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정체불명의 존재
36. 정체불명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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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강하온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가 조판수한테 시킨 일은 한빛나를 납치해간 정체불명의 존재를 조사하는 거였으니까.
“······아빠 금방 갔다 올게.”
강하온은 확실히 잠든 나래를 확인하고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번쩍-!
다시 강하온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이제는 조판수의 집무실이 되어버린, 흑룡 길드의 꼭대기 층이었다.
“오, 오셨습니까!”
조판수는 강하온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이미 일어나 있는 상태로 인사를 했다.
“무슨 일이냐?”
“그, 그게 지금 연구소가 있던 섬에 갑작스러운 습격이 있었습니다.”
“연구소?”
강하온은 예상했던 한빛나의 소식이 아니라는 사실에 살짝 아쉬웠지만, 일단 조판수의 말을 듣기로 했다.
조판수를 오래 본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런 다급한 문자를 보낼 인간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네, 그······ 전에 장하룡이 따로 운영하던 그 연구소 말입니다.”
조판수는 강하온의 표정이 살짝 안 좋아진 것을 캐치하고, 혹시라도 화가 난게 아닐까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부러 강하온이 무너트린 연구소라는 말도 빼면서 말이다.
“습격한 사람이 누군데?”
“일단 영상을 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조금 전에 섬에서 상주하고 있던 길드원이 보내온 영상입니다.”
조판수는 벽 한쪽에 스크린을 켜고는 영상을 재생했다.
혹시라도 흑룡 길드가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을까 잠입시킨 길드원이 찍은 영상이었다.
영상에서는 섬을 조사하고 있는 헌터 협회 직원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별다를 것이 없는 영상이었다.
직원들은 무너진 연구소를 조사하며, 강하온의 언데드한테 죽어 나간 시체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었다.
-어! 누가 나타났습니다.
그때, 영상을 찍고 있던 길드원의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영상이 한 쪽으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검은 코트에 하얀 가면을 쓴 사람 둘이 있었다.
-당신들 누굽니까? 여기에 오시면······.
헌터 협회 직원은 수상한 두 사람의 등장에 경계하며 말했지만, 끝까지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그대로 머리가 터져나간 것이다.
-저, 전부 경계해라! 상부에 연락해!
갑작스러운 상황에 자리에 있던 헌터 협회 직원들은 남자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흡!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던 흑룡의 길드원은 놀라서 숨을 들이키며, 천천히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다.
“보, 보셨습니까? 갑자기 머리가 터졌습니다.”
조판수는 옆에서 영상을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대로 갑자기 머리가 터진 거 같았지만, 강하온의 모든 게 보였다.
‘제법 강한 놈들이네.’
둘 중에 키가 큰 사람이 주먹을 휘둘렀고, 그 여파로 머리가 터져나간 것이다.
실제로 봐야 알겠지만, 일반적으로 S급 수준은 넘어 보였다.
“그런데 이게 끝이야?”
강하온은 살짝 짜증이 난 채로 말했다. 이게 전부라면 굳이 자신한테 영상을 보여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 아닙니다! 뒤에 중요한 장면이 나옵니다.”
“······그럼 그 장면만 재생하면 되잖아.”
“아······,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놀라서 정신이 없다 보니······.”
조판수는 재빨리 사과하고는, 영상을 앞으로 재생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헌터 협회 직원 중에 S급 헌터가 있었는지, 둘을 상대로 제법 잘 버티는 모습을 보여줬다.
“여기부터입니다.”
조판수는 빨리 감던 영상을 다시 천천히 재생했다.
그 사이 영상을 찍고 있는 길드원은 꽤 멀어졌지만, 그래도 어떤 상황인지는 보였다.
헌터 협회 직원과 정체불명의 두 사람의 전투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다.
번쩍-!
그때였다, 갑자기 빛이 번쩍였고, 그 다음에는 등장한 모습을 본 강하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검은 코트를 입고 있던 남자의 모습이 한빛나를 납치해간 정체불명의 존재 같은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한빛나를 납치해간 존재는 검은색 어둠이라면, 지금 영상에 나오는 것은 하얀빛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지지직-!
그 모습을 마지막으로 기계에 무슨 오류라도 생겼는지, 영상이 끝이 났다.
“보, 보셨습니까? 아무래도 마지막에 나왔던 그 모습이 색은 다른데 하온님이 그려준 모습과 비슷해서 말입니다.”
옆에 있던 조판수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거 언제 찍힌 영상이야?”
“그, 그러니까 하온님한테 문자를 보냈을 때 도착한 영상이니까, 10분 정도 지난 거 같습니다.”
“이런 미련한 놈이 그랬으면 진작 말을 해야 했을 거 아니야!”
강하온은 잔뜩 짜증이 난 눈으로 조판수를 노려봤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너무 놀라는 바람에······.”
조판수 입장에서도 조금 억울하기는 했다.
영상 속에 나오는 헌터 협회의 직원은 그도 아는 인물이었다.
헌터 협회의 S급 헌터인 안용호, 그런 강자와 버금가는 수상한 자들이 나타났으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
강하온은 화를 내려다 참았다, 그럴 시간에 현장으로 가는 게 현명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너 조심해라, 그 약 5년마다 다시 안 먹으면 다시 다 빠지니까.”
강하온은 조판수에게 앞으로 잘하라고 경고를 해주고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자, 잘하겠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조판수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강하온이 사라진 곳을 보고는 고개를 숙이면서 큰소리로 외쳤다.
그는 다시 찾은 반쪽을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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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이 조판수의 집무실에 있던 그 시각, 서해의 무인도에서의 전투는 끝이 나고 있었다.
물론, 헌터 협회 직원들은 빛을 뒤집어쓴 거 같은 인간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처음에 그를 상대했던 S급 헌터 안용호를 제외하고는, 모든 협회 헌터는 전부 죽은 상태였다.
그리고 안용호 역시 심각한 상처를 입고 있는 상태였다.
“허억······, 네놈들······, 대체 정체가 뭐냐······.”
안용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갑자기 습격해온 존재들 보며 물었다. 한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인 그로서는 초라한 모습이었다.
“······.”
그의 말에 빛을 뒤집어쓴 인간은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동료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만, 죽여라. 닥터 드웰, 놈의 흔적을 찾는다.”
그러자 하얀 가면을 쓴 자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꼭 쇠를 긁는 것처럼 소름 끼쳤다.
“······.”
빛을 뒤집어쓴 인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안용호의 머리를 노리고 주먹을 내리쳤다.
하지만 그의 주먹은 안용호한테 닿을 수 없었다.
“······.”
빛의 인간은 자신의 주먹을 막은 검지에 당황이라도 한 듯, 빛이 일렁거렸다.
“······네놈, 누구지.”
뒤에 있던 그의 동료도 처음으로 움직이며,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경계하는 대상의 정체는 조금 전, 조판수의 집무실에서 텔레포트를 쓴 강하온이었다.
“지금부터 묻는 건 나만 한다, 지금부터 네놈들한테는 대답할 기회를 주지.”
강하온은 둘을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보며 물었다.
딸 바보 강하온은 사라지고, 판게아의 절대자 투신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
“······.”
하얀 가면을 쓴 자와 빛을 뒤집어쓴 존재는 서로 얼굴을 마주쳤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시에 양쪽으로 갈라졌다.
강하온이 범접할 수 없는 강자라는 것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이미 강하온의 눈에 든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대답할 기회를 준다고 했지, 움직여도 된다는 말은 한 적이 없는데······.”
강하온의 짜증 섞인 말이 나지막하게 들렸다. 분명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섬에 있는 모두에게 똑똑히 들렸다.
서걱-!
그와 동시에 날카로운 절삭 음이 들려왔다.
“크윽······.”
이어서 고통에 찬 신음이 들려왔다.
또한, 감싸고 있던 빛이 전부 흩어지면서, 원래 모습을 드러냈다.
“!!!”
그들은 고통에 신음할 시간도 없었다, 갑작스러운 힘으로 인해서 강하온의 앞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다시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그럴 수도 없었다.
그들의 본능이 그것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순간, 죽게 될 거라는 공포감이 자신을 옥죄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놈들은 내가 묻는 말에 대답만 한다. 앞으로 기회는 없다. 만약 대답하지 않으면 후회 속에 죽게 해주지, 하지만 원하는 대답을 바로 한다면 그냥 편하게 죽여주마.”
그들의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였다.
끔찍한 고통속에 죽거나, 편안하게 한 번에 죽거나.
“······.”
둘은 불합리한 상황임에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을 했다가는 자신이 죽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쩌억-.
강하온은 일단 둘의 얼굴부터 확인하기 위해서 가면을 벗겼다.
이마에 특이한 문양이 그려진 하얀 가면은 그대로 반으로 쪼개졌다.
그리고 가면에 가려져 있던 둘의 얼굴이 드러났다.
둘의 얼굴은 비슷하게 생겼는데, 심각한 화상을 입은 것처럼 끔찍한 모습이었다.
게다가 그런 상처는 몸 전체에 생겨 있었다.
“네놈들, 정체가 뭐지?”
강하온은 다시 한번 둘에게 물었다.
그러자 빛의 인간처럼 변했던 남자의 입에서도 거친 쇳소리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빛의······, 크윽!”
말을 하던 남자는 갑자기 눈을 까뒤집더니, 몸을 부르르 떨기시작했다.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빌어먹을 새끼가 조잡한 잔재주를 부려놨네.”
그는 재빨리 남자의 몸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강제로 머리로 온통 모이는 마나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탁-!
그러한 강하온의 모습을 본, 다른 남자는 남은 한 다리를 이용해서 재빨리 도망치기 시작했다.
번쩍-!
그리고는 마치 강하온이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빛과 함께 모습을 감췄다.
“······.”
강하온은 그 모습을 봤지만, 따라가지 않았다.
일단은 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의 마나를 억누르는 것이 먼저였다. 그냥 놔뒀다가는 남자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버릴 것이다.
그러면 아무런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잔재주가 제법이네······.”
강하온은 남자의 몸에 금제를 걸어오는 존재가 제법 강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방으로 퍼져나가려는 힘이 생각보다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는 판게아의 절대자, 투신이었다.
강하온은 사방으로 퍼져나가려는 힘을 단숨에 억제해 버렸다.
“별로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가 없군.”
강하온은 남자의 기억을 읽기 시작했고, 그의 머릿속에는 남자에 대한 모든 삶이 보였다.
하지만 기억을 읽던 강하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철두철미한 새끼군······.”
모든 기억을 읽었지만, 강하온이 얻고 싶은 정보에 대해서는 교묘하게 모든 게 지워져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남자의 몸에 금제를 건 존재가 한 짓이었다.
강하온이 알 수 있는 것은 이 정체불명의 남자들이 닥터 드웰을 만나러 왔다는 것뿐이었다. 뭔가 특수한 몸을 만들기 위해서.
“넌 내가 꼭 찾아주마.”
강하온은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아직 녀석들에게 대해 알아낼 방법이 남았기 때문이다.
탁-!
그가 손을 뻗자, 도망쳤던 남자의 다리가 그의 손에 잡혔다.
강하온은 처음 지구에 도착했던 그때처럼, 신체의 대상자를 찾는 마법을 사용했다.
번쩍-!
그렇게 강하온은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빛과 함께 사라졌다.
“대체 이게 무슨······.”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안용호는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리고 그것은 멀리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흑룡의 길드원도 마찬가지였다.
“길드장님, 대체 누구를 부르신 겁니까······.”
그는 조금 전 강하온이 보여준 절대적인 모습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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