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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걷는 천재스타-36화 (36/150)

36화

36화

“엄마, 아빠, 빨리빨리!!”

하준이 현관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최선희와 윤기철을 재촉했다.

“알았어. 여보, 얼른 나와.”

윤기철이 신발을 신으며 최선희를 불렀고, 최선희는 작은 방 서랍에서 무언가를 챙겨 나왔다.

“어어, 찾았어, 나가, 나가.”

“뭘 챙긴 거야?”

“일단 가. 차에서 줄게.”

세 사람은 차에 올랐고, 하준은 벌써부터 흥분을 주체할 수 없는지 쉴 새 없이 조잘거렸다.

“우와, 나도 놀이동산 간다! 신난다아! 얼마나 재밌을까! 볼거리도 많겠지? 맛있는 것도 많고.”

오늘은 하준 가족이 놀이동산에 놀러 가는 날이었다.

앞으로 하준이 더 바빠지고, 더 얼굴이 알려지면 편히 놀러 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빨리 일정을 잡은 것이다.

“엄마, 우리 가면 뭐부터 탈까?”

뒷좌석에서 중얼거리던 하준이 엄마에게 물었다.

“음, 하준이가 타고 싶은 거부터? 하준이는 뭐부터 타고 싶은데?”

“으음······ 난 회전목마!”

“회전목마? 그거 타고 싶어?”

“너무 심심하지 않아?”

뜻밖의 대답에 최선희가 되물었고, 남자아이치고는 너무 스릴이 없는 놀이기구를 선택한 게 의아했던 윤기철도 끼어들어 물었다.

“처음엔 심심한 거부터 타고 점점 더 스릴 있는 거 타야지. 그래야 점점 더 재밌잖아. 그리고 놀이동산 하면, 상징적인 게 회전목마니까. 놀이동산의 트레이드 마크! 그거부터 타고 사진 찍어야지.”

“와, 우리 하준이 계획적이네. 거기다 트레이드 마크라는 말도 알고, 엄청 스마트해. 하하.”

윤기철은 하준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귀엽고 기특해 보였다.

‘어쩜 이렇게 말도 잘하고, 똑똑한지! 누구 아들인지 참, 이뻐 죽겠네.’

얼마 후, 하준 가족은 놀이동산에 도착했다.

최선희는 차에서 내리기 전 하준과 윤기철에게 아까 서랍에서 챙겨온 것을 내밀었다.

“선글라스? 아까 선글라스 챙겨온 거였어?”

“응, 우리 세 명 꺼. 하준이도 이제 스타여서 얼굴을 좀 가릴 필요가 있잖아.”

“그럼 우리는? 아, 나도 사람들이 알아보려나?”

“아니, 우리는 그냥 눈부실까 봐.”

“아, 그렇군.”

하준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선글라스를 꼈다.

그런데.

“아, 근데 이거, 이러니까 하준이 더 튀는 것 같은데······. 스타일이 너무 눈에 띄게 멋있잖아. 시선 집중일 거 같아. 어떡하지?”

최선희가 선글라스를 낀 하준을 보며 걱정했다.

윤기철은 잠시 생각을 해보더니 선글라스를 끼며 자기 의견을 말했다.

“그래도 쓰는 게 나을 거 같아. 눈에 띄면 그냥 구경하고 지나가겠지만, 얼굴을 알아보면 하준이가 편히 못 다닐 수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까지 같이 쓰면 가족끼리 맞췄나보다 할 거야.”

다시 보니 확실히 선글라스는 하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가려주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그냥 멋 부린 귀여운 아이로 보였다.

“음,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 좋아, 튀는 가족으로 가자.”

최선희는 당당하게 선글라스를 끼고 하준의 손을 잡았고, 윤기철도 반대쪽 하준의 손을 잡고 함께 놀이동산으로 입장했다.

놀이동산에는 역시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 가운데 단체로 선글라스를 낀 하준 가족이 눈에 띄는 것도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하준 가족을 보며 재밌다는 듯 웃었지만, 그냥 그렇게 구경만 하고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선글라스 쓰길 잘했네. 그치?”

“응. 챙겨오길 잘했어.”

“웅, 엄마가 최고야!”

하준 가족은 만족스럽게 서로를 보며 웃었다.

“와아, 엄마, 저기 봐! 장미꽃밭이야! 예쁘다.”

하준은 놀이동산의 입구 근처에 있는 장미꽃으로 꾸며진 정원을 보자마자 그리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다양한 모양의 동상들, 그리고 각종 동화를 컨셉으로 한 여러 포토존들이 있었다.

“엄마, 나 여기서 사진 찍을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하준이 카드 병정들 모형과 시계토끼 등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포즈를 잡았다.

“그래, 일단 하준이 독사진부터.”

최선희는 선글라스를 쓴 하준의 독사진부터 찍은 후, 선글라스를 빼고도 얼른 한 번 찍고, 다음으로는 엄마, 아빠와 번갈아가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준비해 온 셀카봉을 활용해 셋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하준아, 우리도 저거 할까?”

최선희가 동물 머리띠를 한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하준에게 물었다.

“우와! 저거 뭐야? 나도 해볼래!”

“좋아, 그럼 머리띠 고르러 가자.”

“여보, 어째 당신이 더 신난 것 같아?”

윤기철이 두 사람을 따라가며 물었다.

그러자 최선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응, 나도 너무 신나. 호호. 우리 놀이동산 와 본 지 10년도 넘었잖아. 오랜만에 오니까 그냥 좋아.”

최선희는 나이가 40이 되었지만, 아직 마음은 소녀였다. 물론 겁이 많은 편이라 무서운 놀이기구는 못 타지만, 이런 동심의 세계를 구경하는 건 좋아했다.

“하준이 덕에 우리 선희도 호강하네.”

윤기철은 오랜만에 아이처럼 발랄한 연애 때 최선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사실 윤기철과 최선희는 놀이동산에 연애 시절 딱 한번 와본 것이 다였다.

그 이후로는 놀이동산 갈 나이도 훌쩍 지났고, 삶이 팍팍하다 보니 시간도 없었다.

아이도 없으니 갈 핑계도 없었고.

‘저렇게 좋아하는데 진작 데려올 걸 그랬나······.’

최선희가 하준과 즐겁게 머리띠를 고르는 걸 보니 윤기철은 흐뭇하다가 최선희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여보! 난 이 토끼 머리띠 할 건데, 당신은 뭐 할래?”

“아빠, 난 이 양 머리띠 할 거야!”

그 사이 최선희와 하준은 머리띠를 골라 이미 착용한 채 윤기철에게 물었다.

“응? 나도 해야 돼? 이 나이에?”

윤기철은 이 나이에 머리띠를 하기 좀 창피했다.

그러자 최선희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치이, 당신은 연애 때도 머리띠 같이 안 해 주더니······! 그때는 남자 가오 때문에 못 한댔잖아. 지금은 나이 핑계야?”

“어······ 그랬나?”

윤기철이 머뭇거리며 고민하는데, 하준이 윤기철에게 곰돌이 머리띠를 내밀었다.

“아빠, 아빠는 이거 해. 나랑 엄마 소원이야. 응?”

“음······. 에이, 그래! 뭐, 사랑하는 두 사람의 소원이라는데 창피한 게 대수냐! 콜!”

윤기철은 하준에게 머리띠를 받아 바로 머리에 했다.

그 모습을 본 최선희는 소녀처럼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더니 윤기철의 볼을 감싸고 외쳤다.

“여보, 너무 귀여워! 진짜 곰돌이 같아.”

너무 좋아하는 최선희를 보니 윤기철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 자, 그럼 본격적으로 놀러 가보자.”

윤기철은 머리띠 3개를 계산한 뒤 각자 착용하고 회전목마를 타러 갔다.

하준은 보석으로 꾸며진 것처럼 반짝이는 회전목마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와, 이거 왕자가 타는 말 같아. 엄마, 이거 진짜 보석은 아니겠지?”

“응, 진짜는 아니지. 근데 정말 반짝이는 게 보석 박은 것 같다. 그치?"

"응, 신기해."

"자, 하준이는 어디 탈래?”

하준은 말들을 둘러보더니 가장 큰 말에 올라탔다.

최선희는 하준의 옆 말에 탔고, 윤기철은 사진 담당이라며 휴대폰을 들고 회전목마 근처에서 대기했다.

잠시 후, 사람들이 회전목마에 다 타자, 드디어 하준 생애 첫 놀이기구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아, 움직인다아! 어? 위아래로도 움직이네!”

하준은 회전목마가 재밌다기보다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신기해했다.

최선희는 회전목마의 온화한 움직임과 스쳐지나는 봄바람을 느끼며 하준과 윤기철을 번갈아 바라보았고, 이게 진짜 행복이라는 생각을 했다.

윤기철은 하준과 최선희의 추억을 최대한 많이, 멋지게 남기기 위해 거의 장인 정신으로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몇 분 후, 회전목마가 멈췄고, 하준과 최선희는 만족해하며 놀이기구에서 내려왔다.

“아빠, 이제 비행선 타러 가자!”

하준은 쉴 틈 없이 곧바로 다음 놀이기구로 향했다.

하준은 놀이동산이 처음이니 다 새로운 것들이라서 구경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예쁘게 꾸며진 정원, 장난감처럼 생긴 집들, 공룡 조형물, 캐릭터 조형물, 어느 하나 밋밋하게 만들어진 게 없는 각종 놀이기구들.

그래서 다음 놀이기구로 향하는 도중에도 계속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하고, 사진 찍고를 반복했다.

심지어 팝콘이나 아이스크림 등 스낵을 파는 곳들조차도 버섯 모양, 자동차 모양, 풍차 모양 등으로 귀여워서 한참을 구경하고 서 있기도 했다.

“아, 여보! 나 츄러스 먹을래. 놀이동산 오면 꼭 먹어줘야 해. 하준아, 너도 츄러스 먹어보자.”

최선희가 스낵 부스에서 츄러스를 발견하고는 홀린 듯 말했다.

“그래, 츄러스는 놀이동산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지. 나도 좋아해.”

윤기철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준은 엄마의 추천이니 당연히 먹어보겠노라고 했다.

그리고 츄러스를 먹어본 하준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맛을 평가했다.

“달달하고, 계피맛도 나고 맛있어!”

“거기다 겉바속촉! 이건 10년이 지났는데도 맛 똑같네.”

“응, 너무 맛있어.”

윤기철과 최선희는 추억의 맛에 행복해했고, 하준은 새로운 맛에 행복해했다.

하준은 다음으로 비행선을 탔고, 점점 더 스릴 있는 기구로 넘어가 이제 급류보트를 탈 차례가 되었다.

급류보트는 사람들이 많아서 줄을 30분 정도 서야 했지만, 하준 가족은 구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수다를 떨다 보니 금방 차례가 돌아왔다.

“휴, 떨린다.”

최선희가 보트에 타면서 심호흡을 했다.

사실 최선희가 탈 수 있는 놀이기구 중 가장 무서운 것이 바로 이 급류보트였다. 그러니까, 최선희는 이 이상의 급하강하는 스릴 있는 놀이기구, 바이킹이라든지, 자이로드롭 같은 것들은 절대 못 탔다.

“괜찮아. 이건 딱 한 번만 눈 감으면 끝나 있어.”

윤기철이 최선희의 손을 잡아주었다.

“응, 하준아, 넌 안 무서워?”

최선희가 하준이 걱정되어 물었다.

“난 괜찮아. 재밌을 것 같아!”

“오, 우리 하준이는 겁이 없구나. 다행이네.”

곧 보트가 물길을 따라 움직이자 하준은 진짜 배를 타는 것 같다며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마지막 급류보트의 묘미인 높은 곳에서 하강하는 구간에서도 대담하게 만세를 부르며 신나 했다.

“우와아! 심장이 확 올라갔다가 툭 떨어졌어! 재밌다!”

즐거워하는 하준을 보고 최선희가 웃으며 하준이 진짜 자기 핏줄인 양 한마디 했다.

“하준이가 겁 없는 건, 나 안 닮고 당신 닮았나 봐.”

그러자 윤기철이 뿌듯해하며 하준을 번쩍 들어 안고 웃었다.

“그런가 봐. 하하. 우리 아들이 날 닮아서 강심장이구나!”

“응, 나 아빠 닮았네! 헤헤.”

하준까지 맞장구를 치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아빠를 닮은 강심장 하준은 이후로도 8세, 키 120센티 이상이 탈 수 있는 스릴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경험해봤다.

신나게 놀이기구들을 타다 보니 금방 저녁 시간이 되었다.

하준 가족은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갑자기 하준이 무언가를 보고 발걸음을 멈췄다.

“어? 사격장? 총 쏘는 거 말하는 건가?”

“그런가 봐. 아! 하준아 사격은 아무 데서나 경험 못 해보니까 이거 해보고 가자!”

최선희는 항상 하준의 경험을 채워주고자 노력했기에 이런 기회는 놓칠 수가 없었다.

“응, 나도 해보고 싶었어.”

하준은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사격장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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