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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20화 (120/251)

00120  클케논의 요새  =========================================================================

많은 악마들이 그 요새 안에서 공격을 대비하고 있을 게 분명하니 말이다. 그들은 보상에 눈이 멀어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못한 듯싶었다.

“그놈들은 이상한 소리를 냈어요.”

“이상한 소리?”

“그러니까...키익키익? 막 그런 이상한 소리요. 자기네들끼리는 그 소리로 대화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소리를 냈던 악마들은 허벅지 정도까지 밖에 안 오는 작은 놈들이었죠.”

미션지로 이동 된 반 일행을 맞이한 건 키익키익 소리를 내는 하급 악마였다. 한 주먹 거리도 안 되는 놈들이었던 지라 그들의 습격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반 일행은 후에 그 행동을 뼈저리게 후회해야 했다.

“놈들은 엄청나게 숫자가 많았어요. 정말...끔찍할 정도로...많이요.”

레베카의 안색이 또 다시 창백해졌다. 그놈들의 숫자는 도저히 셀 수가 없는 벌레 떼와 같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어요. 그놈들이 계속 습격을 해오긴 했지만 그래도 사망자는 없었거든요. 해서 계속 안쪽으로 들어갔죠. 문제는 요새에 들어가고부터 시작됐어요.”

요새는 이상하게도 성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고 했다.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던 악마들도 어느 순간 자취를 감췄고 말이다.

일행은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클케논을 잡기 위해 계속 앞으로 전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게 함정이었어요. 저희들을 가운데에 몰아넣고 악마들이 습격을 했죠. 사방에서 쏟아지는 악마들은 둘째 치더라도....”

레베카가 갑자기 말을 줄였다.

“치더라도?”

태상이 재촉하자 그녀가 파르르 떨며 말했다.

“A등급 악마가 두 명이었어요. 아니...세 명이었나....?”

“A등급 악마가 두 명도 아니고 세 명이라고요?!”

혜연이 놀라 말했다.

레베카가 횡설수설하기 시작했다.

“그게...정확하진 않아요. 제가 확실히 본 게 아니라서...도중에 기절을 했거든요. 그래서 세 명일 수도 있고....두 명일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정신이 없다보니 그 수를 정확히 셀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A등급 악마가 다수라는 것은 알 수 있었기에 태상이 알았다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A등급 악마가 여러 명 나타나서 너희들을 공격했다 이거지?”

“네, 네...”

“........”

“......”

일행 사이에 깊은 침묵이 돌았다. A등급 악마 여럿이 있는 곳이라면 솔직히 태상도 선뜻 가겠다고 도움을 주겠다고 할 수가 없었다.

일단 그녀의 말을 들어 본 결과, 이유를 알 순 없지만 계약자들을 죽이지 않았다 해도, 그들이 살아있을 시간이 얼마 없을 듯 했다. 놈들은 아마 계약자들이 강제로 접속이 해제되기 전에 놈들을 죽일 테니까.

“.....”

레베카의 얼굴에 절망이 서렸다. 그녀도 눈치가 있는지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쪽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접속을 해제하려면 천계에 와야 한다. 일단 살려뒀다는 것은 무언가 써먹을 게 있다는 뜻일 테니  강제로 접속이 해제되기 전에 그들이 수를 쓸 거란 뜻이었다. 그러니 태상이 최대한 빨리 일행을 꾸려 구하러 움직여야 한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문제는.....

“제발 도와주세요...”

레베카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이 필요한데, 시간이 없다는 게 제일 어렵네.”

이 미션은 인원이 적은 태상의 길드로는 역부족이라 생각했다.

지금 최선의 방법은 다른 길드한테 도움을 요청해서 함께 움직이는 것인데, 그러려면 아무리 빠르게 움직여도 하루 이상은 걸릴 것이다.

지금 태상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했다.

그들의 목숨을 포기하고 복수를 하기로 해서 제대로 된 인원으로 움직이는 것. 두 번째는 위험을 감수하고 그들을 구하러 무리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레베카는 분명 후자를 선택하길 바랄 것이다.

하지만.....

그때 헤연이 나서서 말했다.

“정말 너무하네요. 자기네들이 실수를 해서 위험에 처한 걸 왜 우리더러 구해 달래요? 아니, 상황이 정도가 있지 너무하잖아요. A등급 악마가 그렇게 많다는데 그리고 인질도 있다는데 저희들끼리 간다고 해도 구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레베카, 상황을 좀 봐요. 우린 5명밖에 되질 않는다고요.”

레베카도 그것에 대해선 할 말이 없었는지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해요. 하지만 제가 갈 수 있는 곳이 이곳밖에 없었어요.”

“그랬겠죠. 다들 나 몰라라 했을 테니까.”

그리고 레베카는 큰 착각을 하고 있었다. 태상이 아무리 그녀가 동생 같아서 잘 대해준다 해도, 목숨까지 내놓고 위험한 일에 끼어 들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니 태상도 다른 계약자들과 마찬가지로 나 몰라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레베카가 간절한 눈빛으로 태상을 바라봤다. 하지만 태상도 고개를 저으며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말하려 했다.

그때, 그의 목걸이가 빛났다.. 그리고 곧 목걸이에서 라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태상님!]

사로나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태상이 레베카에게 하려던 말을 속으로 삼키고 목걸이를 꺼내 말했다.

“무슨 일이야?”

라마스는 분명 악마들의 동태를 살피러 가겠다며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했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그에게 연락을 주어 태상을 당황스럽게 했다.

[죄송하지만 지금 미션 하나를 받아주시겠습니까?]

“지금? 지금은 좀 곤란한데...”

레베카의 일 때문에 미션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사로나가 다시 한 번 더 다급하게 말했다.

[죄송하지만 꼭 해주셨으면 합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

[클케논이라는 악마가 있습니다. 그 악마가 지금 큰 문제를 일으키려고 하는 중입니다. 그 자를 막아주셨으면 합니다.]

클케논?

태상은 저도 모르게 레베카를 보았다. 레베카도 라마스의 말을 듣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받은 미션이 맞다고 말이다.

[본래 미션을 주어 다른 계약자들이 깨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실패를 한 모양입니다. 해서 급하게 태상님께 연락을 드린 겁니다. 이곳의 일을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태상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일이 이렇게 된다면 그는 더 이상 레베카의 도움을 거절할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었다. 라마스의 말은 레베카에게 구원과도 같았다.

[지금 당장 와주시겠습니까? 시간이 촉박합니다.]

라마스가 태상에게 재촉했다. 상황이 얼마나 급한지를 충분히 눈치 챌 수 있게 했다.

“알겠어. 하러 가자고.”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건 무의미했다. 태상이 결국 알겠다는 말하며 미션을 받았다.

이건 레베카를 위해 무리하게 위험을 무릎 쓰고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겸사 반을 구할 수 있다면 태상도 그동안 신세를 진 것을 갚을 수 있는 것이기에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태상이 일행을 쭉 훑으며 바라본 후 말했다.

“어차피 가야 하는 일이니 더 이상 망설이지 말자고. 알겠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레베카는 절망 속에서 찾은 희망에 비로소 활짝 미소를 보였다. 그가 움직여주기로 한 것만으로도 그녀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일행과 함께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이동을 시켜주는 천사에게로 향해 미션지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놀랍게도 많은 계약자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 게 시야에 들어왔다.

“요즘 악마들이 자주 날뛰는 것 같지?”

“도대체 무슨 미션이지? 설명도 안 해주고 거의 강제적으로 받게 하던데...”

계약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고 있었다. 태상은 천사들이 꽤나 다급한 상황이라는 것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심지어 그들은 이 미션의 난이도도 모르는 눈치였다. 그때, 누군가가 목걸이를 확인했는지 말도 안 된다며 소리를 질렀다.

“뭐야 이거?! 미션 등급 좀 봐봐!”

“S, S등급 이라고? A등급이 아니라?”

“나, 난 B등급밖에 못해봤는데...”

계약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었다. 그들의 목걸이가 보라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거의 반 강제적으로 받았다는 것으로 보아, 천사들이 아주 급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태상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이러나 싶어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라마스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라마스...”

태상은 그를 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다친 채로 계약자들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라마스가 나타나자 계약자들이 그를 향해 아우성 댔다.

“S등급이라니?! 난 이런 거 할 생각 없다고!!”

“날 돌려보내줘!!”

다들 겁에 질려 있었다. S등급 미션을 대하는 태도는 두 가지다. 처음 보는 등급에 겁을 집어 먹는 계약자들. 혹은 S등급 미션 보상에 관심을 가지는 계약자들로 말이다.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금 악마들이 천사 계약자들을 인질로 잡고 있습니다. 모두 힘을 합쳐 그들을 구하고, 클케논의 요새를 함락시켜 주십시오."

라마스는 항의하는 그들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자신의 할 말만 끝난 채 뚝뚝 피가 떨어지는 왼쪽 팔을 잡았다.

"계약자님들의 무운을 빌겠습니다."

"뭐라는 거야?! 우리 말 안 들려?! 안 한다고!! 우리보고 어떻게 S등급을 깨라는 거야??"

그렇게 외치는 이들은 C~B등급이 가장 많이 해본 미션들이었다. A등급이라면 위험하긴 해도 다른 이들에게 묻혀 들어가겠지만, S등급은 절대 그럴 수 없을 것이라 짐작했다. 그러니 그들은 이 미션을 하고 싶지가 않았던 것이다.

오합지졸도 있었지만 다행이 괜찮은 녀석들도 있었다.

"다들 진정하고, 여길 주목 하시죠. 제 말을 잘 따르시면 모두 다 살아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며 계약자들의 시선을 가져간 이는 노란 머리의 남자였다. 그는 딱 봐도 제법 실력이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사로나가 그 노란 머리의 남자를 아는 듯 얼굴을 와락 찌푸렸다.

"아는 놈이야?"

"......"

그녀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입을 닫았다. 태상은 일단 저놈과의 관계가 그리 좋은 인연은 아니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사로나가 그다지 아는 척 하고 싶지 않은 놈이라는 게 딱 느껴졌던 것이다.

뭐든 좋은 인연은 아니라는 뜻이기에 고민하다가 말했다.

"좋아, 일이 이렇게 됐으니, 이 상황을 이용해 보자."

"이용을 하자고요??"

혜연이 태상의 뜻을 알지 못해 물었다. 태상이 일행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우린 저놈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고 따로 떨어져서 행동한다."

사로나가 태상의 예상치 못한 말에 그를 바라봤다.

"나 때문에 그런 거야? 그런거라면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돼."

"아니, 너 때문 아니야. 저놈 내가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래. 재수없게 생겼잖아."

그가 노란 머리를 슬쩍 가리키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솔직히 사로나는 태상이 제안해준 말에 무척이나 구미가 당겼다. 저놈과 말을 섞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 자신 때문이라면 참아낼 작정이었다.

"난 정말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단순히 내가 저 자식과 만나기 싫어서 네가 배려를 해준거라면 정말 난 괜찮아. S등급 미션이잖아. 따로 떨어지면 위험할 수 있어."

사로나의 차분한 말에 태상이 손을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 아니라니까 그러네. 우린 이미 S등급 미션을 한 번 해결해 본 적 있잖아. 그런데 뭐가 문제야? 더욱이 지금은 저놈들이 악마들 시야를 끌어줄 거야. 그러니 그걸 이용하면 우리가 따로 움직이는 게 더 나을 수 있어."

상황이 달라졌다. 라마스가 다른 계약자들을 모조리 끌어와 준 덕분에 말이다. 악마들은 은밀하게 움직일 태상 일행보다 사람들이 많은 저들을 주시하게 될 것이다. 그때를 노려 태상 일행이 깊숙하게 저들의 요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정말 그렇게 하면 문제 없겠는걸요? 아니, 오히려 저들한테 휩쓸려서 갈 바에야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요."

혜연이 태상의 의견이 좋다고 생각했다.

사로나야 당연히 저들과 움직이지 않으면 좋았기에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다만 아이라가 걱정되어 그녀가 아이라를 쳐다봤다. 아이라가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고집스런 표정을 지었다.

============================ 작품 후기 ============================

추천 한 번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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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스 제오프님曰 @작가님 처음부터정주행하면서 궁금했던 건데 소원을 몸 바꿔달라고 해서 실패하는 것보다 몸 모양을 원래의 자신처럼 해서 가짜를 들통나게 만드는게 낫지 않았을까요??

작가曰 ...흠칫!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 그러게요? 그랬으면.....아마 얘기 거리가 훅 줄어들었겠죠? 그러면 아, 안댑니다. 그렇게 되면 송이랑도 지금처럼 안 됐을 거고.....우물쭈물...눈물 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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