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아빠의 도시락 클래스
35. 아빠의 도시락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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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누가 말 안 해줬어요? 도시락은 직접 싸 와야지.”
“딱 보니까, 음식도 어디 업체에서 해 온 거 같네요.”
“게다가 도시락의 뜻도 모르나 보네요.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 가져오는 거지.”
“뭐, 제대로 전달을 못 받았으니 그럴 수도 있죠. 다음부터는 조심하라고 말해야겠어요.”
처음에 놀랐던 엄마들은, 못마땅하다는 강하온을 쳐다봤다.
본인들은 최소 5층이 넘는 도시락을 싸 왔다는 건 생각 못 하는 엄마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속해서 도시락이 나오자 놀라고 있었다.
“대, 대체 도시락을 얼마나 준비해 온 거야?”
“아니, 그보다 저건 도시락이 아니잖아요.”
“왜 계속 나와요? 저, 저 봐요! 또 나오고 있어요!”
강하온의 도시락은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마르지 않고 계속 나왔다.
기다란 테이블 하나를 가득 채운 강하온은 옆에 있는 테이블마저도 가득 채우려 하고 있었다.
“교수님, 어떻게 좀 해봐요. 여기 있는 테이블 전부 다 쓰시겠어요.”
그때, 한 엄마가 한지민 교수한테 다가가서 말했다.
난생처음 보는 도시락 행진에 놀라서 황당해하고 있던 한지만 교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강하온에게 다가갔다.
“나래 아버님.”
“무슨 일이죠?”
“그게······, 다른 학부모님들도 도시락을 올리셔야 해서요.”
한지민 교수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가득 차고 있는 테이블을 보며 말했다.
“아, 잠시만요.”
강하온은 그제야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곧바로 아공간에서 지금 상황을 해결할 물건을 하나 꺼냈다.
쿵-.
강하온이 꺼낸 것은 딱 봐도 고급스러운 대형 식탁이었다.
“이걸 대신 사용하면 되겠죠?”
“네, 네. 그러시면 될 거 같아요.”
설마 테이블을 가지고 꺼낼 거라고 생각 못 했던 한지민 교수는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저 상황에서 테이블을 꺼낼 거라곤 전혀 생각도 못 했기에 멍하니 상황을 지켜봤다.
‘저런 식탁은 어디서 구하는 거지?’
‘이따가 따로 물어봐야겠네.’
‘엘레강스한 제품이네, 어디 명품이지?’
그리고 식탁을 보고도 놀라고 있었다.
그들이 보기에도 식탁이 범상치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하온이 꺼낸 식탁은 판게아 최고 가구 장인이 만든 물건이었다.
저 위에 물건을 올리는 것만으로 음식이 더 맛있게 보이는 효과는 물론, 신선도까지 유지해주는 아티펙트였다.
‘역시! 사돈은 철두철미하시다니까.’
유일하게 한 사람, 마석도만이 그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대충 이 정도면 끝이 나겠군.”
물론, 정작 이런 일을 만든 당사자인 강하온은 싸 온 도시락을 세팅하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메인은 가운데가 놔야지.”
강하온은 나래가 가장 기뻐할 도시락인 김밥은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나눴다.
“좋아하겠지?”
그는 나래가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곧 점심을 먹어야 하니까, 학부모님들도 도시락을 준비해주세요.”
멍하니 강하온을 보고 있던 학부모들은 한지민 교수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그제야 부랴부랴 도시락을 세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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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전부 밥 먹자.”
도시락 세팅이 전부 끝났던 것을 확인한 한지민 교수는 아이들을 불렀다.
“엄마!”
그러자 그림을 그리던 아이, 뛰어놀던 아이들은 자기 부모님을 찾으러 움직였다.
“아빠!”
“······.”
나래와 마하늘도 아빠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나래 아버님, 부럽네요······.”
마석도는 달려오며 환하게 웃은 나래를 보며, 진심으로 강하온을 부러워했다.
마하늘은 전혀 애교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참에 하늘이 엄마한테 부탁이라도 해봐야겠네요.”
현재 슬하에 아들만 넷이 있는 마석도는, 아내가 들었으면 기겁했을 말을 스스럼없이 뱉었다.
“아빠, 이제 도시락 볼 수 있어요?”
나래는 강하온한테 안기면서 도시락부터 물었다.
그림을 그리면서도 계속 도시락을 기대했던 거 같다.
“그럼, 아빠가 저기 다 준비해놨지.”
“빨리 보고 싶어요!”
강하온은 모든 학부모의 도시락이 세팅된 쪽을 가리켰고, 나래는 그쪽을 보고는 눈을 반짝였다.
“그런데 우리 나래, 뭘 그렇게 열심히 그렸을까?”
강하온은 나래의 손에 들린 스케치북에 관심을 가졌다.
오늘 종일, 나래가 열중해서 그렸던 그림이었다.
“안돼요!”
나래는 강하온이 궁금해하자, 곧바로 가슴 뒤쪽으로 스케치북을 숨겼다.
“아빠, 궁금한데? 보여주면 안 될까?”
“아니에요, 다하고 봐야 기부니가 좋고, 재밌어요.”
나래는 아침에 도시락을 보고 싶었을 때, 강하온이 했던 말을 기억하고는 따라서 말했다.
“알았어, 기다려야겠다.”
강하온은 그런 나래의 모습에 웃었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럼, 우리는 도시락을 먹으러 가볼까?”
“네!”
도시락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강하온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신나 있었다.
‘얼마나 좋아하려나?’
나래가 기뻐할 모습이 눈에 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강하온이 만든 도시락 길의 초입에 들어섰다.
“아빠가 만든 거에요?”
“당연하지, 아빠가 나래 위해서 만들어 준거지.”
나래는 놀란 눈으로 강하온이 만든 도시락을 봤다.
맛있는 냄새도 냄새였지만, 고급스러운 도시락통, 게다가 절대자의 감각으로 만들어낸 수준 높은 플레이팅까지.
웬만한 호텔 레스토랑 저리 가라 할 수준이었다.
“······맛있겠다.”
지금까지 새침한 표정으로 있던 마하늘도 눈을 반짝이며 입맛을 다셨다. 그만큼 강하온이 만든 음식은 보는 사람이 먹고 싶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이대로 끝이 아니지.’
강하온은 아직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었다. 나래를 데리고, 메인 요리인 김밥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나래는 김밥을 보고는 지금까지랑 다르게 제일 좋아했다.
“아빠! 바오! 바오가 있어요!”
나래는 김밥을 보고는 흥분해서 말했다.
강하온이 나래를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음식은 바로 단면이 팬더의 얼굴로 되어 있는 김밥이었다.
‘역시, 뭐든 배워놓으면 쓸모가 있단 말이지.’
강하온은 과거, 요리사로 일 할 때 알바로 잠깐씩 했던 캐릭터 김밥 알바를 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식탁 아티펙트의 효과 때문인지, 팬더는 더 생동감까지 느껴졌다.
“이야, 나래 아버님 대단하시네요. 이 정도면 음식점을 차리셔도 성공하시겠어요.”
마석도는 옆에서 음식을 보면서 감탄했다.
국밥을 원픽으로 꼽는 그였지만, 그렇다고 비싼 음식을 안 먹어본 건 아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인 그의 위치가 있으므로, 비싼 음식을 많이 대접받아봤다.
그중에서는 한 끼에 수백이 넘어가는 음식도 많았다.
그런데 그가 보기에는 강하온이 만든 음식의 수준이 그런 음식점에 비해서 부족해 보이지 않았다.
“오늘 소풍 맞죠? 무슨 음식 퀄리티가······.”
“대체 무슨 업체를 쓰길래······.”
다른 학부모들도 감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대부분이 잘사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 음식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아직도 음식을 강하온이 직접 만들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래야, 그러면 바오 김밥 좀 먹어볼까?”
강하온은 특히나 생동감을 위해서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팬더 김밥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나래는 그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허억! 바오 김밥을 먹어요?”
나래는 흔들리는 눈으로 강하온을 보면서 말했다.
지나치게 생동감이 있는 것이 문제였다.
어른의 눈으로 봐도 선뜻 먹는 것이 머뭇거려지는 팬더 얼굴이었는데, 아이, 특히 팬더를 좋아하는 나래에게는 당연히 가능할 리가 없었다.
“아니! 바오 김밥 말고, 옆에 나래가 좋아하는 까나리보나라부터 먹을까?”
강하온은 재빨리 말을 바꿨다.
그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까르보나라’를 ‘까나리보나라’라고 말하고도 모를 정도였다.
“진짜, 바오 김밥 안 먹을 거죠?”
나래는 그제야 안심했는지, 다시 물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누구를 닮았는지, 아직 눈에는 약간의 의심이 담겨있었다.
“진짜지! 바오 김밥은 나래 보여주려고 아빠가 만든 거야, 이제 다 보여줬으니까 따로 보관해야겠다. 아빠가 확실히 보관하고 있을게.”
“네!”
나래는 강하온이 다시 팬더 김밥을 아공간에 넣은 것을 보고 나서야 확실히 안심했다.
“아쉽네······.”
“······먹고 싶었는데.”
나래와 달리 아쉬워하는 두 사람도 있었다.
마석도와 마하늘 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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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풍에서 최고의 음식을 준비한 학부모는 확실히 정해졌다.
바로 강하온이었다.
아이들은 당연하다는 듯 강하온이 만든 음식에만 북적거렸고, 몇몇 엄마들은 자신이 만들어온 음식 대신에 강하온이 만든 음식을 먹었다.
이러다 보니, 그 모습을 안 좋게 보는 엄마들도 몇몇 있었다.
“영기 엄마, 이번에 확실히 말해주는 게 좋겠어요.”
“맞아요, 이번에 단단히 말해줘야겠어요. 음식은 직접, 업체를 써오면 안 된다고요.”
“그럼요, 우리도 돈이 없어서 직접 싸 오는 게 아니잖아요.”
바로, 강하온이 나타나기 전까지 소풍에서 인기가 많았던 엄마들이었다.
“가서 따끔하게 말하고 옵시다.”
저번 소풍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영기 엄마를 필두로, 다른 엄마들도 강하온이 있는 쪽으로 갔다.
“응?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나래와 밥을 먹고 있던 강하온은 갑자기 다가온 몇몇 엄마들을 보면서 물었다.
“뭐, 별거는 아니고. 잘 모르는 거 같아서 말해주려고 왔죠.”
“잘 모르는 거요? 말씀해주세요.”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아빠로서 아는 것이 당연했다.
바로 잘못을 듣고, 받아드리려는 강하온의 태도에 엄마들의 태도도 조금 누그러졌다.
“이렇게 도시락을 싸고 할 때, 저렇게 업체를 불러서 음식을 준비하고 그러면 좀 그래요.”
“맞아요, 우리도 업체를 못 불러서 직접 싸는 게 아니거든요.”
강하온은 엄마들의 말을 듣고, 뭐 때문에 그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 바로 말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저 음식들은 제가 새벽부터 직접 만든 음식입니다.”
“뭐, 뭐라고요?”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거짓말하고 그러면 안 돼요.”
“맞아요! 우리도 살림한 게 몇 년인데, 그걸 믿으라는 건가요?”
강하온의 말에 엄마들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강하온을 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강하온은 그 반응을 보고 전부 이해했다.
‘하긴, 오해할 수 있지.’
강하온이 생각해도, 저 많은 음식을 혼자서 준비했다는 건 믿기 힘들었다.
식자재 비용만 200만 원이 넘어가는 음식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오해는 손쉽게 풀렸다.
“우리 아빠가 일찍 일어나서 만들었어요!”
가만히 보고 있던 나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했다.
“나래야, 괜히 아빠를 생각해서······.”
“아니에요! 나래가 아침에 다 봤어요! 아빠가 나래 도시락 만들어줬어요!”
다른 엄마의 말에도, 나래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그래.”
그 모습에 다른 엄마들은 전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나래의 모습을 보고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믿기 힘드실 수도 있겠는데, 제가 직접 만든 거 맞습니다. 제가 과거에 요리 좀 했었거든요.”
강하온은 그런 대견한 나래를 보고 웃으면서, 다른 학부모한테 말했다.
“아, 요리사셨어요?”
“맞습니다, 나래 아버님이 직접 새벽부터 준비하셨더라고요.”
옆에 있던 마석도도 거들었다.
그제야 학부모들은 믿는 눈치였다.
“진작 말해주시지, 우리가 오해했네요.”
“맞아요, 미안해요.”
학부모들은 강하온에게 사과를 하고는 자리로 돌아갔다.
“고맙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리고 나래가 말했는데 거짓말일 리가 없죠.”
강하온은 마석도가 점점 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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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렇게 뛰어놀았으니 피곤하겠지.”
그날 밤, 나래는 피곤했는지 집에 돌아오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그럼, 나는 일기나 써볼까.”
강하온은 나래와의 추억을 남길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야, 괜히 비싼 카메라가 아니네.”
강하온은 카메라에서 인화된 사진을 보고 감탄했다.
무려 1000만 원이 넘는 대포 폴라로이드 카메라였는데, 사진이 선명하고 생동감이 넘쳤다.
강하온은 사진과 장을 본 영수증을 적고,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일기를 작성했다.
다시 만날 한빛나에게 자신과 나래의 추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띠링-!
그렇게 일기를 다 적었을 때 즈음, 그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왔다.
『하온님! 문자를 보면 지금 당장 연락해주시기 바랍니다.-머리털-』
다급한 조판수의 문자였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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