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과금전사-54화 (5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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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장. 레이저 버스터 (3)

강현의 손에 들리면 레이저 포인트도 잡몹을 잡는 데는 효율적인 무기가 되지만. 눈앞의 적들을 쓰러트리기엔 출력이 다소 약했다.

[ 콩 ]은 건틀릿 소드 모드로 변형하는 것처럼. 원거리 무기로 변형이 가능하다고 했다. 단, 탄환이 필요하다는 게 조건. 하지만. 탄환 대신 원거리 공격을 위한 매개체와 결합은 가능할까?

콩의 대답은.

-문제없음.

이었다.

그렇게 레이저 포인트와 결합한 [ 콩 ]은 왼손을 통째로 레이저 포처럼 변형시켰다. 그리고 다음에 강현이 할 일은.

“인벤토리.”

왼손 위로 공간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강현이 콩을 만난 시뮬레이션 게임 안에서 몬스터들을 퇴치하고 넣어둔 몬스터 코어들이 들어있었다. 강현은 그중 작은 하나를 꺼내 왼쪽 손목 위에 올렸다.

그러자 손목 위에 뚜껑이 열리면서 나온 집게가 몬스터 코어를 잡았다. 그러자. 몬스터 코어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동력원 연결완료. 올 그린. 레이저 버스터 발사준비 완료했습니다.

[ 콩 ]의 보고.

몬스터 펭귄들은 어느새 많이 가까워졌다. 몬스터 펭귄의 커다랗고 동그란 눈동자 안에 일그러진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살의. 몬스터 펭귄을 가까이서 본다면 누구도 쉽게 “귀엽다.”라고 말 못할 것이다.

강현이 레이저 포로 변해버린 왼쪽 손을 주먹을 쥐고 앞으로 내밀었다. 오른손은 왼쪽 손의 손목을 단단히 붙들었다. 그리고 공격의 시작을 외쳤다.

“발사!”

강현의 외침과 함께. 강화된 레이저 포가 정면으로 쏟아져 나갔다. 굵고 선명한 빔 라인이 몬스터 펭귄에 닿자. 흉측한 비명을 지르면서 나뒹굴었다. 효과는 확실 둘째 열, 셋째 열 펭귄까지 관통했다. 그렇게 그 두 마리나 바닥에 나뒹굴자. 바로 뒤에 따라오면 펭귄도 진로를 방해받아. 돌진력이 눈에 띄게 약화됐다.

강현은 그대로 오른쪽으로 천천히 레이저 포를 이동시켰다. 사람들이 한참 대피하고 있는 쪽이었다. 똑같이 몬스터 펭귄이 빔 라인에 닿자마자 비명을 지르면서 나뒹굴었다. 이제 살이 타는 냄새가 자욱했다.

‘이번에는 다시 정면을.’

왼쪽에는 컨테이너든 기간 시설이 잔뜩 쌓여있어서 다소 피해가 있더라도 무시하기로 했다. 인명 제일. 그리고 어차피 퍼스트 도퍼가 난리 친 탓에. 물품이 거의 없기도 했다.

다시 정면으로 레이저 버스트를 향했을 때. 선명한 초록색의 빔 라인을 그리고 있던 게 눈에 띄게 약해졌다.

- 체크했습니다. 코어 에너지 소비 완료. 몬스터 코어 교체 바랍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 콩 ]은 집게를 빼서 몬스터 코어를 떨어트렸다. 틱. 하고 가벼운 소리를 내는 몬스터 코어는 어느새 연한 회색으로 변해 있었다.

‘젠장 D급 몬스터 코어로는 이 정도가 한계인가?’

강현은 재빨리 인벤토리에서 제일 큰 몬스터 코어를 꺼냈다. 버그로 겨우 잡을 수 있었던. [ 미니 크랩 ] 보스에게서 얻은 몬스터 코어였다.

현실의 B급 몬스터 코어보다 살짝 컸다.

“이게 10억 이상 한단 말이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몬스터 코어를 손목에 올리자. 금방처럼 집게가 코어를 물었다.

‘마리당 5억씩 잡으면 100마리면 500억. 이 정도 투자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레이저 버스터를 앞으로 내밀었다. 아까보다 훨씬 굵은 빔 라인이 그려져서 몬스터 펭귄은 스치기만 해도 타들어 갔다.

이렇게 해서 대략 쓰러트린 몬스터 펭귄들만 해도 수십 마리. 여기에서 얻은 이점은 적을 퇴치한 것보다도. 백 마리가 달려오는 그 돌격력을 꺾어버리는 거였다. 그 압도적인 중량감에 수많은 사람이 압살당하는걸 막은 것만 해도 큰 성과였다.

전열의 펭귄 몬스터들도 레이저 버스터의 위력적인 공격에 주춤했다. 덕분에 전열이 자연스럽게 넓게 퍼졌다.

몇 차례 버스터를 사용하고 나니 B급 몬스터 코어도 수명을 다했다. 하지만 강현은 인벤토리에서 다른 몬스터 코어를 꺼내진 않았다. 몬스터 코어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이제는 원거리 공격을 할 만큼 거리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십수 미터?

‘이다음은 근접전인가?’

[ 콩 ]을 건틀릿소드 모드로 바꾼 다음에 자세를 잡고 제일 앞쪽의 몬스터 펭귄에게로 뛰어올랐다.

몬스터 펭귄은 뭔가 벌레 같은 게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걸로 보였는지. 넓적한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쳐내려고 했다. 강현은 되려 그 움직임에 맞춰서 날개에 잠깐 발을 디뎠다. 다시 날개를 앞으로 내저을 때. 그대로 뛰어오르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검이 그린 길을 따라 살이 갈라지고 피가 솟아 나왔다.

키야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소리를 뒤로 하고 강현은 쓰러지는 몬스터 펭귄을 차고 날아올랐다. 바로 뒤쪽에 바짝 붙어오는 몬스터 펭귄의 몸을 사선으로 가로지르면서 떨어졌다. 그대로 몸통이 갈라졌다. 검신이 길기만 했으면 그대로 반토막도 내었을 정도였다.

“이거 정말 잘 드는데?”

-마스터. 칭찬 감사합니다.

바닥에 착지한 강현은 빌딩의 숲 사이에 덩그러니 혼자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그 빌딩들은 이미 무너진 것도 있었고, 무너져 내리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강현이 힘닿는 한 무너트릴 대상이었다.

“일단은 이쪽부터 막아야지.”

강현은 오른쪽으로 뛰어가면서 펭귄 몬스터의 다리를 노렸다. 짤막하게 드러난 다리를 하나씩 뛰어가면서 잘라냈다. 기동력을 저하할 목적이었기에 두 다리를 동시에 노릴 필요는 없었다. 몬스터 펭귄의 비명 사이를 가로지르며 강현은 열심히 뛰어다녔다. 숨통을 끊어놓는 건 어디까지나 나중에 해도 될 일이었다.

그렇게 공격을 하면서 뛰어다닐 때마다 기력이 깎여나가는 게 느껴졌다. 벌써 혼자서 서른 마리의 몬스터 펭귄을 무력화 시킨 거 같았다.

그래도 예상외로 공격이 잘 먹혔다. 이게 다 [ 콩 ]을 얻은 덕분이었다. 도퍼 능력이라는 게 특별히 장비에 영향을 안 받는다고 생각했는데, 게임 밖에서도 중요한 건 템빨이라는걸 강현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겨우 오른쪽 끝까지 내달린 강현이 한숨 돌리고 있을 때 뒤쪽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미처 상대 못 한 펭귄 몬스터가 도심지역으로 밀고 들어가는 소리였다. 그 앞의 다른 몬스터의 시체가 있었지만. 그저 장애물일 뿐이라는 듯이 밟거나 옆으로 밀고 나아가고 있었다.

“이다음은 다른 사람들을 믿는 수밖에 없겠지.”

강현은 검을 치켜든 채, 자신의 눈앞에 있는 다른 몬스터 펭귄 앞에 뛰어들면서 중얼거렸다.

*****

“누님 다 모였습니다!”

자신을 부르는 수지가 고개를 돌렸다.

한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쪽을 바라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이 순식간에 리더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쪽은 강현이 홀로 싸우고 있었다.

‘강현님아가 힘내는 만큼. 나도 힘내야짐.’

수지의 앞에는 수지가 입고 있는 라이더 재킷과 똑같은 재킷을 걸친 남자들이 서 있었다. 그간 함께 싸워왔던 레이드 팀이었다.

“우리 팀은 이쪽에서 튀어나온 몬스터를 때려잡는다. 알겠삼?”

“오오!”

수지가 외치자 다들 큰 소리로 호응했다.

원래 혼자서 강현의 우측 뒤편에 있던 수지는 채영의 연락을 받고 황급히 뒤로 물러 나왔다. 강현을 두고 오기 가슴 아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채영의 지시를 따르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강현이 놓친 펭귄 몬스터 한두 마리는 혼자서 잡아둘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세 마리 이상 되면 결국 막지도 못하고 수지도 위험한 게 자명했다.

반면에 채영이 제시한 방법은 달랐다.

도퍼 개인들이 길게 늘어서서 방어라인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탱커를 중심으로 각 팀별로 뭉쳐서 방어하는 것. 말하자면 튀어나온 돌기가 되어서 탱커들이 어그로를 끄는 방법이었다.

이왕이면 팀끼리 촘촘한 방어라인을 구축하는 게 제일 이었지만. 몬스터 펭귄을 방어해낼 탱커가 있어야 레이드팀이 성립하기 때문에. 레이드팀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 탱커는 평소처럼 한두 마리를 사냥하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밀려드는 몬스터들을 감당할 만큼 강해야 한다.

그중에 수지도 포함됐다.

원래 5급 탱커였던 수지는 강현이 걸어준 버프로 인해 3급 탱커에 준하는 능력으로 향상되었다. 그 수준은 아까 몬스터 펭귄을 막아낼 때와는 차원이 달랐다.

수지는 스타트라인에선 육상선수처럼 몸을 웅크렸다가 발을 굴렀다. 그대로 하나의 눈앞의 펭귄 몬스터에게 부딪혔다. 강력한 숄더어택.

20미터 정도 되는 몬스터 펭귄은 이 충격에 중심을 잃고 갸우뚱하고 기울었다. 그 모습을 보고 수지가 외쳤다.

“다들 공격하삼!”

이어서 원딜들의 공격이 몬스터 펭귄에게 퍼부어졌다. 그 사이 수지는 몸을 빼서 원래의 위치로 돌아왔다. 이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역시 누님. 멋져요.”

물 흐르듯 이어지는 공수전환에 수지네 팀 쪽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수지도 자신의 모습에 감탄했다.

‘왠지 모르게 몸이 가벼워.’

몬스터 펭귄이 의사소통할 수 있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절규했을 테지만. 수지는 생각했다.

‘이것이야말로 사랑의 힘!’

*****

“권채영!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안전관리국의 임시 막사 안.

채영은 연결된 유선전화가 너머로 호통치는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관리자가 되어서 이딴 식으로 할 거야? 몬스터도 통제 못 하고. 도퍼들은 다 뭣들하고 있는 거야?”

틀린 말은 아니다. 안전관리국의 관리자로서 해야 하는 일.

하지만.

몬스터 출현 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을 때부터.

채영은 수차례 경고했었다. 해산에 여의치 않으면 공권력으로 쫓아내야 한다고.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똥이 튈까 봐 누구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나마도 차선책으로 채영이 월권행사를 해서 일부러 가능한 도퍼들을 모아두긴 했다. 하지만. 지금 파악되는 몬스터들을 대항하기에는 달걀로 바위 치기. 덕분에 도퍼들이 못 싸우겠다면서 도망치는 것도 막을 명분이 없었다. 지금 남은 도퍼들과 요원들은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데에 주력하고 있었다.

억울하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때가 아니다.

“그래서. 파견요청은 어떻게 됐습니까?”

“파견요청? 지금! 자네 입에서! 나올 소리야!?”

지금 인천항에서 밀려 들어온 몬스터 펭귄들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가 났다. 이례 없는 수의 몬스터 출현. 항간에서는 벌써 세컨드웨이브가 아니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 그대로 도망칠 것 같았던 강현에게 연락이 온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것도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서겠다고, 자세한 상황은 아직 들려오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봐서도 최소한 급속도로 인천이 점령되는 걸 막고 있었다.

지금 계속해서 보고가 들어오는 사상자들도 대규모의 군중이 도망치면서 벌어지는 사고였지. 몬스터한테 공격당한 사람은 없었다.

“역시 대단하긴 대단해.”

채영은 잠깐 관리국에 등록되어있는 강현의 능력치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등록되어있는 능력치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한 게 아니었다. 등록되어있는 능력치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대응하고 있다는 것. 그게 대단했다.

말하자면 관리국의 정보가 갱신되는 것보다. 강현의 성장이 훨씬 앞서고 있었다는 의미.

반대로. 강현의 전력은 강하긴 하지만 미지수. 어느 정도의 전력으로 생각하고 써먹어야 할지 골치 아팠다. 거기다가 강한 만큼 이쪽의 입맛대로 움직이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엄청난 보상을 보장하지 않고서는.

어쨌든.

정부 입장에서는 인천지역을 포기한테 물러날 수는 없었다. 금방까지도 몬스터 안전관리국에서는 회의를 거듭했다. 레이드 팀을 짜서 어서 공격해 나가자는 측과 서울로 확대되는걸 막기 위해서 서울을 중심으로 방어선을 짜야 한다는 측으로 나뉘었다. 그래도 어느 쪽이든 간에 이거 하나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바로 국제 도퍼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그 때문에 계속해서 상부에 국제사회에 도움을 청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건 핀잔과 현 상황에 대한 질책뿐이었다. 결국, 좀 더 기다리라는 말만 듣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채영의 의문.

“도대체 저 몬스터들은 어디서 온 거야?”

============================ 작품 후기 ============================

며칠 연재 쉬었으니 당연히 연참해야겠죠?

이 다음화 연재도 지장없도록 하겠습니다__)

항상 응원해주시는 독자여러분 감사합니다^^

ps.추천과 평점 부탁드려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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