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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52화 (152/251)

00152  CMC (Contractors Management Company)  =========================================================================

태상이 그녀의 반응에 흡족한 미소를 짓고 말했다.

“좋아, 착하네.”

그가 민아의 목을 움켜쥔 손을 거두었다. 숨통을 진짜 쥐고 있는 것도 아닌데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 쉬며 살았다는 듯 크게 안도를 했다.

민아의 몸은 여전히 옅게 떨리고 있었다.

"인터뷰는 해줄게. 대신 사진은 안 찍는다. 내가 원하는 내용으로 기사를 적고, 헤드라인에 내보내. 그 정도 실력은 되겠지? 밖에 있는 거 아니까 들어와!"

그는 큰 목소리로 바깥에 있을 혜연을 불렀다.

그녀의 기척이 사라지지 않고 문가를 맴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리를 엿들은 건 아니지만 걱정이 되긴 했을 것이다.

혜연이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어요?"

안색이 창백해져 헉헉 숨을 고르는 민아를 보곤 혜연이 속으로 혀를 찼다.

"이제 대충 악마 계약자들도 가입하고 있는 추세니까, 다음 계획으로 넘어가자. 홍보는 이 여자가 맡아서 할 거야."

"벌써 다 얘기 하신 거에요??"

얘기를 다 듣고 벌써 이해를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사람이란 의심하기 마련이고, 민아가 강명진이라는 사람이 본래 강태상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태상은 오해를 한 혜연에게 해명하지 않고 말했다.

"대충. 이 여자가 앞으로 새롭게 내놓을 상품을 아주 잘~ 홍보해줄 거니까, 자세한 내용 말해줘."

"네, 알겠습니다. 태상님."

그는 더 이상 이곳에 한 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다는 듯 잽싸게 문을 닫고 나갔다. 혜연은 얼을 타고 있는 민아의 표정을 보고 아직 모든 걸 이해한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음....뭐부터 말씀을 드려야 좋을까요??"

아무래도 태상이 말한 대충이 엄청, 그리고 아주 많이 대충이었나 보다.

혜연이 포옥 한숨을 쉬었다.

“많이 혼란스러우신 모양이네요. 일단 진정하는 게 우선인 것 같으니까 이리 앉으세요.”

혜연은 민아를 부축해 소파에 앉혔다. 만약 혜연이 계약자가 아니었다면 민아의 몸을 부축해서 소파까지 옮길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 민아는 제대로 걸을 수도 없는 상태였다.

태상이 사라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상황 파악이 된 것인지 민아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혜연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휴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민아가 혜연에게서 받은 휴지를 뜯어 코를 팽 하고 풀었다. 손이 저릿저릿한 게 여간 긴장을 했던 게 아닌 것이다.

“지, 진짜.....죽는 줄 알았다고요. 아니, 저 남자 날 죽이려고 했어요!”

민아가 여전히 훌쩍이며 혜연에게 말했다. 그녀도 저 남자와 같은 한 편이라는 건 알지만, 하소연 할 곳이 그녀밖에 없었다.

“설마 정말 해코지를 하려고 하셨겠어요? 그냥 겁을 주려고 하신 거에요. 겉으로는 퉁명스럽게 말하고 행동 하곤 하시지만 알게 모르게 다정한 면이 많으세요.”

다정?

다정이 얼어 죽을 소리였다. 민아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앞으로 저희 일을 돕게 되실 거라고 하던데, 얘기는 확실하게 다 되신 건가요?”

혜연은 태상이 말해주라던 자세한 얘기를 꺼내기 전에 확실하게 상황을 정리하고자 말했다. 그리고 혜연의 짐작대로 민아는 정신이 없어서 태상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흐음....그러시구나...태상님이 방금 전에 민아씨가 앞으로 저희 회사 홍보를 담당해주실 거라고 하셨거든요. 그 얘기를 여쭤보는 거에요.”

혜연의 말을 듣던 민아는 도저히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말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항의하듯 말했다.

“왜 자꾸 그 남자를 태상오빠 이름으로 부르는 거에요? 기분 나쁘게?”

하지만 예전과는 달리 그 기세가 무척 죽어 있었기에 전혀 불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혜연은 기죽은 민아를 보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혜연은 민아가 아직 그가 진짜 태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말했다.

“아까 전에 태상님이 말씀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뭘 말해요. 당신 사장이 우리 태상 오빠 죽인 거요?”

“아뇨, 뭐 그게 아예 안 맞는 말이 아니긴 하지만 엄연히 진짜 태상님은 사장님이시니까 문제  없는 거 아닐까요?”

“.......”

민아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혜연의 차분한 말을 듣고 점점 태상이 방금 전 자신에게 한 말이 무엇인지 깨달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믿을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설마하며 혜연에게 물었다.

“지금 그 말은, 강명진이라는 남자가 태상 오빠라는 거에요?”

“네. 그분이 진짜 강태상님이세요.”

“....말도 안 돼.”

민아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정신을 차리기 위해 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혜연이 말하는 진실이 바뀔 리가 없었다.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태상님이 민아씨를 죽이지 못하신 거죠. 아니라면 그런 의심을 하고 있는 사람을 가만히 둘 이유가 없잖아요.”

만약 민아의 의심이 진짜 사실이었다면,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 숨 쉬며 앉아 있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민아가 이렇게 태상에게 쳐들어 온 것은 무척이나 어리석고 위험한 행동이었다.

“그러니까, 방금 전에 제 목숨을 위협했던 그 남자가....”

“강태상님이세요.”

혜연의 깔끔하고, 단호한 목소리에 민아의 얼굴이 울상이 됐다.

그럴 리 없어!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런데, 민아의 머릿속에서 강명진의 지난 행동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건방진 꼬맹이.’

건방진 꼬맹이라고 부르는 건 태상이 자신에게 자주 하던 말이었다. 해서 그가 그렇게 말 할 때마다 불쾌했다. 그를 보면 자꾸만 태상 오빠가 떠오를 만큼 행동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가 진짜 태상 오빠였다니!

지금까지 그럼 자신이 한 행동들이 다 뭐였단 말인가!

민아는 이게 진짜 사실인지 확실하게 다시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방금 전 태상에게 받았던 위협 때문에 그와 두 눈을 맞대고 있고 싶지가 않았다. 해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세연에게 연락을 넣는 것이었다.

“어머님한테 이게 사실인지 여쭤봐야겠어요. 잠깐 통화 좀 해도 될까요?”

민아가 핸드폰을 꺼내들자 혜연은 속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민아가 정말 생각보다 태상과 가까운 사이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녀가 말하는 어머니가 세연이라는 사실은 혜연을 놀랍게 만들고 있었다.

“물론이에요. 편히 하세요.”

뚜-뚜 신호음이 가다가 곧 세연이 전화를 받았다. 민아는 훌쩍거리는 울음기 담긴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어머님!!”

민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통화가 길어질수록 그녀는 결국 모든 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세연이 해주는 말도 믿지 못할 순 없었기에 민아는 모든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잠시 후, 모든 진실을 마주하고 인정하게 된 민아는 다시 태상과 마주앉을 수 있었다.

그가 약속했던 인터뷰를 위해 다시 돌아왔던 것이다. 민아의 손에는 다시 수첩이 들려 있었고, 눈물을 머금고 있었던 눈에는 날카로운 의심이 깃들어 있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됐나보지?”

태상이 다시 소파에 앉자 민아가 말했다.

“당신이 태상 오빠라고?”

“이번 딱 한 번만 정확히 얘기해줄게. 사실이야. 그리고 넌 나랑 거래를 하기로 했고. 기억 안 난다고 발뺌할 생각은 아니겠지?”

태상의 말에 민아가 분한 듯 입술을 깨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 약속은 지킬 거야.”

“좋아. 그럼 인터뷰 시작할까?”

민아는 강명진이라는 남자를 다시 한 번 새삼 보면서 깨달았다. 그는 정말 태상이 맞을 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그의 행동, 말투 모두 가 다 자신이 기억하는 그 남자가 맞았다.

그가 진짜 태상이 맞다는 걸 이해하게 되자 민아는 부끄러워 그와 시선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과거 행동과 말들이 다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사자 앞에서 당당하게 사랑고백을 한 것도 모자라 밉보이는 행동이란 행동은 전부 다 했다. 민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번째 질문 할게요. 어떻게 이 회사를 설립할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사적인 이야기가 아닌, 공적인 얘기라서 그런지 그녀는 태상에게 존댓말을 했다. 태상이 소파에서 거만한 포즈로 기대 말했다.

“이익 창출을 위해서?”

민아가 태상의 짧은 대답에 잠시 침묵했다. 그런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를 해주셔야죠. 어떻게 이런 사업을 생각해내셨는지 궁금하다는 거에요. 이 사업을 만들게 된 일화 같은 거요.”

일화 같은 건 없었다.

“그런 거 없는데.”

“네? 아니 그럼 어떻게 이런 생각을 떠올린 거에요?”

민아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상황을 봤고, 그곳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돈이 될 것 같았고. 그래서 회사를 설립했고. 그게 전부야.”

그렇게 쉽게 떠올린 것치고 회사가 커가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좀 더 특별한 얘기가 숨겨져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라고 하니 실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건 기사거리가 될 수 없을 테니 말이다.

“알겠어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범죄를 저지른 계약자들에게 사비를 들여 현상금을 걸고, 잡은 후에는 경찰에 넘기는 일을 하시는데 왜 그런 일들을 하시는 건가요?”

“사회 환원을 위해서.”

사실은 계약자들끼리의 올바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서로 싸우고 반목하면서 혼란해지면 태상의 회사는 여러모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하는 사업이 계약자들을 이용하는 거다 보니, 이런 상관없는 일도 다 연관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니 결국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인 이유가 있기에 하는 일이었다.

“말도 안 돼요. 현상금을 걸기 시작한 건 아직 회사가 자리를 잡기 전인 초반부터 시작 한 일이잖아요.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사회 환원부터 한다고요?”

민아가 예리하게 그것을 지적했다. 태상은 알겠다는 듯 좀 더 자세하게 그녀에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내 사업은 계약자들을 통해 이익이 창출돼. 그럼 당연히 계약자들을 관리 보호해줘야 하는 게 이 회사의 의무가 아니겠어? 나라에서 다양한 능력을 쓰는 계약자들을 다루려고 하면 굉장히 힘들겠지만, 계약자를 계약자로 관리시키면 그리 힘들지 않은 일이야. 그로인해 범죄자가 줄고, 범죄자가 될 계약자가 우리 CMC소속 계약자가 되어준다면 결국 회사의 이익이 되는 일이지.”

태상의 말에 민아가 과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태상은 그 사정을 기사에 내고픈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이 내용은 기사에 내보내선 안 돼. 그냥 사회환원을 위해 하는 거라고 써.”

“네? 왜요?”

민아가 항의했다. 모두가 궁금해 하는 일인데, 그런 식으로 덮을 순 없었다. 그러자 태상이 쯧쯧 혀를 차면서 말했다.

“그렇게 나가는 게 내가 원하는 기사고, 넌 내가 원하는 대로 기사를 쓰기로 약속했어.”

이건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었다. 민아는 그에게 목숨을 협박 받았고, 살려주는 대가로 그가 원하는 대로 기사를 써주기로 한 상태였다. 그녀가 그제야 자신의 상황이 어떤 것인지 깨달았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원하는 재회는 이런 식이 아니었다.

적어도 이렇게 냉랭한 사이는 아니었단 말이다. 민아는 짝사랑하던 남자한테 목숨의 위협을 받았다. 아무리 그래도 자길 걱정해서 그런 행동을 한 거였는데, 너무 하지 않은가! 좀 더 부드럽게 얘기를 해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민아는 자길 걱정해서 그런 행동을 했기 때문에 아직까지 무사하게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태상을 섣불리 협박하는 놈이 있었다면 그는 결코 이런 식으로 회유를 하거나 봐주는 일은 없었을 거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17분에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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