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153화 (153/251)

00153  CMC (Contractors Management Company)  =========================================================================

“다음질문.”

“.....다른 나라에서 지원요청을 받아 계약자들을 파견해주고 있으신데, 앞으로 나아갈 회사 방향이 어떻게 되시나요?”

태상은 드디어 그가 원하던 질문이 나오자 소파에 기대있던 몸을 일으켜 제대로 앉은 후 말했다.

“앞으로 회사에서 나오는 상품이 있어. 그 상품은 계약자들 용 상품이지. 그리고 우린 그걸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로 점점 판매량을 늘릴 생각이야.”

“새로 내놓는 상품은 어떤 건가요? 혹시 심장에 대한 연구결과가 드디어 나타난 건가요?”

“이번에 나올 상품은 바로 체력 포션이야.”

태상은 그녀의 질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포션이 악마의 심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숨길 생각이었다. 그리 오랫동안 숨겨질 일이 아니긴 하겠지만 말이다. 어찌됐든, 그가 말한 체력포션은 당연하게도 상처를 순식간에 치료해주는 특별한 물약이 맞았다.

능력 또한 똑같이 예상 가능한 것을 해줄 수 있었다.

태상은 악마의 심장을 이용해 ‘체력포션’을 드디어 만들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엄청난 돈을 잡아먹었던 연구결과가 처음으로 성과를 내보였고, 그 결과도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임상실험도 모두 마친 완벽한 상품이었다. 언제 이 제품을 팔기 시작할지는 태상의 손에 달렸다. 아마 이 상품이 나오게 되면 계약자들 사이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천계에서는 체력 물약이라고 말하고 다니곤 했지만, 이곳에서는 게임용어인 포션으로 부를 생각이었다.

체력포션은 악마의 심장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사용하면 무분별하게 일반인들을 계약자로 만들 수 있었다. 해서 그것을 막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많은 돈도 들여야 했다. 심혈을 기울인 덕분인지, 심장이 가진 힘이 일정 이상이 아니라면 계약자로 각성할 수가 없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해서 만든 게 바로 체력포션이다. 그리고 이 포션은 앞으로 수많은 계약자들의 생명을 지켜주게 될 것이다. 더불어 태상에게 막대한 돈을 가져다줄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말이다.

민아는 태상이 새롭게 내놓은 '체력포션'이 정말 그가 설명해주는 대로 진짜 그런 기능을 한다면, 아마 또 다시 난리가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상의 회사는 이미 여러번 세상을 놀래켰었던 일이 있었다.

파격적인 그의 횡보를 주시하지 않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는 이미 세상의 중심에 서있다고 해도 좋았다.

태상은 민아의 기사가 나가는 날, '체력포션’을 세상에 내어 놓을 생각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정말 세상이 발칵 뒤집혀 질 텐데...’

태상이 다른 연구실보다 발 빠르게 포션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악마의 심장이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미리 알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은 멘 땅에서 헤딩하는 심정으로 악마의 심장을 조사해야 했다. 하지만 태상은 심장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어낼 확실한 목표가 있었다. 초반부터 ‘체력포션’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고, 과학자들을 미리 포섭해 연구동을 만들었다.

실력 좋은 사람들로 구성되어 졌고, 연구비용을 청구만 해도 딱딱 내어주니 이보다도 좋은 직장이 없었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다른 연구진들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연구결과를 내어 놓을 수 있었던 것이다.

“체력포션의 성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웬만하면 사진도 찍어가고 싶어요. 아무리 거래를 한 상황이지만, 사실도 아닌 내용을 기사로 낼 순 없어요.”

태상은 그녀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는 앞으로 판매하게 될 상품에 자신이 있었기에 피할 이유가 없었다. 혜연에게 자신의 자리로 가서 포션을 가져오라고 시킨 태상은 단검과 포션을 가져 오자 망설임 없이 자신의 팔뚝을 검으로 그어냈다.

“꺄악!!”

민아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태상은 민아의 손에 포션을 쥐어주고 말했다.

“직접 해봐.”

“미쳤어?! 포션 성능 확인해달라고 했지 내가 자해하라고 했어?”

“호들갑 떨지 마.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 이게 최고니까. 아프니까 빨리 상처에다가 포션을 부어.”

태상이 놀란 민아에게 재촉했다. 민아는 결국 두 갈래로 갈라진 채 시뻘건 피를 뚝뚝 흘리고 있는 팔에 바르르 손을 떨며 포션을 부어야 했다.

그리고 태상의 포션 효과는 대단했다.

차마 징그러워 그의 상처를 똑바로 보지 못하는 민아에게 태상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눈 뜨고 똑똑히 봐. 네가 보여 달라고 해서 한 일이라고. 보여달라고 한 사람이 보지 않으면 헛수고가 되잖아.”

어느새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민아는 태상의 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고개가 돌아가고, 눈을 뜬 민아의 앞엔 어느새 갈라졌던 상처가 씻은 듯이 나아 있는 태상의 팔이 눈에 들어왔다.

“거짓말...!”

저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리며 말이 튀어나왔다. 태상은 그녀의 반응이 흡족한 듯 씨익 웃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휴지를 빼내 피가 묻어 있는 팔을 닦아냈다.

그러자 좀 더 확실하게 그의 멀쩡한 팔 모습이 보였다.

“이게 바로 체력포션의 능력이야.”

민아는 태상이 왜 그토록 자신만만해했는지 알 수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 포션이 고작 F~E등급 악마의 심장으로 수십 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 이상 좋은 악마의 심장을 쓰는 건 안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가령 힘을 감당해내지 못해 포션을 먹었다가 몸이 터져 죽는다던가 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가 만들어낸 포션을 만들려면 F~E등급 악마의 심장이 필요했고, 그 심장의 값은 태상에겐 껌 값도 되질 않았다.

하지만 체력포션을 먹을 계약자들에겐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고, 가격 또한 굉장히 비싸게 측정을 할 생각이었다. 너무 싸게 판매를 하면 무분별하게 쓰이게 될 것이고, 혹여 그러다가 일반인의 손에 들어가 그를 계약자로 만든다면 그가 숨기고 있는 정보가 밝혀질 수 있었다.

이 포션을 통해 회사는 더욱 흑자를 많이 낼 수 있을 것이다.

심장을 사들인 금액을 매울 수 있을 만큼의 돈이 들어 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민아의 경악한 눈동자와 의기양양한 태상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

민아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침묵이 맴돌던 방안을 크게 울렸다. 방을 맴도는 침묵은 민아가 의도한 침묵이 아니었다. 정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생긴 침묵이었다. 민아는 괴물을 보는 것마냥 태상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송이의 배는 이제 만삭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배였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는 것이다. 그의 2세가 말이다. 태상은 송이의 배를 볼 때마다 묵직한 책임감이 그의 가슴 속에 찾아왔다. 이 아이가 살게 될 곳이 험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욱 열심히 회사를 경영하고, 나라의 안전에 힘을 쓰는 걸지도 모른다.

결혼은, 그리고 임신은 자신에게 그런 책임감을 갖게 만들었다. 앞으로 아이가 살아가게 될 나라가 너무 엉망이 된 모습이 아니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악마들에게 이 세계를 넘길 생각도 없었고, 그렇다고 계약자들이 힘에 도취되어 날뛰는 세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의 보호가 계속 될 수 없고, 언젠가는 이 아이가 홀로 서야만 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놔야 하지 않겠는가.

더불어 그 아이가 잘 지낼 수 있는 부와 권력도 만들어 놓고 말이다.

“들어오면 바로 씻으라니까 또 이러고 있는 거야?”

송이 태상에게 잔소리를 했다.

태상은 손에 들린 아기용품 쇼핑백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둘 데 없을까?”

사방에서 아기 용품들을 사다 나르니, 어느새 아기의 방이 물건들도 꽉 차서 더 이상 놀 곳이 없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강회장도, 세연도 그리고 심지어 태진도 태어나게 될 그녀의 아이를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일밖에 모르고, 가정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태진이 직접 고른 아기용품을 송이의 손에 들려주었던 날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이번에는 또 뭔데?”

“신발이 새로 나왔더라고.”

사오지 말라고 아무리 만류를 해봐도 계속 하루에 하나씩 꼭 아기 용품을 사오는 태상이다. 송이가 어느 날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시 한 번만 더 사오면 환불해올 때까지 각방을 쓸 거라고 엄포를 놓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협박을 했음에도 그녀 몰래 물건을 사들여 어쩔 수 없이 송이가 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사는 곳이 워낙 방이 많은지라 태상이 숨기려면 정말 송이에게 들키지 않게 감쪽같이 숨길 수가 있었기에, 하루에 하나씩으로 제안을 두는 것으로 합의를 해야 했다.

“옷 방에 둘 곳이 있을까요?”

“찾아보겠습니다, 사모님.”

송이가 익숙하게 고용인에게 쇼핑백을 넘겼다. 배가 만삭인지라 사소한 일이었지만 그녀가 직접 할 수가 없었다. 이제 송이도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워져 있었다. 이 집에서 세연과 늘 함께 움직이고 그녀에게 이곳 삶을 배우다 보니 절로 아랫사람을 다루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세연은 송이를 옆에 끼고 다니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그녀에게 가르쳤다.

“어서 씻고 와.”

송이가 어느새 가까이로 다가와 그녀의 배를 쓰다듬고 있는 태상에게 말했다.

그는 미련이 잔뜩 남은 얼굴로 그녀의 곁에서 떨어지지 못하다가 이내 씻으로 욕실로 움직여야 했다. 태상이 씻고 나왔을 때, 그의 앞에는 세연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상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민아에 대해 얘기를 꺼냈다.

“오늘 민아한테 전화가 왔었어. 네가 정말 태상이 맞냐고 묻더라고. 둘이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맞니?”

아아.

고새를 못 참고 또 언제 세연에게 전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태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물기 묻은 자신의 머리를 털어냈다.

“오늘 와서 내가 강태상을 죽인 거 아니냐고 따지더라고. 내가 계약자니까 그렇게 살인멸구 하고도 충분할 거란 생각을 했나봐.”

“어머! 그래서?”

세연이 놀라며 물었다.

"뭐 어떡해. 걜 죽일 수도 없고, 그냥 정체를 밝히는 수밖에 없잖아."

"그래서 나한테 물어본 거구나."

세연이 그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민아가 태상을 좋아한다는 것을 세연이 잘 알았기에 마무리가 어떻게 됐는지 무척 궁금했다.

몸이 바뀌었지만, 태상은 태상이다. 그러니 민아는 태상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것에 상처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생각했다.

"민아가 많이 놀랐겠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잘 달래서 보낸 거야?"

잘 달래기는 커녕 협박을 하고 목을 조를 뻔했었다. 태상은 굳이 자세한 얘기를 세연에게 해줄 생각이 없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민아가 너 많이 좋아했어. 그러니까 앞으로 종종 연락하면서 잘 대해줘. 불쌍한 아이니까. 이번에 일어난 악마들 때문에 부모님을 전부 잃었잖니."

민아는 악마들이 갑작스럽게 침략을 한 일로 인데 부모님을 잃어야 했다. 병원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집이 풍비박산이 나서 한동안 굉장히 힘들어했다고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부모님의 돈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었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어서 취직을 했던 거였고 말이다.

"그런 일이 있었어?"

태상은 민아가 부모님을 모두 잃었을 줄은 몰랐기에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불행을 겪었는지 몰랐다. 예전과 그녀의 태도에 변함이 없어서 그렇게 느낀 모양이었다.

"알겠어. 생각해볼게."

세연의 말도 있고, 앞으로 함께 일을 해보기로 했으니 해코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민아가 자신과의 약속을 잘 지킨다면 나쁘게 행동할 이유가 없었다.

"말씀 중에 죄송하지만, 손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그때였다. 세연과 대화를 나누던 태상에게 고용인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어 말을 했다.

태상은 이 밤에 무슨 손님이 찾아왔다는 건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알기론 오늘 일은 모두 끝냈다. 그러니 혜연이라도 이곳에 올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악마가 침략했을 때, 고용인들의 식구들을 모두 불러 다 함께 살았었던 태상의 가족은 이제 회사 근처로 집을 옮긴 상태였다.

예전과 다른 게 있다면 예전처럼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대로 따로 살고, 태상의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따로 살고 하는 등 흩어져 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현재 태상이 살고 있는 집은 강회장, 세연태진, 그리고 태상송이 세 식구가 함께 한 건물에서 살았다. 어느날 송이가 복작복작하게 다 함께 한 건물에서 살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제안을 하고 난 후 생긴 일이었다.

의외였던 것은 태진조차도 송이의 제안에 거부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해서 태상은 매일매일 태진과 한 상에 앉아 함께 밥을 먹어야 했다.

============================ 작품 후기 ============================

비염이 심해서 약을 먹었더니 제정신이 아니네요.

어우....엄청 졸립군요. 후원쿠폰, 추천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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