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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214화 (214/251)

00214  바로세  =========================================================================

“네놈은....”

태상은 나타난 악마의 외형을 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 자식이, 엉뚱한 악마를 데리고 오면 어떡해?"

바로세는 인간들을 식인으로 잡아 먹곤 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자주 인간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예전에 태상은 바로세가 인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때 만난 적이 있었다. 해서 그의 인간일 때 모습을 알고 있었다.

태상은 눈에 익은 악마의 모습에 속으로 투덜거렸다. 천계의 심장은 조금 억울한지 웅웅대다가 이내 빛을 사그라트리고 다시 얌전해졌다.

바로세는 태상의 손바닥에 박혀 있는 천계의 심장을 보곤 말했다.

“네놈의 손바닥에 있는 게 천계의 심장이구나.”

“오라는 놈은 안 오고 엉뚱한 놈이 와서 김이 좀 세긴 하지만, 안 온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하지 뭐.”

“뭐라고?”

바로세는 인간들이 자신의 등장에 너무 태연하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그의 말을 허투로 들을 수가 없었다.

“네놈이 날 일부러 불렀다는 거냐?”

말이 안 되는 소리였다. 고작 인간 주제에 천계의 심장을 다뤘다는 건데, 그럴 리가 없었다. 바로세는 천계의 심장이 자신을 부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을 주인으로 선택해서 말이다.

하지만 천계의 심장은 태상의 말을 따른 것 뿐이었다.

“왜? 그러면 안 되나?”

“하!”

바로세가 기가 차다는 듯 헛웃음을 토해냈다. 태상은 레베카의 일로 악마에게 아주 유감이 많은 터라 부러 그를 자극했다.

“앙키파라는 멍청한 녀석보다 나은 줄 알았더니 그놈이 그놈인 거 같군.”

“뭐? 지금 앙키파라고 한 거냐?”

태상의 입에서 앙키파가 나오자 바로세는 그제야 좀 심각성을 눈치 챘는지 목소리를 굳혔다.

“네놈이 앙키파를 어떻게 아는 거지?”

“내가 죽였으니 당연히 알지. 그리고 내가 왜 널 이곳에 불렀다고 생각하지? 쌔쌔쌔라도 하자고 부른 줄 알았나?”

“네놈이 앙키파를 죽였다고? 감히 먹이 주제에 말이 건방지구나!!”

바로세가 건방진 말을 하는 태상에게 자신의 무서움을 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앙키파와 같은 취급을 당하는 것이 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날 앙키파와 같게 여긴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지!!"

그는 지금 기억하고 있지 못하지만, 둘은 이미 한 번 만나본 적 있었다. 태상은 그를 죽일 뻔까지 했던 적이 있었다. 태상은 자신을 기억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바로세에게 말했다.

"내가 기억이 안 나나 보지?"

태상의 의미심장한 말에 바로세가 무슨 개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식인을 즐기는 바로세에게 인간은 먹이일 뿐 그 이상이 될 수 없었다. 그러니 그가 인간 따위를 기억하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태상이 그의 앞에서 자길 기억 못 하냐며 건방을 떨고 있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잠깐, 네놈은....?”

그때, 바로세의 시선이 카살라에게로 향했다. 카살라가 방금 봉인을 푼 터라 날개를 펼치고 있는 것이 워낙 눈에 띄어 시야에 들어 온 것이다. 그의 눈에 저놈의 얼굴과 모습이 눈에 익었다. 천계의 심장이 있으니 천사가 있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저놈의 얼굴이 유독 낯이 익었다.

'확실히 저놈을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을 아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확실히 저놈들과 자신이 만난 적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자신이 인간을 만나고도 살려 돌려보냈을 리가 없었다. 아주 이상한 일이 아닐 수가 없었다.

태상이 카살라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바로세에게 말했다.

“꽁지가 빠져라 도망쳤던 걸 기억 하나? 카살라가 눈에 익나 보지?”

“.....”

태상이‘도망’이라는 말을 하자, 무언가 기억이 나는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바로세가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대악마인 그가 도망을 친다는 것 자체가 몇 없는 일이었기에 금방 기억속에서 끄집어 낼 수 있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네놈들을 만난 적이 있는 것 같구나. 기억이 나. 그때가 아마 내가 부상을 입었을 때였었지.”

“일부러 모르는 척 할 줄 알았더니, 생각이 나나보네?”

쪽팔려서라도 솔직히 모르는 척 할 거라 생각했던 태상이다.

바로세는 그의 건방진 눈빛을 보니 더욱 확실하게 기억이 나고 있었다.

그때 내상을 입지만 않았어도 도망치는 굴욕적인 일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몸 상태는 그리 썩 좋지 않았었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망을 선택했었다.

부상이 있었다 해도 도망을 쳐야 했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긴 했지만, 놈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기쁨이 더 컸다.

“그래, 네놈들이 그때 그놈들이었군. 내가 그걸 떠올리면 무서워서 벌벌 떨줄 알았나? 애석하게도 어쩌지? 난 지금 아주 잘 됐다 생각하고 있거든. 복수를 하고 싶었는데, 정작 네놈들을 찾을 방법이 없어 답답해 했던 참이거든. 그때를 생각 하면 이가 갈려서 잠을 잘 수가 없었지. 아주 잘 됐구나. 제 발로 날 찾아 온 용기는 가상하나, 만용이었다는 걸 깨닫게 해주지.”

바로세의 자신감 가득한 말에 태상이 그를 비꼬았다.

"우리가 온 게 아니라 네가 우리 부름에 쪼르르 달려 온 거거든?"

"저런..!!!"

바로세가 살기를 뿜어냈다.

“그때 편하게 죽었으면 두 번 만날 일 없었을 거 아니야? 왜 쓸데없이 목숨줄이 길어서 사람을 귀찮게 하는 거냐 넌?”

“그때 네놈이 이겼다고 생각해서 한껏 기고만장해 있구나! 이런이런, 자신감 있는 모습은 제법 귀엽지만 네놈들은 결국 죽게 될 거다. 내 손에 말이야!!”

지금 바로세의 몸 상태는 완벽했다.

저 녀석들이 앙키파를 죽였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으나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놈들을 죽이는 것으로 앙키파보다 자신이 강하다는 것을 사샤에게 증명해 보일 셈이었다.

“모두 다 잘근잘근 씹어 먹어주마!!!!”

크아아!!!

바로세가 기세를 퍼트렸다.

태상은 붉은색 마나건으로 놈을 향해 쏘았다.

타앙!!

저번에 경고를 해서 그런지 대악마가 가까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손이 저릿하지는 않았다. 얌전하게 자신에게 먹이를 던져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태상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전투조들 때문에 무력화를 사용하지 못했다.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태상이 바로세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반을 빼고 모두가 전투 준비를 마친 후였다. 그는 레베카를 지켜야 해서 전투에 낄 수 없었다.

공격이 시작 되었음을 깨달은 사로나가 먼저 선수를 쳤다.

사로나가 바로세를 향해 무섭게 돌진했다. 그녀의 신형이 순식간에 바로세 근처로 이동하여 그의 가슴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바로세가 그녀의 공격에 당할 리가 없었다. 아주 간단하게 그녀의 공격을 막고, 손목을 잡아채려 하자 태상이 그의 팔에 마나건을 쏘았다.

탕! 탕탕! 탕!

사로나는 바로세의 몸을 발로 차서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리곤, 몸을 공중에서 빙글 돈 후,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곤 다시 한 번 바로세를 향해 뛰었다.

“성가신 놈들이구나!!”

휘이잉~!!

바로세가 손을 휘젓자 날카로운 기운들이 갑자기 나타나 일행을 위협했다. 사로나는 칼로 놈의 기운을 잘라버렸고, 혜연은 염력으로 놈의 기운을 파괴했다.

태상은 몸을 움직여 피하는 것을 선택했는데, 그가 있던 자리가 움푹 파여 만만치 않은 공격이었음을 짐작하게 만들었다.

바로세의 공격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크하하~!!”

파지직- 파지직-

자신의 공격이 무로 돌아갔음에도 바로세는 웃음을 터트렸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의 모든 공격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도 본 적 있던 전기구체가 그의 몸 주변으로 파지직 파지직 소리를 내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과거에 상대했던 것보다 훨씬 지금이 강하다는 걸 말해주기라도 하듯, 그의 주변에 생성되기 시작한 전기구체의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열 개는 가뿐히 넘는 것 같은데요?!”

“조심해!”

과거 카살라가 저 전기구체를 맞고 행동불능 상태가 된 적이 있었다. 카살라는 그때의 고통을 떠올리면 아직도 몸이 부르르 떨렸다.

카살라가 전기구체를 향해 공격을 가해 봤지만, 전기구체를 정확히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소득이 없어 보였다. 쓸데없이 큰 폭발음이 퍼엉! 하고 주변을 울렸을 뿐, 전기구체는 여전히 멀쩡했던 것이다.

“저걸 어떻게 막죠?!”

파지직- 파지직-

소리만 들어도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바로세의 전기구체가 일행에게 더 이상 자비를 주지 않고 한꺼번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전기구체는 몸을 피하는 일행의 뒤를 끝까지 끈질기게 쫓아왔다.

“꺄악!!”

콰앙!!

“아이라!!”

사로나가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아이라가 전기구체를 맞고 쓰러지는 것이 보였다. 사로나가 다급하게 다가가려다가 반이 황급히 쓰러진 그녀를 달려가 안아 올리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전기구체가 그녀를 따라다니는 이상, 저들에게 가까이 가면 더 위험해질 뿐이었다.

탕! 퍼엉!! 탕! 퍼엉!!!탕! 펑! 탕!! 펑펑!!

그때, 사로나의 귀에 익숙한 총소리가 들렸다. 태상의 마나건이 전기구체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전기구체는 다행으로 그의 마나건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가 쏠 때마다 전기구체가 펑펑 터져버린 것이다.

“사로나! 뒤로 물러서!”

사로나의 근처에 전기구체가 너무 가까이 있어서 못 쏘던 태상이 말했다. 사로나가 재빨리 속도를 높여 거리를 벌리자, 태상이 전기구체를 맞춰 없앴다.

전기구체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바로세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의 몸이 어느새 움직여 카살라의 날개를 잡아 채 바닥으로 던져버렸다.

쾅!

“크윽!”

카살라의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쳐 땅 속으로 깊게 박혀 들어갔다.

바로세가 카살라가 쓰러져 있는 땅 위를 힘주어 밟자 우드득!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가 무척이나 흡족한 듯 바로세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네놈 동료들이 한 눈을 팔고 있구나. 그때처럼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바로세의 손이 카살라의 머리를 덥석 잡아챘다. 카살라가 발버둥 치며 그의 손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퍼억!

“컥!”

그때, 어느새 그를 향해 돌진해온 태상이 발차기로 그의 옆구리를 내리쳤다.

그로인해 바로세는 카살라를 놓칠 수밖에 없었고, 태상은 카살라의 몸을 부축해서 자신의 뒤에 숨겼다. 확실히 그의 무력화가 아니고서야 일행들이 대악마를 상대하는 건 벅찬 일이라는 걸 느낀 태상이었다.

“어엇?!”

“악마?”

그때, 전투조들이 도착을 했는지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태상은 때가 되었음을 느끼고 바로세를 향해 무력화를 사용했다.

“크아악!!!!”

바로세가 태상에게 맞아 나가떨어진 것에 크게 자존심이 상해 포효를 하며 태상을 향해 돌진했다. 태상은 놈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오히려 반겼다.

놈은 지금 자신이 무슨 상태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철컥!

태상이 놈을 향해 마나건의 총구를 겨눴다. 바로세의 몸에 서늘한 한기가 돌았다. 과거 그의 마나건에 당했던 기억이 떠올랐던 탓이었다. 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태상은 은색 마나건을 바로세에게 쏘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캬아아아악!!

바로세의 몸이 마나건에서 나온 기운들에 휩쓸렸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상황파악을 모두 마치지 못한 전투조들이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싸우고 있는 건 알겠는데, 너무 엄청나서 선뜻 뭔가 나서서 할 수가 없었다.

땅이 태상이 쏜 마나건의 기운 때문에 깊게 파여 길을 만들고 있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곧 먼지가 가라앉자, 피를 줄줄 흘리며 몸을 부들거리는 바로세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울컥울컥 입에서 피를 토하고 있었다. 왼쪽팔이 완전히 날아가버렸는지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안타깝게도 앙키파처럼 정통으로 맞지 않아 전투불능이 될 정도의 상태는 아닌 듯 했다.

그때, 바로세의 몸이 뒤틀리며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인간형을 하고 있던 그의 몸이 진짜 자신의 몸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의 눈동자에서 붉은 안광이 토해졌다.

============================ 작품 후기 ============================

123~124화에 바로세와 태상 일행이 만났던 얘기가 나와 있습니다.

혹시 기억 안 나시는 분들은 참고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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