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2 회: 5장. 국가공인 스토커 -- >
5장. 국가공인 스토커(3)
작은 오해를 푸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강현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온 불청객의 정체가 채영인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채영은 강도를 찾아 영화에서 본 것처럼 여기저기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강도 없으니까 어서 총 좀 치워요.”
강현의 말에 채영이 눈썹을 치켜떴다. 그러다가 강현이 한 말의 의도를 파악했다.
“강도가 없다고요? 도망쳤나요? 창가로 도망쳤나요?”
물론, 그 의도는 틀려먹었다.
몸을 최대한 벽에 붙인 채로 베란다 쪽으로 경계하면서 이동하는 채영을 보고 강현은 한숨을 쉬었다.
“아니, 진짜로 없어요. 애당초 강도는 여기에 있지도 않았으니까요.”
“그러면 왜 강도야!'라고 소리쳤나요?
그제야 권총을 자신의 품속에 집어넣으면서 채영이 강현에게 다가왔다.
“그거야. 채영 씨가 강도인 줄 알았으니까요.”
“제가요? 농담도.”
그렇게 말하면서 채영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늘 무뚝뚝하게 직선을 그리고 있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강현은 저 여자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다며 속으로 생각하면서 설명을 이어갔다.
거실에 앉아 한참 동안 문답을 주고받은 뒤에야 채영을 납득시킬 수 있었다. 이야기하면서 그리고 채영이 왜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왔는지에 대한 이유도 들었다.
“저는 GPS와 위치 추적장치를 통해서 강현 님이 집에 계시다는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관 벨을 몇 번이나 눌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혹시나 위급한 상황에 처해계실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구해주기 위해서 왔을 뿐이다. 라는 거였다. 그 말을 듣고 강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난 그냥 귀찮았을 뿐이었지만.’
마구잡이로 열어서 너덜너덜해진 문 손잡이를 보고 귀찮음의 대가치고는 너무 비싸게 치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 채영의 말에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GPS? 위치추적장치요?”
“네. 도퍼 카드에 탑재되어있습니다. 물론 프라이버시 때문에 꺼리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레이드할때만 소지하고 계시면 되기 때문에 평소 생활할 때는 대부분 집이나 사무실에 두고 계시죠.”
그러고 보니 그런 말을 연수 때 들었던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군인들 중심으로 도퍼를 운영했을 때 탑재되었던 게 지금까지 내려왔다나. 강현도 멍하니 설명을 들으면서 국가에서 관리하니까 필요하다고 하는데 납득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무슨 용무인가요?”
혹시나 도심에 몬스터가 출연했다고 한다면 직접 찾아오는 게 아니라 호출 했을 터였다. 도퍼 담당자로서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경우를 강현은 짐작되지 않았다.
“물론, 공무 때문에 왔습니다. 저번에 도퍼 테스트를 재차 받으셨는데요. 정밀검사 결과가 최근에 나왔는데 기계 이상은 없었다고 합니다.”
“네.”
“그리고 저번 마지막으로 참가하셨던 레이드에서는 보고서를 확인결과 힐러의 능력까지 사용하신 흔적이 확인됐다고 하는 데 사실입니까?”
채영의 말에 강현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인정한다는 표시를 했다. 레이드시에 힐러가 각광받는다는 걸 안 시점에서 이제부터 게임 속에서 서포터의 레벨을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실험실의 생쥐 꼴이 될까 봐 게임을 통해서 능력을 얻는 건 밝히기 꺼려졌지만. 앞으로 힐러로 활동할걸 감안하면 능력 자체를 숨길 필요는 없어 보였다.
“역시. 예상대로군요. 강현 씨의 능력은 최초에는 [ 예거 ]를 먹고도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능력이 점점 강화될 뿐만 아니라. 종류까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상부에서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기까지 말한 채영은 강현을 쳐다봤다.
“상부에서. 즉, 국가에서 강현 님이라는 일개 개인에게 관심이 있다는데 자랑스럽지 않으신가요?”
“네? 제가 왜요?”
고대로부터 국가에서 개인에게 관심을 가진다는 건 딱 두 가지다. 개인의 능력으로부터 뭔가를 뜯어낼 게 있다던가 혹은 개인이 국가의 해를 끼친다고 생각할 때 제거하기 위해서다.
강현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채영은 “하긴 이런 사람이었지요.” 라고 중얼거리면서 품에서 서류를 꺼내 내밀었다.
“이렇게 공문이 명령서가 발부되었습니다.”
“협조공문? 이게 뭐예요?”
강현은 채영이 내민 서류의 제목만 읽고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세한 건 이 공문을 읽어보시고. 요약해서 알려드리자면. 도퍼 능력측정을 위해서 밀착 검사의 필요성이 있으니 협조해달라는 겁니다.”
“밀착?!”
“네 제가 24시간 동안 강현 님이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기 위해서 파견되었습니다. 일단 그간 분석된 능력의 향상 시기로는 봐서는 1차로 일주일 정도만 검사하면 되리라 생각됩니다.”
“아니 내가 왜?”
말하자면 국가에서 공식스토커를 붙인다는 거잖아.
“물론, 협조 공문이라서 동의를 하셔야 합니다만. 당연히 사인해주시겠지요?”
“내가 왜 흔쾌히 사인 할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거절해요. 거절.”
채영이 내민 공문서를 그대로 손바닥으로 밀어 보냈다. 그러자 채영이 지갑을 꺼냈다.
“이번에는 얼마면 됩니까?”
그 모습에 강현이 코웃음을 쳤다. 이 도퍼 강현 님을 뭐로 보는 거야?
“미안하지만. 이제 별로 돈이 아쉽지 않거든요. 채영 씨도 알잖아요. 도퍼들이 얼마나 벌어들이는지.”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2억 어떠신가요?”
채영이 꺼낸 건 예전처럼 지폐가 아니라 카드였다.
‘2억이라... 그 정도면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하지만 레이드 몇 번 잘 뛰면 1, 2억을 번다고 생각하면 인제 와서 강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순 없었다. 단위가 몇 배나 뛰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뇨. 이제 돈은 됐어요. 그러니까 뭔가 더 그럴싸한 걸 제안할 수 없다면 그만 돌아가세요.”
“그렇군요.”
강현의 말에 채영이 카드를 집어넣고 일어섰다.
‘이제 포기하고 가려나? 가면 얼른 다현이 오기 전까지 게임이나 하고 있어야지.’
하지만 일어선 채영은 현관 쪽으로 갈 생각을 않고, 입고 있던 검은 재킷을 벗기 시작했다.
“당신도 역시 남자군요.”
‘응?’
갑작스러운 채영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던 강현은 그저 멍하니 쳐다봤다. 채영은 벗은 재킷을 곱게 접어 한쪽에 뒀다.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면서 이번에는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냈다.
“후배가 가지고 있던 성인 동영상에서 여성에게 돈 대신 몸을 요구하는 장면을 봤습니다. 그리고 그 여성이 어떻게 몸으로 대가를 치르는 것도 봤습니다.”
“지, 지금 무슨 소리하는 겁니까?”
당황한 강현이 소리쳤다. 채영은 어느새 바지까지 벗어 개어놨다. 그런 다음 잠시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
“이렇게 성적매력이 없는 저지만”
손을 뒤로 해 브래지어의 훅을 풀기 시작했다.
“열심히 노력해서 만족시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훅이 풀리고 그동안 감춰져 있었던 부드러운 곡선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아래 아름다운 곡선의 중심을 잡아주듯 튀어나온 핑크빛이 눈에 들어오자. 강현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그, 그만. 어서 옷 입어요.”
채영이 조금의 부끄러움도 없이 너무 자연스럽게 탈의를 하는 바람에 강현은 그만 멈출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 얼른 옆에 가지런히 개어놓은 셔츠를 잡아들고 채영을 가리기 위해서 몸을 앞으로 내밀었을 때.
현관문이 열렸다.
“다녀왔습니다. 어? 문이 왜 이래?”
다현의 목소리를 듣자. 강현의 전신이 덜덜 떨렸다. 결국, 몸을 제대로 통제하는 데 실패하고, 한 손에는 채영의 셔츠를 쥔 채로 채영에게 엎어졌다.
콰당.
“오빠. 무슨 소리야?”
황급히 현관을 거쳐 거실로 들어온 다현은 벌어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빠가 거의 알몸이나 마찬가지인 여자의 위에 올라타고 있는 거였다.
다현은 얼굴을 붉히고 눈을 질끈 감고 외쳤다.
“오빠 변태!”
*****
비명을 지르던 다현은 채영이 말리고 사정을 설명한 다음에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강현은 딱히 잘못한 것도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다현 옆에 무릎 꿇고 있었다.
“그러니까 여기에 오빠가 사인하지 않으면 검사고 뭐고 못하는 거죠?”
“네.”
채영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러니까 얼른 찢어버리고 쫓아버리자.”
“오빠는 조용히 좀 해봐.”
“넹.”
“그래서 측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건가요? 몸에 특수한 광선을 쐰다거나 해부를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죠?”
“아, 아닙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강현은 동생의 기막힌 상상력에 소름이 돋았다. 채영도 당황한 듯 부정했다. 그리고 준비해온 주머니에서 손바닥만 한 기계장치를 꺼내서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닙니다. 일차적으로 이 측정기를 차고 생활하는 것뿐입니다. 그러면 생체리듬을 포함에 각종 생체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니터 됩니다. 이차적으로 제가 직접 확인하는 거고요.”
“그럼 해롭지 않은 거죠?”
“네 제가 절대로 보장합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강현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대화의 흐름은?’
다현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잠시 생각한 후에 강현을 돌아다 봤다.
“오빠. 담당자분이 예전에 오빠를 구하고 이런저런 뒤처리도 해주셨잖아? 그럼 신세 진 것도 있으니까 거절하기 좀 그렇지?”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채영이 일부러 매달릴 구석을 차버리는 걸 보고 강현이 더욱 몰아붙였다.
“봐봐. 원래 저런 일 하는 분이야. 그리고 구해준 명목으로 1억이나 뜯어갔잖아. 그때야 내가 도퍼가 돼서 갚아버리면 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갔지만 지금 생각해도 열 받거든.”
“제가 뜯어갔다고 하는 표현은 어폐가 있습니다. 도와준 도퍼 분께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 예거 ]의 비용으로 지급되는 돈이니까요.”
“아니 지금 그걸 따지자는 게 아니라.”
예상치 못하게 채영이 따지고 나오자. 강현은 당황했다. 그때 다현이 말을 끊었다.
“두 분 다 조용히 좀 해주세요.”
거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건 그거고 일단 신세 진 건 확실하잖아. 그러니까 도와주자 오빠? 응?”
“그거야. 너만 괜찮다고 한다면 괜찮아.”
강현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다현이 채영의 손을 잡으면서 미소 지었다.
“그럼 채영 언니 한동안 잘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채영이 미소로 화답하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다현은 채영의 손을 잡아끌고 일어서서 집안 구경을 시켜줬다. 그리고 짐은 어디다 둘지. 잠은 어디서 잘지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현과 채영은 꽤 화기애애해 보였다.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강현은 의아해했다.
‘다현이는 왜 집안에 여자를 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는 걸까?‘
그 생각을 잠깐 하다가 뭔가 깨달은 듯 벌떡 일어나서 채영의 뒤로 쫓아갔다.
“아 참. 2억은 꼭 줘야 해.”
*****
저녁식사시간은 뜻밖에 즐거웠다.
채영은 이렇게 맛있는 요리는 처음 먹어본다고 연신 칭찬했고, 다현은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 왠지 처음 밥 먹는 사이치고는 사이좋은 자매 같아 강현의 마음도 훈훈해지는 거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채영과 다현이 서로 설거지를 한다고 다투고 있을 때 강현은 슬쩍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어차피 평소 생활 그대로 해도 상관없다고 했으니까 게임해도 괜찮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컨트롤 헬멧을 썼을 때. 어느새 방에 들어왔는지 채영이 말을 걸었다.
“이게 뭐예요?”
결국, 동거인이라고 해도 손님에게 설거지를 시킬 수 없다고 주장한 다현이 이긴 모양이었다. 강현은 이것도 모르느냐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콘트롤 헬멧이라고 게임할 때 필요한 거예요.”
“게임이요?”
“게임 몰라요? 이건 몬스터 레이드 온라인이라는 건데. 자신이 만든 가상의 캐릭터를 조종해서 몬스터를 잡고 사냥하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되나요?”
“뭐 몬스터 잡으면 경험치가 쌓이고, 경험치가 쌓여 레벨 업하면 캐릭터가 세지고요. 또 몬스터 잡으면 나오는 돈으로 아이템도 사고 그러는 거죠.”
강현이 설명해줬지만. 채영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전 게임할거니까 옆에서 멍하니 기다리시던지 다른 볼일 보세요.”
답답했던 강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컨트롤 헬멧을 쓰려고 할 때. 채영이 강현의 손을 잡으면서 물었다.
“그럼. 저도 이거 해볼 수 있나요?”
============================ 작품 후기 ============================
이번편은 내용 진전이 별로 없어서 오늘 안에 무조건 연참하겠습니다.'ㅠ'/
그럼 추천 코멘트 많이많이 부탁드려요.
+
각 장의 이름을 정리했습니다.
추후에 다시 수정될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