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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87화 (187/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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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에게 협박을 당해 인질로 잡혀 있던 여자의 가족을 구해내고 온 계약자들이 떠드는 것을 들은 건 무척이나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다. 천사가 나타났다는 생각지 못한 소식에 카살라는 얼떨떨해졌다.

그들의 말속에서 천사라는 말이 자꾸만 나와 신경이 쓰여 귀담아 들었더니 뭔가 일이 생긴 듯 싶었다.

비록 지금은 날개를 보이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의 본질은 천사에게서 시작 되었다. 그러니 ‘천사’라는 단어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카살라였다.

그들에게 다가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알려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들은 함부로 말할 수 없다며 거절을 했다가 카살라가 CMC 회사에서 어떤 지위를 갖고 있는지 뒤늦게 알고 서둘러 알려주었다.

그들은 무려 사장님의 명령을 듣고, 한 가족들 구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그 가족들의 말에 의하면 천사라는 존재에게 위협을 당했다고 했다.

태상은 그 천사라고 말하는 존재를 처리하러 갔고 말이다.

거의 대부분 죽었을 거란 생각을 했는데, 천사가 인간계에 나타났다는 소리를 들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천사와 싸우러 갔다는 말에 의아해졌다.

왜 천사와 싸우려고 하는 거지?

어찌보면 천사와 계약자들은 관계가 같은 적을 갖고 있기에 싸울 이유가 없었다.

태상도 그걸 알고 있을 텐데, 왜지?

그들이 태상을 위협했나?

그런 생각이 들자 카살라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당장 날개를 펼쳐 태상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한 여자가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날개를 펄럭여 여자가 달려가던 길목 앞에 내려앉았다.

쿵!

바닥에 착지한 카살라가 여자에게 말하려 입을 여는 순간, 그의 목소리를 뒤덮는 여자의 악소리가 울려퍼졌다. 여자가 카살라를 보고 놀라 소리를 지른 것이다.

전투가 있는 곳에 있기에 당연히 태상과 함께 온 계약자라고 생각했는데, 일반인이었던 듯 싶었다.

그녀가 일반인이라면, 갑자기 등장한 이가 날개를 달고 있으니 놀랄 만도 했다.

"전 악마가 아닙니다."

카살라가 변명하고자 말했다. 그런데 뒤에 이어지는 여자의 행동이 조금 이상했다.

여자의 눈동자에 짙은 공포심이 있었다. 카살라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것에 대한 무지라기엔 너무 과했다.

카살라는 그녀가 날개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들의 고정관념에서 천사의 날개는 긍정적이지 부정적이진 않았다. 그런데 왜 날개를 보고 놀라는 것일까.

‘천사를 알고 있는 건가?’

카살라가 한 발작 여자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겨우 천사에게서 벗어났는데, 또 다른 천사가 나타나 너무 놀란 나머지 기절을 해버린 것이다.

카살라는 그녀가 겪었던 일들을 모르기에 어쩔 수 없이 생긴 오해였다.

그녀에게 물어 볼 것이 있었는데, 기절을 해버리자 난감해졌다. 저 기절이 자신에 의한 것이 분명했기에 그냥 버려두고 가기도 뭐했다. 카살라는 열심히 배운 핸드폰을 조작해 119에 전화를 걸었다.

여자가 기절해 있다고 신고를 한 뒤, 어찌해야 하나 머뭇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그리 멀지 않은 가까운 곳에 거센 기운이 파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여자와 연관이 있는 것 같긴한데, 저쪽이 더 급한 것 같았다. 그냥 기절을 한 것이니, 곧 119가 와서 실어가지 않을까 싶었다.

결국 여자를 지키는 것을 포기하고, 카살라가 날개를 펄럭여 다시 하늘 위로 올라갔다.

그가 기운이 요동치는 곳으로 가자 그곳에는 익숙한 얼굴인 태상이 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가 싸우는 존재는 역시나 들었던 대로 악마가 아니었다. 천사였다. 카살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태상의 근처에 착지했다.

“카살라?”

태상이 뜻밖이라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천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어서 찾아왔습니다.”

“아아...”

카살라의 시선에 양쪽 날개가 뜯겨져 꽁꽁 묶여 있는 안이 들어왔다. 왜 태상이 천사와 싸우는 건지, 어떻게 천사가 나타난 건지 궁금했다.

“왜 이런 상황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안은 카살라의 천사 날개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크윽...네놈은 또 누구냐!! 그 날개는 너 따위 놈이 감히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윽!”

상황이 저에게 안 좋다는 것을 알 텐데도, 상관없이 지껄이는 행태에 태상이 놈의 가슴을 쌔게 발로 짓밟았다. 라마스에게 카살라에 대한 것을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냥 계약자가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는 것이라 착각한 게 틀림없다.

갑자기 안이 웃음을 터트렸다. 입안에 피가 났는지 그의 웃음은 무척이나 기괴했다.

“흐하하하하!!! 하하하하!!”

얘 왜 이래? 미쳤나?

태상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 순간, 안이 말했다.

“큭큭 네 스스로 방금 말했지. 그걸 파괴할 거라고 말이다. 그런데 저건 뭐지? 난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 네놈이 거짓말 할 줄 알았어! 증거가 저렇게 떡하니 나타났으니 이제 발뺌을 하진 못하겠지!! 애초부터 네놈을 죽였어야 했다!!"

그의 눈에 핏발이 섰다.

태상은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안의 말을 침묵하며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는 계속해서 웃으면서 태상을 증오 섞인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카살라는 뭔가 안이 자신을 보고 오해를 했다는 것을 눈치 챘으나, 태상이 그를 막았다. 안이 무엇을 오해했는지 정확히 알고 싶었다.

“날 죽여라 어서 죽여!!”

그런데 안이 갑자기 자신을 죽이라며 말을 해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는 태상에게 당하고서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의 힘이 태상보다 훨씬 약하다는 것을 말이다.

하긴, 한 쪽 날개를 뜯은 후, 그를 묶고 태상이 다른 쪽 날개까지 뜯어버린 상황이었다. 안의 등 뒤에서 피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태상이 이렇게 강한 이유는 분명 그가 천계의 심장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착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분명 존재감이 느껴져야 할 천계의 심장이 감쪽같이 사라진데다가, 떡하니 인간이 천사의 날개를 달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안은 태상이 천계의 심장을 더럽혔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저 날개를 천계의 심장을 이용해서 인간을 강화시킨 것이라 착각했다.

“그 힘을 사사로이 쓴 네놈은 결국 파멸하고 말 거다. 천계의 심장을 더럽힌 죄를 감당해내야 할 거란 말이다!”

“천계의 심장을 아주 조금 이용했다고 죄라니, 그게 날 협박할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해? 네가 말하는 죄는 천벌을 말하는 건가? 하지만 날 처벌하기 전에 악마들한테 천벌부터 내려야 할 걸? 그래야 공평하잖아.”

어차피 악마들도 천계의 심장을 가지려 했다. 그러니 안의 협박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태상은 어차피 자신이 그런 게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러니 그냥 편하게 오히려 그가 원하는 대로 연기를 해서 정보를 좀 더 얻고 싶었다. 안은 태상이 드디어 자백을 했다고 생각을 했는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난 틀리지 않았어! 저놈은 결국 이기심에 천계의 심장을 더럽힌 놈이야.

안은 그렇게 생각하며 라마스를 죽인 것에 대한 티끌 같은 죄책감을 씻어버렸다.

“그래, 네놈은 아무 것도 모르지. 그 무지가 네놈을 잡아먹게 될 거다! 천계의 심장이 널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

안이 킥킥 거리며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눈동자가 과히 정상적이지 않아 태상은 절로 부르르 몸이 떨려왔다.

그는 좀 더 안에게서 들을 정보가 있었다. 하지만 돌연, 안의 눈동자가 커지더니 몸을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태상은 불길함을 느끼고 재빨리 그의 멱살을 잡아서 들어 올리는데, 툭! 하고 그의 팔이 늘어졌다.

“젠장! 야! 이봐!!”

더 이상 안은 움직이지도, 그를 독하게 바라보지도 못했다. 숨이 끊어졌다. 자살을 한 거다.

그의 눈과 귀에서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어떻게 자살을 한 거지?

그의 입을 열어보아도 혀는 멀쩡했다. 혀를 깨물려 했다면 태상이 재빨리 막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죽은 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누가 자신 몰래 그를 죽였나 싶어도 외적으로는 그가 만든 상처밖엔 없었다.

그 의문은 곧 안의 시체가 사라지고 산산조각난 천사의 심장을 보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내부를 터트려버린 것이다.

그래서 피가 그렇게 밖으로 흘러나온 것이고 말이다. 태상이 주먹을 꽉 쥐고 분노하자 카살라가 다가와 말했다.

“저 때문에 일이 잘못 된 건가요?”

혹여 그런 것인가 싶어 카살라가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그냥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온 것인데, 자신이 방해가 될 줄은 몰랐다.

태상은 고개를 저었다.

오히려 카살라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의 의미심장한 말도 듣지 못하고 그를 죽였을 것이다.

그가 예상을 했던 대로 천계의 심장을 섣불리 건드려선 안 될 듯싶었다. 그의 마지막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천계의 심장이 용서를 하지 않을 거란 말이 말이다.

“돌아가자.”

“네.”

카살라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태상에게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넌지시 물었다.

“제가 데려다 드릴까요?”

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카살라가 그를 안아 들고 이동하는 게 훨씬 시간 절약을 할 수 있었다. 하늘에 도로가 있는 게 아니었으니 당연했다. 하지만 남자에게 안겨야 하는 안 좋은 승차감 때문에 태상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할 것도 있으니 걸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알겠습니다.”

딱 잘라 거절하는 말에 카살라가 크게 실망을 했는지 또 다시 시무룩해졌다.

태상은 그걸 보곤 속으로 생각했다.

‘저게 아이라가 말하던 카무룩 버전인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속에 있는 생각을 비운 태상은 회사로 향하지 않고, 집으로 가는 것을 정했다. 그곳에 있는 천계의 심장을 다시 한 번 자세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천계의 심장은 얌전히 그가 두었던 그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금고에서 그것을 꺼내서 유리를 빼고 덥석 그것을 잡아 쥐었다.

“더럽혔다라...”

천사들이 자주 하던 말이 천계의 심장을 더럽힌다는 것이었다.

어떤 상황이 천계의 심장을 더럽히게 하는 건지 궁금했다.

그냥 확 흡수해버려? 하는 충동이 들었다. 이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모르겠으나 그가 흡수해버리는 것도 천계의 심장을 없애는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이다.

일단 그는 충동을 억누르고 다른 방법을 물색했다.

일단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바로 물에 넣어 보는 것이었다. 의외로 이렇게 복잡한 것은 간단하게 일이 해결되곤 하는 법이었다.

태상은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받은 후, 그것을 안에 넣어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때부터 태상은 본격적으로 천계의 심장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위험한 힘이기에 다른 이에게 맡길 수도 없는 물건이었다.

그러니 조사는 태상이 할 수밖에 없었다.

불에도 넣어보고, 물에도 넣어보고, 차가운 곳에 나두어 봐도 천계의 심장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돌덩이마냥 묵묵부답이었다. 처음 봤을 때, 보았던 환한 빛은 처음부터 그런 게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마냥 흔적도 찾을 수가 없었고 말이다.

물리적인 방법은 아무래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해볼까?

태상은 고민을 하면서 손에 든 천계의 심장을 호두알마냥 돌렸다. 그것이 무언가 변화를 줄만한 행동이 아니었기에 그는 손바닥에서 갑자기 시큰한 통증이 몰려오자 당황했다.

손을 펼쳐 보니 손바닥이 길쭉하게 찢어져 피가 나오고 있었다.

‘뭐지?’

그의 손에는 이런 상처를 낼 수 있는 게 없었다. 천계의 심장에는 뾰족한 부분이 없고, 동그랗기만 했다

그런데 갑자기 손이 다쳐서 피가 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것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던 천계의 심장이었다. 워낙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천계의 심장이었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

오타지적 감사합니다 고쳤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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