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7 귀환 =========================================================================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 온 태상이다. 또 자기 모르게 위험한 일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더욱이 태상이 어디에서 돌아왔는지 알고 있는 그녀는 더욱 그를 밖으로 보내고 싶지가 않았다.
지난 시간을 마계에서 떠돌았다는 말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때, 송이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마냥 남자가 태상에게 호기심을 드러내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 실종되어 있었을 때, 마계에 계셨던 건가요?”
“자기야! 그런 실례되는 질문을 왜 해?
“아아, 괜찮습니다. 그런데 그런 소문이 도나보죠?”
제법 날카로운 소문이었다. 실제로 태상은 실종 됐을 때, 마계에 있었으니 말이다.
“별의 별 소문이 다 돌죠. 아무런 해명을 안 하셔서 더 그런 것도 있고요.”
“가족들이랑 쉬고 싶다는 사람을 너무 괴롭히네요.”
태상이 웃으면서 말했으나 겉치레일 뿐이었다.
그가 공식적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는 건 뭔가 뒤로 캥기는 게 있어서라는 악의적인 말을 하는 이가 많았다.
그동안 태상은 그런 말들을 모두 무시했다. 왜냐면 더 이상 태상이 공식석상에 나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식을 거라고 예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입을 여는 사람들은 늘 많았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저희야 말로 재밌고, 즐거웠어요.”
식사를 마치고 함께 동물원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이내 해가 지자 헤어졌다. 두 부부는 송이와 태상과 사진을 찍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
돌아가는 차에서 태상은 잠든 송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태우도 노느라 힘들었는지 뒷좌석에서 혼이 빠진 얼굴로 쿨쿨 잠들어 있었다.
저 얼굴을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때, 모든 걸 포기했다면 이 모습을 보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렇게 아내와 아들이 곤히 잠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걸 얻기 위해서 그가 겪어야 했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그건 무척 끔찍한 일이었다.
약 4개월 전, 태상은 이렇게 제정신을 하고 돌아다니지 못했다.
그의 몸을 다른 이에게 빼앗겼기 때문이다.
녀석은 새로 태어난 존재였다. 하지만 놈이 실수한 것이 있다면, 새로 몸을 만드는데 힘을 쓰는 대신 태상의 몸을 탐했다는 거였다. 그의 몸이 욕심이 났을 것이다.
더불어 그의 ‘무력화’ 능력도 그랬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놈은 태상에게 죽었다. 그래서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거였고 말이다.
그놈은 무너진 천계를 다시 만들어낸, 신 같은 존재였다. 자신 스스로를 신이라고 칭하려 했으니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 놈이었다.
그 녀석이 태어난 것은 천계의 심장과 마계의 심장이 융합되면서였다.
언제부터 정신을 놓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는 제법 시간이 지났을 때, 자신이 무언가에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기억하는 마지막 기억은 마계의 심장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만들어냈을 때였다.
그는 이상하게도 스스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누군가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넌 누구지?]
처음 놈은 태상이 깨어났다는 것에 당황스러워했지만, 그가 자신을 위협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네놈은 곧 사라지게 될 거다. 봉인에서 어떻게 깨어났는지 모르겠다만, 이렇게 된 거 널 완전히 소멸시켜버려야겠구나.”
하지만 태상은 쉽게 죽지 않았다. 놈은 태상을 죽일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시간만 계속 흐를 뿐이었다. 태상이 자신의 몸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봤지만 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놈과 시야를 공유하게 된 태상은 악마와 천사들에게 ‘신’이라고 불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어처구니없어 했다.
[네놈이 신이라고? 같잖은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군.]
“난 신이다. 이 세상을 창조했고,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지. 나는 신이다.”
[개소리. 네놈이 차지하고 있는 몸뚱이가 인간인데, 네가 어떻게 신이 될 수 있지? 내 몸을 차지하고 있으면서? 애초부터 신이 되고 싶었다면 내 몸에 기생하는 게 아니라 네놈 스스로 몸을 만들었어야지. 신은 전지전능 해야 하는데, 네놈은 그닥 그렇게 보이지 않는 걸?]
“기생하는 게 아니라 선택을 한 거였다! 오른팔에 잠들어 있으면서 네 몸을 변화시켰지. 그로인해 넌 인간이 아니게 됐고 내가 만족할 만큼 성장했다. 물론 네놈은 모르고 있었겠지만.”
태상의 몸에 있는 상처가 빨리 나았던 것이 바로 그 때문이었다. 태상의 오른팔에서 얌전한 척 하며 그의 몸을 차지할 계획을 갖고 있던 거다. 그를 도와주는 척 하면서 시간을 벌었고 말이다.
저놈을 파괴할 방법을 알지 못했으니 알았다 해도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이미 놈에게 몸을 빼앗겼으니 후회해본들 늦은 상태다.
적어도 마계의 심장을 흡수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지도 몰랐다. 놈은 분명 토다베스가 무리하게 힘을 가한 덕분에 계획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태상이 마계의 심장을 흡수하는 바람에 다시 힘을 되찾게 됐고, 그의 몸을 차지해버린 것이다.
[내가 스스로 무덤을 판 꼴이 됐네.]
그냥 그때 타치다의 능력으로 얌전히 인간계로 이동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지도 몰랐다.
“덕분에 시간을 빨리 앞당길 수 있긴 했지.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도 결국 이렇게 됐을 거다. 네놈의 몸은 나에게 선택됐으니까. 넌 곧 죽게 될 거다. 그러니 그만 포기해라.”
[포기? 그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먹는 건가?]
“그 상황에서 농담을 하는군.”
[진담 한 번 해줄까? 왜 이렇게 남의 몸을 탐내는 것들이 많은 진 모르겠는데, 예전에 내 몸을 너처럼 가져간 놈이 있었어. 그리고 난 내 몸을 차지한 그놈을 내 손으로 죽였지. 내 걸 되찾고, 그놈의 것도 내가 다 가졌어. 그러니까 이번에도 내 몸을 차지한 네놈을 반드시 죽이고 다 되찾을 거다. 네놈이 일궈놓은 저 부하 놈들까지 깡그리 다 빼앗아 버릴 거야.]
“......”
태상의 살기 섞인 말에 신은 침묵했다. 그는 자신이 순간 태상에게 밀렸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했지만,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둘의 치열한 싸움이 시작됐다.
태상은 몸을 되찾기 위해, 신은 그를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집에 도착하자 태상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다 왔어. 들어가자.”
송이가 태상의 말에 눈을 비비면서 일어났다.
“왜 안 들어와?”
태우는 보모가 나타나 조심스럽게 안아들고, 방으로 재우러 들어갔다. 송이는 태상이 자신을 따라 들어오지 않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밖에 볼 일이 있어. 누굴 좀 만나기로 했거든.”
태상의 말에 송이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잠시 한숨을 쉬더니 말했다.
“거짓말 하고 있는 거 다 알아.”
“.....”
태상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어딜 가는 건데 나한테 거짓말까지 해?”
“네가 걱정하지 않게 하려면 그 수밖에 없었어.”
태상의 변명에 송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의 말은 태상이 몰래 가는 곳이 그녀를 걱정시킬 만한 곳이라는 뜻이었으니 당연했다.
“얘기해. 안 그럼 너 못 가게 막을 거야. 어머님 아버님한테 다 이를 거라고.”
“오늘이 마지막이야. 그러니까 딱 오늘까지만 봐줘.”
“너......마계에 가는 건 아니지?”
송이가 어렴풋이 혹시나 하고 있었던 것을 물었다. 설마설마 했는데, 그녀의 예리한 짐작에 태상의 표정이 변했다. 그것을 보고 송이가 맙소사! 하고 이마를 짚었다.
“진짜 마계에 가는 거였어?!”
“아직 일이 완벽하게 끝나질 않았었어. 오늘 일이 잘 된다면 더 이상 가지 않아도 돼.”
끝나지 못한 일.
그것을 위해서 송이 몰래 태상은 그동안 인간계를 떠나 마계로 이동을 하고 다녔다.
그의 몸 자체가 천계와 마계를 유지시키는 힘이기에 일정한 주기마다 그곳에 가서 힘을 불어넣어주어야 하기도 했다. 그래야 마계와 천계가 붕괴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그는 몸속에 들어와 있는 기운들을 밖으로 끄집어내어 다시 천계의 심장과 마계의 심장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그 일이라는 게 뭔데? 뭐가 그렇게 중요한 일이 많아? 도대체 몇 번이나 목숨을 걸어야 네 일이 끝나는 거야?!”
태상을 완전히 잃었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 송이였기에 태상의 안전에 대해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다. 송이는 또 다시 태상을 잃고 싶지 않았다. 송이가 간곡한 표정으로 태상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그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신이 없을 때 송이의 몸이 얼마나 안 좋아졌었는지 태상도 알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그동안 숨기고 있었던 거였다. 그런데 오늘 일을 드디어 끝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너무 어설프게 말을 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녀에게 들킬 정도로 어수룩했다. 태상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입술을 깨물었다.
“금방 다녀올게.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는 거 말해줬잖아. 걱정하는 거 알지만, 얼마 안 걸릴 거야. 몇 시간 후엔 다시 이곳에 있을 거라고. 그리고 영영 그곳과는 빠이빠이 하는 거고.”
“........”
“매번 걱정 끼쳐서 미안해.”
태상이 송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의 표정을 보며 송이는 또 다시 그를 보내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하는 일은 송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일 것임이 분명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로서는 이기심 때문에 그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일 말이다.
“12시 전에 들어와야 해.”
마음 같아서는 따라가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나마 그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니 그것으로 마음을 다독일 생각이었다. 어차피 그녀가 막는다고 해도 그는 몰래 그곳에 갈 테니 허락해주는 게 나았다.
“알았어.”
“꼭. 안 자고 기다릴 거야.”
“그래.”
태상은 그녀를 겨우겨우 달래서 집으로 돌려보내고서야 마계로 이동할 수 있어졌다. 그는 허공에 손을 뻗어 위에서 아래로 쭉 그었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갈라지며 공간이 벌어졌다.
태상은 그 공간 안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그가 공간을 넘어 도착한 곳은 바로 마계.
그의 신궁이었다.
“주군! 오셨습니까?”
베치는 예전의 모습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하급 악마가 아니었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태상에게서 능력을 받았고, 그로인해 누구도 쉬이 건드리지 못할 위대한 힘을 얻게 됐다.
그의 앞에서는 여전히 꼬리를 흔들지만 다른 악마들 앞에서는 꽤나 위엄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가 있는 곳은 신궁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태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그의 몸을 차지한 ‘신’이 악마들에게 자신이 머물 궁을 만들라고 명해서 만들어진 곳이었다.
놈은 화려한 것을 좋아했고, 다른 이들의 조아림을 받는 것을 좋아했다.
이미 만들어진 거, 다시 허물 순 없기에 베치가 이곳을 관리하고 태상이 쓰고 있는 중이었다.
“별 일 없었어?”
“동쪽 악마 놈들이 몰래 천계로 들어가 천사들을 학살한 것 빼곤 별 다른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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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
다음편이 완결입니다 ㅠㅠㅠㅠㅠㅠ 크 드디어 다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