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꽃길만 걷는 천재스타-37화 (37/150)

37화

37화

사격장에는 인형 등 각종 선물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총도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총이 놓인 테이블 너머에는 스크린 화면이 있었다.

“와, 세상 많이 바뀌었네. 허허. 우리 때는 과녁이랑 풍선 같은 거 놓고 직접 쐈는데.”

“그러게. 근데, 이게 더 실감 나고 재밌겠는데?”

윤기철은 격세지감을 느끼며 허탈해했지만, 최선희는 옆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흥미를 보였다.

최선희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옆 사람들이 사격하는 걸 확인한 윤기철은 곧 인정했다.

“어······ 이게 더 재밌긴 하겠네.”

옆 사람들은 스크린에 나온 영상을 보고 마치 게임을 하듯이 총을 쏘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초원을 달리고 있는 얼룩말 등의 동물들이 있었고, 그 동물들을 맞추면 점수가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총을 쏘는 사람들은 동물들 사이에서 달리는 마차를 타고 그 동물들을 진짜 사냥하는 것 같다면서 재미있어했다.

하준은 어떤 방식인지 탐색하기 위해 흥미로운 눈빛으로 옆 사람들이 사격하는 장면을 열심히 구경하고 있었다.

윤기철과 최선희는 하준이 구경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주었고, 마침내 옆 사람들의 사격이 끝났다.

그들은 점수가 모자라서 아무 선물도 받지 못했지만, 재밌었다며 웃으며 사격장을 나갔다.

“자, 하준아, 이제 해볼래?”

“응, 나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오, 그래? 근데 선글라스 끼니까 어둡지 않아?”

“아, 왜 이렇게 어둡나 했더니, 나 선글라스 끼고 있었지, 참.”

하준은 얼른 선글라스를 머리띠를 하듯 머리 위로 올렸고, 방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 더 잘 보여. 헤헤.”

“하하, 좋아. 그럼 아빠랑 잘 해보자.”

사격은 2인 1조로 하는 게임이어서 하준과 윤기철이 함께 하기로 했고, 최선희는 사진을 찍어주기로 했다.

“동물 머리를 맞춰야 점수가 높고, 2발 맞추면 동물이 죽는 거래. 그럼, 하준이, 준비 됐나?”

윤기철이 선글라스를 머리 위로 올리고는 하준에게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를 따라하며 물었다.

“됐다!”

“시작한데이!”

윤기철이 스크린 화면에서 시작을 총으로 쏴서 맞추자, 드넓은 초원이 펼쳐지며 스크린 가운데에 짐마차를 끄는 말의 뒷모습이 보였다.

“와, 아빠, 우리 같이 초원을 달리고 있어!”

“그러게. 재밌네! 동물들 나온다. 하준이는 오른쪽 쏴, 아빠는 왼쪽 쏠게.”

“응!”

마차가 달리기 시작하자, 양옆으로 얼룩말, 사자 등의 동물들이 마차의 주변에서 나타났다.

이제부터는 말할 시간이 없었다.

하준과 윤기철은 눈을 크게 뜨고 동물들을 쏘기 시작했다.

탕탕탕, 탕탕탕!

총소리와 함께 오른쪽 동물들이 우르르 쓰러졌다.

“와아! 하준이 잘한다!”

최선희가 박수를 치며 감탄했다.

윤기철도 온 집중력을 다해 여러 마리 잡긴 했으나 하준에게는 훨씬 못 미쳤다.

“허, 우리 하준이가 군대 갔다 온 나보다 총을 잘 쏘네! 하준아, 이쪽도 막 쏴!”

윤기철의 말에 하준은 오른쪽 동물들을 다 쏜 다음 왼쪽 동물들도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하준의 사격 실력은 빠르고 정확해서 쏘면 백발백중이었다.

하준은 자기가 쏘는 족족 동물들에게 모두 적중하자, 너무 신나고 재밌어했다.

한편, 하준 가족의 뒤에 줄을 선 사람들은 하준의 엄청난 사격 실력에 깜짝 놀라 혀를 내둘렀다.

“지금 저 애기가 다 맞추고 있는 거지? 와······!”

“어머, 애기가 총을 엄청 잘 쏘네!”

“거의 사격 선수급인데?”

최선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하준의 훌륭한 사격 실력을 동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 버튼 대신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하준이 사격을 마치자, 스크린에 최고점수라는 글씨와 함께 화면에 꽃가루가 터지고 팡파르가 울려퍼졌다.

“우와아! 아빠, 최고점수래!”

“장하다, 우리 아들! 하하.”

윤기철은 하준을 번쩍 안아 들고 엉덩이를 두드렸다.

뒤에 줄을 서 있던 사람들도 하준의 실력이 워낙 대단해서 감탄을 하던 차에 최고점수까지 나오자 축하 박수를 보내주었다.

“애기가 진짜 대단하네요.”

“축하해, 애기야. 어? 근데······ 어디서 봤는데?”

“혹시 요전에 한범우랑 TV 나온 아역 배우 아니에요?”

하준이 선글라스를 올리고 있어서 사람들이 하준을 알아보고 말았다.

하준 가족은 살짝 당황했지만, 하준은 곧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안녕하세요, 하준이에요.”

“어머머! 진짜 맞네! 어쩐지 뒷모습부터 포스가 남달랐어. 하준아, 너 너무 귀엽다.”

“와, 그 노래 잘하는 아역 배우 하준이 진짜 맞는 거야? 근데 사격도 이렇게 잘해? 대단하구나!”

“하준아, 노래 잘 듣고 있어. <월야>에서도 너무 잘 봤어.”

사람들은 윤기철에게 안긴 하준을 둘러싸고 반가워했다.

하준은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악수도 해주고 몇몇 사람들과는 사진도 찍어주었다.

다행히 이곳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팬서비스는 금방 끝낼 수 있었다.

팬서비스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지자, 그제야 사격장 직원이 하준에게 다가왔다.

“하준이었구나. 선글라스 껴서 몰랐어. 누나가 하준이 팬인데!”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목소리도 너무 귀엽다. 근데 어디서 사격을 배운 거야? 너무 잘하더라.”

“감사합니다. 사격은 근데 오늘 처음 해봤어요.”

“와, 근데 그렇게 잘하는 거야? 하준이는 천재인가 봐! 신기해. 내가 여기서 3년 일했는데, 사격 이렇게 잘하는 애는 처음 봐.”

“헤헤. 감사합니다.”

“아, 선물 줘야지! 목표점수 넘었으니까, 여기 상품 중에 골라봐.”

하준은 상품들을 구경하다가 최선희에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원하는 거 할래. 엄마 선물로.”

“정말? 그래도 돼?”

“응!”

“고마워, 우리 아들.”

최선희는 선물 중에서 집과 나무가 있는 풍경을 담은 스노우볼을 골랐다.

“하준이가 효자네요. 이렇게 귀엽고 착한 아들이 있다니, 너무 부러워요. 여기 있습니다.”

사격장 직원이 스노우볼을 최선희에게 건네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준이가 정말 효자예요.”

최선희가 스노우볼을 품에 안으며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아, 잠시만요. 선물이 하나 더 있어요.”

“또요?”

사격장 직원의 말에 막 사격장을 나서려던 하준 가족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

“하준이가 최고점수를 달성해서 뽑기를 할 수 있거든요. 이 뽑기는 최고점수 달성자에게만 제공되는 거예요. 하준아, 뽑아볼래?”

사격장 직원은 동그란 캡슐들이 든 커다란 통을 하준에게 내밀었다.

하준은 기뻐하면서 이번엔 윤기철에게 뽑으라고 했다.

“내가?”

“응, 이번엔 아빠 선물이야.”

“그래, 고마워. 그럼 아빠가 한번 뽑아볼게. 우리 하준이의 기를 받아서 뽑아야지.”

윤기철은 하준의 머리 위에 손을 가져다 대고 기를 뽑는 듯한 시늉을 하더니 곧바로 통 속에서 빨간 캡슐 하나를 뽑았다.

그리고 그 안에 든 종이를 펼쳐보더니 눈이 왕방울만 해져서는 외쳤다.

“어어? 로봇청소기?”

“어머!! 로봇청소기 나왔어요? 대박! 이거 이 뽑기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비싼 건데! 정말 축하드려요!”

사격장 직원은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며 박수를 치더니 곧 어딘가에서 로봇청소기를 가져왔다.

로봇청소기는 심지어 아주 비싼 최신 모델이었다.

“와, 아빠, 대박! 아빠 뽑기 엄청 잘한다.”

“여보, 대박!”

“으하하. 하준이 기를 받아서 그런가? 오늘 운수 대통이네!”

윤기철은 로봇청소기를 머리 위로 들고 흔들며 좋아했다.

하지만 윤기철보다 로봇청소기를 사용할 일이 더 많은 최선희가 더 좋아하고 있었다.

“이거 쓰면 여보도 편하고, 나 시나리오 쓸 때도 여유롭겠다! 너무 좋아!”

“그렇네! 우리 선희 덜 힘들겠다. 나도 그렇고. 진짜 잘 뽑았네!”

요즘은 윤기철이 영화 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하준의 매니저 일을 하는 최선희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고 있었다.

물론 윤기철이 영화에 들어가면 집에서 시나리오를 스는 최선희가 집안일을 거의 다 했다.

그러니 이건 두 사람 모두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이었다.

“근데, 엄마, 아빠. 나 배고파.”

“맞다, 우리 저녁 먹으러 가던 길이었지! 얼른 가자. 밥 먹으러!”

하준의 말에 저녁 식사를 하러 가던 길이었음을 깨달은 윤기철과 최선희는 얼른 식당가로 향했다.

***

“아이고, 삭신이야.”

최선희가 온몸을 주무르며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제 하준 가족은 놀이동산에서 저녁 식사를 한 후에 야간의 음악 공연과 불꽃놀이까지 알차게 구경했다.

그리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뻗어 버렸다.

‘어제 너무 무리했나 봐. 아, 나 운동 부족인가보다. 아니지, 늙었나? 옛날엔 안 그랬는데.’

자신의 저질 체력을 탓하며 자리에서 일어난 최선희는 시간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원래 알람을 8시에 맞춰놨는데, 지금 시각은 11시가 넘어 있었던 것이다.

“어머! 우리 하준이 아침 줘야 하는데!”

오늘은 다행히 일요일이어서 하준이 학교를 가지는 않지만, 하준의 아침밥은 챙겨줬어야 했다.

최선희가 놀라 방에서 뛰어 나왔는데, 거실 소파에 윤기철이 편히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여보, 일어났으면 나 좀 깨우지. 아침은 어떻게 했어?”

“어? 벌써 일어났어? 더 자지, 피곤할 텐데.”

“아침은 먹었어? 하준이 아침은?”

최선희는 현재 관심사는 오로지 아침을 먹었는지였다.

“하준이랑 둘이 잘 해먹었어. 당신 피곤하니까 안 깨웠고.”

“뭐 해먹었는데?”

“간장계란밥. 다른 밑반찬도 꺼내서 같이 먹었어. 하준이가 맛있다고 난리였어.”

“휴, 다행이네. 하준이는 뭐해?”

“책 본댔어.”

“아하. 그럼 방해하지 말아야지.”

그제야 최선희는 흐느적거리며 윤기철의 옆에 와서 털썩 앉았다.

“아, 피곤해. 당신은 괜찮아?”

“난 남자잖아. 괜찮아. 당신은 엄청 피곤했는지 코 골더라.”

“내가? 나 코 안 고는데······.”

“코 고는 거 들었는데?”

“나 원래 코 안 곤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윤기철은 최선희의 귀여운 우김에 피식 웃으며 알았다고 넘어가 주었다.

최선희는 윤기철에게 기대서 자기 몸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윤기철은 읽던 책을 내려놓고는 최선희의 어깨를 잡았다.

“가만 있어 봐. 주물러 줄게.”

“정말? 당신 힘들면 안 해줘도 되는데······.”

“난 하나도 안 힘들어. 오히려 땡큐지.”

“응큼해.”

윤기철이 응큼한 농담에 최선희는 그를 살짝 흘겨보았지만 곧 웃으며 몸을 맡겼다.

윤기철이 최선희를 주물러주고 있는데, 하준의 방에서는 피아노 소리가 들려왔다.

“하준이 이제 피아노 치나 보네. 아, 좋다. 음악 들으면서 마사지 받는 것 같아.”

“사모님, 만족하십니까?”

“응, 윤 기사, 계속해.”

윤기철과 최선희는 농담을 주고받았다.

“참, 이따가 1시쯤에 최 대표가 줄 거 있다고 잠깐 들른대.”

윤기철이 최선희의 다리를 주물러주며 말했다.

“일요일인데?”

“자기 내일 시간 없다고 빨리 주고 간대.”

“아하. 뭔데 그러시지? 최 대표님도 일요일까지 일하시고, 힘드시겠다.”

약 1시간 반 후.

최 대표가 웬 택배 박스가 가득 든 커다란 장바구니를 양손에 들고 하준의 집으로 찾아왔다.

“읏차, 여기요. 하준이 앞으로 온 선물이랑 팬레터예요. 어제 우리 회사에 온 건데 먹을 것도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빨리 가져다주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어머! 이게 다요?”

“네. 우리 하준이 인기가 벌써 이렇게 많답니다.”

최 대표가 즐거운 듯 웃었다.

윤기철도 선물들을 보고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최 대표에게 가져다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아, 잠깐 들어왔다가 가세요. 하준이 나오라고 할게요.”

최 대표가 가져다줄 물건이 그냥 별 게 아닌 줄 알았는데, 하준이 선물을 직접 가져다주었으니 최선희는 차라도 대접하고 싶었다.

“아닙니다. 저도 일이 있어서······ 어? 잠시만요.”

최 대표가 몸을 돌리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러더니 검지를 자기 입에 가져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했다.

윤기철과 최선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일단 입을 다물었다.

정적 속에 들리는 건 하준의 방에서 새어 나오는 피아노 소리뿐.

가만히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던 최 대표가 입을 쩍 벌리더니 조용히 물었다.

“저거 설마 하준이가 치는 거예요?”

“네.”

“와······ 베토벤 월광 맞죠?”

윤기철은 고개를 크게 끄덕여 맞다고 하자, 최 대표는 얼른 신발을 벗더니 조용히 안으로 들어와 말했다.

“저, 저거 좀 듣고 갈게요. 뭔가 영감이 떠오른 것 같아서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