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술 가문의 네크로맨서 159화
콰아아아앙!
그랜드 다크 세이버와 블러드 랜스가 인베이전 게이트와 격돌하자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다.
칠성산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그리고 검붉은 폭염과 흙더미가 하늘 높이 치솟아 올랐다.
그뿐만이 아니라 폭발로 인해 생긴 충격파와 후폭풍에 의해 주변에 있던 나무들이 뿌리 뽑히면서 날아갔다.
인베이전 게이트 주변에 있던 5성 마수들도 같이 휩쓸리면서 나가떨어졌다.
스스스.
얼마 후 검붉은 폭염이 걷히고 치솟아 오른 흙더미들이 가라앉자 폭심지의 전경이 드러났다.
‘어마어마하네.’
신유현은 질린 표정으로 눈앞을 바라봤다. 인베이전 게이트가 있던 자리는 완전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칠성산의 중턱 일부분이 날아가 버릴 정도로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나 있었던 것이다.
“깨끗해졌군.”
블루블랙의 스파크가 튀고 있던 인베이전 게이트는 완전 소멸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오려고 했던 갑각류의 갑옷 같은 껍질에 싸여 있던 정체불명의 팔들까지도.
‘정말 없어진 게 맞나?’
확실히 균열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다시 공간에 균열이 생겨나지 않을까 신유현은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봤다.
그때 신유현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소환수 슈브와 루베르가 5성급 인베이젼 게이트를 처리하였습니다! 보상으로 50 소울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확실히 끝났나 보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신유현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파츠츳!
“……!”
신유현은 흠칫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 갑자기 검붉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끝난 게 아니었나?”
허공에서 튀기 시작하는 스파크를 바라보며 신유현은 눈살을 찌푸렸다.
스파크 속에서 차원의 균열이 다시 생겨날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까.
“말도 안 돼요. 인베이전 게이트는 저희가 확실히 소멸시켰어요.”
그때 신유현의 옆에서 슈브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에 신유현은 인베이전 게이트가 있던 공간에 돌연 나타난 검붉은 빛의 스파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럼 저건 뭔데? 인베이전 게이트가 다시 열리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럼 다시 닫으면 되지요.”
신유현의 말에 이번에는 루베르가 답했다.
툭!
그때 검붉은 스파크 사이로 검은색 물체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저건…….”
신유현은 검은 물체를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파츠츳!
그사이 검은 물체를 툭 내던진 검붉은 빛의 스파크는 허공에 녹아들 듯 사라졌다.
다행스럽게도 인베이전 게이트는 다시 열리지 않은 것이다.
다만,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하나 남겼을 뿐.
“알처럼 생겼군.”
얼핏 보면 타조알과 비슷해 보였다.
하지만 크기가 훨씬 더 크고 단단해 보이는 검은색 껍질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검은 알을 자세히 바라보자 명칭이 떠올랐다.
<??성 혼돈의 알>
“혼돈의 알이라고?”
신유현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몇 성인지조차 정확히 표시되어 있지는 정보 명칭.
거기에 혼돈의 알이라니?
우웅. 우웅.
이윽고 혼돈의 알에서는 마력파동까지 고동치듯 흘러나왔다.
“위험하군. 슈브, 루베르 저 알을 처리해라.”
위기감을 느낀 신유현은 자신의 최강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슈브와 루베르에게 명령을 내렸다.
“마스터.”
그때 슈브가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신유현을 불렀다.
“왜?”
“저 알…… 저희에게 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뭐?”
어딘가 들뜬 것 같기도 한 슈브의 말에 신유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상냥하던 슈브가 눈을 빛내며 흥분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옆에 있는 루베르도 마찬가지였다.
할짝.
그녀들은 붉은 혀로 입술을 핥으며 눈앞에 있는 혼돈의 알을 바라봤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포식자들의 눈빛으로.
‘괘, 괜찮은 건가?’
혼돈의 알을 바라보는 슈브와 루베르의 눈빛이 범상치 않았기에 신유현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위험한 거 아닌가?”
“위험하지 않답니다.”
“오히려 진귀하지요. 부디 저희에게 저 알을 주세요.”
슈브와 루베르는 뜨거운 눈으로 신유현을 바라봤다.
‘흠.’
신유현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슈브와 루베르는 자신을 많이 도와주었다.
슈브는 철화단 때부터 시작해서 게티아 숭배자 놈들을 생포하고 심문하는 도움을 주었다.
루베르 또한 지난번 김상철 일가와 관련해서 육합창가 놈들을 족 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당장 오늘만 해도 슈브와 루베르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가.
“보상을 원한다면 주도록 하지. 그런데 저거 정말로 괜찮은 거 맞나?”
“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마스터에게도 도움이 되실 거예요.”
루베르와 슈브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혼돈의 알은 슈브와 루베르가 챙겨갔다.
* * *
인베이전 게이트가 소멸함으로써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더 이상 마수들이 뛰쳐나오지 않자 파천검가의 초인들과 헌터들에 의해 빠르게 진압되어 간 것이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면서 마수들을 상대해야 했기에 파천검가의 초인들과 헌터들은 인베이전 게이트까지 제압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신유현이 단독으로 움직여서 세븐아크스인 슈브와 루베르의 도움을 받아 인베이전 게이트를 소멸시켰다.
그 결과 예상보다 빨리 사태를 진압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해는 컸다.
5성 마수들이 주거지역에서 날뛴 탓에 수많은 주택과 아파트들이 박살이 났으며, 일반 주민 중에 사상자도 제법 나왔으니까.
‘보스급 마수들도 좀 나왔었지.’
이번 인베이전 게이트 사태에서 모습을 드러낸 보스급 마수들은 5성 스켈레톤 드래곤을 포함해서 총 여섯 마리였다.
그중 세 마리는 파천검가의 가주인 신성일이 단독으로 처리했다고 들었다.
아무리 5성 보스라고 해도 7성 마스터이자 화경化境)의 경지에 오른 초인을 상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마리는 청룡전의 전주, 폭풍검 신철민과 백호전의 전주 설화용녀 신유라가 잡았다고 했다.
각 검전의 정예들과 함께.
그 외에도 파천검가에서 투입한 초인들과 헌터협회에서 보낸 헌터들은 약 200마리가 넘는 5성 마수들을 처리했다.
‘현무전이 활약하지 못 한건 아쉽군.’
신유현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이번 사태에서 현무전은 그다지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
주력 전투원인 현무검대는 아직 3성이 태반이었고, 4성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
그 때문에 직접적으로 5성 마수들과 싸우진 못했고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일을 맡았다.
그래서 대중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다.
현무 검대원들의 적절한 지시로 대피를 한 덕분에 좀 더 많은 주민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완전히 현무전에 소속된 적탑이나 금궁대는 전투에 참여했다.
원거리에서 전투지원을 해 주었으니까.
덕분에 파천검가의 검사들은 한결 편하게 전투에 집중할 있었고, 그로 인해 현무전의 평판도 조금 올랐다.
하지만 현무전의 인물 중에서 가장 크게 활약한 사람은 따로 있었다.
‘그나마 내가 있어서 다행인가?’
신유현은 쓴웃음을 지었다.
현무전 소속으로 가장 크게 활약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신유현이었다.
스켈레톤 솔져 부대로 많은 마수를 막아 냈고, 5성 보스 스켈레톤 드래곤까지 잡아냈으니까.
덕분에 신유현은 꽤 많은 5성급 마정석을 수확했으며, 소울 포인트 또한 꽤 많이 벌 수 있었다.
‘논공행상 때가 기대되는군.’
거기다 이번 인베이전 게이트 사태로 활약한 검사들에게 파천검가에서 논공행상을 할 예정이었다.
아마 이번 논공행상에서 신유현은 꽤 보상을 받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인 인베이전 게이트를 소멸시켰으니까.
그리고 파천검가는 헌터들에게 감사와 함께 적절한 보상을 할 예정이었다.
이번 사태로 도와준 헌터들은 사실상 파천검가와 한 식구나 다름없었다.
파천검가의 문하생이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헌터 협회로 가거나, 아니면 파천검가의 가르침을 받았던 초인들이었으니까.
‘문제는 뒷수습이지.’
신유현은 씁쓸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반쯤 폐허가 되다시피 한 주거 지역이 보였다.
그리고 마수들의 시체들과 사람들의 시체가 거리에 널려 있는 모습까지도.
그 때문에 마수들을 처리한 파천검가와 헌터들은 뒷정리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번 사태로 인해 난민처럼 된 주민이 많았고, 마수들에게 살해당한 사람들의 장례식도 치러 주어야 했다.
그나마 이런 행정적인 절차나 일들은 수원 시청과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던 신유현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 세븐 아크스들인 슈브와 루베르, 그리고 디아가 있었다.
디아의 어깨 위에는 까망이가 있었고, 옆에는 대형견 크기의 복슬이가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을 향해 신유현은 웃으며 한마디 했다.
“그럼 이제 돌아갈까?”
나머지 뒷정리는 현무전의 사람들에게 맡기면 될 테니까.
* * *
그날 저녁.
현무전 지하 어딘가.
그곳에 사람 머리보다 조금 더 큰 검은 색 알 하나가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성 혼돈의 알>
인베이전 게이트가 소멸하고 잠깐 발생한 작은 차원의 틈 사이에서 툭 떨어진 혼돈의 알.
지금 혼돈의 알에서는 카오스 마수 특유의 불길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혼돈의 알은 주변에 있는 마나를 흡수하며 힘을 기르고 있는 중이었다.
머지않은 시기.
이 세계에 태어나기 위해서.
실제로 지금 혼돈의 알이 품고 있는 기운은 범상치 않았다.
혼돈의 알에서 태어난 마수는 굉장히 위험하다.
태어나는 순간 주변을 초토화시킬 것이고. 인베이전 게이트까지 열어서 수많은 마수들을 불러낼 테니까.
그야말로 마수들의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혼돈의 알은 마수들의 왕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열심히 주변 마나를 끌어 모았다.
그리고 그런 혼돈의 알을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는 존재들이 있었다.
“어머나. 힘내고 있네.”
움찔.
순간 혼돈의 알 전체가 놀란 듯 부르르 떨었다. 굉장히 불길한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구워 먹는 게 좋을까? 삶아 먹는 게 좋을까?”
움찔. 덜덜덜.
바로 앞에서 들려오는 붉은 머리카락 여성의 웃는 말에 혼돈의 알은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본능적으로 직감한 것이다.
그녀가 자신보다 더 상위의 포식자라는 사실을.
“마스터에게 찜이 좋은지 구이가 좋은지 미리 물어볼 걸 그랬네요.”
이어지는 금발 미녀의 말에 혼돈의 말은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마나를 흡수한다면 태어날 수 있었다.
마수들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강대한 존재로.
그때까지 버티면 될 터!
“이제 거의 다 되어 가나 보네요.”
금발 미녀, 슈브는 혼돈의 알을 바라보며 붉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익을 대로 익은 혼돈의 알이 너무나 맛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리 뒤춤 드레스 자락에서 손을 집어넣더니 이내 망치와 못을 꺼냈다.
샤아아아!
그러자 혼돈의 알은 지금까지 모은 마나를 격렬하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어머, 저항하는 거니? 귀여워라.”
하지만 슈브는 그런 혼돈의 알이 벌이는 행동에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손에 든 망치와 못을 들고 혼돈의 알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 슈브의 모습에 혼돈의 알은 덜덜덜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