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32 민아 =========================================================================
“정말입니다!!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겁만 주면 된다고, 나머지는 자기가 알아서 할 거라고 했습니다. 정말 다른 뜻은 없었어요!”
“우리들은 그냥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에요. 생긴 게 이래서 오해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희들 조폭도 아니에요!”
태상이 덩치를 한 손으로 제압해 저들이 겁을 먹은 게 아니었다. 태상의 몸에서 흐르는 살기와 기운들이 그들을 겁먹게 만든 것이었다. 더욱이 그들은 잔뜩 나쁜 의도를 담은 얼굴로 나타났으면서 조폭도 아니란다.
정말로 그냥 체육관 관장에게 돈을 받고 지은을 겁주기 위해 온 놈들이었다.
“착하게 대답 잘 했으니 곱게 보내주지. 저기 쓰러져 있는 쓰레기, 무단투기하고 갈 건 아니겠지?”
남자들은 당연히 태상의 명령에 따랐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민머리를 양 옆에 부축을 하고 남자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며 달려나갔다. 덩치가 아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태상은 그들을 끝까지 살벌한 눈초리로 살펴보다가 이내 문을 닫고 나가자 민아를 바라봤다.
민아는 여전히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있었다. 해서 태상은 그녀가 깡이 꽤 좋은 여자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의 착각이었다.
“....갔어?”
민아의 다리가 휘청거리며 쓰러지려 했다. 태상이 저도 모르게 반사신경처럼 손이 튀어나가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민아가 태상의 품에 안겨 깊게 안도했다. 그러다가 이내 번뜩 정신이 드는지 그에게 도끼눈을 뜨며 말했다.
“무, 무서웠잖아! 왜 이제 나와!!”
“하.”
쌘 척은 혼자 다 했으면서 이제 와서 무섭다며 몸을 떠는 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구해줘서 뭐라 하니 태상은 이 여자에게 완전히 질려버렸다. 그리고 그것을 알리듯 그녀의 허리를 안고 있는 손을 매정하게 치워버렸다.
민아가 그의 품에 안겨 몸을 지탱했다가 그가 놓는바람에 몸을 휘청거려야 했지만, 이번에는 받아주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고 다급하게 지은이 안으로 들어왔다.
“괜찮으세요?!”
지은은 막 체육관에서 나가는 덩치들을 보고 놀라 달려 온 참이었다. 그들이 과히 좋은 용건으로 그곳에 온 것은 아닐 거라는 건 쉽게 알 수 있었다. 덩치 중 한 명이 다쳐서 일행에게 부축을 받고 간 것을 보면 태상이 그들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뜻이었다.
“아아, 별 거 아니었어.”
“좋은 의도로 온 사람들로는 안 보여서 놀랐어요.”
“저 덩치들, 널 위협하려고 아래층 체육관 관장이 보낸 모양이다. 원래 이런 짓 잘 하는 놈이었냐?”
지은은 모르는 일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 번도 제대로 복수 같은 것을 해본 적 없으니 위기의식을 느껴본 적 없는 체육관 관장이 굳이 저런 사람들을 보낼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번에 태상을 회원에서 빼온 게 그의 성질을 제대로 건들인 듯싶었다.
관장은 그녀 혼자만 건드리려고 했지 태상까진 대상에 넣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들이 왔을 때, 그녀가 자리에 없었고 그의 애인일 민아가 있었을 것이다.
“그 체육관 관장이 의외로 사람을 귀찮게 만드는 사람이네.”
그때 말을 잘 알아들은 줄 알았는데, 뒤로 이런 짓을 하다니 말이다. 태상은 체육관 관장이 괘씸했다.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여자 친구 분이 많이 놀란 것 같은데.....”
“그 인간은 내가 알아서 사람 시켜서 처리할 테니 걱정 말고, 아무래도 오늘은 운동할 날이 아닌 것 같으니 가봐야겠다.”
태상의 말에 지은은 마냥 고개를 끄덕이는 일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민아가 아까 전에 당한 일 때문에 어지간히 놀라긴 했는지, 지은의 오해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가 당연히 펄쩍 뛸 줄 알았던 태상이 결국 그녀의 오해를 풀어주어야 했다.
“그리고 얘 내 애인 아니거든? 불쾌하니까 오해 하지마.”
“아! 죄송해요.”
“........”
민아가 그의 말에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솔직히 자신을 구해 준 태상의 활약에 가슴이 뛰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잠깐이었지만, 그가 태상 오빠처럼 든든하게 느껴졌다. 아니, 솔직히 그의 말투나 행동거지들이 태상과 너무 비슷해서 자꾸만 혼동이 됐다.
하마터면 그가 왔을 때, 태상오빠! 라고 부르며 그를 와락 끌어안을 뻔 했다가 간신히 참은 민아다. 왜 이렇게 저 사람이 태상 오빠처럼 느껴지는지 몰라 민아는 울상을 지었다.
"도대체 너 언제 갈 거냐? 이렇게 봉변도 당했는데 계속 여기 있을 거야??"
태상이 민아에게 돌직구로 말했다. 어서 이곳에서 가줬으면 하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민아는 괜스레 서운해져 삐죽 내밀며 오기로 말했다.
"무서워서 혼자 못 가겠어. 집까지 데려다줘. 그 놈들이 또 쫓아오면 어떡해!"
"걔네들은 애초부터 널 노리고 온 게 아니거든? 그냥 좀 가라. 어?"
"싫어! 데려다주지 않으면 절대 안 갈거야."
결국 태상은 그녀를 데려다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집 앞까지 온 건 아니었다. 그가 그녀를 데려다 준 곳은 2층에 있는 체육관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거리 뿐이었다.
“여기까지 데려다줬으니까 더 이상 쫓아다니지 마. 구해준 보답은 해야지?”
주변에 놈들이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놀랐을 테니 운전 못하겠다 떼를 쓸까봐 미리 대리를 불러주기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태상이 민아를 차 안으로 구겨 넣듯이 밀어 넣고 가려고 하자 그녀가 창문을 내리고 태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야!! 기다려 쫌! 야!”
“또 뭐?!”
자꾸만 자신을 잡는 민아 때문에 태상은 조금 짜증이 났는지 목소리를 높였다. 민아가 그의 화난 목소리에 지지 않고 소리쳤다.
“구해줘서 고맙다고!”
얘가 웬일이래? 하는 얼굴로 태상이 바라보다가 말했다.
“고마우면 더 이상 만나는 일 없는 걸로 갚아라.”
양심은 있는지 이번에는 그를 붙잡지 않는 민아였다. 태상은 그 후로 건물로 들어갈 때까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민아는 그가 사라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다가 말했다.
"가요."
"예."
민아의 차가 그제야 매끄럽게 움직였다.
**
천계에 접속한 태상은 뜻밖의 말을 듣게 됐다. 그건 바로 카와 길드가 해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카살라가 그 소식을 듣고, 태상에게 알려주었다.
“어쩌다가 그 지경까지 간 거지?”
“S등급 미션이라서 카와길드 중심이 되는 이들이 전부 다 참가했던 모양입니다. 죽은 이들이 많았고, 그 비워진 자리 때문에 길드 내분이 생겼고요. 파가 갈려 이리저리 흩어졌고, 결국 해체된 겁니다.”
그러고 보니 태상 일행이 바로세에게 갔을 때, 그의 주변에 피가 흠뻑 적셔져 있는 것을 보았었다. 그 피들이 카와 길드원의 것이었다면 이미 놈에게 많이 먹혔다는 뜻이었다.
더군다나 바로세는 강한 놈일수록 더 맛있게 느껴진다고 했었다. 그러니 놈은 분명 강한 놈들부터 먹었을 것이고, 강한 자일수록 길드의 중축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보다 훨씬 피해 컸던 거군. 그래서 흩어진 길드원들은 어떻게 됐는데?”
“동맹을 맺었던 대형 길드에 뿔뿔이 흩어졌겠지.”
카살라 대신 사로나가 말했다. 그녀의 말이 맞는다는 듯 카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습니다.”
기껏 인드고의 눈물까지 써서 반을 살려주었는데, 카와 길드가 해체되다니.
그가 아무래도 여러모로 힘이 많이 들 듯싶었다.
태상은 반에게 연락을 넣어 보기로 했다.
목걸이로 그에게 연락을 하자 곧 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태상이구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에서 충분히 피곤함이 느껴졌다.
“소식 들었어.”
[그래? 이거 좀 머쓱하네.]
“어떻게 하기로 한 거야?”
[잘 모르겠다. 레베카도 그 이후로 소식이 없고, 워낙 죽은 사람이 많아서....정리가 되질 않아. 유일하게 알겠는 건 내가 지금 무척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거야.]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부디 안정을 찾길 바랄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문은 열려 있으니까.”
태상의 말에 반이 잠시 침묵했다. 그가 아니었다면 자신이 이렇게 살아서 숨을 쉬고 있지 못했을 것이다. 반이 진심을 담아 태상에게 말했다.
[......그래, 고맙다.]
연락을 끊은 태상이 카살라에게 말했다.
“만약 반이 여길 온다면 언제든지 받아줘.”
“네, 그러겠습니다.”
태상은 일행과 함께 길드 건물 밖으로 나왔다. 사로나와 혜연이 각각 거리를 떨어트려 서로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지금 하려는 것은 사로나와 혜연이 서로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전 같은 연습을 것을 하는 것이다.
“시작해.”
혜연과 사로나가 태상의 말을 듣자마자 몸을 긴장시켰다.
"언니 화이팅!!!"
아이라가 소리를 지르며 사로나를 응원했다. 그리곤 아이라가 카살라의 허리를 푹 찔렀다. 그러자 카살라가 움찔 몸을 떨며 말했다.
"혜연씨 화이팅..."
"에이~!! 목소리가 작잖아요! 그래서 혜연 언니가 힘이 나겠어요? 그렇지 야호야?"
크허엉!
야호가 아이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울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카살라의 입은 더 이상 떼어지지 않았다. 그가 생각보다 부끄러움을 많이 탄다는 것을 알았던 혜연은 그의 작은 목소리에도 충분히 응원이 됐다.
그를 향해 손을 들어 올려 괜찮다는 신호를 보내자 혜연과 사로나의 대련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로나는 우선 땅을 박차고 뛰어 몸을 빙글 돌리며 혜연의 뒤쪽으로 뛰었다. 혜연은 염력을 사용해 사로나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밀쳐버렸다. 사로나의 몸이 뒤로 강하게 밀쳐졌음에도 불구하고 당황하지 않고 부드럽게 땅에 착지했다.
혜연은 예전보다 염력을 사용하는 것을 훨씬 자유자재로 하고 있었다.
그녀가 예전에는 바위 같은 것들을 들어 올려 공격하는 것이 다였다면, 지금은 염력 그 자체에 물리력을 만들어 공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 혜연과는 달리 사로나는 그다지 달라졌다 생각이 되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 보이는 변화일 뿐이었다.
사로나가 혜연에게 반격을 시작했다.
그녀는 혜연의 염력이 사방에서 자신을 자꾸만 밀쳐내자 정면에 검을 들어올렸다. 혜연을 향해 정면으로 겨눠진 칼이 미동도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순간 그녀의 검이 반응하더니, 허공을 향해 빠르게 그어졌다.
그러자 거센 바람이 휘이잉~! 하며 사로나의 머리카락을 휘날리고 사라졌다. 혜연이 말도 안 된다는 듯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지금 제 염력을 칼로 벤 거에요?!”
“안 될 줄 알았는데, 되네요.”
“완전 사기야!”
혜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는 더욱 힘을 끌어 올려 염력을 사용했다. 사로나의 주변에 있는 돌멩이들이 그녀의 주변에 떠올랐다. 돌멩이들이 떠오른 수가 한 두개가 아니었다. 도망 갈 구멍도 없어보일 정도였기에 사로나가 설마 하며 물었다.
“이거....설마 전부 다 쏟아지는 거 아니죠? 이걸 다 컨트롤 해요?”
“네, 연습을 했더니 되더라고요.”
혜연은 그동안 한 두 개만 겨우 염력으로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젠 작은 돌멩이는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들어 올릴 수 있는 듯 했다. 곳곳에 큼직한 돌멩이도 있어서 무시할 것이 못됐다.
보이지 않는 염력을 베어냈던 자신에게 사기라고 소리쳐놓고, 혜연의 능력도 만만치 않게 훌륭했다.
============================ 작품 후기 ============================
나가시기 천에 '추천' 한 번씩만 부탁드려요^^
후원쿠폰, 선작, 추천 모두 감사합니다!
숫자 단위 보기 힘들다고 하셔서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