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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7화 (7/251)

00007  피해자와 가해자.  =========================================================================

그의 손에 착 달라붙는 무기는 바로‘총’이었다.

“이렇게 좋은 무기를 왜 이제야 보여줘?”

세상에 총처럼 좋은 무기가 어디 있는가. 땀나게 뛰지 않고 손만 까딱하면 적을 죽일 수 있는 게 바로 이 총이었다. 태상의 마음에 쏙 드는 무기는 당연히 총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안에 총알은 들었나? 성능이 좋은 놈이어야 되는데.”

“10발연사 가능한 마나건입니다. 총알은 마나로 이루어져 있어 장전이 필요 없습니다. 마나를 소모하니까요. 마나건만으로도 충분하시겠습니까?”

마나건이라...

생긴 건 평범한 권총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가볍고 손에 착 감기는 게 무척 마음에 들었다.

“마음에 들어. 이걸로 하지.”

그가 선택을 하자 앞에 펼쳐져 있던 무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태상의 손에 쥐어져 있는 마나건만 유지한 채로 말이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좋았어...!”

태상이 총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

탕!

탕탕!! 탕!!

끼에에에에엑!!!!

커다란 눈 한 개가 박혀 있는 둥근 얼굴에 팔은 없고 짧은 다리 두 개만 있는 괴물이었다. 놈의 눈알에 마나총알이 정확히 박혀 혀를 쭉 빼물고 바닥에 쓰러져 사라졌다.

[13단계 클리어-]

“아자!”

태상은 마치 게임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13단계까지 왔으니 말이다. 그가 한껏 들떠 라마스에게 말했다.

“야, 아무래도 나 여기에 소질 있는 것 같다. 안 그래?”

라마스도 그가 이렇게까지 선전해줄 줄 몰랐기에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예, 제 생각보다 훨씬 잘해주고 계십니다. 보조계열 능력을 갖고 계시면서도 이렇게나 잘 싸워주실 줄 몰랐습니다.”

태상은 아무래도 선천적으로 전투를 하는 감각이 있는 듯싶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언제 자신의 능력인 ‘무력화’를 써야 하는지 알았다. 누구도 생각하는 걸 목숨이 오가는 전투 상황에서 침착하게 그대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건 아니다.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게 대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야 내가 왜 그랬지? 이렇게 할 걸! 하며 후회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태상은 달랐다. 생각하는 것 그대로를 몸으로 실천했다. 그러니 그의 전투감각이 뛰어나다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그가 전투계열 능력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정말 무서운 실력자가 되었을 것이다. 라마스는 지금 이 상태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지만 각성한 보조계열 능력이 아쉬워 입맛을 다셨다. 처음 태상이 보조계열이 나왔을 때에는 그를 폐기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했다.

그래도 일단 실전은 시켜보고 정하자 하는 생각으로 그를 이곳으로 데려왔는데, 생각보다 그가 훨씬 훌륭하게 싸워주고 있었다. 능력이 평균 상급인 게 괜한 수치가 아닌 듯싶었다.

태상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천사 한 명당 계약자도 한 명으로밖에 둘 수가 없다. 계약자가 강할수록 천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커진다. 그러니 계약자의 능력이 형편없다면 폐기해버리는 천사들이 많았다.

폐기는 곧 죽음을 뜻한다.

계약은 죽지 않고서야 파기할 수 없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보조계열 능력을 갖고도 이런 능력을 보여주니 아무래도 좀 더 두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전투계열의 능력을 가진 놈들과도 뒤지지 않을 것 같았다.

계약을 한 번 맺는 데 많은 힘이 사용된다. 지금 당장 그를 폐기한다 해도 한동안은 새로운 계약자를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 시간만이라도 그를 두고 볼 생각이었다.

그런 생각을 숨긴 채 라마스는 그에게 활짝 웃으며 말을 하고 있었다.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면서 말이다.

그는 공격능력의 빈자리를 마나건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마나건은 마나력이 많을 수록 파괴력이 늘어난다. 마나력은 지능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알다시피 그는 지능이 최상급으로 나온 상태였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그의 마나건은 파괴력이 좋았다. 거기에 더해 몬스터의 능력을 한순간 0으로 만들 수 있으니 찰나를 잘 잡는다면 쉽게 잡을 수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자세히 그의 능력을 살펴 본 라마스는 그가 사용하는 ‘무력화’의 범위가 무척 넓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 얻은 무력화의 정보와 태상이 얻어 사용하는 무력화에는 차이가 있었다.

태상의 무력화는 몬스터의 체력, 힘, 민첩, 그리고 그들이 사용하는 기술까지 모두 무력화 시키는 괴물 같은 범위를 갖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공격 받는 데미지에 한하여 공격력을 약화 시킬 뿐이었다.

해서 태상의 무력화에 당하면 놈은 공격 자체를 할 수 없어지게 된다. 무력화를 건 후에 총을 쏴대면 순간 모든 수치가 하향 된 몬스터는 그의 마나건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라마스는 태상의 능력이 단순히 보조계열이 아닐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력화가 저렇게 위협적인 능력이라는 것은 이번에 처음 깨달을 정도였다. ‘무력화’는 정말 단순히 보조계열에 불과했다. 쿨타임은 길고, 시간은 짧았다. 그러나 그의 무력화는 1분에 한 번씩 사용할 수 있었으니 그 능력을 단순히 ‘무력화’라고 설명할 순 없어보였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

그의 모습이 마치 운동을 끝낸 개운한 표정이었다. 보통 처음에는 살생을 저질렀을 때, 죄책감 등의 쓸데없는 감정놀음에 시간을 쏟곤 하는데, 그의 모습에는 전혀 그런 게 보이지 않았다.

“어떠십니까? 할 만 하셨습니까?”

“어. 신나게 운동한 기분이라 오히려 좋네. 그나저나 여기 뭐 씻는 곳이나 그런 거 없어? 그런 게 있으면 딱일 것 같은데.”

피가 튀기고, 아무리 사람이 아니라지만 살육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오히려 기분이 좋다고 하니 당황스럽기도 했다. 다른 이들의 반응과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이다. 하지만 라마스는 오히려 이런 태상의 태도가 매우 마음에 들었다.

매번 징징거리는 것들을 달래는 게 귀찮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적성에 맞다면 그보다도 좋은 일이 없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렇게 하면 모두 사라지니까요.”

라마스가 손을 휙 휘두르자 자잘자잘하게 나 있는 태상의 몸 상처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자 신기함에 헤~하고 입을 벌린 태상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편하네. 몸이 엄청 가벼워졌어. 근육통도 사라진 건가? 앞으로도 쭈욱 부탁해.”

“그럼 오늘 전투 훈련은 이걸 끝으로 하겠습니다.”

“응.”

라마스는 다음으로 중요한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부터는 태상님께서 얻으실 수 있는 보상에 대한 얘기입니다.”

“보상?”

소원을 하나 들어주는 외에 더 이상 얻는 게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라마스가 주는 미션에 성공한다면 태상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다.

“악마를 죽이게 되면 그들의 심장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심장을 제게 가져오면 등급에 따라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점수로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것들을 얻을 수 있죠.”

“얻을 수 있다는 것들이 정확히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다양 합니다. 좀 더 다양한 무기.”

라마스가 말을 한 순간, 갑자기 주변이 변하며 온통 무기로 꽉 차있는 공간으로 이동됐다.

“혹은 금전.”

그가 또 다시 말을 하자 공간이 변하여 온통 금으로 가득 찬 방으로 바뀌었다. 이번에는 라마스 말했다.

“또는 아름다운 여인까지도 말입니다.”

그야 말로 얻지 못할 것이 없다는 말이었다.

또 다시 공간이 바뀌며 아름다운 동 서양 여인이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모습으로 태상을 유혹했다. 그의 몸을 쓰다듬고, 자신의 몸을 들이대면서 말이다.

그 감촉이 모두 진짜인 것처럼 생생했다.

이 모든 걸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악마를 죽이기 위해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해야 할 것이고, 강해지기 위해 노력을 해야 했다.

원래는 소원 하나를 들어주는 대가로 계약자는 천사에게 협조하여 싸워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이런 보상을 주는 것은 그들의 노력을 사기 위함이었다.

만약 보상이 없다면 몸을 사리며 열심히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계약을 대가로 이미 소원 하나를 이뤘고, 그 소원은 그들의 인생을 바꾸는 가장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걸 즐기려 할 사람이 많지, 힘들고 괴로운 싸움을 더 중요시 할 이가 많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이런 보상을 만들어냈다. 이미 유혹에 넘어간 적 있는 이들은 강한 유혹에 넘어가기 쉬웠다.

해서 그들에게 이미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보상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러니 욕심을 채우기 위해 더욱 노력하라는 뜻이었다. 그들이 욕망에 미쳐 목숨을 걸고 싸워야 그들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

“뭐야, 난 또 뭐라고.”

당연히 현혹되어야 마땅했는데, 라마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을 본 태상의 얼굴이 시큰둥했다. 자신에게 달라붙는 여자들을 귀찮다는 듯이 쳐내버린 태상이었다. 이미 가져 본 사람에게 그것이 목숨을 걸 만큼 대단한 유혹이 되지 않는 것이다.

여자야 늘 넘쳐 났고, 돈 부족해서 어려움 겪어 본 적도 없다.

상황이 이러니 라마스는 난감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가 원하는 건 오로지 한 가지였다. 자신의 몸을 빼앗고 달아난 도둑놈. 그놈을 잡아 죽이는 것 말이다. 그러니 태상이 실망하는 건 당연했다. 라마스는 그의 얼굴에 아무런 감흥도 일지 않자 잠시 난감한 듯 신음을 흘렸다.

확실히 그는 딱히 무언가를 갖고 싶다는 욕망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늘 모든 게 자신의 것이었으니 말이다.

“뭐 이런 거 말고 강해질 수 있게 해주는 거 없어? 난 그 놈보다 강해져서 복수를 하는 게 더 급해.”

그는 악마의 수작 때문에 자신의 몸을 훔친 놈에게 복수심을 갖고 있었다. 그게 그나마 라마스를 유일하게 안도하게 해주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정말 그를 다루는 게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그를 죽이기 전까진 라마스를 돕는 데에 큰 문제가 생길 것 같진 않았다. 다만 그를 욕심이라는 감정의 틀 안에 꽁꽁 가둬두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쉬울 따름이었다.

“물론 강해지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래, 난 그걸 원한다고. 그러니까 그 쪽으로 얘기 좀 해줘”

악마의 심장엔 앞서 말했다 시피 등급이 존재한다.

SS S+ S A+ A B C D E 등급이고,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 악마가 얼마나 강하느냐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높은 등급을 얻고 싶으면 그만큼 내가 강해져야 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길드를 찾는 겁니다. 길드에 들어가서 전투 감각을 익히고 함께 할 동료를 찾아야 합니다. 그들과 함께 앞으로 악마를 사냥하게 되실 겁니다.”

“악마 녀석들이 그렇게 강한 거야? 우르르 몰려가야만 상대할 수 있나?”

그런 거 나랑 안 맞는데...하고 태상이 말했다. 라마스는 다소 걱정이 들었다. 그의 그런 거만한 태도가 얼마나 좋지 않은 지 라마스는 잘 알고 있었다.

저런 태도로 악마를 무시하다간 얼마 되지 않아 죽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죽으면 완전히 끝나는 겁니다. 다시 살아나거나 그러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혼자서 악마를 잡겠다고 하시겠습니까? 동료를 구하면 위험도가 급격히 줄어듭니다. 파티를 이뤄야 잡을 수 있는 악마의 등급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힘을 합치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얻을 수 있습니다.”

“강해지면 상관없잖아. 남의 도움을 받아서 잡아야 할 만큼 약한 건 관심 없어. 기왕 하는 거면 1등이 좋으니까.”

============================ 작품 후기 ============================

코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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