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7화
“나한테 종속시켰다. 네크로맨서의 특권이지.”
“네, 네?”
신유현의 말에 이지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스켈레톤 드래곤을 종속시켰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파천검가의 직계라면 검사여야지 않은가?
“네크로맨서의 특권이라니…….”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이지현의 말에 신유현은 그저 웃어 보일 뿐이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지.’
오히려 좋았다.
이전 삶이었다면 죽었어야 할 이지현의 언니를 구해 냈고, 이지현은 고유특성 수호자를 각성해 냈다.
거기에 신유현은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을 손에 넣었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다.
흐어어어어!
“이건…….”
“아직도 마수들이…….”
멀리서 들려오는 5성 마수들의 포효에 노인들과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방금 전 신유현이 쓰러트린 스켈레톤 드래곤은 여러 마리 보스 중 하나일 뿐이었고, 여전히 수백 마리에 달하는 마수들이 활개치고 다니는 중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신유현은 생존자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파천검가의 초인들이 이곳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가주님도 계시죠.”
“거, 검왕님이!”
신유현의 말에 노인 중 한 명이 놀란 표정으로 소리쳤다.
파천검가의 가주이자 마스터인, 검왕 신성일.
대외적으로 검왕이라는 이명으로 유명했다.
“검왕님이 계신다면 걱정할 게 없지.”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노인들은 검왕이 와 있다는 말에 한시름 놓은 표정을 지었다.
거기다 칠성산 주변 지역 일대에 퍼져 나가고 있는 마수들을 막기 위해 파천검가의 각 검전에서도 정예들을 보냈다.
그들은 인베이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마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무전의 검사들은 주민들의 대피를 우선적으로 도왔다.
신유현 또한 마수들을 상대하다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의 기척을 느끼고 이곳으로 온 것이다.
‘운이 좋았지.’
강대한 기운을 느끼고 와 봤더니 권왕의 손녀들과 스켈레톤 드래곤이 있었으니까.
덕분에 스켈레톤 드래곤을 손에 넣었고, 권왕의 손녀들을 구하면서 나선권가에 빚을 지웠다.
‘언젠가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신유현은 이지영을 돌보고 있는 이지현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흐어어어어!
그때 멀리서 들려오던 괴성이 바로 근처에서 울려 퍼졌다.
“왔군.”
<5성 마수 엘리트 구울>
일반 구울보다 한층 더 강화된 마수.
그 때문에 전반적인 능력치가 상승해 있는 탓에 상대하기가 까다로웠다.
그런 놈들이 지금 어림잡아도 스무 마리가 골목길 앞에 나타나 있었다.
“마스터. 제가 나설까요?”
놈들의 등장에 오른쪽에서 슈브가 나른하면서도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이번에는 저한테 맡겨 주시길.”
뒤이어 왼쪽에서 루베르가 우아하면서도 열정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둘은 각각 신유현의 양팔에 팔짱을 끼며 은근히 압박해 왔다.
“마스터! 저도요!”
슈브와 루베르가 신유현에게 달라붙어 있자 디아까지 도도도 달려오더니 등에 매달렸다.
다만, 디아는 마수들을 상대하고 싶다기보다 슈브와 루베르처럼 신유현에게 달라붙고 싶었을 뿐이었지만.
그르릉?
그리고 복슬이까지 신유현의 곁에 다가와 얼굴을 부볐다.
“일단 둘이서 상대해 줘. 그리고 디아와 복슬이는 생존자들 보호하고. 아, 한 마리 정도는 이쪽으로 보내라.”
“네.”
“알겠어요.”
신유현의 말에 슈브와 루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루베르는 미소를 지으며 슈브를 바라봤다.
초대 불사왕 시절이었을 때부터 루베르는 슈브에 대해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든 슈브와 경쟁을 벌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모양.
그렇게 슈브와 루베르가 엘리트 구울들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디아와 복슬이는 생존자들을 향해 갔다.
“아이구, 우리 애기 다시 왔네.”
“어쩜 이렇게 귀여울까.”
디아는 노인들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이번에는 나 등에 태워 줘!”
“등짝 좀 보자!”
복슬이는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이었다.
아이들은 복슬이를 끌어안던가, 등에 올라타거나 했으니까.
“이지현.”
“네? 네!”
신유현의 부름에 여전히 정신을 잃고 있는 이지영을 돌보던 이지현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준비해라.”
“네? 뭘요?”
“마수 한 마리가 곧 이쪽으로 올 거다. 네가 상대해라.”
“네? 제가요?”
신유현의 말에 이지현은 사색이 되었다. 마수 한 마리라고 해도 상대는 무려 5성 엘리트 구울이었다.
5성 마수 중에서 약한 개체라면 4성 초인도 상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엘리트 구울은 5성 마수 중에서도 강한 개체에 속했다.
거기다 이지현은 이제 3성에 들었을 뿐이었다.
이지현의 나이를 생각한다면 상당한 성취였다. 그녀 나이 또래라면 잘해 봐야 2성 수준이었으니까.
권왕의 손녀다운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5성 엘리트 구울을 상대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크워어어어억!
때마침 루베르가 엘리트 구울 한 마리를 신유현과 이지현이 있는 쪽으로 흘렸다.
루베르는 신유현을 향해 돌아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슈브를 바라봤다.
그런 루베르의 모습에 슈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무리무리!”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엘리트 구울의 모습에 이지현은 손사래를 치며 기겁했다.
엘리트 구울은 겉모습부터가 혐오스러웠다.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와 비슷한 몰골인데다가 여기저기 누더기처럼 기워 붙인 듯한 실자국도 전신에 새겨져 있었으니까.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수호자의 방패를 꺼내 봐.”
“예? 방패를요?”
이지현은 빠르게 수호자의 방패를 꺼냈다.
그러자 이지현의 앞에 직사각형 형태의 초록빛 막 같은 게 생겨났다.
‘역시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 전혀 다르군.’
신유현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전 삶에서 이지현이 사용한 수호자의 방패는 그야말로 견고한 성벽과도 같았다.
크기도, 두께도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형태 또한 지금처럼 밋밋하고 투박한 모습이 아니라 세련된 방패였었다.
‘뭐, 어쩔 수 없나.’
신유현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지현은 이제 막 고유 특성 수호자를 각성한 상황.
그 때문에 아직 수호자의 방패를 사용하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다.
“그럼 저놈의 공격을 막아 봐라.”
“에?”
신유현의 말에 이지현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크어어어어!
눈앞에서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엘리트 구울의 모습에 이지현은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즈즈증!
거기에 다중 중첩 실드도 잊지 않았다. 총 세 장의 초록빛 방패가 엘리트 구울의 앞을 가로 막았다.
하지만,
쩌적!
엘리트 구울이 내지른 주먹 앞에 첫 번째 방패에 금이 갔다.
크워어어억!
퍼버버벅!
이어서 엘리트 구울은 주먹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콰직!
그러자 첫 번째 방패에 거미줄 같은 금이 수도 없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내 얼마 못가 부서져 버렸다.
“힉!”
그 모습을 본 이지현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섰다.
“물러서지 마라! 또 네 언니가 죽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거냐!”
이지현의 뒤에서 신유현은 일갈 하듯 소리쳤다.
그 말에 이지현은 흠칫 거리며 멈춰 섰다.
언니가 죽는다니.
이지현은 항상 자신을 다정하게 대해주는 언니가 좋았다.
비록 권법 수련을 시킬 때는 야차(夜叉) 교관처럼 무서웠지만, 그 또한 자신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수련이 끝나면 격려의 말과 함께 주는 컵 아이스크림이 좋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지현은 언니인 이지영을 좋아했다.
그런데 언니가 죽는다니?
이지현은 스켈레톤 드래곤을 혼자서 막겠다며 나서던 이지영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스켈레톤 드래곤의 공격 속에서 죽을 뻔했던 모습도.
‘아, 안 돼!’
우우웅!
이지현의 의지를 반영하듯 엘리트 구울 앞을 막고 있던 수호자의 방패에서 강렬한 초록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확실히 조금 전보다 초록빛 막이 한층 더 강해졌다.
“수호자의 방패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절대 부서지지 않는 방패를 이미지 해 봐라.”
‘부서지지 않는 이미지…….’
뒤에서 들려오는 신유현의 말에 이지현은 무언가 감이 잡힐 듯 말 듯 했다.
수호자의 방패를 이미지 하라는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콰직!
그러는 사이 두 번째 방패가 엘리트 구울에게 박살이 났다.
“아직 의지도 빈약하군. 수호자의 방패는 이렇게 간단히 부서지지 않는다.”
강한 의지력.
이지현의 머릿속에 의지력이라는 단어도 입력됐다.
사실 지금 이지현의 능력으로는 아무리 수호자의 방패를 각성했다고 해도 엘리트 구울의 공격을 버틸 수 없었다.
다만, 시간을 벌 수는 있었다.
각성 직후라고 해도, 수호자의 방패 능력을 최대한 끌어 쓸 수 있다면 꽤 오랜 시간 엘리트 구울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었으니까.
실제로 두 번째 방패는 첫 번째 방패보다 좀 더 오래 버텼다.
‘그렇다면…….’
이지현은 이를 악물었다.
강철 같은 의지력으로 절대 부서지지 않는 방패를 이미지 한다면?
번쩍!
순간 마지막 남은 세 번째 방패에서 초록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드러나는 이지현이 만들어 낸 방패.
크기는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형태는 꽤 많이 변했다.
그저 반투명한 초록색 직사각형에서 약간 길쭉한 역삼각형 모양의 카이트 실드로 변형한 것이다.
두께 또한 꽤 두꺼워져 있었다.
‘좋아. 잘되고 있군.’
그 모습을 본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이전 삶에서 이지현은 언니인 이지영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악착 같이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삶은 다르다.
신유현이 이지영을 구해 주었으니까.
그로 인해 미래가 바뀌었을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이지현에게 수호자의 방패를 다룰 수 있는 기초적인 요령을 알려 줬다.
사용자의 의지와 이미지에 의해 수호자의 방패를 변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전 삶에서 이지현의 말에 의하면 이 사실을 깨닫는데 1년 이상 걸렸다고 한다. 수호자의 방패는 오직 그녀만이 쓸 수 있는 능력이었으니까.
‘물론 이것뿐만이 아니지만.’
신유현은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수호자의 방패가 가진 활용성은 어마어마했다.
특히 권왕의 권법인 나선권을 사용하는 이지현이라면 더더욱.
수호자의 방패는 사용자의 의지에 의해 자유자재로 크기와 형태, 강도를 조절 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때로는 사람들을 지키는 성벽처럼 사용할 수 있었고, 때로는 공격에 활용해 마수들을 학살했다.
‘남은 건, 그녀가 하기 나름이지.’
수호자의 방패를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요령을 알려 주었으니 이지현은 빠르게 강해질 수 있을 터.
그리고 이지현이 강해진다면 신유현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지현 또한 앞으로 있을 게티아들과 전쟁에서 신유현을 도와주게 될 테니까.
‘그럼.’
이지현에게 기본적인 조언을 마친 신유현은 엘리트 구울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