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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전사-53화 (53/113)

< -- 53 회: 11장. 레이저 버스터 -- >

11장. 레이저 버스터 (2)

“이게 무슨 소리삼?”

처음에는 지진이 난 줄 알았다. 우르르르 하면서 지면을 뒤흔드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해안가에서 들여오는 소리라는 걸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깨달을 수 있었다.

특히. 슈퍼 인공지능 컴퓨터 [ 콩 ] 과 [ 몬스터 서치 ] 스킬을 결합한 능력. 이른바 [ 몬스터 레이더 ] 로 이 상황을 인지하고 있는 강현에게 그 심각성은 더욱 명확하게 다가왔다.

-마스터. 체크했습니다. 이곳으로 다가오는 펭귄 몬스터의 개체 수는 60개체 이상. 파악 안 되는 해수면 아래 있는 것까지 감안하면 100개체 이상입니다. 확인되는 몬스터들의 등급은 C-급부터 B급까지.

몬스터가 성향에 따라서 몇 개체가 함께 다니거나 하는 경우는 종종 보고되고 있었다. 하지만 두 자리 수가 함께 다니는 경우도 들어본 적 없다. 그런데 세 자리 숫자? 이제까지 이례 없는 끔찍한 규모였다.

지금 상황에서 강현이 할 말은 한마디뿐이었다.

“도망쳐!”

다들 몰려오는 거대한 몬스터 집단을 멍하니 있다가 강현의 말에 정신을 겨우 차렸다. 하지만. 채영의 반응은 강현의 예상 밖이었다.

“막아야 합니다.”

“무슨 소리야. 저걸 어떻게 막으라고. 이렇게 개죽음 시키려고 도퍼들을 다 긁어모은 거야?”

“...”

강현이 항변했다. 강현이라면 저 상황에서 자신의 몸을 지켜가면 싸울 자신은 있지만. 저걸 다 막아낼 수는 없었다. 강현의 말에 채영이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때.

도퍼들이 모여있는 텐트 쪽에서 지훈이 튀어나왔다.

“선배! 선배! 큰일 났습니다! 모, 몬스터들이 몰려와요.”

“알고 있어.”

그렇게 대꾸한 채영은 강현을 한번 쳐다봤지만. 강현이 강경한 눈빛을 보내자. 지훈을 데리고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그 사이에 점점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질린 표정으로 수지가 쳐다봤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되삼?”

“일단은 피해야지.”

“그래도. 저기 모여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함?”

수지의 말은 질문이라기보다는 안타까움이었다. 강현은 아까 수지에게 그 사람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걸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수지에게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저런 인간들 내버려두자고 말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이 없었다고 해도 강현의 생각은 동일 했다.

당해도 싸다.

“처음부터 이렇게 모여서 구경하면 안 된다고. 계속 해산하란 방송 했잖아. 지금은 우리 몸 하나 건사하기도 어려워.”

“아니삼. 나 혼자만이라도 막겠삼.”

“수지야...”

“난 튼튼하니까 괜찮음.”

그렇게 말하면서 수지가 자신의 이두박근을 보여줬다.

그때. 계속 울리던 사이렌 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사이렌이 볼륨을 최대로 높이고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목청껏 울부짖었다. 몬스터가 몰려오니까 도망치라는 방송이었다.

“그러니까 내 걱정은 말고 너님이나 피하삼.”

“어떡하게? 네가 아무리 탱커라도 저 숫자를 다 막을 수 없잖아.”

“그래도 탱커라면 물러 설 수 없을 때가 있삼.”

수지는 그렇게 말하면서 몬스터 쪽으로 향했다. 강현은 그런 수지의 뒷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 혼자 간다면 그야말로 개죽음이었다.

수지도 알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피하는 자신이 그동안 늘상 게임으로 현실 도피했던 관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현은 금방 결정을 내리고 중얼거렸다.

“좋아. 같이 갈게.”

“강현님아!”

강현의 결심해. 수지가 반색했다. 하지만. 이내 그 표정은 당황으로 변했다. 강현이 수지의 커다란 덩치를 잡아들어서 오른쪽 허리에 꼈던 것이다.

“왜,왜이러삼.”

“이왕 싸울 거 얼른 움직여야지. 잠깐만 불편해도 참아.”

“으응.”

얼굴이 뻘게진 수지가 강현에게 안 보이도록 고개를 숙였다. 창피한 것도 창피한 거지만. 섭섭한 마음이 조금 앞섰다. 그 섭섭한 마음이란?

‘이왕이면 아까처럼 안아주지.’

몬스터 펭귄과 대치하고 있을 때. 강현이 자신을 공주님 안기로 데려온 걸 생각해냈다. 그러자 더욱 얼굴이 달아오르는 거 같았다.

한편. 강현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얻은 무기. 제대로 테스트해보겠네.’

수지를 껴안은 강현은 왼쪽 손목에 있는 [ 콩 ]을 보고 씨익 웃은 다음에. 사람들을 향해 크게 점프했다.

*****

‘아우. 시발 인간들이 왜 이렇게 많아?’

귀여운 펭귄 몬스터를 구경하러 온 수많은 인파. 그 인파의 하나를 구성하고 있는 광철은 주변에 바글거리는 사람 속에서 속으로 욕했다.

“아아. 다리아파아”

뒤쪽에 있는 자신의 여자친구는 자기가 먼저 구경하러 가자고 끌고 올 때는 언제고 다리가 아프다고 계속 징징 되고 있었다. 광철은 간만에 적은 비용으로 데이트 퉁칠 수 있겠다고 반색하며 나왔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데도 버스며 택시가 사람들이 미어터져서 오는데 진땀을 뺐다. 자동차를 안 끌고 온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어머 저거 봐봐 귀엽다.”

“응. 응.”

광철은 여자친구가 멀찍이서 펭귄 몬스터를 보고 좋아하는 걸 보면서 오늘 모텔 찍고 올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지만. 사람들 틈새에서 땀 좀 뺐으니까. 좀 쉬고 가자고 할까?’

“나 저거 갖고 싶어. 응. 오빠?”

그때. 여자친구가 광철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광철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그럴 능력이 있으면 너랑 사귀겠니?’ 이 말이 목까지 차올랐지만. 간신히 잡아 삼켰다.

“그래그래. 내가 한방에 때려잡아 줄게.”

“아이참 오빠두.”

여자친구가 재밌다면서 까르르 배를 잡고 웃었다. 광철은 시선을 저 멀리에 날지도 못하면서 퍼덕대고 있는 펭귄에게 향했다.

‘그나저나 여기서 저 정도 크기면. 실제로는 얼마나 큰 거야?’

그리고 그 앞에 뭔가 붉은 점이 왔다 갔다 하는 게 보였다.

‘도퍼인가? 이번에는 어느 기획사 소속이려나?’

요즘 도퍼들 중에서 티비쇼에 픽업되고 싶어서 일부러 튀는 차림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터넷에서 봤다. 혹은 기획사에서 데뷔시키기 전에 입소문을 타기 위해서도 한다고 들었다.

하긴 주목받는 몬스터를 쓰러트린다는 건 홍보수단으로 제일 일터였다. 거기다 남자든 여자든 그걸 노리는 도퍼들은 대부분 선남선녀라서 눈요깃감으로 제격이었다.

하지만 너무 멀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옆 건물 창문으로 보이는 티비를 보니까. 현장의 모습을 좀 더 근접해서 촬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광철은 그 현장을 보고 실소했다.

‘무슨 도퍼들이면 다 훈남훈녀만 있는 줄 알았더니만. 완전 돼지잖아. 돼지. 아니 저렇게 잘 싸우니까 하마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도퍼가 되면 살도 빠지고, 근육만 제대로 붙는다던데. 하긴. 골격에 저래서야 부모님이 잘못했네! 잘못했어.’

광철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참지 못하고 외쳤다.

“저런 하마 같은 여자는 몬스터한테 죽어버리는 게 나아! 다시 태어나는 게 이득 아닌가?”

자신의 말에 동의하듯 주위의 사람들이 키득거렸다. 그때 여자친구가 등 뒤에서 잡아끌었다. 광철은 기분 좋게 웃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뭐야.”

“불쌍하잖아. 왜 그래.”

‘아 그래 너는 착한 여자 콘셉트라는 거지? 어차피 너도 못생긴 게 불쌍하다는 걸 전제로 깔면서 이야기하면서.’

광철이 그렇게 속으로 불평하면서도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우리 지혜 착해.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따가 마구마구 혼내줘~”

“왜 이래? 징그럽게.”

“슬슬 돌아가자. 이제 볼 만큼 봤잖아?”

웬만하면 일찍 돌아가고 싶은 광철이었다. 나중에 사람들 빠질 때 같이 빠지면 그때도 또 다른 지옥도가 펼쳐질 터였으니까.

“그럴까? 근데 뭔가 이벤트 안 하려나?”

“이벤트라니? 이거 티브이 쇼였어?”

“아냐?”

여친이 되물었지만. 광철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까 티브이자막으로 계속해서 위험하니까 돌아가라는 자막이 계속해서 흘러나가는 게 보이고. 사이렌 소리도 울렸지만. 그렇게 위험했으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남아서 보고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설마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 문제 있겠어?’

몬스터와 사람들 사이에는 얼핏 봐도 축구장 길이 이상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아까 그 못생긴 여자 같은. 도퍼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이 정도는 구경해야지. 내가 내는 세금이 어마 무시한데.’

몬스터가 등장한 이래 정부 측에서 안전부담금을 비롯한 각종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그에 비하면. 운 좋게 몬스터와 싸울 수 있는 능력을 얻어서 떼돈 버는 도퍼들을 생각하면. 한마디로.

‘아니꼽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색다른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금방까지 계속해서 해산하라는 경고방송이 나왔지만. 훨씬 큰 소리였다.

“뭘 또 저렇게 울려대는 거야. 정신 사납게.”

“그러게 말야. 호들갑이나 떨고.”

여친이 투덜거리는 거 보고 광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커플이 의기투합해 불평불만하고 있을 때.

쾅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소리 나는 곳을 쳐다보니까. 누군가가 전화부스 위에 있었다.

새빨간 쌀자루 같은걸 들쳐업고 있는 남자였다.

그 남자가 들고 있던 자루는 자세히 보니 사람이었다. 광철은 그 사람이 금방 텔레비전에서 봤던 하마처럼 생긴 여자 도퍼였다는걸 깨달았다. 그 여자 도퍼는 남자의 허리 품에 끼어 있는 게 창피했던지 얼굴을 붉힌 채로 바동거렸다.

“우와. 아까 펭귄이랑 놀고 있던 여자 아냐? 저런 여자를 안고 다니는 남자가 있다니. 짱인데? 안 그래?”

광철이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큰소리치는 광철이 창피했던 광철의 여자친구가 말렸다.

“그만 하라니까. 그보다 저 남자 힘센 거 좀 봐. 저 옷 안에 근육 장난 아니겠지?”

“흥. 키도 별로 안 크고 평범하게 생겼구먼. 근육도 막상 보면 징그럽다고 할걸?”

자신의 여자친구가 남자를 칭찬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광철이 투덜거렸다. 전화부스 위에 있던 남자는 그런 비아냥이 상관없다는 듯 주위 사람들에게 외쳤다.

“여기서 도망치세요! 몬스터들이 몰려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비웃었다.

“몬스터가 오면 당신이 막아야지!”

“어이. 몬스터가 온다면서 당신은 뭐 하고 있어? 겁쟁이처럼 도망가는 거야?”

남자는 그 말을 묵묵히 듣고 있다가. 자신이 안고 있는 여자를 고쳐 안고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점프했다.

“저는 경고했습니다. 죽기 싫으면 도망치시거나 대피소에 들어가세요.”

가볍게 발을 구르는 거 같았는데 4~5m는 뛰는 거 같았다.

“우와 짱이다.”

“그래 봤자지 머.”

여친이 칭찬하는 걸 보고 광철은 속으로 이죽거렸다. 그래도 왠지 저 남자 도퍼의 말이 걸렸던 광철이 슬슬 돌아갈까 싶어서 여자친구에게 이야기했다.

‘저 말 때문에 돌아가는 건 아니지만.’

여자친구도 동의하고 출구를 찾으려고 할 때.

우르르르- 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야?”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들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 소리는 계속해서 이어졌고. 이내 소리와 함께 지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뭐야? 지진이야?”

“몰라.”

“에이 어디론가 숨어야 하나? 아니 대피소로 들어가는 게 낫겠다.”

광철이 속으로 욕을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몬스터 발생 후에 거리 곳곳에 지하대피소가 건설됐다. 진작 오면서 어디에 대피소가 어딨는지 봤어야 하는데 잊고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몬스터를 대비해서 대피소 확인부터 해야 한다는 교육을 수시로 받았었다.

“오,오빠. 페,펭귄.”

“왜 또!?”

여자친구가 부르는 소리에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젠장. 지금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도 펭귄 타령이야?’

“아, 아니 저기 좀 보라니까.”

“아니 왜?!”

참지 못한 광철이 고개를 획 돌렸다. 오늘 종일 참아줬는데, 이제 폭발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신 못 차리는 여자친구가 너무 미웠다.

하지만.

고개를 돌렸을 때. 광철의 눈은 커졌다. 그 커진 눈동자에 비친 것은 세상을 가득 메운 펭귄 몬스터들이었다. 그것도 하나같이 수십 미터 이상의 거대한 크기들. 광철은 그제야 지금의 진동이 일어난 원인을 알았다.

몬스터 펭귄들이 발을 구르는 소리였다.

*****

우르르르르-

수십 마리의 몬스터 펭귄들이 몰려오는 모습은 마치 건물들이 달려오는 거 같았다. 엄청난 박력. 그 박력이 지면은 물론. 대기마저 흔들어 대고 있었다.

그 돌격점의 중심에는 강현이 서 있었다.

강현은 자신이 걸 수 있는 모든 버프를 건 채로 그 앞에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 뒤에 수십 미터 뒤에는 수지가 있었다. 물론 수지에게도 각종 버프를 걸었다.

“내가 혹시 놓친 몬스터가 생기면 네가 막아줘!‘

“정말 괜찮으삼?!”

“나 못 믿어?”

강현의 말에 수지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첫 번째 몬스터 레이드 때 함께 사선을 이겨냈을 때가 생각났다. 수지가 강현의 능력을 의심하는 일은 추호도 없었다. 수지는 자신에게 붙어있던 조그마한 불안함도 걷어내며 강현에게 대답했다.

“알았삼!!”

수지의 대답에 만족한 강현은 자신의 뒤를 둘러봤다. 여기에 오는 사이에 채영에게 연락해서 도퍼들을 이용해 방어선을 펼쳐달라고 이야기했다. 아직까지 협조가 잘 안되는지 도퍼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B급 몬스터까지는 강현에게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어디까지나 피해 없이 몬스터를 막아 낼 건지 하는 것.

주머니에서 레이저 포인터를 꺼낸 강현은 [ 콩 ] 에게 지시했다. 여기까지 오면서 [ 콩 ]과 상의하며 준비했던 방법이었다. 암쉴드 형태였던 [ 콩 ]은 그 지시에 맞춰서 충실히 모양을 변형해 나갔다.

-체크했습니다. [ 슈팅모드 온 ]

============================ 작품 후기 ============================

죄송합니다__)

연재가 많이 늦었습니다.ㅠㅠ

앞으로는 차질없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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