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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34화 (34/186)

34. 나래와 첫 소풍

34. 나래와 첫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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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이 어린 시절, 대부분의 또래 친구들은 소풍을 가는 걸 좋아했다.

부모님이 평소에는 자주 먹지 못했던 과자나 음료수도 사줬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신 엄마가 맛있는 도시락까지 싸줬으니 말이다.

게다가 소풍 가는 날은 특히 용돈을 잘 주시기도 했으니까.

그 때문에 강하온에게 소풍은 그리 좋은 기억은 아니었다.

고아였던 강하온에게 소풍은 부끄러웠던 날, 가기 싫었던 날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를 챙겨줄 부모님은 없었고, 그가 있던 보육원의 원장은 그리 착한 사람이 아니었다.

보육원을 나라에서 받는 지원금을 위한 수단이라고만 생각하는 쓰레기였으니까.

도시락은커녕, 김밥 한 줄 값이나 받으면 다행이었다.

그래서 강하온에게 소풍은 굶거나, 그게 아니면 도시락을 같이 먹자는 친구한테 얻어먹어서 끼니를 때우는 날이었다.

“첫 소풍이니만큼 제대로 준비해줘야겠어.”

강하온은 나래가 자신과 달리, 소풍이 엄청나게 행복한 날로 기억에 남게 해줄 생각이었다.

“나래가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이럴 시간이 없지, 지금 빨리 갔다 오자.”

미리 할 음식을 정리하려던 강하온은 잠든 나래를 보고, 재빨리 마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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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집 근처에 있는 24시간 운영하는 마트에 도착했다.

“역시, 지구는 다르네.”

판게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에, 강하온은 확실히 이곳이 지구라는 것을 실감했다.

강하온은 곧바로 마트로 들어가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일단 김밥은 필수지.”

강하온은 어릴 적, 가장 부러웠던 것이 바로 김밥이었다.

김밥 천당에서 사는 천 원짜리 김밥이 아닌, 부모님의 직접 싸서 사랑이 담긴 김밥.

한빛나가 김밥을 싸 준 적이 있기는 했지만, 강하온은 부모님이 해준 것이랑은 다른 느낌일 거로 생각했다.

비록, 자신은 다시 겪어 볼 수 없는 기분이지만, 나래한테는 확실하게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빛나한테는 항상 받기만 했네.”

강하온은 한빛나한테 밥은 해줬어도, 도시락은 해준 기억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자신은 몇 번이나 받은 기억은 있었다.

“다음에는 내가 준비할게······.”

강하온은 다짐했다.

한빛나를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는 자신이 싼 김밥을 가지고 셋이서 소풍을 가겠다고.

“그리고 조금만 기다려, 금방 찾아갈게.”

강하온은 조판수를 통해서 백방으로 한빛나에 대한 정보를 찾고 있었다. 그러니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돈 만큼 훌륭한 정보원은 없었고, 그는 조판수한테 마르지 않는 돈을 지원하고 있었으니까.

“그럼, 나래의 도시락 재료를 사러 다시 움직여볼까.”

강하온은 한빛나를 다시 만날 날을 생각하며, 기운을 내고 다시 장을 보기 시작했다.

“역시, 디저트로 과일은 필수지.”

강하온은 어린 시절, 자신이 부러워했던 도시락을 생각하며 재료를 카트에 담기 시작했다.

쇼핑은 생각보다 늦어졌고, 1시간 정도가 지나서야 계산대로 올 수가 있었다.

“······지구에는 맛있어 보이는 게 너무 많아.”

50년간 판게아에서 지냈던 강하온에게, 마트는 신문물을 보는 기분이었다.

“계산 도와드······, 많이 사셨네요.”

계산하려던 마트 직원은 강하온이 끌고 온 카트를 보고는 멈칫했다.

강호온의 뒤에 있는 카트 3개, 그곳에는 온갖 식재료로 가득 차 있었다.

“어디 피난이라도 가시나요?”

“피난은 아니고, 피크닉 갑니다.”

“네?”

“소풍이요, 내일이 딸 아이 소풍이거든요.”

“하하······, 따님이 아주 좋아하시겠어요.”

계산대 직원은 어색하게 웃으며 물건의 바코드를 찍기 시작했다.

‘무슨 딸이 50명은 되나?’

그냥 딸의 소풍을 가기 위해서 재료를 샀다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았기 때문이다.

“결제 도와드리겠습니다, 금액은······2,483,330원입니다.”

계산대 직원은 가격을 보고 살짝 멈칫했다.

마트 직원 일을 10년 넘게 해오면서, 단순히 식재료만으로 이렇게 많은 가격이 찍힌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결제는 카드로 도와드릴까요?”

“현금으로 하죠.”

강하온은 곧바로 아공간에서 현금을 꺼냈다, 그리고 남은 거스름돈은 고생한 마트 직원한테 줬다.

“감사합니다, 영수증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주세요.”

강하온은 살면서 영수증을 딱히 챙겨본 적이 없기는 했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앞으로 나래와 관련된 일은 전부 일기로 기록해야겠어.’

그는 다시 만날 한빛나를 위해서 나래와의 모든 추억을 기록해놓을 생각이었다.

강하온은 2M가 넘어가는 영수증을 받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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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는 항상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첫 소풍이 있는 날, 나래는 즐거운 마음에 일찍 잠에서 깼다.

그리고 아빠인 강하온을 깨우기 위해서 옆으로 몸을 돌렸다.

“오잉? 아빠가 없어졌어······, 아빠 어디 갔어요······.”

나래는 옆에 있어야 할 아빠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불안해했다.

“벌써 일어났네? 소풍 가는 게 기대됐나 보네.”

지금은 새벽 다섯 시였다.

강하온은 일찍 일어난 나래를 보고 피식 웃었다.

“나래, 일찍 일어났네?”

강하온은 불안해하고 있는 나래의 모습에, 나래를 불렀다.

“응?”

나래는 부엌 쪽에서 들리는 강하온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하고는 총총걸음으로 부엌으로 향했다.

“후······,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도시락을 준비하는 강하온을 보고 안심했다.

“아빠, 뭐 하고 있어요?”

안심한 나래는 강하온이 만들고 있는 게 궁금했는지, 다가가서 고개를 내밀었다.

강하온은 그런 나래의 모습에 마법으로 손을 깨끗하게 하고, 나래를 품에 안아 들었다.

“나래, 도시락 만들고 있지.”

“도시락?”

“응, 도시락이 뭔지 알아?”

“네! 엄마가 해준 적 있어요!”

나래는 한빛나가 해줬던 도시락에 대해서 좋은 기억을 가졌는지, 환하게 웃으면 말했다.

“그런데 도시락 어디에 있어요?”

나래를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이미 부엌은 전부 정리가 되어 있었고, 도시락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다 만들었지.”

“다 만들었어요?”

나래는 눈을 반짝이며 강하온을 쳐다봤다.

말은 안 했지만, 도시락을 빨리 보고 싶다는 무언의 표정이었다.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고는 단번에 파악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응, 그런데 나중에 보여줄게.”

“왜요······?”

강하온의 예상대로 나래는 도시락을 보고 싶어서 했다, 하지만 안 된다고 하자 곧바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기분도 좋고, 재밌어서?”

“기부니가 좋고, 재미가 있어요?”

나래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빨리 보고 싶은데······.’

나래는 그냥 빨리 도시락이 보고 싶었다.

“그럼, 도시락이 뭔지 궁금해서 기대하고······.”

강하온은 나래한테 왜 그런지 말을 해줬다.

그도 직접 겪어보지 못해서 모르지만, 주변에 친구들을 보면 밥을 먹기 전까지 어떤 도시락이 있을지 궁금해하는 애들이 많았다. 그렇게 점심까지 기다리고, 도시락을 열었을 때 확인하는 재미가 있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래가 기대하고 있다가,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보고 기뻐했으면 했다.

어떤 기대를 한다고 해도, 충족시켜줄 자신도 있었다.

“그러니까 나래, 기다릴 수 있어요?”

“네!”

나래는 아빠인 강하온이 자신한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강하온의 말을 믿었다.

“그럼, 아침밥부터 먹고, 소풍 갈 준비할까?”

“네! 소풍!”

두 사람은 아침을 먹으며 소풍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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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 교수가 아이들의 소풍을 준비했을 때는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단순히, 아이들이 조금 더 신나게 놀 수 있게 하려고 준비한 것뿐이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물론, 모든 학부모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학부모에게 소풍은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의 장이었다.

그것은 바로 도시락 때문이었다.

‘신화 아카데미’의 교육 방침에는 경쟁보다는 화합을 추구한다는 것 때문에, 준비해온 도시락을 전부 다 같이 나눠 먹었다.

‘신화 아카데미’가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나름의 전통이라면 전통이었다.

이때, 어떤 도시락이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은지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은근한 자존심이었다.

게다가 여기에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업체에서 도시락을 사면 안 됐고, 학부모가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야 하는 규칙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신화 아카데미’에 입학한 아이의 학부모 중에서는 유명 셰프한테 요리 수업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어린이반 학부모들은 이미 한참 전부터 도시락 준비에 열을 내고 있었다.

그렇게 소풍 당일이 다가왔다.

한지민 교수는 근처 공원이라고 했지만, 사실 크기를 보면 작은 동산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애들아, 지금부터 저기 보이는 풍경을 그림으로 그려보자.”

“네!”

한지민 교수의 말에, 아이들은 각각 자리를 잡아서 크레파스나 색연필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벌써 신경전을 시작하고 있었다.

“어머, 영기 엄마. 이번에는 힘 좀 썼나 보네?”

“힘은 무슨, 그냥 평소에 먹던 음식이나 쪼금 싸 왔죠.”

신경전을 벌이는 엄마들 뒤에는, 최소 5층 이상의 도시락 탑이 쌓여 있었다.

도시락 진심인 엄마들이었다.

“그나저나 나래 아버님은 도시락을 안 싸 오셨나 보네요.”

“아무래도 혼자 키우고 있다 보니까 좀 힘드시긴 하겠죠, 그래도 혼자서 저렇게 아이를 밝게 키우신 것을 보면 대단하네요.”

“그럼요.”

갑자기 엄마들의 시선은 강하온에게 향했다.

다른 학부모들과 달리, 빈손으로 있었기 때문이다.

‘이따가 내 도시락을 보면 놀라 자빠지겠네.’

강하온은 학부모들이 웅성거리는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빨리 점심시간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나래 아버님, 혹시 했는데 역시였네요.”

그때, 그의 곁으로 마석도가 다가오며 말을 했다.

“네?”

그 모습에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다가와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이어 하는 마석도의 행동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 와이프한테 하늘이 도시락 쌀 때, 하나 더 싸달라고 했습니다.”

마석도는 3층으로 된 도시락통 하나를 건넸다.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똑같은 도시락통 하나가 더 있었다.

강하온과 나래가 걱정돼서 하나 더 준비한 도시락이었다.

“고맙긴 한데, 나래 도시락은 싸 왔습니다.”

“아, 그런가요? 제가 괜한 오지랖을 부렸군요.”

마석도는 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생각보다 사람이 괜찮네.’

그 모습에 강하온은 마석도를 좋게 봤다.

자신에게 조건 없는 호감을 표시하는 데, 강하온도 사람인 이상 마석도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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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점심을 먹을 때가 됐다.

학부모들은 ‘아카데미’ 측에서 한쪽에 준비해놓은 곳에 도시락을 깔아 놓기 시작했다.

“나도 슬슬 꺼내야겠네.”

강하온도 아공간에서 도시락을 꺼내기 시작했다.

“!!!”

허공에서 꺼내지는 도시락을 본 학부모들은 전부 놀라서 강하온을 쳐다봤다.

그들이 놀란 것은 아공간 때문이 아니었다.

게이트와 각성자의 등장 이후, 아공간 능력을 갖춘 각성자나 아티펙트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놀란 이유는 하나였다.

“무, 무슨 도시락이 저렇게 많아······.”

“출장 뷔페 시킨 거 아니야?”

아공간에서 나오는 음식이 기다란 테이플 하나를 가득 채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하온은 계속해서 도시락을 꺼내고 있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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