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 노디소프와 트라이던트
111. 노디소프와 트라이던트
#
바다의 신, 노디소프.
그는 가이아에 의해서 잠든 열 명의 악신 중 가장 약했다.
그의 힘이 약해서? 아니다.
바다, 거대한 자연의 힘을 타고난 노디소프의 힘은 원시의 존재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그가 열 명의 악신 중 가장 약했던 이유에는 성격에 있었다.
애초에 너무 강한 힘을 타고나서였을까? 노디소프는 지나칠 정도로 오만했다.
이러한 성격을 그를 게으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노디소프가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존재감만으로 지구를 멸망시킬 정도로 강했다.
실제로 노디소프가 깨어난 직후, 전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종말이 찾아왔다!”
인류의 종말, 이러한 말은 아주 먼 과거부터 현대까지, 주기적으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인류는 종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전 세계의 인류는 오늘, 지구가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한순간에 사라진 북극의 빙하, 그로 인해 생겨나는 추가 피해들.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인류의 종말은 예정된 사항이었다.
“강한 녀석이네.”
하지만 모두가 상황을 절망적으로만 본 것은 아니다.
모든 인류가 이런 상황을 절망적으로만 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기는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은 강하온이었다.
거대하면서도 거친 힘, 블미르와 묘하게 닮은 느낌을 주는 힘에 강하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좋은 경험치가 되겠어.”
지금 느껴지는 노디소프의 힘은 블미르보다 강했다.
그 말은 더 많은 경험치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잠시 갔다 올게, 애들 좀 부탁해.”
강하온은 은순이와 바오한테 애들을 맡기고 노디소프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저 녀석이군.”
강하온은 노디소프의 힘이 느껴지는 북극에 도착했고, 단번에 노디소프를 발견했다.
“누가 봐도 바다의 신이야.”
바다를 연상케 하는 푸른 머리와 눈동자, 탄탄한 근육, 거기에 푸른 비늘로 만든 갑주와 거대한 삼지창,
노디소프는 바다의 신이 절로 떠오르는 외모였다.
『가이아! 당장 모습을 드러내란 말이······응?』
사방에 물회오리를 소환하며 분노를 표출하던 노디소프는 강하온의 기척을 느꼈는지, 행동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네놈이······.』
하지만 그게 노디소프의 마지막이었다.
그의 머리는 몸과 분리되어 떨어지고 있었고,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생겨 있었다.
『······』
떨어지는 노디소프의 얼굴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 지어져 있었다. 그의 시선에는 날카로운 검을 든 강하온의 모습이 보였다.
창조주가 직접 빚은 원시의 신, 누구보다 넓고 깊은 바다를 상징하던 존재치고는 허무한 최후였다.
“그때 그 녀석도 그랬지만, 이 새끼도 버릇이 없는 건 똑같네. 어디서 다짜고짜 반말이야? 그 시온이라는 곳에서는 예의라는 게 없나? 내가 몇 살인 줄 알고.”
강하온은 어이없다는 듯 떨어지는 노디소프의 시신을 보면서 아공간에 챙겼다.
그래도 금방 그의 표정이 풀렸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응? 얘는 왜 이래?”
강하온은 나 홀로 허공에 떠 있는 노디소프의 삼지창을 봤다.
시신과 함께 넣으려고 했더니, 혼자만 빠져나와 있었다.
『그곳은 싫다!』
그리고 강하온한테 의념이 들려왔다.
“뭐야? 자아를 가진 신물이었나?”
『아니다! 이 몸은 트라이던트! 바다의 신이다!』
“뭐? 바다의 신?”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바다의 신이다.』
“그래? 그럼, 너도 죽여, 아니 부셔야겠네. 내가 깨어난 악신을 죽여야 하거든.”
강하온은 순식간에 트라이던트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잡은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끄아악! 잠깐! 멈춰라! 나는 악신이 아니다!』
트라이던트는 고통스러워하며 다급하게 강하온을 멈춰 세웠다.
“뭐지? 설마, 바다의 신이라고 한 말이 거짓은 아니겠지? 참고로 나는 거짓말을 무지 싫어한다.”
강하온은 잠시 손에서 힘을 빼고는 트라이던트한테 시간을 줬다.
『거, 거짓말은 무슨!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아까 노디소프 같은 악신은 아니지만, 바다의 신은 맞다! 나는 지구 바다의 신이다!』
트라이던트는 진실을 말했지만,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조금 전,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자신했던 트라이던트는 진짜 부서질 수도 있는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지구 바다의 신? 자세히 말해봐.”『드디어 내 말을 믿어주는구나? 그러니까 이건 오래된 이야기다, 어디에서나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니까 잘 들을라······아악!』
강하온이 믿어줬다는 생각에 당당하게 말하려던 트라이던트는 비명을 질렀다.
강하온이 다시 손아귀에 힘을 줬기 때문이다.
“사설이 길어, 짧게 세줄 요약해.”
『아, 알았다.』
트라이던트의 목소리는 조금 전과 달리, 자신감이 확 줄어들었다.
“빨리 말 안 해?”
『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지구에 있는 생물들이 바다에 가지는 염원으로 탄생한 신이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노디스프가 나를 발견하더니 강제로 취했고, 그로 인해서 노디프스 녀석에게 잡혀 있었다. 되었나?』
트라이던트는 요약을 잘 해내고,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 잘 했다. 아주 잘 설명했어.”
강하온은 트라이던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신은 아니고 신검, 아니 창이니까 신창이라고 해야겠네. 바다의 힘을 담은 신창.”
신이 되는 방법은 여러 방법이 있었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방법은 신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신과 신의 자식으로, 쉽게 말하면 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직접 깨달음을 얻으면 된다.
현재 강하온이 육신의 탈을 벗게 되면 이룰 수 있다.
마지막 방법은 바로 여러 생명체의 염원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마지막 방법으로 탄생한 신이 트라이던트였다.
종을 초월한 영물이 누군가의 염원으로 인해 신수로 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물론, 신수와 달리 물건이 신이 되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일단 부서질 위험이 너무 많았고, 자신이 주체가 아니라는 점이 컸다.
보통 용사가 활약하면, 검을 숭배하기보다는 용사를 숭배한다.
이러다 보니 물건이 염원으로 신성을 얻는 것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강하온 역시, 실제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가 가진 검에도 약간의 자아가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강하온의 마나와 의지로 인해 생겨난 것이었다.
‘저 생김새 때문에 숭배를 받은 건가?’
강하온은 듣지는 못했지만, 한가지 상황을 가정할 수 있었다.
현재 트라이던트의 모습은 날카로운 절세의 창이 아닌, 돌로 이루어진 어설픈 삼지창 형태였다.
우연한 결과로 저런 모습의 형태를 이루었고, 그 모습을 본 생명체들이 숭배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 뒤로 바다의 신성이 생겼고, 유일하게 바다의 신성을 가진 트라이던트에게 모든 염원이 이어줬을 확률이 높았다.
『응? 이 몸은 신이다, 신창이나 그런 것이 아니야.』
트라이던트는 강하온의 말을 듣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금 전 당한 것이 있어서 그런지, 목소리는 소심했다.
“알아, 신이지. 대신 신의 종류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뿐이다.”
『그런가? 그렇다면 알았다.』
“그런데 말하고 싶은 게 뭐야?”
『······알고 있었나?』
트라이던트가 멈칫하며 말했다.
“응? 그게 뭔 대단한 비밀이야? 그냥 아공간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니까 말하고 싶은 게 있나 싶어서 말한 건데?”
『그럴 수도 있군.』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고 그런 거야, 그래서 말 하고 싶은 게 뭐야?”
『나와 함께 바다의 신이 되어줄 존재를 찾아주길 바란다.』
“뭐?”
트라이던트는 힘없는 목소리고 말했다.
『이 몸은 강하지만, 혼자서는 너무 나약하다······.』
물건에 신성이 담긴 존재들의 특징이었다.
강한 힘을 가진 것은 분명하나, 혼자서 그 힘을 내는 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같이 힘을 사용해줄 사용자가 필요했다.
『이대로 그냥 있다가는 또 노디소프 같은 나쁜 놈한테 이용당할지도 모른다.』
트라이던트가 이러는 것은 과거의 기억 때문이었다.
아주 오래전, 노디소프가 지구로 찾아왔을 때다.
트라이던트를 발견한 노디소프는 괜찮은 무기가 생겼다고 강제로 취했고, 그때부터 트라이던트한테는 악몽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자신을 숭배했던 대상을 자신의 힘을 사용해서 전부 공격했기 때문이다.
가이아가 빠르게 움직인 덕에 그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트라이던트한테는 잊히지 않는 기억이었다.
『내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누군가를 지키는 데에만 사용해 줄 그런 존재 말이다. 그런 존재를 찾아줄 수 있나?』
“알았어, 찾아주지.”
강하온은 트라이던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트라이던트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신수가 흉수가 되듯, 신창도 타락하여 흉창이 될 수 있었다.
시전자를 강제로 지배하여, 생명을 갉아 먹으면서 기생하는 방법으로 말이다.
하지만 트라이던트는 그러지 않았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신창이었고, 강하온은 이런 녀석을 좋아했다.
“조금만 기다려라, 일단 일부터 끝내고 가자.”
『알았다, 나는 기다리는 것에 익숙하다.』
강하온은 일단 이번 일부터 마무리하기 위해 움직였다.
노디소프를 처리하기는 했지만, 사후처리도 해야 했다.
녹아버린 북극의 빙하를 해결하지 않으면, 강하온에게도 피해가 오니 말이다.
딱-!
강하온은 손가락을 튕겼고, 그러자 기적이 발휘됐다.
쩌저적-!
바다에 떠다니던 빙하 조각들이 하나둘, 뭉치기 시작했다.
게다가 바다도 얼기 시작하면서 점점 거대한 빙하 덩어리로 변하고 있었다.
“으음,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
잠시 후, 북극을 가득 채운 거대한 빙하를 본 강하온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러한 빙하를 보고 좋아하는 것은 강하온뿐 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위성으로 북극을 주시하던 사람들이었다.
“이건 녹아내리기 전보다 훨씬 좋아졌는데요?”
“지금 제가 뭘 본 거죠? 강하온 헌터는 사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내려온 신이 아닐까요?”
“저런 분이 신이지, 누가 신이겠어요.”
강하온도 모르는 사이, 지구의 인류 역시 강하온을 신으로 칭송하기 시작했다.
“······야.”
모든 일을 해결하고, 나래가 있는 섬으로 이동하려 했던 강하온은 트라이던트를 불렀다.
『무슨 일이지?』
“생각해보니까 네 앞에 있잖아.”
『뭐가 말이냐?』
“네 힘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고, 누군가를 지키는 데에만 사용하는 그런 존재. 그거 나잖아.”
『······그게 뭔 말이냐?』
트라이던트는 멈칫하면서 대답했다, 게다가 창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니 불안한 거 같았다.
“애초에 네 힘을 사용할 일도 없지? 그리고 나는 지금 지구를 지키는 데 움직이고 있잖아. 거기에 다 부합되는 거 아냐? 애초에 나한테 부탁했으면 됐네.”
『······굳이 그럴 필요 있나? 너처럼 강한 인간에게 나는 하등 쓸모없다.』
트라이던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쓸데없는 핑계를 대는 것을 보니, 그냥 강하온이 싫은 것이었다.
그리고 강하온도 그것을 느꼈다.
“다음부터는 싫으면 싫다고 말해라, 거짓말하지 말고.”
『······알았다.』
트라이던트는 조용히 대답했고, 그렇게 강하온은 나래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찾았다!』
그리고 섬에 도착한 트라이던트는 뭘 발견이라도 했는지, 신난 목소리로 외쳤다.
『하온? 이거 뭐야?』
호이는 자신의 주위에 도는 트라이던트를 보면서, 강하온에게 물었다.
트라이던트가 찾은 자신의 파트너는 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