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246화 (246/251)

00246  귀환  =========================================================================

[영웅의 귀환?! 강명진, 살아 돌아오다!]

태상의 귀환으로 한차례 세상이 떠들썩해졌다.

태상은 각종 초대장을 받았지만, 어디에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가족에게만 전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의 생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했던 사람들은 아쉬움을 금치 못했다.

1년 동안 어떻게, 어디서 살았는지, 왜 그동안 돌아오지 못했는지 등등....

그 비밀을 다른 이들은 알지 못했다.

그것에 대해 아는 이는 그의 가족과 동료들뿐이었다.

“영웅이라니, 그건 내가 아니라 사로나였어야 해.”

태상은 8개월 동안 있었던 일들을 듣고, 자신이 모든 공로를 받았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말했다.

사로나가 토다베스를 죽이기 위해 얼마나 용감한 일을 했는지, 아무도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태상은 아이라에게 그녀가 어떻게 죽었는지 자세하게 얘기해주었다.

아이라는 언니의 죽음을 알고 있긴 했지만, 그런 일을 하고서 죽은 것인지는 몰랐기에 그리움에 펑펑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곁에 종구가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를 일이었다. 만약 그조차도 없었다면 아이라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알리지 말아주세요. 전 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언니도 그렇게 되길 바랄 거에요.”

태상이 이례적으로 TV 출연을 해서 이 사실을 알리려 했다. 하지만 아이라는 그를 말렸다.

이미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그의 이름에 먹칠을 할 순 없었다. 이것이 발표되면 그의 입지가 많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가 그동안 인간계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일들을 해왔는지는 묻히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말이다.

사람들은 본디 그랬다.

남의 일은 함부로 떠들길 좋아한다.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입방아에 오르는 것보다 그냥 태상이 모든 것을 갖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아이라가 고집을 부리자 태상은 결국 알겠다며 사로나의 일을 묻을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그는 그것 외에도 영웅으로 불릴 만한 훌륭한 일들을 많이 해왔다. CMC를 차려서 개인의 이익보단 마계의 침입에 대비하여 계약자들을 양성했고, 그들과 함께 위험한 마계로 가서 대악마들을 죽였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완벽하게 실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부에서도 그의 존재를 상징적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을 독려했었으니 말 다 했다.

전 세계가 그의 생환에 난리가 난 것에 비해 태상의 일상은 평범했다.

“도대체 이게 몇 단이야? 나보고 이걸 다 먹으라는 건 아니지?”

고용인이 도시락을 들고 송이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보고 경악해서 말했다.

“내가 다 먹을 거야. 걱정 하지 마.”

아직 송이의 몸은 다 회복이 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도 태상이 돌아오고 부터는 밥을 잘 먹은 덕분에 쓰러지진 않을 듯 했다. 태상의 몸을 보하겠다며 이리저리 보양식을 만들었는데, 그녀도 덤으로 먹어야 했다.

살 빠진 걸 태상이 너무 싫어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살을 찌워야 하는 이상한 짓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솔직히 살이 빠져서 좋아했던 송이였다.

이제 제법 무거워진 태우를 소중하게 들고 있는 태상을 본 송이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왜 웃어?”

“둘이 표정이 똑같았어.”

“태우랑 나랑?”

“어.”

가뜩이나 닮았는데, 표정까지 같으니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태우의 통통한 뺨에 쪽 하고 뽀뽀를 하는 태상이었다.

“가자.”

오늘 그들은 동물원에 간다.

단란하게 가족끼리 가는 첫 여행이었다.

“선글라스 어디 갔지?”

공교롭게도 태상은 여행을 가기 위해선 선글라스를 필수적으로 써야 했다. 왜냐하면 이미 그의 얼굴이 전 세계적으로 팔렸기 때문이었다.

그가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많은 이들이 그를 알아볼 게 뻔했다.

“여기.”

차를 운전하는 태상 대신 송이가 찾아서 그에게 건네주었다. 태상은 자신의 목 쪽에 선글라스를 걸고, 계속해서 운전했다.

호위는 필요 없기에 송이, 태상, 태우 셋이서 움직였다. 태상이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데, 다른 이들의 호위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세상을 구한 그의 가족을 위협할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동물원에 도착하자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볼 수 있었다. 태상은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태우를 안아 들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고작 동물 보겠다고 온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네. 뭐 볼 게 있다고 오는 거지?”

태상이 투덜거리자 송이가 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찍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기에 태상이 멀뚱멀뚱 눈을 깜빡이자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애들 정서에 동물이 얼마나 좋은데? 태우는 오늘 생애 처음으로 호랑이, 타조, 펭귄, 사슴을 볼 수 있는 거라고.”

“그래, 우리 아들을 호랑이도 못 본 아이로 자라게 할 순 없지!”

태상이 비행기를 태워주겠다며 태우를 위험하게 들어 올렸다. 송이는 기겁했지만, 태우는 좋다며 꺄륵꺄륵 웃었다. 집에서 몇 번 해줬는데 그게 마음에 쏙 드는 모양인지 이렇게 해주면 무척이나 좋아했다.

태상의 체력이 일반인을 상회했기에 떨어트릴 일도 없고, 지칠 일도 없었다.

하지만 송이는 매번 위험하다며 질색을 했다.

태상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어필해봐도 송이의 손바닥에 등짝을 맞고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어머, 염소다 염소. 태우야 이거 염소 줘봐.”

흰색 염소, 검은색 염소가 입에 연신 무언가를 넣으면서 짭짭거리고 되새김질 하고 있었다. 송이가 태우의 손에 염소 먹이로 보이는 풀을 쥐어주면서 염소의 입 가까이 가져다 대주었다.

염소는 태우의 손에 들린 풀을 넙죽 받아 먹었다.

태우의 눈동자가 무척이나 동그랗게 커져 있었다. 신기한 모양이다.

“얜 무서워도 안 하네.”

무서워서 울음을 터트리는 아이도 있고,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도 있었는데, 태우는 그런 모습을 한 번도 안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래도 아빠 닮아서 간덩어리가 남들과는 다른 모양이다.

“너 닮아서 그래.”

송이가 말하자 태상이 억울하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태상은 목이 마르다는 송이의 말에 잠시 자리를 떴다. 더 이상 악마들이 인간계에 나타날 일이 없었고, 주변에 온통 아이와 그 부모밖에 없는 지라 걱정 없이 뜰 수 있었다.

“아메리카노 두 잔이요.”

“시원한 걸로 드릴까요? 따듯한 걸로 드릴까요?”

“두 잔 다 시원 한 걸로.”

알바생에게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려는데, 태상의 얼굴을 유심히 보던 알바생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

“저기....혹시 강...명진님 아니세요?”

이런.

아무리 선글라스를 꼈어도 주변 분위기와 포스는 달라지지 않는다. 거기다가 선글라스의 한계도 있는 것이고 말이다. 주문을 받느라 손님 얼굴을 가까이에서 본 알바생은 그가 곧 태상임을 알 수 있었다.

알바생의 얼굴에 홍조가 돌았다. 그가 아니라고 해도 비명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 게 분명하다. 거의 확신하고 있는 듯 해보이니 말이다.

태상이 결국 검지를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대며 쉿 하고 말했다.

“가족이랑 첫 나들이를 망치고 싶지 않네요. 조용히 모르는 척 해주실 수 있을까요?”

“흐읍!!!”

알바생은 결국 인정하는 태상 때문에 숨을 들이켰다. 알바생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속삭였다.

“싸, 싸인 한 장만이라도....”

태상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선가 다급하게 종이와 팬을 가져 온 알바생은 기어코 싸인과 악수까지 받아 내고서야 그를 보내주었다.

그 과정에서 뒤에 줄이 생겨났지만, 알바생은 그걸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메리카노 두 잔을 들고 가니, 태우와 벤치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태우 또래의 여자 아이를 데리고 나온 부부와 수다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저희 남편이에요.”

송이가 태상을 보고 물었다가 함께 대화를 나누던 부부에게 그를 소개했다.

“어머, 안녕하세요. 남편분이 잘생기셨네요.”

“얼굴 뜯어 먹고 살 것도 아닌데 뭘요.”

“그건 그러네요. 호호”

아무래도 여자끼리 죽이 잘 맞는 모양이었다.

태우와 저 부부의 아이도 제법 잘 놀고 있었다. 서로 대화를 나누는 건 아니었지만 알 수 없는 말을 서로 주고받으며 웅얼거리고 있었다. 뭔지는 모르겠으나 대화가 통하는 듯 보이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결국 남은 것은 수다를 떠는 여자들의 남편, 둘이었다.

서로 시선이 마주친 그들은 피식 웃곤 말했다.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자리를 잡죠.”

“슬슬 점심 먹을 시간이니 잘 됐네요. 서로 도시락을 싸온 걸로 보이는데.”

”송이가 도시락을 너무 넉넉히 싸서 어떻게 다 먹나 고민이었는데, 잘 됐네요.“

태상의 얼굴을 아직 그들이 알아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밥을 먹으면서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을 순 없었다. 태상은 부러 사람들이 최대한 없는 곳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주변을 살폈고,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돗자리를 깔고 도시락을 펼치기 시작하자 상대편 부부 쪽에서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내가 그랬잖아. 너무 넉넉히 쌌다고.”

“음.....좀 심한가?”

송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부부가 놀란 것은 음식 양 때문이 아니었다. 태상과 송이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둘은 도시락에서 나오는 음식 양에 놀라고 있는 거였다.

김밥은 김밥인데, 이걸 김밥이라고 부르면 만든 사람한테 무척 실례가 될 것 같았다.

부부가 어느 부분에서 놀랐는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송이와 태상은 각자 먹을 준비를 시작했다. 태상은 선글라스를 뺐고, 송이는 자신의 무릎에 태우를 앉혔다.

“어....?”

태상을 본 부부 가 그를 바라보며 손가락질을 했다. 저도 모르게 너무 놀라 한 행동이었다. 태상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을 했기에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호, 혹시 강명진...씨 아니세요?”

“뭐, 맞긴 합니다.”

“놀라셨죠?”

태상은 자신이 맞다고 말했고, 송이는 그들에게 놀라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들은 무척이나 놀라했으나 이런 우연이 만들어낸 이벤트를 재미있게 받아들여 주었다.

그녀의 남편이 계약자가 아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유명인을 우연히 만났다는 것을 하루의 재밌는 헤프닝으로 받아들일 줄 아는 부부이기도 했다.

“도시락이 범상치 않다 생각하긴 했지만, 저희 생각을 뛰어넘게 유명하신 분일 줄은 몰랐네요.”

“역시 음식 양이 너무 많았어.”

“......”

송이가 또 다시 재방송하는 태상의 지적에 그를 슬쩍 째려봤다.

“옆에 자주 있어주지 못해 많이 미안하다고 해서 저희랑 똑같이 맞벌이 부부인가보다 라는 생각밖에 안했거든요.”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죠 뭐.”

송이가 너무 부담스러워 하지 말아달라며 웃은 후 이어서 말했다.

“모두가 다 아는 사연이라서 말하기 뭐하지만, 그동안 소홀히 했던 가족들과의 시간을 자주 보내려고 해요. 그래서 다들 궁금해 하시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거고요.”

“하긴, 이렇게 얼굴을 다 알아보니,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많으시겠어요.”

“어쩔 수 없죠. 제 남편을 좋아 해주시는 거니까요.”

송이가 싱긋 웃었다.

============================ 작품 후기 ============================

떡밥은 회수 하고 끝나죠 당연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