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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21화 (121/251)

00121  클케논의 요새  =========================================================================

"나도 할 수 있어."

아이라는 이번에야 말로 절대 혼자서 안전하게 있을 생각이 없었다. 또 다시 사로나가 자신을 위험하다는 이유로 떨어트리려 하기 전에 말했다.

"클케논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하잖아. 난 알 수 있어. 내 능력인 탐색이 필요할 거야."

그러니 미션을 위해서라도 자신을 빼놓으면 안 된다.

아이라의 말에 사로나가 알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이미 자신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태상도 이번에는 굳이 그녀를 놓고 갈 생각이 아닌지 별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S등급을 성공한다면 그 보상으로 아이라는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그러니 그녀가 이 미션을 함께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지금 이 미션은 전쟁이 아니었기에 그녀를 지키는 데 용이하다고 봤다.

그들은 습격을 당하는 게 아니라 습격을 하는 입장이 아닌가. 그러니 적어도 전쟁에서의 위험보단 지금이 덜하다고 생각했다. 난이도가 S등급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말이다.

"가자."

태상이 일행 모두에게 움직일 것을 말했다.

다른 이들이 그들 일행을 눈치 채기 전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누구도 그들의 부재를 알지 못했다.

기척이 없는 곳으로 움직인 후 아이라가 탐색을 사용했다.

"죄송해요...힝..."

호기롭게 자신이 필요할 거라 말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능력을 써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지 악마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거리가 좁혀져야 알 수 있을 듯싶었다. 사로나가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자주 사용하면서 노하우를 늘리면 발전할 거야."

"레베카, 일단 네 경험에 의존해서 움직이는 게 좋겠다."

"네."

아이라의 능력에 악마가 걸릴 때까진 말이다. 그렇게 일행이 레베카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움직였다. 그녀는 대부분 길을 헷갈려 해서 일행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잠시 만요.”

그때, 앞장서 걸어가던 아이라가 태상을 부르며 걸음을 멈췄다. 태상이 의문을 표하자 아이라가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아니, 무언가가 아니라 엄청나게 많은 무리 같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들은 태상이 길 옆으로 몸을 숨기자고 말했다. 다른 일행들도 재빨리 몸을 숙여 숨자 곧 서서히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레베카는 그 소리에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려 했다.

사로나가 재빨리 레베카의 입을 막아 비명을 속으로 삼키게 만들었다. 만약 그녀가 비명을 지르면 일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레베카는 여전히 두려운지 자꾸만 발버둥을 쳤다. 사로나가 힘을 꽉 주어 레베카를 강제적으로 제압했다.

“쉿..!”

“..으..읍...으..”

레베카가 저렇게 두려워하는 것들이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서 풀잎들을 스치며 지나가고 있었다.

키이이킥킥

킥킥킥

키킥 키이이킥킥!

태상은 왜 레베카가 킥킥거리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는 건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정말 저 킥킥거리는 소리를 내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몸을 숨긴지 꽤 됐는데도 킥킥거리는 악마 놈들이 지나가는 게 끊어지지가 않았기 때문이다.

놈들의 몸통은 그의 허벅지 정도까지 왔지만 저렇게 많은 숫자라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닐 듯 싶었다.

그렇게 그 시커먼 악마놈들이 어떤 곳을 향해 계속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태상은 저들이 움직이는 곳이 어디인지 알 것 같았다.

야호가 불쾌한 심리를 드러내며 악마들을 향해 그르렁댔다. 혜연이 그런 야호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입술에 손가락 하나를 가져다 대고 쉿! 했다. 야호는 그녀의 말뜻을 이해하고 그르렁대는 것을 멈추곤 태상에게로 다가가 그의 발치에 앉았다.

"어디로 저렇게 많은 악마들이 가는 걸까요?"

야호에게 주의를 준 혜연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태상은 예상하고 있던 것을 말했다.

"아마 우리들이 처음 있었던 곳으로 가는 거겠지."

"아!"

그들이 떨어져 나왔던 천사 계약자들이 있는 곳 말이다.

레베카가 길드건물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끊임없이 계약자들을 괴롭힐 것이다. 만약 그들에게서 떨어져 나오지 않았다면 저놈들의 습격에 계속해서 시간을 낭비했을 것이다. 레베카 일행이 그랬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제 움직인다.”

태상이 말했다.

킥킥대던 놈들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저렇게 움직인다는 것은 예상대로 악마가 계약자들이 모여 있는 곳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과 같았다. 그러니 태상 일행은 계획대로 은밀하게 움직이면 됐다.

아이라 덕분에 저들을 피할 수 있게 됐기에 활약이 컸다. 아이라가 뿌듯하게 미소를 짓자 사로나가 잘했다며 그녀를 칭찬했다. 그녀와는 달리 레베카는 거의 패닉상태였던 지라 사로나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전에 소리를 질렀으면 큰일 날 뻔 했어요. 알아요?”

“.......”

레베카는 면목이 없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라고 그러고 싶었겠는가. 하지만 그녀를 사로잡은 공포가 그럴 수 없게 만들었던 거였다.

“다시 한 번만 더 이럴 거면 우린 당신 못 데려가요. 그냥 천계로 돌아가서 있는 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요.”

사로나는 다정하게 감싸줄 생각이 없었기에, 현실을 직시하라는 듯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인지라 누구도 반박하거나 레베카의 편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자신의 실수가 큰일을 낼 뻔했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레베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해요. 다신 그러지 않을게요. 절 데려가 주세요.”

태상이 레베카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정신 똑바로 차려. 너 때문에 반을 구하지 못하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하잖아?”

“...네.”

“공포심이 아니라 복수심을 키워. 그래야 네가 정신을 똑바로 차릴 수 있을 것 같다.”

태상이 그녀에게 해줄 말은 그것뿐이었기에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요새를 향해 계속해서 움직였다. 목적지 가까이에 도착하자, 아이라가 또 다시 멈추며 말을했다.

“잠시 만요. 제 능력에 뭔가 걸리는 게 있어요.”

“그래?”

“음...요새에서 계속 아까 그 악마들이 빠져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각기 다른 방향이긴 한데, 결국 한 곳일 거에요.”

“천사 계약자들이 몰려 있는 곳이겠지.”

“숫자가 어마어마해요.”

레베카가 아이라의 말에 입을 열었다.

“저희들도 그랬어요. 계속 끊임없이 따라붙어서 괴롭혔죠. 아마 저희들이 당한 것처럼 똑같이 할 생각인가 봐요.”

“우리한테는 잘 된 일이야.”

“그런데 성문은 저들이 모두 다 차지하고 있어서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반은 어디쯤에 있어?”

“저희들이 탈출을 했던 곳이 있어요. 그곳이 요새 뒤편이라 아마도 악마들이 돌아다니진 않을 거에요. 저희들이 갇혀 있었던 곳으로 가는 길은 똑똑히 기억해요.”

"좋네. 그럼 그곳으로 돌아서 움직이자. 혹시 클케논이 있는 곳을 탐색해볼 수 있겠어?"

태상의 물음에 아이라가 안 잡힌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악마들이 너무 많아서 잘 모르겠어요. 죄송해요."

아직 초보였던지라 악마들의 강함과 약함의 정도는 구분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태상은 그걸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한 활약을 해주었기에 괜찮다며 아이라를 다독였다.

레베카가 안내한 뒤쪽은 정말 그녀의 말대로 악마가 몇 없었다.

"저희들이 도망을 한 번 친 적이 있어서 그런지, 지키는 악마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 길에 지키는 놈들이 없어서 탈출이 가능했었지만 지금은 불가능할 듯 싶었다.

"악마들이 바보는 아니니까 당연히 배치를 했겠지."

후문에는 지키고 있는 악마들이 있긴 했지만 태상 일행의 상대가 되진 못했다. 그들을 금방 해치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 레베카가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다.

"저곳이에요. 저곳에 일행들이...!"

레베카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악마들이 지키고 철장에 갇혀 있는 천사 계약자들이 보였다. 일행 모두가 긴장하며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들이 천사 계약자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나서려는 순간, 갑자기 아이라가 다급하게 태상의 손을 잡았다.

"잠시, 잠시만요!! 지금...지금 저곳으로 악마가 오고 있어요!"

어차피 하급 악마들이 온다 해도 태상 일행이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태상이 괜찮다며 말하려는데 아이라가 그게 아니라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강해요. 어마어마하게 강하다고요. 다른 악마들이랑 비교할 수도 없어요."

아이라가 공포에 사로잡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태상은 그녀가 아무래도 클케논을 발견한 게 분명하다 생각했다. A등급 악마를 만나기엔 아이라의 능력이 부족했으니 저렇게 두려워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들이 공격을 잠시 멈추고 상황을 주시하기로 결정하고 몸을 다시 숨기자, 곧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 위에서 한 악마가 나타나 바닥에 착지했다.

킥!!킥킥!!키이이!키이익!

그의 등장에 그곳을 지키고 있던 악마들이 킥킥대며 소리를 높였다. 그의 등장이 무척이나 좋은 모양이었다. 클케논의 모습은 마치 켄타우로스를 연상시켰다. 말 몸통을 하고, 얼굴은 사람과 비슷한 얼굴이었다. 등 뒤에는 커다란 검은색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고, 몸집이 작은 다른 하급 악마들에 비해 그 녀석은 2M정도는 되어보였다.

"먹이들은 준비해 두었나?"

클케논이 하급악마에게 물었다.

킥! 킥킥!

하급 악마는 그의 말을 듣고 곧장 철장 쪽으로 움직였다. 그리곤 문을 열어 그곳에 있는 놈들 중 가장 어린 것 같아 보이는 남자 아이를 꺼냈다.

"이거 놔!!!"

"에드워드!!! 이 자식들!! 에드워드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천사 계약자들이 남자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빼앗기지 않으려 했지만, 괜스레 발차기만 당할 뿐이었다. 그들은 족쇄같은 것에 묶여 제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어느 곳 하나 자유로운 부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클케논이 에드워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 놈으론 모자르다."

키이이키이이...!!

그의 말에 당장 하급 악마들이 다시 한 번 더 철장 안으로 들어가 성인 남자를 꺼내왔다. 태상이 꺼내진 남자를 보고 몸을 움찔 떨었다.

그 남자는 태상이 잘 알고 있는 이였기 때문이다. 레베카는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며 숨 죽여 경악했다. 저들에게 끌려오고 있는 남자가 바로 반이었기 때문에 말이다.

"반!! 안 돼!"

"반!!"

철장 안에 있던 이들이 절망한 표정을 지으며 울부 짓었다.

"이 개자식들!!!!!"

반이 몸 이곳저곳에 피를 흘리며 죽을 듯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정말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웠다.

"음....이정도면 될 것 같군."

곧 죽을 놈이다. '그'는 살아 있는 것만 먹으니 죽기 전에 가져다 먹여야 할 듯 싶었다. 클케논이 에드워드와 반의 목에 묶여 있는 쇠사슬을 들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에드워드는 이리저리 휘청거리는 반의 몸을 부축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바닥에 쓰러져 질질 끌려가야 했을 테니 말이다.

그만큼 반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에드워드가 눈물을 흘리며 반의 몸을 흔들며 그를 불렀다. 그가 정신을 차리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점점 죽어가고 있었다.

당연히 깨어나지 못하는 게 당연했다.

레베카는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반을 치료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가 또 다시 사고를 칠까 싶었는지, 사로나가 그녀의 몸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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