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67화 (167/265)

제167화

7년 만에 돌아오는 집.

그래서 분명 낯설게 느껴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코앞에서 본 저택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매일 본 것처럼 웬지 모를 친숙함이 느껴졌다.

그 사실에 웃음을 터트린 아더가 대문을 넘었다.

쿵-!

열린 대문이 다시 닫히고, 백합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정원이 보였다.

바이에른을 상징하는 꽃들이 가득한 정원이었다.

그 광경을 잠시 지켜보던 아더가 고개를 들었다.

“모두 받들어 총-!”

거친 외침과 함께 수백 명의 군인들이 절도있는 자세로 총구를 하늘로 치켜세우고 있었다.

그 뒤에는 바이에른의 시녀와 집사.

그 외 바이에른을 지탱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맞추어 서 있었다.

“가문의 후계자를 향하여 경례-!”

다시 한번 울려 퍼진 외침과 함께 수백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명이 똑같은 자세로 무릎을 꿇으니 장관도 이런 장관이 없엇다.

그 탓에 아더가 약간 놀란 눈치로, 그 모습을 지켜볼 때였다.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오빠.”

아더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제 여동생이 있었다.

제 기억 속에 있는 아이와 달라진 그녀였지만,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는 건 아니었다.

그사실에 아더가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돌아왔어. 아이린.”

* * *

곧바로 저택으로 들어서지 않았다.

7년만에 돌아온 집을 구경하며, 천천히 거닐었다.

매일 같이 드나들던 연무장도, 거대한 광장을 연상케 하는 식당도 한번씩 들렸다.

그렇게 아더가 옛 추억을 천천히 더듬으며 저택을 구경할 때였다.

멀찍이 뒤떨어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린이 중얼거렸다.

‘저 사람이… 내 오빠라고?’

믿을 수가 없었다.

제 희미한 추억 속의 아더 바이에른은, 착하기만한 순진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사람은 그 착하고 순진한 사람과 거리가 멀었다.

지나치게 잘생긴 외모는 둘째치고, 쉽사리 범접 할 수 없는 아우라가 전신에서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 탓에 묻고 싶은 게 많은데 입술만 달싹이는 아이린이었다.

그렇게 어색한 동행만 계속 될때, 앞장서 걸어가던 아더가 돌연 멈추어섰다.

“아이린?”

“…네,네!?”

“뭘 그렇게 생각해요?”

“…….”

아더의 질문에 아이린이 당황한 표정을 억지로 감추며 대답했다.

“가벼운 고민입니다. 신경쓰지 마세요 오라버니.”

“…?”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민보다는… 날 경계하는 것 같은데?’

왜 인지 몰라도, 아이린의 눈빛에서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 탓에 아더가 자신도 모르게 뚫어져라 아이린이 바라볼 때였다.

그 시선을 느낀 아이린 움찔 놀라 질문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오라버니?”

“네?”

“그, 그… 빤히 바라보시길래.”

아더가 또 다시 눈을 끔뻑였다.

그 시선에 아이린이 어쩔 줄 몰라했다.

“…….”

잠시 바이에른 남매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 상태로 서로를 바라만 보던 때, 아더가 불쑥 고개를 숙였다.

“……!”

깜짝 놀란 아이린이 저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났다.

하지만 물러난 만큼, 아더가 다가왔다.

결국 뒷걸음질 치기를 포기한 아이린이 멈추어서자, 아더가 천천히 질문했다.

“제가 불편한가요 아이린?”

“…네?”

“저를 경계하는 것 같아서요. 혹시 제가 집으로 돌아온 게 불편한가요?’

아이린이 경악해 입을 벌렸다.

“아, 아니에요-! 제가 왜 오라버니를 불편해하겠어요!”

“…그럼 왜 그리 절 어색해하는 거에요?”

“그, 그게….”

말을 흐린 아이린이 두 입술을 꼭 다물었다.

그 모습에 아더가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봐도 날 불편해 하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반겨주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지만, 설마 불편해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아더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 때 저 멀리서 누군가 다가왔다.

“…두 분 뭐하세요?”

한 때 아더의 전속 시녀.

지금은 바이에른의 새로운 집사장 안나였다.

그녀의 등장에 아더와 아이린이 동시에 소리쳤다.

“집사장-!”

“안나!”

동시에 안나를 부른 두 사람이 똑같이 어깨를 떨었다.

그 모습에 안나가 눈을 끔뻑이며 중얼거렸다.

‘저 남매 왜 저러지?’

성별만 다를 뿐, 똑 닮은 바이에른 남매가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 * *

안나의 등장과 함께 아이린이 후다닥 도망치듯, 자리를 비웠다.

“지, 집사장도 왔으니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처리해야 할 공무가 있어서-!”

말릴 새도 없이 떠나간 그녀의 모습에 아더가 아쉬움이 담긴 탄성을 터트렸다.

그 모습을 곁눈질 하며 지켜보던 안나가 씩 미소지었다.

‘흐음…? 그렇게 된 거구만.’

7년 만에 다시 만난 남매.

긴 시간 떨어져 있었던 만큼, 아무리 친했던 사이라 할지라도 어색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눈치를 보고 있었구나… 흠. 근대 공녀가 더 부끄러움을 타는 것 같은데?’

고민하던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나이 8살 때, 아더가 사라졌다.

아직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한창 성장해야 할 시기에 자리를 비웠으니 아이린이 아더를 어색해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거기다 지금의 공녀께서는… 한창 사춘기에 시달릴 나이고.’

대충 상황을 파악한 안나가 고개를 돌렸다.

넋을 놓은 채, 아이린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아더가 보였다.

지나치게 잘생긴 것만 빼면, 어딘가 얼빵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여동생이 거리가 두는 것에 꽤나 큰 충격을 받았는지, 표정도 매우 심란했다.

그 탓에 안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우리 공자님은 특별하셔.’

그 누가 이 모습을 믿을까.

눈앞의 사내가, 수도를 넘어 제국 전체를 떠들석하게 만든 그 아더 바이에른이란 것을.

그 때 아더가 입을 열고서 중얼거렸다.

“…안나. 한 가지만 물어볼게요.”

안나가 입가에 걸린 미소를 거두며 대답했다.

“얼마든지요 공자님. 뭐가 궁금하신대요?”

“아이린… 혹시 저 싫어하나요?’

“…공녀가 공자를 싫어하냐고요?”

“네. 예전과 달리 절 멀리하는 것 같네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시무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 모습에 안나가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휴… 공자님.”

“…네?”

“공자님은 모르실 거에요. 공녀가 얼마나 공자님을 찾았는지.”

“…!”

“아마 가주님보다 훨씬 더, 공자를 찾았을 걸요? 경기까지 일으키며 울음을 터트렸으니깐.”

그녀의 말에 아더가 의아해 하며 질문했다.

“그런데 왜 지금은 저를 어색해 하는 거죠?”

“어색 할 수 밖에 없죠. 7년 만에 다시 만났으니깐.”

“…흠. 저는 딱히 그렇지 않은데요?”

“공자랑 공녀는 다르죠! 거기다 공녀가 나이가 딱 사춘기에 시달릴 나이고!’

안나의 설명에 아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사춘기라… 흠.’

듣고 보니 그럴 싸했다.

쥴리와 아이린의 나이가 비슷하니, 때마침 사춘기가 올때다.

그리고 사춘기에 빠진 소녀는 대게 예민했다.

‘그래서 날 멀리하는 거구나.’

원인은 파악한 아더가 어떻게 아이린에게 다가 갈까, 고민할때였다.

안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나중에 두 분 관계를 좀 도와 줄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공자님.”

“…정말요 안나?”

“그럼요. 마음 같아서는 조금 더 두 분 사이를 내버려두고 싶지만, 공자님이 괴로워 하시니 특별히 도와드릴게요.”

그녀의 대답에 아더가 탄성을 터트렸다.

‘7년 만에 다시 만나도 안나는 역시 친절하네.”

그 탓에 살포시 웃은 아더가 말했다.

“안나는 그대로라 좋네요.”

“…네?”

“7년 전이랑 지금이랑요. 변한게 없어서 좋아요. 제가 아는 그 모습 그대로라, 마음이 뭔가 편하네요.”

아더의 말에 안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

사실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그녀도 지금의 상황이 너무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공자님이… 어떻게 돌아오신 걸까.’

7년 전, 그를 얼마나 찾았던가.

사라진 아더를 찾기 위해 바이에른이 쏟아 부은 돈과 시간은, 가문을 휘청거리게 만들 정도였다.

허나 그런 노력을 들였음에도, 흔적은 고사하고 아무런 단서조차 찾지 못했다.

그 탓에 모두가 아더를 죽었다 생각했다.

설령 살아있다 하더라도 돌아올 수 없는 상태라 여겼다.

그런데 그 예측을 모두 깨버리고 7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바이에른이 가장 위험할 때, 헤성처럼 나타나 모두를 구원하며.

그 모습은 자신이 알던 아더 바이에른과는 괴리감이 있었고, 그래서 내색은 하지 않았을 뿐.

그녀도 아직은 아더가 많이 어색했다.

허나 아이린과 달리 그 티를 내지 않은 것은, 노련함이 있기 때문이었다.

7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는 어느사이엔가 어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어른이 된 그녀는,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했다.

안나는 가식적으로 미소지은 채, 아더를 향해 말했다.

“공자님… 슬슬 뵈러 갈까요?”

“누굴요?”

“바이에른의 가주.”

“……!”

안나의 말에 아더의 눈이 커졌다.

“요넬 바이에른… 각하. 그분께서 공자님을 많이 기다리고 계셔요.”

* * *

새하얀 침대에 한 여인이 잠들어 있었다.

“…….”

그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아더는 손을 뻗어, 그 여인의 뺨을 쓰다듬었다.

따스한 온기와 생기가 느껴졌다.

그 감촉을 느낀 아더가 중얼거렸다.

‘…살아계시구나.’

그 순간 아더의 검은 두 눈동자가 위아래로 크게 흔들렸다.

사실 수도에 들어온 뒤부터, 요넬이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를 가장 먼저 만나러 오지 않은 건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바이에른을 이야기하는 그 누구도, 아이린의 이름만 언급할 뿐 요넬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 탓에 본능적으로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 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공교롭게도 어머니가 이때쯤 돌아가셨지.’

그래서 요넬에 관한 사실을 묻지 못한 아더였다.

혹여나 제 불길한 예측이 맞아떨어졌을까봐.

하지만 다행히 제 기우였던 모양이었다.

요넬은 안색이 피리하기는 하지만, 아직 살아 있었다.

그 사실에 아더는 그간 숨겨왔던 해묵은 감정들을 모두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어머니가 왜 이렇게 된 거죠 안나?”

아더의 질문에 안나가 침착히 대답했다.

“3년 전부터, 건강이 크게 나빠지셨어요.”

“건강이요?”

“네. 그게 스트레슨지, 아니면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인지는 모르지만 깨어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계시는 시간이 점차 늘어났어요.”

그녀의 말에 아더가 눈길을 좁혔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못 밝혀냈다?”

“네… 용하다는 의원은 전부 불러보았지만, 그 누구도 가주님의 병명을 찾아내지 못하셨어요.”

아더가 요넬의 뺨을 쓰다듬던 손을 거두어들이고서 중얼거렸다.

‘흠… 뭔가 증상이 나 때랑 비슷한데?’

예전의 자신도 이랬다.

벙어리가 되었지만, 그 누구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것이 병인지, 아니면 독인지.

날고 긴다는 의원을 전부 불러보았지만 결국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 탓에 아더는 이번 요넬의 상태가 그쪽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도르문트. 그들이 또 다시 개입한 거 같은데?’

증거는 충분했다.

어젯 밤, 케인 도르문트와 싸우기 전.

파티장의 입구를 지키던 바이에른의 수호기사 하루덴은 도르문트의 첩자였다.

‘만약 안젤리나 시장님의 혈통이 아니었다면, 깜빡 속아 넘어 갔겠지.’

진실을 판단 할 수 있는 이 눈으로, 그의 정체를 다행히 간파 할 수 있었던 아더였다.

‘그 때 상황은 좋게 넘어갔지만, 다르게 보자면 수호기사까지 첩자가 되었을 정도로 가문에 쥐새끼가 많다는 거.’

그렇다면, 얼마든지 요넬을 독에 중독시킬 수 있었다.

여기까지 생각한 아더가 입꼬리를 살며시 올렸다.

‘…역시 그 때, 케인을 죽였어야 했나.’

지나간 일을 후회하고 싶지는 않은데, 요넬의 상태를 보니 잊고 있던 분노가 다시 치솟올랐다.

하지만 아더는 깊이 숨을 들어마시며, 이런 제 감정을 컨트롤했다.

‘지금은 어머니에게 집중 할 때야.’

눈빛을 빛낸 아더가 안나에게 부탁했다.

“안나. 외출 준비를 좀 해줄래요?”

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외출 준비요 공자님?”

“네. 어머니랑 같이 갈 곳이 있어요.”

“…!”

아더의 말에 경악한 안나가 입을 벌렸다.

“그,그게 무슨 소리에요 공자님!? 아픈 가주님을 대리고 외출 한다니요?”

아더가 단호히 대답했다.

“어머니를 위해서에요.”

“…네?”

“절 믿고, 외출 준비를 해주세요. 어머니를 낫게 할 방법이 있어요.”

아더의 설명에 안나가 눈을 끔뻑였다.

‘저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쓰러진 요넬을 낫게 할 방법이 있다니?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영문 모를 소리에 안나가 당황을 금치 못할 때였다.

아더는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흠… 역시 장소로 가야겠지?’

말을 흐린 아더가 씩 입꼬리를 올렷다.

‘하이넨 호수. 운디네와 처음 계약했던 그곳.’

그곳이라면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주먹을 꽉 쥔 아더가 요넬을 안아들며 말했다.

“지금 당장 출발하죠. 더 이상 어머니를 기다리게 하기는 싫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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