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손으로 살아가기-155화 (155/156)

주인이 바뀌다 (1)

* * *

관 속을 본 모든 사람은 모두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분위기 왜 이래요?”

멀찍이 서 있던 최경리가 물었다.

최경리는 김지안과 함께 관 속은 못 보겠다며 떨어져 서 있었다.

모두가 얼어붙어 있으니, 의아해서 물은 건데.

사람들. 특히 강태평은 많이 놀랐다. 그의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다시 봤다.

관 속에는 색이 바랜 유골뿐이었는데, 정확하게 손목 아래만 깔끔하게 없었다.

강태평은 자신의 손을 한번 보고는 생각했다.

‘이게 도대체가…… 우연의 일치겠지? 근데 왜 하필이면 손목 아래만 없는 거야.’

정적만 가득한 분위기 속에 조금씩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전쟁 중에 사망한 건가?

―아니면 고문?

―자살은 아니겠지?

―설마…… 자살을 이렇게 끔찍하게 했겠어.

―뭔 일인지는 모르지만, 좀 불쌍하다.

장묘 직원이 강태평을 불렀다.

“사장님?”

“…….”

강태평은 땀을 비 오듯 흘리고,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여전히 관 속의 유골만 눈을 부릅뜨고 보고 있었다.

“사장님!”

“아, 네네.”

장묘 직원이 큰 소리로 다시 부르자, 그제야 강태평은 대답했다.

“유골 수습하겠습니다. 진행해도 되죠?”

꿀꺽.

‘그래도 되나? 왜 이렇게 꺼림칙하지.’

섣불리 대답을 못 하고 있는데.

“강 사장님.”

관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유심히 살피고 있던 김정식이 말했다.

“유골 사진 한번 찍고, 바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

강태평은 여전히 약간 겁에 질린 눈이었지만.

김정식은 그를 안심시켜주었다.

“여러 생각할 거 없습니다. 괜찮아요.”

강태평은 김정식을 바라보았고.

김 의원은 그의 눈을 똑바로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꿀꺽.

강태평은 오 대리를 불렀다.

“오 대리!”

“네.”

“디카 좀 줘 봐.”

개장한 모습을 전, 중, 후 사진을 찍어서 구청에 제출해야 한다. 오 대리는 디카로 계속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 제가 찍을게요.”

오 대리가 찍으려 하자, 강태평은 굳이 막아서며 말했다.

“아니야, 이리 줘. 내가 할게.”

“…….”

유골에서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기운을 느꼈고, 직원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어서.”

“알겠습니다.”

오 대리는 마지못해 디카를 건네었고.

강태평은 디카를 들고 유골에 초점을 맞췄다.

‘사진기 오랜만에 잡아보네.”

그 대상이 유골일 줄이야.

꿀꺽.

카메라를 찍기 전, 강태평의 손에 순간 빛이 번쩍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사람은 햇빛이 카메라에 반사되었다고 생각했지만.

김정식의 눈은 강태평의 손을 주시하고 있었다.

찰칵!

강태평은 사진을 찍은 후, 장묘 직원을 불렀다.

“이제 진행하시면 됩니다. 다 됐습니다.”

“네.”

장묘 직원은 하얀 천을 펼치고, 그 위에 유골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강태평은 사랑산성 직원들을 모았다.

“모두 이쪽으로.”

강태평 앞에 직원들이 모여 섰고, 약간 떨어진 곳에 김정식도 있었다.

“모두 화장터에 따라갈 필요 없어.”

원래는 끝까지 함께 하는 일정이었는데, 관 속 유골 모습을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화장터부터는 나와 변 이사님만 갈게. 다른 사람들은 사무실로 돌아가. 이사님 괜찮죠?”

변 이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괜찮지. 그래. 강 사장님 말대로 하자.”

직원들은 난감해하는 표정이었는데.

최경리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쳇.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전 스케줄 바뀌는 거 엄청 싫어하거든요.”

최경리는 그러더니, 말도 없이 강태평의 차 뒷좌석에 먼저 탔다.

오 대리도 피식 웃으며 말했다.

“강 사장님, 어떤 생각으로 말씀하시는 건지는 아는데, 그거 배려하는 거 아닙니다. 끝까지 같이 갑니다.”

그도 차에 탔고, 김지안도 강태평에게 눈을 찡긋하고는 차에 탔다.

“어? 어?”

강태평이 당황해서 하는 사이 결국 직원들은 모두 차에 탔고.

변 이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다 같이 가야겠는데?”

강태평이 꺼림칙한 표정을 짓자, 변 이사는 강태평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 교회 집사님이 함께 가잖아~ 괜찮아.”

강태평이 대답이 없자, 변 이사는 헛기침하고는 말했다.

“자자, 어서 타자. 장묘 직원들 정리 끝났네.”

강태평이 마지못해 차를 향해 걸어가는데.

“태평님.”

김정식이 그를 불렀다.

“네?”

“태평님은 제 차로 가시죠. 할 얘기도 있고.”

강태평은 잠시 생각하고는 차 키를 변 이사에게 건네었다.

“이사님, 화장터에서 만나요.”

* * *

부우웅.

김정식의 차 안.

내 손이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다.

어떻게 유골에 손만 없을까.

“많이 놀라셨습니까?”

내 옆에 앉은 김정식이 날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뭡니까?”

왠지 김정식은 알 것 같았다.

왜 관 속 유골에 손이 없는지.

관속의 유골의 상태부터 이 모든 것들이 우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묘기지권 성립이 안 되어 싸게 구매할 수 있다며, 이 땅을 소개해준 사람은 김정식이었다.

“유골의 모습…… 의미가 있는 겁니까?”

김정식은 살짝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제가 알 것으로 생각하시는군요.”

“…….”

김정식은 날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이채가 번뜩였다가 곧바로 사라졌다.

“태평님은 특별한 능력이 있으시죠.”

“…….”

“저 또한 어떤 능력이 있다는 거 짐작하시죠? 그리고 가진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난 묵묵히 그의 말을 들었다.

“자세하게 설명을 드릴 수는 없지만, 오늘 봉안 절차까지 완전히 끝나면.”

김정식은 날 보고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진짜 태평님의 것이 됩니다.”

그리고 그는 슬쩍 내 손을 보았다.

설마…… 설마?!

이 손이?!

“자, 잠깐만요. 그럼 이거 주인이…….”

“쉿!”

김정식은 검지를 입에 대고 바람 소리를 내었다.

“태평님, 조심하세요. 규칙은 지켜야 합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김정식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간단합니다. 주인이 바뀌는 거죠.”

“…….”

“저도 관속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확신하지 못했는데. 다행이네요. 헛다리 짚은 게 아니라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그럼 이 모든 일이 날 위해서?

내가 진정한 주인이 되게끔 하려고?

언제, 어디서부터 준비한 거지?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토지 싸게 산 것보다 수백 배의 가치가 있을 겁니다. 태평님도 잘 아시잖아요? 하하.”

김정식은 웃으며 말했다.

“이로써 저는 마음의 짐을 덜게 되었습니다. 태평님께 제대로 보답을 한 것 같아요.”

“…….”

“이 정도면 구해주신 은혜에 보답이 될 것 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태평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데.

난 너무 놀라서 대답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내 손이 내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한동안 서로 침묵을 지키다가, 문득 궁금함이 생겼다.

“김 의원님.”

“네.”

“그럼, 김 의원님도…… 이런 과정을 거치셨습니까?”

그는 빙그레 웃고는 대답했다.

“1년 됐습니다.”

아…… 소름 돋는다.

“그럼 그…… 주인의 묘는 어떻게 찾으시는 거예요?”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김 의원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뺏은 게 아니라, 물려받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어차피 저세상 가서 못 쓰는 거잖아요.”

“…….”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난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당분간은 밤잠 못 이룰 거 같은데…….

어우 소름 끼쳐.

* * *

서울추모공원. 화장터에 도착했다.

유골을 인계한 후.

우리는 대기실에서 기다렸다.

화장터는 처음 와봤다.

아직까지 장례식장도 가본 적 없다.

예전에 민경원 사장의 외조모 장례식장에 가려다가 속초 사고를 당한 것인데.

그때도 결국 장례식장을 가지 못한 것이니, 이런 장례 절차는 처음이다.

대기실에 울며, 소리치는 사람들.

처음 보는 광경이라 생소해서 난 한참을 바라봤다.

소중한 사람이 죽으면…… 많이 슬프겠지?

나한테 소중한 사람.

김성애 수녀님, 강레오 형님, 미순이, 변 이사님.

그 정도 관계쯤 되면 나도 저렇게 가슴이 터질 듯 울 수 있을까?

상상해보려 했지만, 상상이 잘 안 됐다.

워낙 인생을 독고다이로 살아와서.

내가 다른 장례를 치르고 있는 유족들을 신기하게 보는 것처럼.

그 유족들은 우리를 신기하게 봤다.

―전혀 안 슬퍼하네?

―계속 게임만 하는데?

―뭐야? 빚쟁이들인가?

―아닌 거 같아. 가족 같아 보이는 사람이 없는걸.

이런 얘기를 들으니, 고인에게 더 미안한 기분이 든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장묘 직원이 보자기로 쌓인 나무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강태평 사장님?”

“네.”

“다 끝났습니다. 이제 봉안하러 가시면 됩니다.”

“…….”

왠지 마음이 묵직하다.

옆에서 변 이사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봉안소.

“다행히 깔끔하네요.”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납골당인데, 깔끔했다.

가장 호화로운 곳을 알아보려 했지만, 무연고 분묘는 규정된 봉안소에 안치해야 한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왔다.

“그래~ 이 정도면 괜찮지. 고인도 강 사장님 마음 알아줄 거야.”

납골당에 안치 시킨 후.

변 이사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 나름 최선을 다했잖아.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어. 마음에 두지 마.”

“네. 딱 오늘만 마음에 둘게요.”

“그래. 그리고 이건 우리 사랑산성이 다 함께 한 일이야. 강 사장님 혼자 한 게 아니라고.”

내 뒤에 사랑산성 직원들과 김정식이 묵묵히 서 있었다.

이렇게까지 얘기해주는 변 이사의 마음이 고마웠다.

장묘 직원들이 내게 다가와 말했다.

“모두 끝났습니다.”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미 수고비 지급은 끝났지만, 난 장묘 직원들에게 10만 원씩 쥐여주며 말했다.

“얼마 안 됩니다. 저녁이라도 사드세요.”

“이런 거 받으면 안 되는데.”

“괜찮습니다. 그냥 마음이니까요.”

“……네 고맙습니다.”

더 돈 쓸데없나.

고인이 신경이 쓰이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절차 중에 뭐라도 좀 더 쓰고 싶었다.

“집에는 어떻게 가세요? 택시비 좀 드릴까요?”

이 말은 좀 부담스러웠나.

장묘 직원들은 손사래 치면서 재빨리 사라졌다.

“강 사장님 우리 이제 가자. 난 강남구청에 내려줘.”

“강남구청이요?”

“응. 증명서 오늘 다 제출해버리게.”

화장 후 봉안 증명서와 분묘 개장 전, 중, 후 사진을 제출하면 모든 게 완전히 끝이다.

“뭘 내려드려요. 저랑 같이 가면 되죠.”

“아니야. 됐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거든. 강 사장님은 오늘 일찍 들어가야 할 거 같아.”

변 이사는 내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안 좋아 보여. 어서 들어가 쉬어.”

“…….”

“왜 혼자 자기 무서워?”

“에이~ 설마요.”

강남구청에 변 이사와 직원들을 내려준 후.

집이 가까워질수록 고민했다.

‘오늘은 찜질방에서 잘까.’

밤이 되어 주변은 어두워지고, 오늘 밤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자꾸 관 속에 있던 손 없는 유골이 떠오른다.

“아오 됐어! 내가 애도 아니고.”

어금니를 꽉 깨물고 집으로 갔다.

목욕하고, 캔 맥주 한잔하니 몸이 나른해진다.

우려한 것과는 다르게 잠이 솔솔 오고 있었다.

“그래~ 그냥 자면 되는 거잖아.”

어느 순간 스르륵 잠들었고.

젠장……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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