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5화
바이에른과 도르문트의 약혼식에 참석한 귀족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게… 무슨.”
난데없이 나타난 괴한이 바이에른의 수호기사를 죽였다.
그것만으로도 말이 안 되는데, 이번에는 파티의 주인공.
빌 도르문트의 하나뿐인 눈알을 뽑아버렸다.
그의 신분과 지금 장소를 생각하면, 반란이 일어났다 해도 무방할 사건.
그 탓에 웃음꽃이 만개하던 파티장이 순식간에 비명과 혼란으로 뒤덮였을 때였다.
사건의 현장을 유심히 지켜보던 한 사내가 중얼거렸다.
“어? 저 사람… 그 사람이랑 닮았는데?”
“…닮았다고? 누구랑?”
“아더 바이에른!”
사내의 대답에 주변에 있던 귀족들이 눈을 치켜떴다.
“아더… 바이에른?”
“아더 바이에른? 그게 누구야?”
“그 7년 전 사라진… 바이에른 가문의 후계자 있잖아! 그 후계자랑 저 사내랑 닮았어!”
그 외침과 함께 현장의 기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검은 머리카락… 검은 눈동자. 바이에른의 상징이잖아?”
“그럼… 저 사내가 아더 바이에른이라고?”
“허어? 그게 말이 돼? 7년 전 사라진 바이에른 후계자가 왜 여기에 나타나!”
그 새로운 물결 속에서 귀족들의 시선이 아더에게로 모였을 때였다.
피를 철철 흘리며 기절한 빌 도르문트를 향해 아더가 피의 칼을 휘둘렀다.
깜짝 놀란 귀족들이 입이 벌렸을 때, 누군가 그 칼질을 막아냈다.
챙-!
케인 도르문트.
조금 전 눈알이 뽑힌 빌 도르문트의 아버지이자, 제국의 실권자였다.
그의 등장에 귀족들의 입이 다시 한번 벌어졌을 때, 마침내 마주하게 된 두 사내가 중얼거렸다.
“케인 도르문트.”
“아더 바이에른.”
서로의 이름을 부른 두 사내가 약속이라도 한 듯, 검을 움직였다.
챙-!
두 자루의 검이 엉키고 설키었다.
그 속에서 케인 도르문트가 눈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네가… 어떻게… 이 자리에 있는 거지?”
케인의 질문에 아더가 방긋 웃었다.
“질문이 이상하네요. 어떻게 있냐가 아니라, 왜 왔냐라고 물으셔야죠.”
“…뭐?”
“제가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해요, 케인 도르문트 백작.”
눈빛을 빛낸 아더가 케인을 검을 쳐냈다.
순수히 힘에서 밀린 케인의 눈이 커졌다.
그 사이 아더의 핏빛 검이 케인의 목을 겨누었다.
“당신과 도르문트 일가를 죽이기 위해서.”
“…….”
“대답은 이걸로 되었을까요?”
아더의 말에 케인이 잠시 침묵하다, 헛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고개까지 저으며 헛웃음을 터트리던 그가 제 목에 겨누어진 아더의 검을 예고 없이 쳐냈다.
상당히 묵직한 힘에 이번에는 아더가 한 발자국 물러났을 때, 케인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네가 날 죽여? 바이에른이 날 죽인다고?’
이 말과 함께 케인의 눈동자가 붉게 충혈되었다.
“살아생전 들은 농담 중에서 제일로 재미가 없고 어이가 없군.”
케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광기에 찬 그 표정을 지켜보던 아더가 중얼거렸다.
“…이걸 왜 농담으로 생각하실까?”
아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와 동시에 아더의 검은 눈동자도 붉게 충혈되었다.
케인 도르문트와 똑같이 광기에 몸을 맡긴 아더가 웃었다.
“전 진심인데요. 당신을 죽이러 돌아왔어요, 케인.”
* * *
케인은 아래에서 위로.
아더는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그었다.
챙-!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려 퍼지며, 한 수를 교환한 두 사내가 웃었다.
“하하….”
어딘가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듯한 그 웃음과 함께 두 사내의 검이 본격적으로 공방을 나누기 시작했다.
챙-!
처음에는 느릿하게, 하지만 그 속도는 검은 철마마냥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올라갔다.
그 덕에 허공이 베이고, 공기가 비명을 질렀다.
수준을 논할 수 없는 인간의 몸으로 펼치는 극한에 다다른 검무.
그 탓에 지켜보던 관객들은 검의 잔상조차 보지 못했다.
뒤늦게 아더를 제압하기 위해 난입한 기사들조차, 두 칼잡이의 공방을 보고 일순간 제 임무를 잊고 말았다.
그렇게 한순간에 수십 합을 교환한 두 사내가 나란히 자리에서 뛰어올랐다.
탁-!
아더가 달려가고, 케인이 뒤쫓았다.
관객들은 홀린 듯이 그 두 사내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챙-!
바이에른을 상징하는 백합과 도르문트를 상징하는 장미.
두 꽃으로 이루어진 정원으로 무대를 옮긴 두 사내가 또다시 쉴 새 없이 공방을 나누었다.
챙-!
내리쬐는 별빛마저도 그 두 사내의 틈에는 끼어들지 못했다.
아더 바이에른과 케인 도르문트.
지금의 이 시간 이 공간에서는 그 두 사람 밖에 서로에게 간섭하지 못했다.
그렇게 서로를 노려보며, 한참의 공방을 나누던 때.
케인이 돌연 기합을 내질렀다.
“크하하하하-!”
그 순간 케인의 검에서 검기가 치솟았다.
그의 새빨간 머리 색과도 같은 붉은 빛 검기였다.
칼잡이들의 절기를 뽑아든 케인이 광기에 차 소리쳤다.
“아더 바이에른! 아더 바이에른! 이렇게 살아 돌아와서 고맙구나!”
이 말과 함께 케인이 검기를 휘둘렀다.
깜짝 놀란, 아더가 막는 것을 포기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허나 그 틈을 놓칠 케인이 아니었다.
그는 끈질기게 아더에게 따라붙으며 소리쳤다.
“네가 돌아와서, 나는 사랑해 마지않은 내 아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고맙고 또 고맙구나!”
케인의 검을 피하던 아더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안을 다시 볼 수 있다고? 저게 무슨 소리지?’
이안은 아케인의 북부 설원에서 내 손에 죽었는데?
영문 모를 소리였지만, 깊게 고민할 수 없었다.
쉬익-!
검기를 두른 케인의 검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었다.
검기는 오로지 검기만이 상대할 수 있는 칼잡이들의 절기.
눈빛을 빛낸 아더가 가슴팍의 고리를 진동시켰다.
화아아악-!
그 순간 퍼져나간 마나가 아더의 핏빛 검에 둘러졌다.
그 이변에 케인의 눈이 치켜떠지고, 넋을 잃은 채 전투를 지켜보던 관객들이 놀라 소리쳤다.
“저, 저건-!!”
“검기!?”
“설마 저자도 5서클 이상의 칼잡이었다고-!”
그 외침과 함께 아더의 핏빛 검에 회색빛 검기가 둘러졌다.
달빛과도 비슷한 그 검기에 케인의 입이 벌어졌다.
“…뭐? 네가 검기를 다룰 줄 안다고?”
그 경악과 함께 아더의 검이 쇄도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케인이 그 검을 황급히 막아냈다.
쾅-!
핏빛과 회색빛이 흩날린다.
그 속에서 아더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왜요? 벙어리가 검기를 쓰니 놀랍나요?”
아더의 말에 케인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표정에서 느껴지는 케인의 당황한 감정에 아더가 감탄해 중얼거렸다.
‘아아… 이 남자가, 이런 표정도 다 짓네.’
하긴, 그의 입장에서는 놀라운 일일 것이다.
7년만에 다시 나타난 벙어리 아더 바이에른이 갑자기 검기를 쓸 수 있게 되었으니.
그래서 아더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이 남자를 죽이기 위해 기다려온 10년이란 시간.’
그 시간 끝에 만들어진 것은 검기가 전부가 아니었다.
생각과 함께 아더가 검을 휘둘렀다.
챙-!
케인의 검을 밀어낸 아더가 달려나갔다.
그 돌진에 두 눈을 부릅뜬 케인이 황급히 검을 치켜들었다.
챙-!
막아냈다.
하지만 한 발자국 뒤로 밀려났다.
그 탓에 케인의 표정이 다시 한번 경악으로 물들었다.
‘…내가 검으로 아더 바이에른에게 밀렸어?’
그것도 검기를 꺼내 든 상태로?
일어나서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에 당황보다는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
케인은 두 눈을 번뜩이며, 가슴팍의 고리를 거칠게 진동시켰다.
우우웅-!!
8서클.
소드마스터라는 경지를 눈앞에 둔, 칼잡이의 매서운 일격이 쇄도했다.
하지만 그 일격을 코앞에 두고도 아더는 당황하지 않았다.
챙-!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거대한 벽같이 느껴지던 그의 칼질이, 이제는 더 이상 두렵지도 무섭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 사실에 아더가 광기를 벗어던진 채, 웃었다.
“하하….”
너무나도 상쾌한 웃음소리에 주변의 관객들이 눈을 치켜떴다.
그 속에서 아더의 검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챙-! 챙! 챙-!!!
일정한 박자를 갖추지 않은 회색빛 검기가 살수가 되어 쏟아졌다.
그 형식에 벗어난 칼질에 케인이 검이 처음으로 흔들렸다.
“…크윽-!”
신음을 내뱉은 케인이, 어떻게든 전세를 역전시키기 위해 발악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벨 수 있던 자신의 검이 처음으로 말을 듣지 않았다.
몸은 물을 먹은 솜마냥 무거웠고, 손에 쥔 칼은 처음으로 낯섳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변에 케인이 버럭 화를 냈다.
“뭐냐!! 아더 바이에른!! 내게 저주라도 건 것이냐!”
그의 외침에 아더가 웃었다.
“아뇨? 제가 흑마법사도 아니고 어떻게 저주를 걸어요.”
이 말과 함께 아더의 검에서 달빛이 흩뿌려졌다.
촤아악-!
밤하늘에 떠 있는 보름달과도 같은 그 은은한 빛이 아더의 검기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이변에 관객들의 눈이 커지고, 현장에 난입하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던 기사들이 입을 벌렸다.
“…저건?”
“뭐지? 검기?”
“아니… 검기가 달빛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어.”
그 수군거림과 함께 아더가 검을 쳐올렸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란 케인이 두 손으로 검을 쥐었다.
챙-!
거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케인이 간신히 검을 붙들어 맸다.
하지만 검을 붙들어 매기만 했을 뿐, 아더의 일격까지는 막지 못했다.
파지직-!
케인의 검에 둘린 검기에 금이 갔다.
아더 바이에른의 검에 둘린 달빛이, 핏빛 검기에 구멍을 낸 것이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케인의 입이 벌어졌다.
“뭐… ? 달빛이라고?”
중얼거림과 함께 케인이 떠올렸다.
모든 칼잡이들은 하나의 경지를 바라보며 칼을 휘두른다.
바로 저 하늘 위의 달빛을 담을 수 있는 초월자의 경지.
소드마스터(Sword Master).
그 경지에 이른 자들은, 검에 달빛을 두를 수 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그 달빛을 두른 자들의 검을 두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베어낼 수 없는 것조차 베어내는 신의 검.]
그 격언을 떠올린 케인이 와장창 부서져 내리는 제 검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네 놈이… 소드마스터라고?”
“이제야 눈치챘어요?”
이 말과 함께 아더의 검에서 은은하게 빛나던 달빛이 폭발했다.
“…!”
그 찬란한 빛의 향연에 관객들이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 사이 주변의 어둠마저도 잡아먹는 달빛을 케인에게 겨눈 아더가 중얼거렸다.
“…케인 부탁 하나 할 게요.”
이 말과 함께 아더가 검을 가볍게 내리그었다.
“쉽게 죽지 말아주세요. 당신은 그럴 자격도 없는 사람이니깐.”
그 순간 달빛이 케인의 검기를 넘어, 검 그 자체를 부숴버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케인이 고개를 숙였다.
“…….”
찬란한 달빛이 제 가슴팍에 머물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흘러내리는 뜨거운 피가, 자신이 조금 전 일격에 베었음을 알 수 있었다.
헛웃음을 터트린 케인이 자리에 털썩 쓰러지며 중얼거렸다.
“아더 바이에른… 네 놈의… 정체가 대체 뭐지?”
아더가 달빛을 두른 제 검을 어깨에 걸치며 대답했다.
“당신을 죽이러 온 공작가의 미친놈이요.”
* * *
현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
그 누구도 눈앞의 광경을 두고서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케인 도르문트.
제국에서 제일 가는 칼잡이자 기사인 그가 패배했다.
그것도 7년 만에 돌아온 바이에른의 후계자.
동시에 벙어리 아더 바이에른이라 불리던 사내에게.
그 사실은 충격을 넘어, 공포를 일으켰다.
허나 단 한사람은 그 공포속에서 간신히 이성을 붙들어 맸다.
케인에게 제 목숨을 받쳐 충성을 맹세한, 도르문트의 13귀.
뱀이었다.
“가주님을 지켜라-!!!!”
그의 거친 외침과 함께 넋을 놓고 있던 도르문트 기사들이 정신을 일깨웠다.
채채채챙-!
뽑혀드는 수십 개의 칼날.
그와 동시에 도르문트의 기사들이 단 한번의 도약으로 쓰러진 케인을 감쌌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아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예전이랑 똑같구나.’
이번 생이 아닌 과거의 삶.
케인 도르문트의 칼날 아래 죽어갔을 때도, 이와 비슷했다.
케인 도르문트는 혼자가 아니다.
그를 신처럼 여기며 따르는 수백 명의 기사들.
수천에 달하는 병력들.
그 외, 그를 지지하고 뒷받침하는 수많은 세력들.
‘나는 그들을 포함해 케인과 싸워야 했지.’
그래서 저번 생에서 복수에 실패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집단과 무리는 이길 수 없으니깐.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 무리와 집단마저도 이겨낼 힘을 가지게 되었다.
‘있는 힘을 다 쓰면, 이 자리에서 케인을 죽일 수 있다.’
눈빛을 빛낸 아더가 달빛을 두른 검을 치켜 세우려 할 때였다.
누군가 제 뒤편에서 다가와 도르문트 기사를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깜짝 놀란 아더가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뾰족귀가 보였다.
“지니?”
“…숨어서 상황만 지켜보려 했는데, 치사하게 쪽수로 덤비네요.”
이 말과 함께 지니가 턱짓했다.
“가세요 공자님. 제가 엄호할게요.”
그녀의 말에 아더가 눈을 치켜떴다.
“어….”
말을 흐린 아더가 어쩔 줄 몰라 했다.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상황에 사고가 멈추어 버린 것이다.
‘내게도… 같이 싸워줄 아군이 있어?’
줄곧 혼자 싸워왔던 전투.
홀로 전장에 섰던 사내.
그랬기에 누군가 옆에 서는 것이 낯설고 두려웠다.
허나 그것이 나쁘다면 물으면 아니었다.
오히려 신선하고 기뻤다.
비록 단 한 명이지만, 누군가 제 옆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말이다.
그때 또 다른 누군가가 아더의 옆으로 다가왔다.
“…후후. 이제 내가 활약할 차레군?’
이번에도 깜짝 놀란 아더가 고개를 돌리니, 구릿빛 피부에 찬란한 금발을 가진 레온이 보였다.
“…레온? 레온은 왜 제 옆에 서요?”
“그건 또 무슨 섭섭한 말이야? 친구가 혼자 싸우는 데 방관하라고?”
그의 말에 아더의 입을 다물었다.
그때 지니가 아더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공자님. 앞을 봐요.”
그녀의 말에 아더가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
“도르문트 뱀… 저 놈 제가 알기론 주술사예요. 흑마법하고는 또 다른 사악한 주술사.”
아더의 어깨를 붙잡은 지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방심하지 말고, 단번에 끝내죠. 시간을 끌어봐야 좋을 게 없을 거에요.”
그녀의 말에 서서히 정신을 차린 아더가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
“기분 좋네요. 이런 일은 또 처음이라….”
말을 흐린 아더가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고마워요.”
“…!”
“두 사람 때문에 이런 경험도 해 보네요. 기분이 좋아요.”
갑작스러운 아더의 말에 두 사람의 입이 벌어졌다.
‘…아더 바이에른이.’
‘고맙다고 했어?’
그와 알고 지낸 뒤로, 몇 번 받아보지 못한 감사 인사.
그런데 왜 이런 인사를 지금 하는지 두사람은 이해하지 못했다.
그 탓에 눈만 끔뻑이고 있는 그때, 아더가 검을 치켜들고서 도르문트 가신들에게 겨누었다.
“…!”
깜짝 놀란 도르문트 가신들이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 사이 아더의 검에 담긴 달빛이 더욱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도르문트 가신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 달빛….’
‘저건 소드마스터만이 다룰 수 있는 절기다.’
‘그럼 저 사내… 아니, 아더 바이에른이 정말로 소드마스터가 됐다고?’
소드마스터는 패배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떠올린 도르문트 가신들이 덜컥 겁을 먹었지만, 물러서지는 않았다.
“…목숨을 바쳐 가주님을 지킨다.”
그들은 케인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
죽어서도 케인을 지키는 검인 이들이었다.
그들은 죽음을 각오하고서, 케인을 둘러싸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관객들이 탄성을 터트렸다.
“세상에 미친….”
케인 도르문트의 패배.
아더 바이에른의 귀환.
그리고 수십 명의 기사와 단 세 명의 대치.
그 믿을 수 없는 사실과 일들이 한 곳에 어우러져, 펼쳐졌다.
그와 동시에 현장의 긴장감은 점점 더 높아져갔다.
“…….”
누구 한 명이라도 움직이면, 전투가 시작 된다.
그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렇게 보이지 않은 신경전과 더불어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때였다.
그 균형의 추를 누군가 부서트렸다.
“…전 병력 지금부터 아더 바이에른 공자를 돕는다.”
깜짝 놀란 아더가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사자 문양을 가슴팍에 새긴 수십 명의 기사와 수백 명의 군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저 뒤편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는 제 집사.
안나가 보였다.
그 광경에 아더가 눈을 치켜뜬 그때, 바이에른 기사들이 아더를 둘러싸며 거칠게 소리쳤다.
“7년 만에 돌아온 바이에른 적통 후계자! 아더 바이에른 공자를 지원한다!”
잠들어 있던 사자의 포효가 울려 퍼진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