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작가의 미친놈-166화 (166/265)

제166화

아이린 바이에른을 호위하기 위해 파티장을 찾아왔던 바이에른의 기사와 병사들.

“바이에른 적통 후계자! 아더 바이에른 공자를 지원한다!”

그들이 뒤늦게 안나의 말을 전해 듣고서, 현장에 난입했다.

덕분에 팽팽하게 이어져 오던 균형의 추가 한쪽으로 기울였다.

“…!”

유일하게 믿고 있던 병력의 수마저 비등해져 버리니 도르문트 기사와 병사들의 사기가 눈에 띄게 저하 된 것이다.

그 광경에 도르문트의 13귀, 뱀이 인상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무슨… 이에른 기사들까지 합류한다고?’

소드마스터로 짐작되는 저 사내를 견제하기도 바쁜데, 바이에른의 기사의 합류는 치명적이었다.

‘두 가문이 데고 온 기사들의 숫자는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붙어보나 마나 이쪽의 패배.

그 탓에 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무난하게 끝날 줄 알았던 약혼식에서 이런 사고가 터지다니?

그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러다 가주님께서 죽기라도 한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

가슴팍을 베인 케인이 아직 살아있기는 하지만, 곧바로 치료를 하지 못한다면 숨이 멎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케인의 죽음은 지난 몇십 년간, 쌓아 올린 모든 것들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했다.

도르문트가 제국의 수호가문으로 불릴 수 있었던 건, 다른 누구도 아닌 케인 도르문트.

이 한 남자 때문이었으니.

그 탓에 뱀이 머리를 맹렬히 굴리기 시작할 때였다.

바이에른 기사의 합류를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레온이 중얼거렸다.

‘안나 양이 타이밍을 제대로 맞췄군.’

미리 그녀에게 언질을 주었던 것이 주효했다.

덕분에 머릿속으로 그리던 그림을 완성시킨 레온이 거칠게 소리쳤다.

“뱀-! 그만 항복하는 게 어떤가!?”

“…!?”

이 외침에 넋을 놓고 있던 뱀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레온 마드리드 황자님?”

“말 그대로네. 이 이상 전투는 두 가문의 무익. 그러니 이쯤에서 소란을 정리하는 게 어떤가?”

뱀의 입이 벌어졌다.

‘여기서 자리를 정리하자고?’

왜 이런 제안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절호의 기회였다.

케인 도르문트의 목숨이 사경을 헤매는 지금, 어떻게든 자리를 피해야 했으니깐.

그 탓에 뱀이 황급히 그렇겠노라고 대답하려던 그때 레온이 다시 소리쳤다.

“오늘 있었던 일을 도르문트와 바이에른. 두 가문 모두에게 실수가 있었던 거네!”

“…?”

“그 실수에 대한 사과로 바이에른은 도르문트에게 상황에 대한 해명을, 도르문트는 바이에른의 영지 이권과 그 외 사업장. 모든 걸 넘겨주는 걸 조건으로 자리를 마무리하는 게 어떻겠는가?”

레온의 제안에 뱀이 경악해 중얼거렸다.

‘무, 뭐!? 바이에른의 영지 이권과 그외 사업장을 자리를 파하는 조건으로 넘겨달라고?’

그런데 바이에른 측에서는 상황에 대한 해명만을 하고?

이야기만 들어보면,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었다.

이 모든 소란은, 지금 저 사내.

아더 바이에른이라 짐작되는 괴한 때문에 일어난 게 아닌가?

그런데 그 책임을, 공동으로 지고 대가로 바이에른 사업장의 권리와 이권을 넘겨달라니?

그래서 제안을 거절해야 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크윽… 저 제안은 최후통첩이다.’

만약 거절하게 되면, 저 성난 바이에른 기사와 소드마스터가 케인을 죽이려 덮칠 것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케인만큼은 살려야 했기에, 뱀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입술만 달싹였다.

그렇게 침묵이 이어지려는 찰나, 갑작스러운 장전 소리가 들렸다.

철컥-!

뱀을 비롯한 관객들이 놀라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레온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는 아더 바이에른이 보였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레온?”

이 말과 함께 아더가 방긋 웃었다.

“자리를 파하다니요? 케인을 죽일 기회를 지금 저보고 놓치란 소리예요?”

레온이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대답했다.

“…허허 이 친구. 어째 10년 만에 만나도 변한 게 없군. 그 총구를 내 머리로 들이미는 습관은 여전하구만?”

“레온이 그럴 만한 행동을 하니깐 그렇죠.”

“…다 자네 좋으라고 한 행동이야. 그러니 그 흉측한 물건 좀 내려놓는 게 어떤가?”

“거절할게요.”

아더가 눈빛을 빛냈다.

“전 여기서, 케인을 죽여야겠어요. 그러니 더 이상 입열지 말고 계세요. 방해하면 레온이라도 쏴버릴 테니깐.”

아더의 대답에 주변에 있던 귀족들의 경악을 토해냈다.

‘…이거 꿈이지?’

‘호, 황가의 일가에… 총구를 겨눴어?’

‘진짜 반란! 진짜 반란이야!’

레온 마드리드.

제국의 수도, 최고 난봉꾼이자 바람둥이.

난잡한 사생활을 자랑하는 사내기는 했지만 일단은 황가의 일족이다.

그리고 황가의 일족은, 그 어느 경우라도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아더 바이에른이라 짐작되는 사내가, 그 규칙을 깨고 황가의 일족에게 총을 겨눈 것이다.

이 일은 상황에 따라 일가를 멸할 수 있는 엄중한 범죄.

어쩌면 현장에 같아 있었단 이유만으로,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었다.

그 탓에 현장의 분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고, 그건 뱀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아더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곁눈질로 훔쳐보던 레온이 중얼거렸다.

‘흠… 우연인지 몰라도 아더의 미친 짓 덕분에 상황이 술술 풀리는군.’

아더 바이에른의 복귀식은 예상대로 화려하게 치러졌다.

하지만 이 이상 피를 본다면 복귀식이 아니라 장례식을 치러야 할지 몰랐다.

‘진짜로 케인이 이 자리에서 죽는다면… 아더가 뿐만이 아니라 바이에른 가문 전체가 멸할지도 모른다.’

영지전을 선포하지 않은 채, 상대 귀족을 죽이는 행동은 그 어떠한 경우에서도 용납되지 않았다.

만약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 경우, 제국 자체가 상황에 개입할 수 있었다.

‘죽이는 것과, 죽음까지 몰아넣는 것의 차이는 크다. 여기서 상황을 마무리 지어야 해.’

그래서 조금 전, 도르문트의 13귀.

뱀에게 제안을 했던 레온이었다.

상황을 마무리 지음과 동시에, 지난 7년간 바이에른이 빼앗겼던 이권을 되찾아 오기 위해 말이다.

‘물론 엄청난 돈과 자존심이 걸려 있어, 쉽사리 수락하지 못하겠지만….’

아더의 미친 짓 덕분에 상황이 달라졌다.

진짜 광기를 마주한 뱀이 당황을 금치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도르문트의 책사 역할을 맡고 있는 뱀도, 이런 미친놈은 처음 보는 모양이군?'

그 탓에 레온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자… 무대는 만들어졌고, 이제 아더만 설득하면 상황은 종결이다.’

생각을 끝마친 레온이 고개를 돌려 속삭였다.

“자네 마음은 이해하네. 하지만 가족을 생각해야지 아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여기서 자네가 칼을 휘두르면, 뒷수습을 할 수 없게 되네. 즉, 바이에른이 멸족할 수도 있단 뜻이지.”

“…!”

아더가 눈을 치켜뜨고, 레온이 엄중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네가 케인을 죽이려 하는 이유가 뭔가? 가족 때문이 아닌가?”

“…….”

“그런데 여기서, 자네가 칼을 휘두르면 그건 가족을 지키는 게 아니라 가족을 죽이는 걸세.”

아더가 입을 다물었다.

그와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귓가로 들려왔다.

“오빠-!!”

기절해 있던 아이린이 깨어나, 이곳으로 달려온 것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아이린?”

“오빠-!!”

“…….”

입을 다문 아더가 눈물을 흘리는 아이린과 기절한 케인.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갈등을 느낀 레온이 잽싸게 속삭였다.

“케인을 놓치는 건 아쉽지만, 이번만 기회가 있는 건 아니네.”

“…….”

“내가 다시 무대를 만들어주겠네. 반드시 약속하지. 자네는 다시 케인을 죽일 기회를 손에 넣을 거야.”

레온의 말에 아더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믿어도 되는 거에요?”

“그럼. 만약 그러지 못하면 그 때가서는 정말로 내 머리에 총알을 박아버리게.”

피식 웃음을 터트린 아더가 턱을 쓰다듬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대로 케인을 죽이면, 복수의 완성이다.

하지만 바이에른 가문은 역적으로 찍히고, 평생을 숨어다녀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케인은 놓아주자니, 이 기회가 너무 아까웠다.

그 괴리감 속에서 고민하던 아더는 곧 눈빛을 빛냈다.

‘…케인은 죽일 기회는 언제든 있어.’

하지만 무너져 버린 바이에른은 다시 재건하지 못한다.

시선을 돌린 아더가 제 뒤에 선 바이에른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되면 지금 날 도와 칼을 뽑아든 저 기사분들과도 헤어지겟지.’

만약 저들을 나서지 않았더라면 기어코 케인을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바이에른의 기사가 이 자리에 있기에, 아더는 그들을 위해 칼을 거두기로 결심했다.

그 작은 차이가 만들어낸 또 다른 상황 속에서 주변을 밝히던 달빛이 점차 사그라 들었다.

그 변화를 숨 죽여 지켜보던, 뱀의 눈이 커졌다.

“검강을… 거둬들였어?”

그와 동시에 레온이 소리쳤다.

“뱀-! 이제 선택하게!”

“…!”

“이대로 계속 싸울지, 아니면 제안을 받아들일지. 어느 쪽을 선택하건 이쪽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네!”

레온의 말에 뱀이 입을 다물었다.

“…….”

침묵한 채, 고민하던 뱀이 돌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어 대답했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황자님.”

“…!”

“지금 이 모든 일은, 황자님의 말씀처럼 우연한 사고입니다. 저희 도르문트는 바이에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뱀의 항복에 바이에른 기사들의 눈이 부릅 떠졌다.

“…!’

바이에른을 억압해오던 도르문트가 처음으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오랫동안 억압받던 바이에른이, 처음으로 도르문트를 이겼다.

그 사실에 바이에른의 기사들의 가슴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자부심 긍지 명예.

잠시나마 잊고 있던 소중한 무언가도 떠올랐다.

그 속에서 바이에른 기사들이 아더를 바라보았다.

“…….”

검은 머리칼의 사내가 당당히 도르문트 진영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흡사, 바이에른의 초대 가주와 닮았으며 전설적인 기사와도 같았다.

그 탓에 바이에른 기사들은 알 수 있었다.

충성을 맹세한 가문.

바이에른의 진정한 후계자가 돌아왔다.

그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아더 바이에른 만세-!”

“바이에른의 영광을 위하여!”

“진정한 주인이 돌아왔다-!”

그 거친 함성과 속에서 뱀과 도르문트 기사들이 패잔병처럼 물러났다.

그 광경을 넋놓고 지켜보던 귀족들이 낮은 탄성을 터트렸다.

“허….”

“도대체…이게 무슨 상황인지.”

“혹시 꿈은 아니죠? 지금 제가 보고 있는 이 장면이 말입니다.”

그와 동시에 귀족들은 마침내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였군.”

“저 미친 놈… 이 아니라 소드 마스터가가 진짜로 아더 바이에른이었어.”

“그럼 7년만에 바이에른의 적통한 후계자가 돌아왔단 건가?’

그 순간 짜릿한 전율이 귀족들의 몸을 떨게 만들었다.

도르문트가 바이에른에게 굴복했다.

사라졌던 아더 바이에른이 돌아왔다.

바이에른이 마침내 적통한 후계자를 되찾았다.

이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한데 합쳐져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잠들어 있던 사자가 돌아왔다.’

제국 최고의 가문.

바이에른이 마침내 깨어난 것이다.

* * *

수도가 충격에 휩싸였다.

“호외요 호외-!”

“엄청난 대사건이 간밤에 일어났소!”

“모두들 어서 신문을 보시오!”

길거리에 흩뿌려진 신문의 1면을 장식한 대사건에 시민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무,뭐!?”

“도, 도르문트와… 바이에른이 한 판 붙었다고?”

“그런데 도르문트가 패퇴했어!?”

바이에른과 도르문트.

제국 최고의 가문이라 불리는 두 가문의 분쟁.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놀라운데, 뒤이어 이어진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케인 도르문트 백작! 의식을 잃고 사경을 해매…]

[7년만에 돌아온 바이에른의 후계자 아더 바이에른-!]

[아더 바이에른의 정체는 소드 마스터-?]

[일기토를 벌인 아더 바이에른과 케인 도르문트! 그 결과는…]

사라졌던 바이에른의 후계자의 등장.

케인 도르문트의 패배.

두 가문의 거친 분쟁.

하나의 사건만 하더라도 제국의 수도를 떠들썩하게 할 일들인데 그 사건들이 지난 간밤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그 탓에 제국의 시민들은 입을 벌려, 놀람을 감추지 못할 때였다.

문득 떠오른 한 가지 의문이 수도 전체를 뒤덮었다.

“이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두 가문의 오랜 앙금은 제국의 시민들조차 알 정도로 유명했다.

그런 와중에 일어난 이 분쟁은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전쟁.’

그렇게 수상한 기류가, 수도 전체에 흐르기 시작했을 때였다.

걸음을 멈춘 아더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익숙한 대문, 익숙한 저택이 코앞에서 보였다.

빙그레 미소 지은 아더가 중얼거렸다.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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