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자-114화 (114/251)

00114  결혼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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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회장은 태상과 송이의 결혼식을 헛되이 사용하지 않았다. 결혼식은 억 소리 나게 준비시킨 만큼 뽕을 뽑은 것이다.

강회장이 태상을 다른 이들에게 소개시키겠노라 선언을 했을 때, 이 결혼식이 그 첫 걸음이 되었다. 결혼식이긴 하지만 강태상의 사교계 데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각종 걸출한 인물들이 결혼식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태상은 결혼식의 의미가 변질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묵인 할 수밖에 없었다. 본디 결혼을 정략으로 대부분 하다 보니 태상에겐 이런 결혼식이 당연했던 것이다.

다만 혜연이 걱정을 보이며 결혼식의 의미가 너무 변질 된 것 같다 우려를 보였다. 어쩌면 이 일 때문에 송이를 서운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태상은 조금 심각해져 송이를 만나러 갈 수밖에 없었다.

“기집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 연락 받고 깜짝 놀랐잖아.”

신부 대기실.

송이는 그나마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이들을 간신히 초대한 상태였다. 솔직히 친하다고 볼 수 없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다행이 모두가 빠짐없이 참석을 해주었다.

그녀들이 결혼식에 굳이 온 것은 송이가 올리는 결혼식장이 어마어마하게 비싼 곳이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결혼식을 자주 올리는 곳에서 송이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더욱이 그들은 이미 결혼을 한 번 하지 않았는가.

그들은 명진과 송이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해서 명진도 알고 송이도 알았다.

둘과 같은 반이었던 그들은 둘 모두가 똑같은 고아라는 것도 알았다. 어릴 적부터 끼리끼리 논다며 소문이 많았는데 결국 결혼식을 올리더니 이런 깜짝 놀랄 소식을 전해준 것이다.

처음엔 송이가 명진과 헤어지고, 다른 재벌남자라도 잡았나 싶었다. 그런데 신랑 이름이 이명진이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해서 그녀들은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알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이었다.

동창회를 나오라 해도 절대 나오지 않았던 둘의 소식을 다들 궁금해 한 것도 한몫했다. 그리고 직접 결혼식에 참가하자 그들은 더욱 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결혼식을 화려하게 하긴 하지만 정말 억 소리 나는 결혼식이었다. 그녀들은 송이에게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했다.

“명진이가 검사 됐다는 건 듣긴 들었는데 엄청 성공한 거야?”

“대단하다. 나 이렇게 엄청난 결혼식은 처음 와봐.”

“이 드레스는 얼마니? 엄청 좋아 보이는데. 빌린 거야?”

그녀에게 쏟아지는 여러 관심들에 송이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웨딩드레스가 얼만지는 자신도 몰랐다. 태상이 말 안 해줬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솔직히 송이는 웨딩드레스의 가격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아는 것은 이 드레스가 빌린 게 아니라는 거다. 그때, 옆에서 송이 대신 그녀들의 말을 대답해주는 이가 있었다.

“당연히 웨딩드레스는 직접 구매하셨습니다.”

바로 혜연이었다.

혜연은 송이의 옆에 딱 붙어서 그녀를 보좌해주고 있는 중이었다.

친구들은 그녀가 처음엔 호텔 직원인 줄 알았는데, 차림새가 아닌지라 정체가 궁금했다.

“그런데 이분은...?”

“누구야? 송이야?”

“사모님을 모시고 있는 정혜연입니다.”

“사, 사모님?”

그녀들의 눈동자가 왕방울만 해졌다. 사모님이라는 말을 너무 당연하게 하는 혜연이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송이도 처음에는 저 사모님 소리가 무척이나 어색했지만, 하도 혜연이 사모님 사모님 해서 겨우 익숙해진 터였다.

“그냥 내가 불편한 거 있으면 도와주곤 하셔.”

송이가 머쓱해져 서둘러 변명했다.

세상에 고아 임송이가 이렇게 성공하다니...!

아마 동창들이 알면 놀라 뒤집어질 게 분명했다.

“어쩜 이렇게 성공을 할 수가 있니? 정말 대단하다.”

“그러게. 어릴 적에 너희들이 부모님 없어서 얼마나 고생을 했니? 그때 생각나서 내가 다 눈물이 날라 그런다.”

“.......”

송이는 이들을 괜히 불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자신을 축하해주러 오지 않으면 창피스러울 것 같아서 연락이 닿는 이들을 부른 건데, 이렇게 만나고보니 괜히 그녀들과 거리를 벌렸던 게 아니란 생각이 든 것이다.

저들이 도대체 언제 그렇게 자신의 고생을 걱정을 해주었을까?

눈물? 모두 다 개소리였다.

송이의 표정이 점점 창백해지려는데, 문이 열리고 태상이 들어왔다. 명진의 얼굴이 제법 반반한 편이었던 지라 여자들은 차려입은 명진을 보며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오셨어요.”

혜연이 고개를 숙여 태상을 맞이했다.

“어머어머, 명진이다.”

“여전히 잘생겼네.”

“안녕 명진아. 우리들 기억해?”

태상은 힐끔 그녀들을 보다가 송이에게 다가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왜 이렇게 안색이 안 좋아. 어디 불편해?”

송이가 태상의 걱정 섞인 눈동자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를 보니 답답하던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

“아니야, 괜찮아. 그냥 좀 긴장했나봐.”

“할아버지가 초대장을 오지랖 넓게 돌려서 일이 귀찮게 됐어. 할아버지랑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 와 있어서 아무래도 피로연이 길어질 거야. 오늘 보니까 정재계 사람들이 잔뜩 몰려왔더라고.”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높은 자리에 있는 이들이 참석을 했던지라 태상도 조금 당황스러워 하고 있는 중이었다.

“난 간단하게 하는 줄 알았어...”

태상의 말을 들은 송이가 울듯 말했다.

그녀의 친구들이 태상의 말에 수군거렸다. 정재계? 할아버지? 그녀들의 귀가 쫑긋거리며 하나라도 더 정보를 얻으려 안달을 냈다. 태상은 그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미안하다는 듯 그녀의 이마에 짧게 키스를 해주었다.

“피곤하면 숨기지 말고 얘기해. 할아버지도 이해해주실 거야.”

그녀가 임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아니, 그것까지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송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했다.

자신들의 말이 모두 무시당했으나 그들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그냥 태상이 자신들의 말을 미처 듣지 못한 것이라 생각했다.

“명진아 결혼 축하해.”

“이렇게 근사하게 다시 결혼을 올리니까 정말 부럽다.”

“맞아 맞아. 예전에도 멋졌는데, 이렇게 차려입으니까 더 멋있는 걸?”

태상은 자꾸 옆에서 앵앵대는 여자들 때문에 송이에게 물었다.

“누구야?”

“아,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

송이는 그가 저들을 모르는 게 당연했기에 설명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태상이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줄 알고 말했다.

“어머, 너 우리 기억 안 나는 척 하는 거야?”

“우리 저번에 너희들 결혼식에도 참석했는데...”

“너 출세했다고 우리 모르는 척 하는 건 아니지?”

태상은 그녀들의 말에 어이없어 잠시 침묵하다가 송이에게 귓속말로 속삭이듯 물었다.

“친했어?”

“음.........”

태상의 물음에 당연하게도 송이는 선뜻 그렇다 대답할 수가 없었다. 태상은 상황을 대충 눈치 채고 그녀들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식권 다들 받았지?”

“응.”

“여기 식권이 무료더라? 호텔이라 가격 만만찮을 텐데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에이~ 설마 무리해서 했겠어. 명진이가 검사잖아 검사!”

“그래, 잘했네. 다들 잘 챙겨먹고 가라.”

여기서 태상이 저 여자들을 무시하면 송이가 곤란해질 테니 태상은 그들에게 상투적인 말을 하고 끝냈다.

“그리고 지금 송이랑 둘이서 얘기할 게 있으니까 자리 좀 비켜주겠어? 곧 식 시작할 거니까 자리에 앉는 게 좋을 걸.”

“아, 벌써?”

그녀들이 태상의 말에 알겠다며 송이에게 손을 흔들고 사라졌다. 저들이 받은 식권은 일반 호텔 식권이고, 다른 vip 손님들은 연회장에 초대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태상과 송이의 인사를 받을 것이고 말이다.

태상이 동창들에게 알렸듯, 식은 곧 시작되었다. 이번 결혼식은 친인척들만 부른 결혼식이 아니었기에 엄숙하게 진행되었다.

송이는 두근두근 뛰는 심장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그녀에겐 두 번째 결혼식이긴 했지만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되는 결혼식이었다. 그나마 아는 친구들만 불러 한 조졸한 결혼식이 다였던 그녀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규모의 결혼식은 꿈에도 그려보지 못한 일이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남자가 명진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송이의 마음은 더 쿵쾅댔다.

곧 그녀의 귓가에 입장을 알리는 음악소리가 울렸다.

과거엔 혼자서 입장을 해야 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태상이 동시 입장으로 해달라고 했기에 함께였던 것이다.

그때와는 다르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정말 강태상이라는 남자와 새롭게 출발하는 것임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송이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자 태상이 팔에 힘을 주었다.

“떨지 마.”

“나도 그러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들어. 이러다가 다리에 힘 풀려서 넘어지면 어떡하지?”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도 같았고, 귀가 먹먹하기도 했다.

“괜찮아. 그럴 일 없어. 넘어지려고 하면 내가 잡아주면 되니까 걱정할 필요도 없고.”

태상이 말했다.

그의 말에 용기가 난 송이가 침을 꼴깍 삼키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문이 열렸다.

수많은 하객들의 박수소리가 송이와 태상을 맞았다. 송이는 힘을 내서 걸어갔다.

그냥 앞만 보고 걸어가는 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태상만이 그녀의 몸이 마치 로봇처럼 뻣뻣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신없는 결혼식이 진행되고, 유명 연예인이 부르는 축가를 들었다. 그리고 정신을 다시 차렸을 땐, 하객들이 연회장으로 움직이고 있었고, 자신은 혜연의 도움으로 고운 한복을 갈아입은 후였다.

“왜 그러세요 사모님?”

혜연은 송이가 갑자기 몸을 파르르 떨자 물었다.

“지금...이제부터 제가 뭘 하면 되죠?”

“이제부터 연회장으로 가셔서 참석해주신 하객 분들께 인사를 하시면 됩니다.”

“아 맞다, 그랬지. 그런데 태상이는 어디 갔어요?”

“태상님도 옷을 갈아입고 계시는 중이세요.”

“아......그러네. 그렇겠구나....”

송이의 표정이 넋이 나간 것 같더라니 진짜인 듯싶었다. 혜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런 송이를 다독여주듯 말했다.

“피곤하세요?”

그녀가 피곤하면 태상이 곧장 알리라고 했기에 태상에게 말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송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뇨, 안 피곤해요. 제가 좀 넋을 놓고 있었죠?”

“훌륭하게 잘 해내셨어요. 실수 없이.”

“잘 생각이 안나요.”

“저런, 똑똑히 기억하셔야 했을 순간인데...나중에 영상 찍은 걸로 다시 한 번 보세요. 정말 아름답고 행복한 한 쌍이셨어요.”

송이가 혜연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말이 그녀를 안도하게 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나가실까요?”

한복을 모두 갈아입었기에 혜연이 그녀에게 말했다. 송이는 준비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그녀에겐 고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태상의 진짜 아내가 되기 위한 일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송이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보다 더 힘든 일들도 다 견뎌냈는데 고작 이런 일로 넋을 놓다니, 자신답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주먹은 무슨 의미야?"

"꺅!"

송이가 놀라 비명을 지르다가 실수로 치맛자락을 밟아 휘청거렸다. 태상이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았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 연참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만약 된다면 오후에 올릴 수도....근데 장담은 못드릴 것 같네요 ㅜㅜ

아리요님 후원쿠폰 감사드립니다!

113화, 분배보상에 대해서...

코멘을 보고 설명을 붙여 수정했습니다. 태상은 계속 말해왔듯이 길드원 모두 함께 강해지는 걸 추구하고 있습니다. 자기 혼자서 강해지는 것보다 길드원들이 고루고루 강해지는 게 더 낫다는 것을 알기에 모두에게 하나씩 준거였습니다. 그래야 길드 자체가 강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제가 이 부분에 대해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 수정했습니다. 지적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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