블미르한테 맞아 죽을 뻔했던 기억이 떠오르자 짜증이 솟구쳤다.
“개 같은 놈,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드라쿨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이제는 죽은 블미르의 뺨을 때렸다.
이 정도는 해줘야 기분이 풀릴 거 같았다.
짝-!
경쾌한 소리가 들리자,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기분이었다.
짝-! 짝-!
드라쿨은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그 뒤로도 몇 번 더 때렸다.
“깜짝이야!”
하지만 사후경직으로 순간적으로 블미르의 팔이 멈추는 것을 보고는 멈췄다.
“후······.”
잠시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블미리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쑤셔넣었다.
‘다행히 하온 같이 무식하지는 않네.’
송곳니가 조금 뻑뻑하기는 했지만, 전생에 강하온처럼 피부조차 제대로 못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잠시 후, 드라쿨의 송곳니는 완전히 블미르의 경동맥을 뚫고 들어갔다.
본격적인 흡혈이 시작되자, 블미르의 피부가 급격하게 푸석해지기 시작했다.
‘하온의 피와는 다르군.’
흡혈하는 드라쿨은 피에 담긴 힘을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강하온의 피보다는 못했다.
강하온의 피는 단 한 방울에서도 절대적인 강함을 느낄 수 있었지만, 블미르의 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 않거나 못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황홀하군.’
강하온의 피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그가 먹은 어떠한 피보다도 맛있고 강한 힘을 가졌다.
심지어는 그를 뱀파이어로 만들어준 드래곤의 피보다도 말이다.
몸 곳곳 퍼지는 블미르의 피, 드라쿨은 실시간으로 신체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블미르의 힘은 뱀파이어인 몸 자체를 진화시켜주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드라쿨은 달라짐을 만끽하며 흡혈에 더욱 속도를 냈다.
그러자 블미르의 몸이 미라처럼 말라가기 시작했다.
“흐어억!”
그 과정에도 블미르의 시신이 고통스러운 소리를 냈다.
살아 있는 것이 아닌, 신체 자체가 자연스레 반응하는 소리였다.
‘오랜만에 듣는 기분 좋은 소리군.’
드라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몸속에 수분이 빠지면서 반사적으로 나오는 소리, 드라쿨이 제일 좋아하는 소리였다.
진정한 육신의 죽음을 알리는 카운트 다운이었기 때문이다.
소리가 난 후, 정확히 다섯이라는 숫자를 세면 대상의 몸에는 한 방울의 피도 남지 않았다.
툭-!
말라 비틀어진 블미르의 시신이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피의 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크하하하!”
드라쿨은 몸속을 가득 채운 힘을 만끽하며 광소를 터트렸다.
그는 자신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화르륵-!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그의 혈기과 불처럼 피어올랐다.
전보다 한층 짙어진 붉은 혈기, 전하고 같은 혈기지만 전혀 다른 힘을 품고 있었다.
게다가 혈기에서는 피의 신성까지 느껴졌디.
블미르만큼 강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혈기에서 느껴지는 분명히 피의 신성이 담겨 있었다.
“내가 피의 신! 드라쿨이다!”
드라쿨은 자신이 초월자의 격을 부수고,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드디어 다시 서열을 정리할 때가 왔구나.”
강력한 힘을 얻은 드라쿨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은 그간의 서러움을 푸는 것이었다.
“일단 강하온은 제외.”
드라쿨은 바보가 아니었다.
고작 이런 힘을 얻었다고 강하온에게 덤빌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강하온의 곁에 더욱 붙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해진 만큼,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피의 신이 된 그에게 강하온의 피 한 방울은 절대적인 보물이었다.
“나래, 레아도 제외.”
당연히 두 아이도 제외다.
괜히 건드렸다가는 강하온의 분노를 받는 수가, 아니 받았다.
그리고 둘 에게는 악감정이 없었다.
오히려 고마웠다, 덕분에 블미르한테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니까.
“얼음 마녀도 제외······.”
은순이도 제외였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은순이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그 인간 계집도 당연히 제외고.”
레이나는 자연스럽게 제외가 됐다.
애초에 자신이 더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다면 남는 상대는 하나였다.
“죽통밥!”
바로 바오였다.
그는 사실 바오만 이기면 됐다.
그가 서열에 집착하게 된 것은 전부 바오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확실히 내 밑에 꿇려주마.”
드라쿨은 바오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아공간에 있는 블러드 슬라임의 잔해를 꺼냈다.
그리고는 새로 얻은 신의 힘을 사용해서 녀석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