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112화 (112/113)

< -- 112 회: 24장. 선택 -- >

24장. 선택(2)

“어서 와.”

“어서 오세요.”

“어…. 안녕.”

강현은 미소 지으며 살갑게 맞아주는 동생을 보고 안도했지만. 그 옆에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강현의 경계심에 [ 콩 ]이 자동으로 반응했다. 순식간에 검은 물질이 강현의 몸을 뒤덮고 각 부위에 미니 레이저 버스터가 목표물을 겨냥했다. 순간적인 전투태세 전환.

- [ 심비오트 슈트 ON 타켓 ON 공격합니까?]

[ 콩 ]이 타켓이라고 보고한. 것은 다현의 옆에 앉아있는 여자였다. 은발의 긴 생머리는 뒤로 단정하게 땋고, 상의에 걸친 하얀 티셔츠는 평범해 보이지만. 도드라진 가슴 때문에 팽팽했다.

문제는 그 여자가 아까 CCTV에서 그레이 간부의 목을 날린 여자와 똑같은 얼굴이라는 거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온 거지?’

“오, 오빠. 왜 그래 무섭게…. 테라가 무슨 잘못 했어?”

등 뒤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그때. 다현이 겁먹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다. 그 와중에도 옆의 여자를 양손으로 뻗어서 보호하듯 껴안았다.

“위험하니까 비켜…. 응?”

낮은 목소리로 다현에게 경고하던 강현은 다현의 입에 나온 이름에 놀랐다.

“제가 테라?”

“으응, 테라잖아.”

다현은 똑바로 보라는 듯 테라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고 강현에게로 내밀었다. 하지만. 강현이 알고 있는 테라는 10살도 채 안 될 정도의 꼬마애였다.

“이렇게 큰 애가 어떻게 테라야?”

강현은 그렇게 되물었지만. 어느새 전투태세는 풀려있었다.

“그 몬스터 코어인가 하는 거 먹을 때마다 쑥쑥 크더라고. 가슴도 쑥쑥 크고. 그래 봤자 소유 언니한테는 안 되겠지만.”

험악한 분위기가 가라앉자. 다현이 테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야기했다. 그 손길에 기분 좋은 듯 미소 짓고 있는 테라는 확실히 적의는 없어 보였다.

‘확실히 볼 때마다 조금씩 큰다고는 생각했지만…….’

강현은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크매터를 구하러 갈 때. 퇴치한 몬스터들 중에 다크 매터로 변화시키지 않는 몬스터에게선 당연히 아까워서 몬스터 코어를 회수에 인벤토리에 옮겨 넣었다. 그리그 그 몬스터 코어는 테라가 칭얼거린다며 다현이 수시로 가져간 터였다.

‘그렇다는 건 먹을 때마다 성장한다는 건가?’

강현은 멍하니 테라를 쳐다봤다. 처음 봤을 때랑 달리 몇 달 사이 20년 정도는 나이를 먹은 것처럼 보였다.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성장 속도. 밸런스가 잡힌 몸매라 다현이 말대로 소유의 풍만함을 따라가긴 힘들었다.

‘뭐, 몬스터 코어를 먹일 때마다 큰다면 정말 먹이는 보람은 있겠지만.’

“어딜 그렇게 뚫어지게 보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동생이 나무라는 소리가 들렸다. 퍼뜩 정신을 차린 강현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 미안.”

“소유 언니한테 이른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렇게 남매가 투닥거리고 있을 때. 테라가 강현의 옷깃을 잡아끌었다.

“배고파.”

“알았어. 알았어. 줄 테니까”

강현은 평소와 달리 의욕적으로 인벤토리를 열었다. 그러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테라가 손을 뻗었다.

“이거 먹을래.”

타인이라면 인벤토리에 손을 넣어도 만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가끔 [ 콩 ]이 직접 열린 인벤토리에서 몬스터 코어를 보충한 적도 있기에 비슷하게 만들어진 테라는 인벤토리 안의 물건에 손댈 수 있었다. 그리고 테라가 인벤토리 안의 물건중에 노리는 건.

“앗, 그건 일본에서 가져온 몬스터 코어인데.”

강현이 제지할 틈도 없이 원하는 걸 손에 넣은 테라는 바로 입으로 가져가서 베어 물었다. 테라의 손에 들린 건 채영이 건네준 마네킹 몬스터의 코어였다.

늘 그렇듯 한입 베어 문 몬스터 코어를 그대로 삼킨 테라는 눈을 번쩍였다.

“앗. 이 맛은?”

‘맛?’

알 수 없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려니 테라가 강현을 올려다봤다.

“벌써 이 녀석들이랑 마주쳤나 보군.”

항상 무표정했던 얼굴에 진지함과 긴장감이 깃들었다. 그 말에 강현은 테라의 어깨를 잡았다.

“아는 거야? 마네킹처럼 생긴 몬스터를?”

“마네킹?”

“그 코어를 품고 있던 몬스터 말이야.”

알 수 없다면서 고개를 살짝 젖힌 테라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내 오리지널이 직접 만들어낸 몬스터의 코어야.”

“오리지널?”

“응. 나는 두 번째 복사품쯤 되려나?”

테라가 이야기한 두 번째 복사품이라는 말의 의미를 강현은 이내 깨달았다.

알렉스는 세컨드 웨이브를 대비해 일반인들이 몬스터에 대항할 수 있도록 예거 아머를 개발하고, 실전적인 전투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을 만들었다. 그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은 예언자 도퍼의 뇌를 스캔해서 구성한 것이다.

즉, CCTV에 잡힌 게 오리지널 테라. 그 오리지널 테라를 본 예언자의 뇌를 스캔해서 가상의 공간에 구현한 게 첫 번째 테라의 복제품. 그리고 강현의 뇌내 구현능력으로 막대한 몬스터 코어로 만들어낸 눈앞의 테라가 두 번째 복제품이란 소리였다.

강현은 테라가 다시 한 번 몬스터 코어를 베어 무는 걸 멍하니 쳐다봤다. 테라와 닮은 여자가 몬스터 코어째부터 만들어 낸 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적인가? 그것도 부모님을 해친 몬스터를 만들어낸?

슬며시 적의와 살기가 피어올랐다. 그동안 잊고 있던 증오심이 전신에 각인되어 있었던 것처럼 근육을 긴장시켰다.

“뭐, 어쨌거나 난 몬스터 코어만 잔뜩 먹을 수 있으면 난 상관없거든.”

그렇게 말한 테라는 몬스터 코어의 마지막 조각을 입안에 쏙 집어넣었다.

그 모습에 강현이 정신이 퍼뜩 들었다. 확실히 세바스를 복제한 [ 콩 ]도 원래의 세바스와 비슷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동일한 개체라고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기사회생으로 좋은 패를 손에 넣었다고 할 수 있다. 그 무시무시한 여인을 쓰러트릴. 물론, 예지에 보였던 그 여인의 모습 몇 번이나 열화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오, 오빠. 왜 그래? 아까부터 너무 이상한데.”

다현의 말에 잡념을 떨치고 보니. 어느새 테라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전력으로 잡고 있었기에 아플 만도 했지만. 테라는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다행이었다. 다현이었으면 손목이 부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까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확실히 평소와는 달리 여유가 없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심호흡했다.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정보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한쪽 구석에 태블릿 PC가 보였다.

강현은 태블릿 PC를 작동시켜서 세계지도를 불러왔다. 그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테라를 쳐다봤다.

“너, 혹시 그 오리지널이라는 녀석 어디 있는지 알아? 알면 여기에 위치를 집어줄래?”

예거 시뮬레이션 온라인을 생각하면. 분명 그곳은 지하에 있었다. 중급퀘스트인 입구를 찾는 데는 여러 팀이 서로 방해를 하는 통해 무척 고생했었다. 지금은 그렇게 방해할만한 곳도 없으니 되려 쉬우려나? 어쨌거나. 그 위치만 파악해도 한결 수월할 터였다.

“좋아.”

테라는 조금의 지체도 없이 강현에게서 태블릿 PC를 뺏었다.

“여긴 한국이라는 곳이었지?”

그렇게 말한 테라는 한국을 터치했다. 그러자 세계지도에서 확대되어 한국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가는 길 같은 건 됐으니까.”

“아니, 이왕이면 가까운 데서 들어가는 게 좋지.”

“가까운데?”

테라의 말에 그 말의 뜻을 생각해봤다. 가까운 곳이 입구라면. 먼 곳의 입구도 있다는 뜻. 그 말인즉?

“입구가 여러 개야?”

“물론이야. 문이야 세계 곳곳에 있어.”

당연한 이야기였다. 그렇지 않으면 문이든 출입구든 세계 곳곳에 있지 않으면 전 세계에서 고르게 몬스터가 나타날 리가 없었으니까. 그리고 모든 길이 통하는 것처럼 어떤 입구로 들어가도 그 여인의 본거지가 있을 터였다.

한참 익숙지 않은 손놀림으로 태블릿 PC를 조정하던 테라는 찾았다는 듯이 한국 지도의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가장 가까이 있는 곳은 이곳이야.”

그리고 테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강화도였다.

*****

“이렇게까지 무리 안 해도 되는데요.”

심비오트 슈트 모드를 가동한 채 하늘을 날고 있는 강현이 아래쪽으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아래쪽에 대답이 들려왔다.

“제가 결정한 일이에요.”

단호한 어조. 소유의 목소리였다. 소유와 테라가 예거 아머를 착용한 채 강현의 아래쪽에서 비행하고 있었다. 원래 중국팀에서 장이평과 함께 온 소소가 사용할 예가 아마였지만. 여행 동안의 정신적인 상처가 원인이었는지. 첫날에 도착해서 쓰러진 뒤로 쉽게 회복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그레이 일본 지부를 습격할 때도 소소는 빠져있었다. 그 예거아머를 알렉스가 개조해서 공격능력은 배제한 채 2인승으로 임시로 개조해둔 채였다.

“그래도….”

강현이 걱정스러운 말투에 대꾸하는 소리는 양옆에서 들려왔다.

-유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너무 러브러브 한 거 아냐?

-일이삼사, 아니, 강현님은 좀 더 공사를 구분하는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실망입니다.

러시아에서 온 슈라와 중국의 장이평이 나름의 방식으로 강현에게 무안을 줬다. 그리고 맨 후미에는 과묵한 하르몬이 아무 말 없이 따라오고 있었다. 다들 일본에 건너갈 때와 달리 여유가 넘쳤다. UD팀과 소유는 현재 테라와 소유가 이야기한 데로 강화도로 향하고 있었다.

원래 강화와 주위 바다에는 몬스터들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비어있는 곳은 마니산 정산 정도? 강행돌파야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야 제대로 조사하기 힘들었다.

그때 소유가 힘을 발휘했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에까지.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몬스터들이 소유의 의지대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강현 일행의 통행에 지장 없도록 좌우로 갈라졌다. 그야말로 모세의 기적이었다.

“정말 괜찮은 걸까?”

강현은 그 모습을 보고 걱정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소유가 이 능력을 한번 쓸 때마다 인사불성이 되어버려서 여러 가지로 고생했었다.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과민하다고 못할 터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최대한 반동을 줄이기 위해서 알렉스가 준비해줬다.

기존의 테스터용 예거 드럭보다 훨씬 약한 약이었다. 그 때문에 일부 몬스터들은 통제가 안 돼서 튀어나오긴 했지만. 그 정도는 예거아머를 착용한 상태에서 충분히 따돌릴만했다.

강현은 자신에게 기다란 팔을 뻗는 원숭이 같은 몬스터의 공격을 회피하면서 생각했다.

“전에도 들었겠지만. 이 몬스터 코어라는 건 인간들이 이 지구에 흘린 오염의 정수야. 그게 다른 지구 위의 동식물들에 영향을 미쳐서 너희가 이야기하는 몬스터가 된 거지.”

테라가 은발의 여인에게 가는 입구를 알려준 뒤 해준 말이다. 강현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외형은 대부분 어렴풋이 동물의 형태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 동물을 베이스로 악의를 가지고 비뚤어 틀인 상태의 모습이라고 하면 대강 이해가 갔다.

이건 테라가 이야기하기 전에도 다른 몬스터 관련 연구자들도 한 번씩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몬스터가 동물의 급격한 돌연변이로 생겨난 이론이었다. 그 이론은 몬스터에게 무기가 안 통하고 내부에서 몬스터 코어가 나오게 되면서 잠잠해졌었다.

강현의 신경을 거슬리는 건 몬스터의 정체보다는 그 몬스터 코어의 정체였다. 테라의 말에 따르면 몬스터 코어는 인간들이 만든 오염의 정수. 결국, 자승자박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흔한 이야기였다.

지구가 생명체로 비유한다면 인류가 바이러스고 그 바이러스를 쓸어버리기 위해서 항체가 몬스터인 셈이다. 하지만. 너는 존재가 악이니까 배제되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얌전히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쪽도 엄연히 생존이 걸려있으니까.

마니산 정상에 도착한 강현과 다른 팀원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경계하고 있을 때 소유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쪽이야 이쪽.”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테라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옆의 채영도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봐서는 확실한 거 같았다. 의외로 입구는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정말 황사 조심하세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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