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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122화 (122/251)

00122  클케논의 요새  =========================================================================

정신이 없긴 해도 그녀도 상황을 알고 있었기에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반...반이...흑...어떻게 해요? 흐흡...!"

"반을 살리고 싶으면 조용히 있어요."

사로나의 말에 레베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레베카는 자신이 우는 것밖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절망했다.

"어떻게 할 거야?"

사로나가 태상에게 물었다.

태상은 고민을 하던 것을 멈추고 말했다.

"레베카가 A등급 악마가 2명이 있다고 했어. 확실하진 않지만 저놈이 한 말을 들으면 분명 반이랑 저 남자애를 다른 놈한테 먹이로 주려는 것 같고."

"한 마리씩 따로 잡는 게 낫지 않을까요?“

혜연이 말했다. 하지만 태상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구하는 것보다 은밀하게 뒤를 따라가서 함께 죽이는 게 낫다고 봐."

“나도 그렇게 생각해.”

태상의 말에 동의한 것은 사로나였다.

“하지만 반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A등급 악마 둘 모두를 죽여서 이 문제를 전부 해결하는 게 제일 좋아.”

A등급 악마를 죽이지 못하면 저들을 데리고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는 건데, 그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반의 상태가 걱정스럽긴 하지만 그게 최고의 결과를 끌어내는 일이었다.

두 마리가 함께 있을 때 잡는 거나, 한 마리가 있을 때 잡는 거나 태상 일행에겐 문제 없는 일이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태상의 무력화는 A등급 악마 두 명이 있어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됐다.

클케논을 따라가면 쉽게 나머지 A등급 악마가 어디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니 부디 반이 그때까지만 버텨주길 바랄 뿐이었다. 다행인 것은 반 혼자서 끌려가는 게 아니라 에드워드가 함께 라는 점이었다. 그가 반의 몸을 붙잡아 주고 있는 덕분에 바닥에 질질 끌려 가뜩이나 심각한 상처에 더 큰 충격을 주는 일은 없었다.

“능력이 봉인 된 상태에서 도망을 친 거였어요. 반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악마들한테 당했을 거에요.....”

그나마 반이 살아 있다는 걸 안 게 기적이었다. 물론, 조금만 더 늦었어도 반은 그대로 끌려가서 죽었겠지만 말이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구해 줄 테니까.”

한편, 클케논은 우악스런 손으로 반과 에드워드를 묶고 있는 쇠사슬을 잡아당겼다. 그들을 이끌고 간 곳은 요새에서 가장 잘 보이는 커다란 성 안이었다.

일행은 악마들에게 붙잡혀 있는 레베카의 일행을 구해야 했기에 그를 곧장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아이라, 최대한 능력을 써서 놈을 놓치지 말아줘! 최대한 빨리 끝낼 테니까."

"네. 한 번 해볼게요!!"

꼭 돼야 할 일이었다. 아이라가 책임감을 느끼고 능력을 사용하는 데에 계속해서 집중했다. 태상 일행은 그 사이 전부 다 함께 튀어나가 일행을 붙잡은 악마들을 모조리 죽이기 시작했다.

야호가 이리저리 날뛰며 악마들을 밟고, 물고, 발톱으로 찢어 죽이는 등 활약을 보였다. 그 사이 혜연은 갇혀 있는 레베카의 일행을 구해냈다. 그들은 어리둥절해 하다가 그들이 악마 계약자가 아니라 천사 계약자이고, 레베카가 불러 온 이들임을 확인하고 안도했다.

악마들 모두가 요새를 나가 천사 계약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으니, 능력만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쇠사슬을 빼내주면 스스로도 생존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상처가 심각한 이들은 카살라와 레베카가 임시적으로 체력을 회복시켜주었고 말이다.

"저희들은 곧장 클케논을 잡으러 갈 겁니다."

“반이 놈한테 잡혀갔습니다!! 저희들도 함께 가서 반을 구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들 모두 몸상태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도, 태상에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태상은 그들과 함께 움직이는 것은 이곳 어딘가에 있을 천사 계약자들과 다니는 것과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은 저희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몸을 추스르는 게 저희한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만.”

“하지만 이 인원으로 어떻게 A등급 악마 둘을 상대하시려고요?”

그들은 우려를 표했으나 태상이 데려갈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함과 동시에 클케논을 놓칠 수 있다는 말을 해 어쩔 수 없이 함께 움직이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태상이 클케논이 어디로 움직였는지는 아이라에게 물었다.

“성 안으로 들어가서 계속 위로 올라가고 있어요.”

“성 안에 악마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아요. 아까 그 악마밖에는요. 제가 느껴지는 게 한 명 밖에 없는 걸지도 모르고요.”

아이라가 거리가 너무 벌어져 자신이 하는 말에 자신감이 없었다. 태상은 일단 알겠다며 일행과 함께 성 안으로 움직였다.

“위로 올라가면 있어요.”

아이라가 위를 가리켰다. 아무래도 계단을 타고 위층으로 올라간 모양이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일행이 모두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크워어어어어!!!!

그때, 갑자기 땅이 울리며 악마의 포효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일행은 몸을 낮춰 균형을 잡았다.

“뭐지?!”

“앗! 놓쳤어요.”

그때, 아이라가 클케논의 위치를 놓치고 말았다.

이대로 계속 이곳에서 우물쭈물 거린다면 완전히 놈을 놓칠 수 있었다.

계단을 울리던 진동이 멈추자 태상 일행은 좀 더 서둘러서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계단 끝에는 커다란 문이 있었다. 그 문은 활짝 열려져 있어서 클케논이 그쪽으로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일행은 문 뒤쪽에서 몸을 숨기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했다. 태상이 안을 살피자 그곳엔 클케논이 누군가에게 반과 에드워드를 바닥에 꿇리고 말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데려왔습니다.”

클케논이 고개를 숙였다. 그 앞에 있는 자는 놀랍게도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한 악마가 앉아 있었다. 눈동자가 파충류처럼 길쭉했고, 흑인처럼 피부가 검었으며, 한 쪽 팔은 괴이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악마임을 알려주는 등 뒤에 달려 있는 검은 날개에는 이곳저곳 상처가 많이 나 있었다.

놈은 지금 부상을 입은 상태인 것이다.

그의 주변에는 피 웅덩이가 군데군데 보였지만, 피의 주인은 악마가 아니었다. 클케논이 그에게 바친 재물들이 만들어낸 피였다. 그걸 알 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는 살점과 뼈들 덕분이었다.

놈은 아무래도 계약자 한 둘을 잡아먹은 게 아닌 모양이었다.

“배가 고프구나. 어서 다오.”

“이놈부터 먼저 드십시오. 본래 제법 쓸 만한 놈이었는데, 도망을 치려고 하는 바람에 손속이 과해졌습니다.”

클케논은 놀랍게도 그 악마에게 존댓말을 하고 있었다. A등급 악마인 그가 다른 악마에게 존댓말을 한다는 것은 무척 이상한 일이었다.

‘저놈이 더 강하다는 건가...’

클케논이 반의 목을 잡더니 인간형 악마의 앞으로 데려갔다.

“크윽!!! 안 돼!!”

에드워드가 반을 빼앗기지 않으려 노력했으나 클케논의 주먹 한 방에 저 멀리로 날아가 벽에 부딪혀 쓰러져야 했다. 인간형 악마가 도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반의 피를 맛있겠다는 듯 바라보며 입맛을 다셨다.

“죽어가는 놈이라 별로 싱싱하진 않지만 맛은 있어 보이는 놈이구나.”

“회복에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클케논이 편히 먹으라는 듯 한 발작 뒤로 물러섰다. 인간형 악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빨리 회복을 해야지. 빌어먹을 천사만 아니었어도! 으드득...”

인간형 악마가 분노하며 주먹을 꽈악 쥐었다. 그의 위압감이 태상 일행도 느낄 정도로 강했다. 태상은 더 이상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일행에게 손을 들어 올려 신호를 주었다.

“클케논보다 저놈이 더 강한 것 같으니까 조심해.”

“예.”

그때, 인간형 악마가 갑자기 몸을 멈칫하더니 웃음을 보였다.

“이제 보니 먹잇감을 꽤 많이 데리고 왔구나.”

클케논은 인간형 악마의 말에 의문을 표했다.

“그게 무슨 소리이십니까?”

“네놈이 멍청하게 꼬리를 달고 왔다는 뜻이다.”

클케논의 눈동자가 붉게 번쩍였다.

감히 자신을 속이고 뒤를 쫓는 놈들이 있었다니....!!

“송구합니다.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이 먹이보다 훨씬 맛있어 보이는 놈들이구나. 생포해서 데려오도록 해라.”

“예.”

인간형 악마가 반에게 더 이상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는 듯 그를 바닥에 던져버렸다. 반은 기절을 한 것인지, 큰 충격을 받았을 텐데도 축 늘어져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레베카는 당장이라도 반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최대한 참았다. 지금 자신이 나서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을 억누르고 억눌렀다. 그것이 반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말이다.

클케논이 태상 일행을 찾기 시작했다. 그가 사용하는 무기는 망치였다. 자신의 몸통만한 망치를 든 그의 모습은 절로 몸을 움츠리게 만들만큼 위압적이었다.

클케논은 곧 머지 않아 태상 일행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태상은 그 전에 자신들이 먼저 습격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태상이 자신의 마나건의 방아쇠를 위로 눌렀다. 마나건의 색이 검정색으로 바뀌자 야호가 몸을 크게 키우더니 그의 옆에 섰다. 그를 돕겠다는 뜻이었다. 태상이 녀석의 뜻을 눈치 채고, 일행에게 말했다.

“다리부터.”

그의 말에 일행이 무슨 뜻인지 모두 이해를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가 문에서 튀어나와 클케논을 향해 마나건을 겨눴다. 클케논은 태상의 등장에 그를 비웃었다.

“네놈이 바로 그 쥐새끼로구나.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네놈의 저승길이 열린 거라고 생각해야 할 거다!!”

“그건 네놈 생각이고.”

태상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등 뒤에서 야호가 튀어나와 클케논을 향해 날아들었다. 야호의 날카로운 이빨이 클케논의 다리를 물려는데, 어림없다는 듯 그가 발을 한 번 굴렀다. 덕분에 야호가 그의 발에 차여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 야호의 공격은 눈속임에 불과했다. 야호가 매끄럽게 착지를 해서 다친 곳 없이 무사했고, 태상은 그 사이 놈을 향해 검은색으로 변한 마나건을 쐈다.

마나건에서 부터 쏘아져 나온 검은색 길쭉한 쇠사슬이 클케논의 다리를 향해 쏘야졌고, 야호에게 정신이 팔린 그의 네 개의 다리 중 두 개를 칭칭 감는 데 성공했다. 클케논이 휘청거리며 순간 당황스러워 했으나, 그는 곧 다리에 힘을 주며 쇠사슬을 끊으려 했다.

태상이 그것을 보고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일반 쇠사슬이 아니라서 아마 안 될걸?”

“크으으윽!!!”

태상이 방아쇠를 위로 당겨 마나건의 색을 바꿨다. 그는 붉어진 마나건을 클케논의 머리에 겨누고 쐈다.

타앙~!!!

탄환이 클케논의 머리에 부딪힘과 동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퍼엉!!

“커억!”

태상의 업그레이드 된 마나건의 기능은 이랬다.

검정색으로 바뀔 땐, 적을 묶을 수 있는 마나사슬이 나간다. 붉은색으로 바뀔 땐, 일반적인 강도의 탄환으로 날아갔다가 2차 화염폭발이 일어나서 적의 몸을 불태우고, 은색은 거의 필살기 같은 느낌인데 커다란 구체가 만들어지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킨다. 사용할 수 있는 쿨타임이 존재해서 태상은 그걸 사용할 때 신중하게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금색으로 변하면 평소와 다름없는, 그러나 파괴력은 강한 일반 탄환이 나간다.

처음 태상이 사용했던 것은 검정색이었고, 두 번째는 붉은색이었다.

클케논의 몸에 불이 붙어 그를 괴롭혔으나 그의 방어력을 뚫고,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순 없었다. 하지만 태상은 실망하지 않았다. 왜냐면 아직 그는 클케논에게 자신의 능력인 무력화를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로나가 날카로운 검을 꺼내들고 클케논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태상은 동료들의 공격이 시작되자 클케논에게 무력화를 사용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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