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119화 (119/305)

58, 일인군단(一人軍團).

58, 일인군단(一人軍團).

예상대로 퀘스트가 떴다.

그것도 한동안 잠잠했던 메인 퀘스트였다.

◎ 메인 퀘스트 ‘강호행’이 활성화됩니다.

용봉쟁투를 통해 두 개를 끝냈으니 이제 다섯 째 퀘스트인 셈이다.

《1-5 곡부남가를 지켜라!》

- 탐욕과 원한이 뭉쳐 악의가 되었습니다.

- 적도들의 악의가 퍼지지 않도록 방어하세요.

- 승리 조건 : 적의 퇴각

- 패배 조건 : 곡부남가 전소 및 가솔 사망.

딱 예상했던 만큼의 조건이 나열됐다.

하나 남천휘는 보상 품목을 확인하는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승리 보상은 아래와 같습니다.

※ 곡부남가의 명성과 영향력이 증가합니다.

※ 곡부남가에 대한 추종세력이 등장합니다.

※ 곡부남가가 무가로 거듭납니다.

※ 곡부남가의 성소 등급이 +1 상승합니다.

‘하아, 이걸 공격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가?’

곡부남가가 새롭게 태어나는 수준의 보상이다.

무엇보다 추종세력과 성소 등급의 상승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게다가 곡부남가에 대한 보상만 이 정도였다.

자신에 대한 보상은 별개로 존재했다.

- 대상자의 명성이 대폭 증가합니다.

- 대상자에게 새로운 호칭이 생성됩니다.

- 대상자에게 새로운 히든 모드가 지급됩니다.

현물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를 묻는다면 십 점 만점에 십 점을 주고 싶었다.

‘새로운 히든 모드라니.’

갑자기 퍼주니 등허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불안하게 왜 이래?

재이는 군사의 역할을 대신했다.

◎ 적이 구십 장 이내로 진입했습니다.

구십 장이라고 해봐야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남천휘가 다시 저격 모드를 활성화하려는 순간 천수련의 싸늘한 한 마디가 귓가에 꽂혀들었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잠시 곡부남가와 적의 거리를 계산했다.

다행히 적은 어둠을 믿고 있는지 천천히 접근 중이다. 이런 거리라면 천수련을 납득시킬 시간 정도는 충분하리라.

“적이다.”

천수련의 얼굴에 드리워졌던 노기가 사라졌다.

확실히 그녀는 여염집 여자와는 생각의 궤가 달랐다. 놀라거나 당황스러워하는 대신 벌써부터 투기를 흩뿌렸다.

“농담은 아닐 테고. 누군데요?”

“우리 숙부.”

“그것도 농담은 아닐 테고. 남 소협의 표정을 보아하니 예상했던 것 같네요.”

남천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지.”

“나를 데리고 온 것도?”

천수련이 미간을 좁힌 채 물었다.

제아무리 협의지심이 투철한 그녀라고 해도 이용당하는 것이 즐거울 리 만무했다.

“적의 기습을 예상하고 함께 한 건 아니야.”

단지 탈각진체법을 얻어 배운 후 S급 특기인 ‘통찰’을 획득하고 싶었을 뿐이다.

타탓!

천수련은 가볍게 대지를 박찼다.

그것만으로 훌쩍 뛰어오른 그녀는 처마를 잡고 한 바퀴 회전 한 후 남천휘의 곁에 내려섰다.

“어두워서 안 보이는데.”

“곧 올 거야.”

“어떻게 알았어요?”

남천휘는 자신도 모르게 잠시 머뭇거렸다.

아니나다를까 눈치가 빠른 천수련은 금세 미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남천휘는 황급히 먼 곳을 가리켰다.

“봉화가 있었어.”

“거짓말! 하지만 속아드리지요. 따지고 보면 변검 때부터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고맙다. 이런 허접스러운 변명도 믿어주네.

이것 또한 호감도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남녀 사이에 호감도가 70이면 밀고 당기는 관계라고 봐도 무방할 터였다.

그러던 중 남천휘는 천수련의 눈치를 봤다.

지금 당장 그녀 앞에서 활을 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하나 이내 고개를 내저었다.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적의 섬멸만을 염두에 두고자 했다.

“수백 명이 오고 있어. 활을 쏠 테니 혹시 가까이 다가오는 자가 있다면 막아줘. 공문십철 중 진조문의 비전을 미끼로 쓰는 놈들이야. 어쩌면 섬예검귀 때처럼 삼정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천수련은 지붕 아래를 바라봤다.

“나보고 내려가라고요? 벌써 어두워졌어요. 활을 쏘는 것보다…….”

그녀는 말끝을 흐렸다.

남천휘가 바짝 다가선 후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천릉곡에서처럼 믿어줘.”

천수련은 눈을 깜빡였다.

본래 두 사람의 체구는 머리 하나만큼 차이가 났다.

그러니 남천휘에게 손목을 내어주는 순간 안긴 듯한 자세가 만들어졌다.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깝다.

천릉곡에서 귀식대법을 펼치겠다던 남천휘의 당당한 모습이 잠시 뇌리를 스쳤다.

“궁금한게 많을 거야. 나중에 얘기하자.”

천수련은 헛기침을 하며 손을 뺐다.

“크흠, 놔요. 놔야 내려가지.”

그래, 가라.

남천휘가 손을 놓는 순간 천수련은 미끄러지듯 지붕 아래로 사라졌다.

호감도가 올랐다는 알림이 이어졌지만, 개의치 않았다. 천수련을 전장에 투입하는 대가라면 오히려 싸게 먹힌 셈이다.

때마침 재이의 경고가 들려왔다.

◎ 적이 팔십 장 이내로 접근했습니다.

- 방어 상태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합니다.

남천휘는 입술을 달싹였다.

《풍혈이 활성화됩니다.》

《무해가 활성화됩니다.》

《혼무진(混霧陣)이 활성화됩니다.》

《혼향진(混向陣)이 활성화됩니다.》

솨아아아아-

그 순간 사방에서 바람이 들이쳤고, 이내 어둠이 드리워진 곡부남가에 안개가 스며들었다.

천수련은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남천휘를 올려다봤다.

“이거 뭐예요?”

남천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뭐긴 뭐야. 하늘이 돕는 거지.”

그리고 재차 활시위에 철시(鐵矢)를 걸었다.

《한시적으로 히든 모드 ‘저격’이 해금됩니다.》

그 순간 시야가 맹렬한 속도로 확장됐다.

특기 ‘유지(有志)’를 얻었을 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광경과 달랐다. 마치 시력이 급상승하여 멀리 있던 것이 코앞에 있는 듯했다.

끼이이이익-

활시위를 당겼다.

남천휘는 몸을 휘돌리며 주저앉았다.

화살의 방향은 들판이 아니라 곡부남가의 내원을 향했다.

핑-

경쾌한 소리와 함께 화살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것은 남천홍의 처소에 꽂혀들었다.

처마 부분을 향해 쐈으니 다친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나 경고로는 차고 넘쳤다.

남천홍으로부터 시작된 움직임이 곡부남가 전체로 퍼져나갔다.

다시 화살촉의 방향이 적의 경로를 노렸다.

지도상의 붉은 점이 점차 가까워온다.

하지만 안개가 깔린 탓에 저격 모드임에도 적의 움직임을 명확하게 잡아내는 것이 불가능했다.

‘오감증폭제, 시각.’

안력이 집중되는 순간 안개 너머로 일렁이는 인영들이 하나둘 씩 시야에 들어왔다.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지만…….’

남천휘는 있는 힘껏 활시위를 당겼다.

끼이이이익-

‘갈 때는 허락 맡고 가라.’

*

곡부남가 주변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혈인검은 입꼬리를 올렸다.

“하늘이 돕는구나.”

그는 곡부남가를 등지고 돌아섰다.

수백 명의 무인들이 어둠 속에 몸을 감춘 채 눈을 빛냈다.

“오늘 곡부남가를 강호에서 지워버리겠다.”

대답은 없다.

그저 번들거리는 눈빛에 담긴 살기가 진득해졌을 뿐이다. 한데 무리 중에서도 유독 강렬한 살기를 내비치는 자들이 존재했다.

혈인검이 따로 고용한 낭인들이다.

잔결회(殘缺會)라는 이름처럼 사지육신이 멀쩡한 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눈알이 뽑힌 건 예사였고, 팔이 잘린 자들도 수두룩했다. 등이 굽었거나, 기괴할 정도로 왜소한 체구를 지닌 자도 보였다.

하나 이곳에 모인 무인들은 잔결회를 무시하지 않았다. 잔결회는 멀쩡한 자들에게 한을 품었고, 그들을 살육하는 것에 쾌감을 느꼈다. 한 마디로 사마외도나 다름없는 살인광(殺人狂)이었다.

“준비 됐는가?”

혈인검의 물음에 지팡이를 짚은 잔결회의 부회주가 걸어 나왔다. 부회주는 굽은 등을 긁적이며 대꾸했다.

“준비는 됐소. 한데 조건을 추가해야겠어.”

“계약을 하지 않았는가.”

“계집은 모두 우리가 챙기겠소.”

꼽추의 말에 혈인검은 단호히 말했다.

“오늘 밤 곡부남가의 그 누구도 살아서 이곳을 떠날 수 없다.”

“알고 있소. 우리가 원하는 건 시신이외다.”

혈인검은 미간을 좁혔다.

심지어 섬예검귀의 복수를 하기 위해 나선 자들도 혐오감을 숨기지 못했다. 하나 꼽추는 뭐가 그리 당당한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좋다. 대신 돈값은 제대로 하도록.”

꼽추는 그제야 새카만 이빨을 드러내며 히죽거렸다.

“우리가 먼저 가리다.”

혈랑회와 제검방의 무인들은 길을 열었다.

“제검방은 방도들을 반으로 나눠 관도를 통제해라.”

제검방주는 오십 명의 방도를 돌려보냈다.

제검방은 십수 년 간 백도방파로 위장해왔다.

그렇기에 저들이 길을 막아서면 어지간한 자들은 수긍하고 돌아가리라.

“모두 곡부남가의 지형지물은 숙지했겠지?”

이미 왕망을 통해 곡부남가의 상세한 구조도를 받아낸 후였다. 그렇기에 이들은 곡부남가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것이 가능했다.

“신룡대는 서문을 통해 내원으로 직접 들어가라. 잊지 마라. 남천휘를 만나면 섣불리 덤벼들지 마라. 호각을 불어 우리를 불러. 알겠는가?”

신룡대주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해. 가!”

혈인검의 으르렁거림에 신룡대주는 오십 명의 수하들을 이끌고 서쪽으로 향했다.

“자! 우리도…….”

혈랑회, 장천회, 제검방의 무인들이 엉덩이를 뗐다.

퍽!

그 순간 날카로운 피륙음과 함께 누군가 안개 밖으로 튕겨 나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릿한 혈소를 머금고 있던 부회주였다.

“끄어어.”

잔결회의 부회주는 철시에 꼬치처럼 꿰뚫린 채 피거품을 물었다.

혈인검은 말을 끝내는 대신 곡부남가를 응시했다.

무인들 또한 어정쩡한 자세로 혈인검의 시선을 쫓았다. 그 때 혈랑회의 부회주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궁귀. 회주, 태산과 몽산의 궁귀입니다. 놈이 나타났어요!”

혈인검은 말을 아꼈다.

화살이 적중한 후에야 눈치를 챘을 만큼 빠르고, 강렬하고, 은밀한 일격이었다.

‘이런 길이의 철시라면 장궁을 쓸 텐데…….’

하나 평소 남천휘의 복색에서 장궁의 흔적을 발견하기란 불가능했다.

“목표를 수정한다. 남천휘와 천수련, 그리고 궁귀라 이름 붙인 놈까지 척살한다!”

무인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잔결부회주의 처참한 죽음은 금세 기억에서 지웠다.

어차피 경공을 펼친다면 궁술은 무의미했다.

게다가 이곳에는 안개까지 깔려 있지 않은가.

“이런 개 놈의 새끼가!”

잔결회주도 그렇게 생각한 듯했다.

그는 노기를 드러내며 외쳤다.

“가라. 쳐라! 다 죽여!”

안대를 끼지 않은 눈에 녹광이 번뜩였다.

잔결회주가 명령하는 순간 백여 명의 무인이 안개 속으로 뛰어들었다.

혈인검은 무인들을 독려했다.

“우리도 간다.”

이내 목소리를 잔뜩 깔고 읊조렸다.

“병신들에게 뒤처지지 마라! 곡부남가는 우리의 먹잇감이야!”

핑!

그 순간 철시가 안개를 꿰뚫었다.

누군가 본능적으로 패도의 면으로 철시를 튕겨내려 했다. 하나 남천휘의 내력이 잔뜩 담긴 철시는 강했고, 민첩의 영향으로 인해 벼락처럼 꽂혀들었다.

쩡!

철시가 패도를 깨고, 잔결회원의 머리통까지 호박처럼 부숴버렸다. 그러고도 여력이 남아 뒤따르던 잔결회원의 가슴을 꿰뚫었다.

“크헉!”

그는 동료의 피를 뒤집어쓴 채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았다. 두 사람의 피가 뒤섞이는 순간 시신이 두 구로 늘었다.

“괜찮아! 한 번에 한 발이고, 한 발에 한 명이다! 안개 속에 있으면 어차피 서로 못 봐!”

잔결회주의 악에 받친 일갈에 잔결회원들은 아예 괴성을 내지르며 내달렸다.

그 순간 다시 한 번 안개에 구멍이 생겼다.

쉭쉭쉭쉭쉭쉭!

기세 좋게 달려 나가던 자들이 멈칫했다.

한 번에 여섯 개의 구멍이 뚫린 게다.

당연히 화살도 여섯 발이다.

퍼퍼퍼퍼퍼퍽!

그 순간 적도들의 뇌리에는 두 가지 의문이 파고 들었다.

‘어떻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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