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8화
슈아아아악!
신유현은 불꽃의 마검 레반테인을 섬광처럼 휘두르며 엘리트 구울의 몸을 스쳐 지나갔다.
신유현과 엘리트 구울 사이에 레반테인의 흑염이 궤적을 남겼다.
크아아아아아!
그리고 신유현의 뒤에서 엘리트 구울은 비명 같은 괴성을 지르더니 자리에서 쓰러졌다.
‘끝났군.’
신유현은 레반테인을 빙글빙글 돌리며 흑염을 털어 낸 후 납검했다.
그리고 자신이 쓰러트린 엘리트 구울을 한 번 바라 본 후 주변을 둘러봤다.
때마침 슈브와 루베르도 마지막 남은 엘리트 구울을 쓰러트리고 있었다.
‘저쪽도 끝났나.’
마지막 남은 구울을 쓰러트리고 누가 더 많이 쓰러트렸는지 루베르가 슈브를 향해 말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신유현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다시 자신이 쓰러트린 엘리트 구울을 바라봤다.
‘5성 마수 한 마리 정도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군.’
현재 신유현은 4성 중상급 정도.
본래라면 5성 마수 중에서 강한 개체에 속하는 엘리트 구울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이전 삶에서 실전 경험과 기력이 아닌 차크라 덕분에 같은 등급의 초인들보다 마나가 더 많았다.
그 덕택에 엘리트 구울에게 밀리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수련 상대로 딱 좋았지.’
처음에는 상대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신유현이 유리해져 갔다. 싸우는 도중에 엘리트 구울의 전투 패턴을 파악했으니까.
그뿐만이 아니라 이지현에겐 수호자의 방패 사용법을 조금씩 알려 주며 간간히 도움도 받았다.
엘리트 구울 한 마리는 신유현과 이지현에게 좋은 수련 상대가 되어 준 것이다.
그리고 소울 포인트까지.
엘리트 구울의 맛은 약간 고기가 탄 맛이었다.
‘남은 건, 인베이젼 게이트의 마수들인가.’
현재 각지에서 파천검가의 초인들과 헌터들이 대응 중이었다.
그리고 스켈레톤 드래곤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보스급 마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마 가주인 신성일을 비롯한 청룡 전주, 신철민과 백호 전주 신유라는 직속 정예 수하들을 이끌고 보스급 마수들을 상대하고 있을 테지.
“마스터. 이제 어쩌실 건가요?”
상황이 마무리 되자 슈브가 신유현을 향해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생존자들을 안전한 장소로 대피 시켜야지.”
신유현은 뒤를 돌아봤다.
이지현과 이지영을 제외한 생존자들은 대략 열 명 정도로 노인들과 어린 아이들 밖에 없었다.
그러니 일단 생존자들부터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켜야했다.
‘문제는 인베이전 게이트인가.’
현재 근본적인 문제는 인베이전 게이트였다. 그곳을 통해서 마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생존자들이라면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그때 신유현에게 말을 걸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다름 아닌 이지영이었다.
신유현과 이지현이 한창 엘리트 구울과 싸우고 있을 때, 이지영은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져 있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아 혼란스러워 했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순간은 스켈레톤 드래곤이 날린 거대한 화염구가 폭발하는 장면이었다.
그 후 폭발로 인한 충격으로 기절을 하면서 죽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이 죽기는커녕 살아있다니?
거기다 자신과 생존자들을 노렸던 스켈레톤 드래곤이 얌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생존자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파천검가의 직계 중 한 명이 자신들을 구하러 와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까.
“나선권가의 이지영입니다. 저희를 구해 주었다고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이지영은 신유현이 바라보자 고개를 숙였다.
“파천검가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겸손하시네요. 저를 구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신유현의 대답에 이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개인적으로 감사의 말을 전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신유현이 얼마나 큰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을 구해 주었는지.
스켈레톤 드래곤이 날린 화염구, 크림슨 파이어 볼의 위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폭발의 충격으로 5성 초인인 이지영은 정신을 잃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그 폭발 속에서 신유현이 자신을 구해 준 것이다.
“무사해서 다행이군요. 이제 몸은 괜찮습니까?”
“예. 덕분에 다친 곳이 없네요.”
이지영은 미소를 지으며 호의적인 시선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자신을 구해 주었음은 물론이고, 생존자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스켈레톤 드래곤을 쓰러트릴 정도로 강력한 소환수들까지 부렸다고 했다.
그러니 호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초인사회는 약육강식의 세계이기도 하지만 강자지존의 세계이기도 하니까.
“그럼 생존자들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맡겨 주세요.”
이지영은 웃으며 답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다행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생존자들은 그녀들에게 맡겨도 괜찮겠지.’
비록 스켈레톤 드래곤의 공격에 정신을 잃고 조금 다치긴 했지만 이지영 또한 초인이었다.
어느 정도 부상은 빠르게 회복할 수 있으며, S급 고유 특성 수호자를 각성한 이지현도 있었다.
그녀들이 있으면 5성 마수들 정도는 충분히 돌파 할 수 있을 터.
그리고 무엇보다 주변에서 더 이상 마수들의 기척이 감지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충분히 안전한 장소까지 대피할 수 있을 것이다.
신유현은 슈브와 루베르, 그리고 디아를 향해 돌아서며 말했다.
“그럼 우리는 인베이전 게이트가 있는 곳으로 간다.”
* * *
생존자들을 권왕의 손녀들에게 맡긴 신유현은 그길로 곧장 인베이전 게이트가 있는 칠성산으로 향했다.
생존자들과 헤어지기 전, 이지현이 함께 있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이지영의 손에 맡겼다.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생존자들을 보호해야 했으니까.
‘프로스트 울프 두 마리를 호위로 붙여 두었으니 괜찮겠지.’
4성이 되면서 활성화된 언데드 라이더 소환 스킬, 프로스트 울프들
백랑, 복슬이와 마찬가지로 눈처럼 하얀 털을 가진 늑대들을 소환할 수 있는 스킬이다.
신유현은 프로스트 울프들을 생존자들에게 호위로 붙였다.
프로스트 울프는 자체적인 전투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솔직히 스켈레톤 솔져보다는 떨어졌다.
다만, 탐색능력만큼은 좋기 때문에 접근해 오는 마수들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스켈레톤 라이더 병들도 쓸 만하지만…….’
프로스트 울프에게 스켈레톤 솔져들을 태운다면 기병으로도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기병으로 쓸 일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생존자들과 헤어진 신유현은 세븐 아크스들과 보스급 소환수들을 데리고 칠성산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중간중간에 5성 마수들이 덤벼들었지만 슈브와 루베르가 나서서 빠르게 처리했다.
크워어어어억!
<5성 마수 드라우그>
“이 녀석들은 대체 뭐지?”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슈브와 루베르의 협공에 쓰러지고 있는 마수를 바라봤다.
인베이전 게이트를 향해 가까워질수록 마수들의 모습이 점점 기괴해져 갔다.
좀비나 구울처럼 언데드 시체 같은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생김새가 이형적이었다.
방금 전 쓰러트린 드라우그라는 마수만 해도 2미터 인간형의 모습에 팔이 여섯 개였고, 옆구리와 등에 작은 입들이 수도 없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 입을 통해 칠성산에 있는 돌이나 나무들, 서식 중인 동물까지 마구 뜯어 먹고 있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온갖 것들을 씹어 먹고 있었다. 마치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맛보려고 하는 것처럼.
“저쪽에 뭔가 있는 것 같네요.”
그때 슈브가 산 위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말에 신유현과 루베르도 산 위를 올려다봤다.
“이건…….”
확실히 조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길하기 짝이 없는 기운이 느껴졌다.
최소 스켈레톤 드래곤 이상이었다.
신유현은 일행들을 이끌고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쪽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 5성 마수 드라우그 무리들이 덤벼들었지만 슈브와 루베르 선에서 정리 되었다.
잠시 후, 신유현은 불길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진원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게 인베이전 게이트인가?”
신유현은 놀란 눈으로 전방을 바라봤다. 칠성산 중턱보다 조금 위 공터에 2미터 길이 정도 되는 공간의 균열이 생겨나 있었다.
파직! 파지직!
그리고 공간의 균열 주위에는 파랑색과 검은색의 스파크가 튀고 있었다.
검은색은 균열이 인베이전 게이트라는 사실을, 파랑색은 5성급이라는 사실을 의미했다.
아무것도 없는 균열에서 위협적으로 튀고 있는 블루블랙의 스파크.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콰직! 콰지지직!
2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던 인베이전 게이트의 크기가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균열에서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갑각류의 갑옷 같은 껍질에 둘러 싸여 있는 팔들에 의해서.
“저건 대체 뭐야?”
신유현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최소 10개가 넘는 팔들이 뻗어 나와서 균열을 넓히고 있었다.
“저건 좀 위험해 보이네요. 마스터.”
인베이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팔들을 바라본 루베르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슈브도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수들이 직접 이쪽 차원으로 넘어오려고 하는 것 같아요.”
“마수들이 직접? 그럼 시공관리국의 던전 공간은…….”
“네. 아무래도 시공관리국에서 막지 못한 것 같네요.”
“뭐라고?”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인베이전 게이트를 노려봤다.
던전 공간은 시공관리국에서 마수들의 침략을 막거나 유예시키기 위해 만든 완충지대다.
그 덕분에 던전 게이트가 발생하면 초인들이 공략을 하는 것으로 스탬피드 현상을 사전에 막아서 지구로의 침략을 방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베이전 게이트는 발생 즉시 마수들에 의한 침공이 시작된다.
즉, 실시간 스탬피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은 시공관리국이 마수들의 침공을 막아내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크오오오오오오!
그때 인베이전 게이트 너머에서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괴성이 울려 퍼졌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불안감을 피어 올리는 불길한 소리.
“당장 막아!”
신유현은 슈브와 루베르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인베이전 게이트의 차원 균열을 열어젖히려고 하는 존재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맡겨주세요.”
“저놈이 넘어오지 못하게 하겠어요.”
신유현이 가진 패들 중에서 최강의 전력들이 인베이전 게이트를 향해 튀어나갔다.
이윽고 슈브는 지면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슈브의 머리 위에서 흑마력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대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길이 30미터, 너비 5미터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거대한 대검.
빛을 가르는 어둠의 검, 그랜드 다크 세이버.
현재 슈브가 낼 수 있는 최강의 공격 마법 중 하나인 6클래스 흑마법이었다.
이어서 루베르도 공격 준비를 시작했다.
스스슥.
어느 틈엔가 루베르의 몸 주위에는 붉은 피가 휘몰아치며 하나의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길이 30미터, 너미 5미터의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창.
작열하는 붉은 피의 창, 블러드 랜스.
슈브와 마찬가지로 능력이 제한된 탓에 6성급에서 루베르가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공격 스킬이었다.
이윽고 그랜드 다크 세이버와 블러드 랜스는 무언가가 기어 나오려고 하는 인베이전 게이트를 향해 쇄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