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4 CMC (Contractors Management Company) =========================================================================
“누구인가 했더니. 무슨 일이야?”
태상이 방문객을 반겼다. 늦은 밤 갑자기 찾아 온 이는 혜연이었다.
“죄송해요. 밤늦게 찾아봬서. 전화가 되질 않아서....”
배터리가 나갔는지, 전화음이 울리지 않았다.
과거 초반에는 함께 지냈지만, 태상이 회사를 세우고 난 후 그곳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집을 새로 지었기 때문에 지금은 다른 곳에서 지내고 있는 혜연이다.
“급한 일이 있었겠지. 무슨 일인데?”
“연락이 왔어요. 지금 한국에 도착했대요.”
“뭐? 벌써? 내일 오기로 했잖아.”
태상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혜연이 지금 한국에 왔다는 이는 바로 사로나와 아이라였다. 그들은 현재 한국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고 CMC 소속 계약자가 된 상태였다.
“그게....처치를 못하고 돌아 온 거래요.”
“처치를 못했다고?”
태상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말은 결국 실패했다는 건데, 그렇게 되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다. 악마를 죽이기 전에 태상은 악마가 어떤 등급인지 얼마나 강한지 확인하기 위해 측정을 한다. 그 등급에 따라 파견하는 계약자들의 수가 달라지고, 파견되는 인원의 밸런스가 정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실패를 했다는 것은 측정이 잘못 됐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 된다.
“측정이 잘못 됐나?”
“아니요. 그건 아니고, 그냥 운이 나빴대요. 악마를 상대하고 있는데, 갑자기 근처에서 또 다른 악마가 소환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그 인원으로 갑자기 나타난 악마를 어떻게 감당해 냈겠어요.”
악마가 갑자기 또 다시 소환이 됐다라....
확실히 혜연의 말대로 운이 무척 나빳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상자랑 사망자 수는?”
“거의 대부분 다 부상을 입은 상태였는데 급한 건 힐러들이랑 포션으로 해결을 했고, 사망자는 3명이라고 해요.”
사망자 3명이라면 무척 큰 손해였다. 회사에 가입하게 되면 사망 보험을 의무적으로 들도록 하고 있긴 하지만 회사 측에서 위로금을 더 넣어주어야 했다. 위로금은 둘째치고서라도 계약자 3명을 잃은 것은 그에게 크나 큰 손해가 됐다.
그는 계약자들로 돈을 벌기 때문에 계약자 한 명 한 명이 재산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두 명을 상대해야 했으니 어쩔 수 없었겠네. 그래서 결국 못 죽이고 그냥 돌아온 거다 이거지?”
“네, 그래서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아 이렇게 찾아 온 거고요.”
악마 두 명이 나타나서 난리를 치고 있을 테니 대책은 최대한 빨리 세우는 게 좋았다.
“어차피 영국 일도 해결해야 하는 거였으니, 나가는 겸사 그쪽 일도 해결하고 오는 게 좋겠네.”
“직접 움직이시게요?”
“그렇게 해야 가장 피해를 받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 어쩔 수 없지.”
“대신 그쪽에 청구하는 금액을 세 배로 올려.”
“세 배나요?”
“그쪽도 애가 달았을 테니까, 분명 하겠다고 할 거야. 받아먹을 수 있을 만큼 받아 먹어줘야지.”
갑자기 악마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예상치 못한 일이 운 나쁘게 벌어진 것이긴 하지만 이번 일로 죽지 않아도 될 계약자 3명이 죽었다. 그러니 그만큼의 보상을 받아 내야하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거절하면 본래 금액을 받고, 원래 잡아야 했던 악마 한 명만 물리치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어찌됐든 태상은 악마 한 명만 잡아 주면 계약을 이행한 것이 되니, 문제 될 일이 없는 것이다.
“이 일이 알려지면 비난 여론이 일거에요.”
사람을 구하는 일에 돈을 따진다고 태상의 회사를 욕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하지만 자신이 성인군자도 아니고, 진짜 세계를 구할 영웅도 아닌데 굳이 이익을 챙기지 않고 그들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욕하라고 해. 어차피 그 사람들 위해 만들어진 회사 아니야. 우리 회사는 철저히 계약자들을 위한 회사라고.”
일반인들이 아무리 욕을 해봤자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일반인들이 태상에게 돈을 벌어들여 줄 수단이 되는 것도 아니었으니 더욱 그랬다.
“그럼 그렇게 진행시키도록 할게요.”
늦은 밤이었던 터라 급한 일이 아니었다면 혜연이 이곳까지 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태상은 영국의 일도 그렇고, 오늘 벌어진 저 일도 그렇고 아무래도 자신이 외국에 나가야 하는 일이 계속 터지는 걸 보니 한 번 다녀오라는 운명인 것 같기도 했다.
혜연이 볼 일을 마치고 돌아갔다.
송이는 너무 빨리 돌아간다며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늦은밤 실례라며 한사코 돌아가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그냥 보낼 수밖에 없었다. 태상은 침대에 누워 그녀의 배를 쓰다듬으며 휴식을 취했다.
"이거 봤어?"
송이가 그런 태상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뭔데?"
핸드폰에는 인터넷 기사가 하나 올라와 있었다. [베일에 가려진 CMC 사장, 정혜연과 내연관계?] 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였다.
기사 안에는 그로 추정되는 인물과 혜연이 함께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찍혀 있는 상태였다. 태상의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된 상태였지만 충분히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쯧,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놈들이 있었네."
"요즘 이 기사가 엄청 핫해."
"그래서 신경 쓰였어?"
송이가 태상의 말에 그를 흘겨봤다.
"신경 쓰이는 게 아니라 걱정 되는 거야. 이 기사만 믿고 널 욕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잖아."
아이 아빠가 될 몸인데, 벌써부터 이런 기사를 남겨둬 나중에 아이가 알기라도 하면 어떡하겠는가. 태상은 내일 당장 저 기사를 낸 놈을 철저히 응징하겠노라 생각했다.
"흐음....."
하지만 그건 임시 방편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직접 해명하지 않는 이상 그녀와의 소문은 계속 될 것이다. 요즘 가장 사람들이 많이 주시하는 곳이 CMC였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민아가 그의 입맛대로 기사를 써주기로 했고, 곧 나올 그녀의 기사에 분명하게 혜연과 자신의 사이는 일적인 관계가 전부라는 게 나갈 테니, 이 근거없는 찌라시는 없어지게 될 것이다.
"오늘 인터뷰했어. 거기서 아니라고 기사 내기로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인터뷰? 인터뷰 하는 거 싫어했잖아."
"앞으로 나올 우리 회사 상품도 홍보하고, 이번에 퍼진 소문도 잠재울 겸 했어."
"잘했네. 원래 그런 소문은 확실하게 입장 표명을 해주는 게 최고야. 그래야 소문이 잠잠해져."
예전처럼 소문이 가라앉기 기다리면 되는 세상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진실이건 아니건 빠른 입장표명을 해주지 않으면 사실이니까 입장표명을 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안한데, 한동안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아. 일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가야 할 것 같거든."
"또? 위험한 일 하러 가는 거지...??"
송이가 걱정어린 얼굴을 했다. 늘 그가 어딘가를 간다고 하면 송이의 표정은 저렇게 걱정으로 가득차곤했다.
태상은 매번 그녀에게 괜찮을 거라 다독여주어야 했는데, 그가 계약자들 중에서도 제법 강한 편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또 알려줘도 걱정의 무게가 사라지진 않았다.
"걱정하지마."
"...응. 기쁨이랑 같이 조심히 다녀오라고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게."
기쁨이는 아기의 태명이었다.
태상은 잘 생각했다는 듯 송이의 머리를 다독여주었다.
**
“갔던 일은 어떻게 됐어요??”
다들 민아의 등장에 시선을 주었다. 그녀가 CMC 회사에 쳐들어가겠다고 하고 나간 다음날이었기에 그 결과가 무척 궁금했던 것이다. 민아는 조금 수척해진 얼굴로 들어와 그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CMC는 그 어떤 기자에게도 무너지지 않았던 곳이었다.
선배 기자들, 그리고 베테랑 기자들 모두가 문 앞에서 퇴짜를 맞은 곳이 바로 CMC다. 여러 방법을 통해 학연 지연 혈연을 다 통해서라도 한 번 줄을 대려고 했는데도 무너지지 않은, 그런 곳이 바로 CMC의 사장인 것이다.
그런 곳을 새파랗게 어린, 경력도 얼마 되지 않은 여기자가 무너뜨려보겠다고 하고 갔으니 당연히 비웃음 받아 마땅했다. 애초에 기대조차 되지 않는 결과가 나올 상황인 것이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렇게 기대를 하는 이유는 그녀가 CMC 사장과 친분이 있다고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거짓말치지 말라고 웃었다가 너무 진지하고, 또 당당한 민아의 태도에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들이 기함할 말을 민아가 드디어 내뱉었다.
“CMC 사장님이랑 인터뷰 했어요.”
“에에?!”
“진짜요?!”
민아는 여전히 수척하고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로 가 털썩 앉았다. 인터뷰를 하는데 성공했다는 말이 순식간에 퍼져 그녀에게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사진 찍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정혜연씨 싸인 좀 부탁 해놓을 걸! 정혜연 씨랑 실제로 만났어요?”
사방에서 쏟아지는 질문에 민아가 얼굴을 와락 찌푸리고 소리를 질렀다.
“정신 사나우니까 다들 좀 저리 가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녀는 여기 있는 기자들 중 가장 경력이 적었다. 그녀가 이렇게 신경질 적으로 소리를 지를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뜻이다. 그녀의 신경질적인 소리 지름에 다른 사람들이 찔끔하여 뒤로 물러났다가 자신들의 위치를 생각해내고 어처구니 없다는 듯 민아를 바라봤다.
그중 그녀의 직속 선배 기자가 민아를 향해 화를 내며 말했다.
“송민아씨, 지금 그게 무슨 행동이에요? 지금 여기에 있는 사람 다 민아씨 선배들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소리를 지르면 어떡하죠? 여기 직장이에요. 잊었어요?”
민아가 입술을 깨물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모든 게 엉망이 됐다. 저런 말을 들어도 더 이상 자신을 위해 누군가가 손을 써줄 사람은 없었다. 이 세상에 철저히 혼자가 된 민아였다. 그러니 결국 선배들에게 소리를 지른 대가로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신경이 날카로웠어요.”
“흠흠, 그럼 이제 제대로 얘기 해봐요. 정말 CMC 사장과 인터뷰를 했나요?”
다른 때 같았으면 좀 더 잔소리를 들어야 했겠지만 다들 정말 민아가 CMC사장과 인터뷰를 했는지 그 진의 여부가 궁금했기에 선배가 질문을 해왔다. 민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말했다.
“네.”
안 했는데 했다고 했을 리가 없다. 거짓말을 하면 금방 들킬 일이었으니 더욱 그랬다.
“좋아요. 그럼 인터뷰 자세한 내용 모두 내게 보고하도록 하세요. 잘만 하면 헤드라인에 넣을 수 있을 테니까.”
민아는 생각지 못한 선배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어져 그녀를 응시했다. 왜 자신이 그녀에게 태상과 했던 인터뷰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제 기사를 왜 선배님한테 보고해야 하죠?”
선배는 민아의 당돌한 말에 헛웃음을 지으며 당연한 일이라고 말해왔다.
“당연히 저한테 보고를 해야죠. 그럼 무려 CMC 사장 인터뷰를 민아씨 혼자서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동안 제가 인터뷰 따온 것들은 혼자서 처리하게 하셨잖아요. 그런데 이제와서 왜 제 기사를 가로채려고 하시는 거죠?”
“민아 씨. 다른 일도 아니고 CMC 사장 인터뷰에요. 이 일이 장난도 아닌데 어떻게 민아씨한테 그런 중요한 일을 맡겨요?”
민아의 공을 가로채려는 속셈이 뻔히 보였다. 어디 해보려면 해보라는 얼굴이었기에 민아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선배님이야 말로 생각을 못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CMC 사장 인터뷰를 따올 수 있었는지 잊으셨어요?”
“.......”
그때, 민아의 반격에 선배의 얼굴이 아차 하며 찌푸려졌다.
그녀가 인터뷰에 성공했다는 것은 CMC 사장과 친분이 있다는 말을 증명하는 것과 같았다. 그동안 CMC 사장은 단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으며 정혜연을 앞에 내세웠다. 덕분에 그와 인터뷰를 하고 싶어 하는 기자들은 몸이 달수밖에 없었다.
그런 와중에 민아가 친분을 이용해 드디어 인터뷰에 성공한 것이다. 당연히 탐이 났기에 자신에게 보고를 하라고 한 것이었는데, 가장 먼저 생각했어야 할 민아와 CMC 사장과의 친분을 깜빡 했던 것이다.
그녀의 선배가 그제야 자신이 실수 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표정이 일그러졌다.
악마의 침략으로 민아는 많은 것을 잃어야 했다. 무너진 병원과 죽어버린 부모님은 한동안 민아가 미치지 않은 게 용한 일들이었다.
한동안 폐인처럼 지내던 민아는 자신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서 모든 것을 다시 시작했고, 직업을 갖게 되자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집에 들어가면 참을 수 없는 외로움이 또 다시 밀려오지만......
민아에게 기자라는 직업은 생명줄과 같았다. 그러니 이런 꼴을 당해도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악마가 나타나면서 그녀의 인생은 엉망이 됐다.
그녀는 기자보단 계약자가 되고 싶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적어도 부모님의 복수는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그녀는 잘 알았다.
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자 일은 누구보다 똑부러지게 하자 생각을 한 것이다. 그런 일을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이들이 빼앗아 가려고 하고 있었다. 민아는 절대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 작품 후기 ============================
17분에 다음편이 올라옵니다.
Rukia님 코멘-> 마취를 시키는 건 어떤 과정을 통해 계약자로 만들어주는지 보안을 위해 하는 것이며, 고통은 고스란히 느끼지만 깨어났을 때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기에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의문이 풀리셨기를 바랍니다 ㅎㅎ
(143화 용우 曰: 깨어난 후부터 뭔가 몸이 무척 가벼웠어요. 진짜 엄청 아파서 기절할 정도였거든요? 근데 그게 싹 다 나았었어요. 그래서 전 제가 꿈을 꾼 건가 싶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