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빛의 교단
37. 빛의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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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새 멀리도 도망왔군.”
강하온이 도망간 남자를 찾는 마법을 사용해서 도착한 곳은 상당히 먼 곳이었다. 하얀 눈이 덮인 산의 정상, 그도 이곳이 정확하게 어딘지는 알 수 없지만, 얼추 히말라야산맥 중 한 곳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원래였으면 도망친 남자 앞에 바로 나타나야 했지만, 어째서인지 강하온의 앞에는 남자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강하온의 표정은 밝았다.
“제대로 찾아왔네.”
그의 앞에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강하온은 숨을 돌릴 시간도 없이, 곧바로 결계에 손을 뻗었다.
자신이 쫓아 왔다는 것을 알면, 다시 도망갈 테니까.
파지직-!
결계와 강하온의 손이 닿자, 그의 손에서는 마나 스파크가 일어났다. 결계가 허락되지 않은 자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뒤에 있는 놈인가? 제법이네.”
예상보다 강한 결계의 수준에 강하온은 내심 놀랐다.
이 정도 수준의 결계라면, 판게아에서 웬만한 성룡급 드래곤 정도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하온에게는 통할 리가 없었다.
고작 찰나의 시간을 버는 것이 전부였다.
쩌저적-! 챙그랑-!
결계에는 균열이 생겨나면서, 순식간 에 깨져버렸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오래된 신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쩐지 그쪽 냄새가 나더라니.”
강하온은 섬에서 기억을 읽은 남자의 가려진 부분의 기억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지금 눈앞에 있는 신전과 관련된 종교에 관한 기억일 것이다.
그리고 강하온은 눈앞에 있는 종교가 정상적이지 않은 것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강하온은 수상한 남자 둘한테서, 광신도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지금 신전을 보고 거의 확신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고문을 시켜서라도 본거지를 찾아내는 거였는데.”
강하온은 신전 안으로 들어가서, 바닥에 죽어 있는 남자를 확인하고 자신이 실수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원래였다면 본거지로 도망갔을 남자를 추적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실수는 수상한 놈들이 이상한 종교 집단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미친놈들은 어디를 가나 쓰는 방법이 똑같네.”
흔적을 지우는 데에는 죽음 만한 게 없었다.
판게아에서도 자신을 건드렸던, 정신 나간 종교에서 많이 봤던 놈들이었다.
목숨보다, 정신 나간 믿음이 우선인 자들을.
강하온은 살아 있는 놈한테 직접 정보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혹시 이럴 경우도 모두 염두 해뒀기 때문이다.
“네놈 같은 놈들 때문에 기억을 읽는 마법을 배운 거니까.”
강하온은 틈만 나면 이렇게 죽는 광신도들의 본거지를 찾아내기 위해서, 그의 친구인 실버 드래곤 은순이한테 기억을 읽는 마법을 머리가 깨질 듯 힘들었지만 배웠다.
그는 곧바로 죽은 남자의 머리에 손을 올려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강하온의 머릿속으로 남자의 기억들이 흘러들어왔다.
“역시 꽝이네······.”
이미 죽은 상태여서, 단편적인 기억들밖에 없었다.
정작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은 없었다.
하지만 강하온은 실망하지 않았다, 단서를 찾을 기억은 남자의 머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허공에 손을 뻗고는 그대로 주먹을 움켜줬다.
쩌저적-!
그 순간,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신전 전체에 걸려있는, 강하온이 한빛나가 사라진 게이트 앞에서도 기억을 보는 것을 방해하는 힘이었다.
방해하는 힘을 모두 제거한 강하온은 곧바로, 지금 자신이 있는 장소의 과거를 읽었다.
지잉-.
이 신전의 과거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영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신전 앞에서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강하온이 봤던 수상한 남자들과 비슷한 행색을 하고 있었다.
-빛의 신자들이여!
그리고 잠시 뒤, 신전 안쪽에 있는 재단에서 신도로 보이는 사람들과 같은 특수한 가면을 쓴 남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의 가면은 다른 사람과 같았지만, 입은 옷은 달랐다.
열두 명은 하얀 코트를 입었고, 큰 목소리로 외친 자는 금색으로 장식된 코트를 입고 있었다.
강하온은 계속해서 영상을 지켜보면서, 이 수상한 종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종교의 이름은 빛의 교단으로, 빛의 신을 숭배하는 종교였다.
그리고 한 명의 교주, 밑에는 열두 명의 사도가 존재했다.
그 외에는 전부 신도였다.
게다가 이들은 인신 공양까지 하는 미친 종교 집단이었다.
“이제 더는 없군.”
강하온은 그 뒤로도 과거의 기억을 더 찾아봤지만, 딱히 알 수 있는 정보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강하온은 지금까지 얻은 정보만으로도 만족했다.
“그 눈동자, 꼭 찾아내 주지.”
강하온은 사도 중 한 명을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찾아냈다.
그가 도착하기 전, 사도가 도망친 남자를 죽였는데, 가면 안에 그의 왼쪽 눈동자에 가면에 그려진 특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꼭 중간중간 빼 먹은 피자처럼, 삼각형 다섯 개의 꼭짓점이 중앙에 모여있는 문양이.
쿵-!
강하온은 신전을 흔적도 없이 전부 부숴버린 뒤, 텔레포트를 사용해서 조판수한테로 돌아갔다.
“오, 오셨습니까!”
안절부절 사무실을 돌아다니던 조판수는, 갑자기 나타난 강하온을 보고는 다급하게 인사를 했다.
“그래,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있다.”
“뭐든, 시켜만 주십시오!”
다시 만난 머리털과 헤어지고 싶지 않았는지, 조판수는 이등병처럼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다.
툭-!
강하온은 아공간에서 빛의 교단 신도 가면을 꺼내서 조판수의 책상 위에 던졌다.
“거기 문양 보이지?”
“이 문양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 되겠습니까?”
조판수는 강하온이 시키기도 전에, 눈치껏 상황을 보고 판단해서 대답했다.
“그래, 그리고 그 문양이 왼쪽 눈동자에 그려진 사람을 찾아봐라.”
“눈, 눈동자 말입니까? 눈 주위가 아니고 말입니까?”
조판수는 놀라서 되물었다, 눈동자 안에 저런 문양이 그려져 있다는 것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눈동자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놈들처럼 심각한 화상을 입고, 갑자기 실종되거나 완치가 된 사람이 있으면 전부 찾아봐.”
강하온은 심각한 화상을 입은 시체를 꺼내서 보여주며 말했다.
그는 사도로 추정되는 놈 말고도, 빛의 교단이라는 곳을 전부 찾아낼 생각이었다.
지금으로선 한빛나에 대한 가장 근접한 단서였으니까.
“넵! 또 시키실 일은 없으십니까?”
“있다, 닥터 드웰이라고 장하룡이 만든 사무실을 책임지는 놈이 있었다. 그 녀석이 뭔가를 거래하는 놈이 있었을 거다, 그거에 대한 정보도 알아봐라.”
“알겠습니다!”
“수고해라.”
강하온은 모든 일을 시키고, 집으로 돌아가려다 뭔가가 생각나서 조판수를 쳐다봤다.
“아, 그리고······아니다.”
뭔가를 말하려던 강하온은 말을 아꼈다.
원래는 ‘혹시 위험할지도 모르니까, 들키지 않게 조심히 조사해라’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좋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미끼로 놔두는 것도 좋겠어.’
분명, 누군가 자신들을 찾기 시작하면 제거하기 위해서 움직일 게 분명했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조판수는 좋은 미끼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위험하기는 하지만, 강하온은 그에 대한 안전장치로 마련했다.
“이거 밤낮 가리지 말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차고 다녀라.”
강하온은 조판수한테 금목걸이를 건넸다.
그냥 볼때는 평범한 금목걸이 같았지만, 이 목걸이는 아주 귀중한 아티펙트였다.
착용자가 위험한 순간이 되면, 절대 방패라는 강력한 방어 마법이 발동하며 착용자를 보호했다.
또한, 각인된 주인에게는 위험하다는 신호가 바로 전해졌다.
‘꽤 쓸만한 놈인데 죽게 둘 수 없지.’
강하온은 깍듯한 데다, 제법 일 처리를 잘하는 조판수가 마음에 들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것도 하나 더 먹어라, 그럼 더 빨리 자랄 거다.”
강하온은 그래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탈모 치료제, ‘자라나라’를 한 병 더 줬다.
“가, 감사합니다! 이 몸이 분골쇄신하도록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병을 확인한 조판수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좋은가?’
강하온은 그런 조판수의 격한 반응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탈모가 전혀 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강하온에게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강하온은 감격에 찬 표정을 하는 조판수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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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집으로 돌아온 강하온은 한숨을 내쉬었다.
절대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그는 지금 그만큼 답답했기 때문이다.
“빛나야, 미안하다······.”
한빛나를 찾는데, 그가 생각했던 시간보다 오래 걸릴 거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단서를 찾아가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한빛나를 납치해간 검은 형체에 대한 정체에 대해서 알아낸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금방 찾을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
그래도 그는, 한빛나가 살아 있다는 확신에 힘을 내자고 마음먹었다.
그때, 강하온의 눈에 나래의 스케치북이 보였다.
“응? 그러고 보니 못 봤네.”
강하온은 그제야 나래가 오늘 종일 그린 그림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래는 일기를 모두 쓰고나서 보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조판수의 연락 때문에 보지 못했다.
“어떤 그림을 그렸으려나?”
강하온은 지금이라도 보기 위해서 스케치북을 펼쳤다.
그리고 나래가 그린 그림을 확인한 강하온은 순간 멈칫했다.
스케치북에는 강하온과 한빛나, 그리고 나래와 작은 팬더 인형이 같이 소풍을 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림을 그리는 주제는 꿈이었다.
가장 원하는 것이 있으면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였다.
“잘 그렸네.”
솔직히 기술적으로는 많이 부족한 그림이었다, 나래가 또래 아이들보다 그림을 조금 잘 그리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어린아이 수준의 그림이었다.
하지만 강하온의 눈에는 나래의 그림이, 지금까지 판게아에서 봤던 그 어떠한 명화보다도 보기가 더 좋았다.
“더 힘내야겠군.”
강하온은 나래의 그림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답답했던 마음을 모두 해소했다.
그리고 더 열심히 한빛나를 찾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코오······.”
“아빠가 나래 꿈, 금방 이뤄줄게.”
강하온은 푹 잠든 나래를 한동안 바라보다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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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교단이라는 단서를 찾았지만, 강하온의 아침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일찍 일어나서 나래가 먹을 아침밥을 준비하고, 나래를 아카데미에 등교시켰다.
대신 여기서부터 달라졌다.
원래였다면 아카데미 밖에서 나래의 모습을 지켜볼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조판수만 믿고 무작정 기다릴 수 없지.”
강하온은 나래와 잠깐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시간에 ‘빛의 교단’에 대해 찾고 다녔다.
“찾는 정보는 실시간으로 나한테 보내라.”
“알겠습니다!”
강하온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정보가 있으면, 곧바로 움직였다.
텔레포트가 있는 그에게는 거리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나래의 아카데미 하교 시간이 되면, 나래를 데리러 아카데미로 갔다.
이게 강하온의 하루 일상이었다.
아직까지는 별 다른 정보를 얻을 수는 없었지만, 강하온은 이렇게 한다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강하온은 오늘도 어김없이 이집트며, 아르헨티나며, 세계 곳곳에 조금이라도 수상한 곳이 있으면 조사하고 다녔다.
“슬슬 하교시간이네.”
강하온은 시간을 보고, 나래를 데리러 ‘신화 아카데미’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그는 입구에 도착하자, 경비 조장인 김철수한테 인사했다.
매일 데리러 오고, 직접 데리러 오는 아빠는 드물어서 그런지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가 됐다.
“하온 씨 안녕, 그나저나 참 부지런해.”
“당연히 아빠로서 해야 할 알인데, 부지런은요. 그럼 파이팅입니다.”
“하온 씨 잠깐만.”
강하온은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김철수가 붙잡았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그게 어떤 여자가 하온 씨를 찾아왔던데? 그것도 아주 예쁜 여자가.”
“저를요?”
김철수의 말에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생각할 때, 자신을 찾아올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마침 저기 나오네.”
김철수는 아카데미 입구 한쪽에 있는 휴게실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김철수의 말대로 미녀라고 할 수 있는 검은 머리에 투 피스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나오고 있었다.
“누구지?”
강하온은 다가오는 여자를 보고 생각해봤지만, 전혀 기억 속에 없는 여자였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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