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89화 (89/305)

48, 비밀의 숲. (2)

*

《남천휘(南天輝)》

- 소속 : 대두동(大頭洞)

- 호칭 : 추억을 기억하는 자.

- 별호 : 호도(護刀).

- 등급 : 62

- VIP : 3등급(잔여 점수 : 910)

- 성소 포인트 : 9400

- 저항 수치

※ 냉기 : 118, 독기 : 27.

근력(筋力) : 341 민첩(敏捷) : 380

체력(體力) : 330 지혜(知慧) : 414

내공(內功) : 1310.

- 미 배분 능력치(+0)

▼ 능력 ▼ 장비 ▼ 성취

▼ 특기 ▼ 비책 ▼ 인맥

용봉쟁투로 인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 남천휘의 레벨은 62로 99레벨까지 확인이 가능했다. 아무래도 100레벨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할 터였다.

VIP를 3등급까지 끌어올렸으니 조만간 4단계에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난 밤 홧김에 돌려버린 회회회판으로 인해 보급창이 풍성했다.

하나 모조리 VIP 포인트로 적립한 상태였다.

‘영웅 등급이든 뭐든, 쓸모없으면 가차 없죠.’

남천휘는 투정을 부리듯 물었다.

‘그런데 영웅 등급 아이템이라고 해서 다 쓸만한 건 아니더라? 도대체 등급을 어떻게 정하는 거야?’

◎ 장비와 아이템의 등급 표입니다.

- 일반, 희귀, 특수, 영웅, 전설, 신화.

남천휘는 나열된 등급을 보며 침음을 흘렸다.

신화와 전설은 아직 구경도 못해봤다.

그가 지닌 영웅 등급 물품 중 가장 좋은 건 질풍뇌격궁이다. 그리고 지난 밤 회회회판을 돌리다가 겨우 영웅 등급을 하나 얻어냈다.

남천휘는 시야 상단을 힐끔 쳐다봤다.

《민첩 +50 증가》

- 잔여 흡수 시간은 11:34:50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근육을 잘게 쪼개서 뭘 더하는 중이란다. 근섬유가 어쩌고 하는 어려운 용어를 쏟아내는 바람에 귓등으로 흘렸다.

물론 민첩 수치가 50이나 오른다는 건 경악할 만한 일이 분명했다. 하나 불과 얼마 전에 내공 10년 치를 얻어내지 않았던가.

그걸 내공 수치로 환산하면 400이다.

그러니 얼마나 하찮아 보였겠는가.

‘같은 영웅 등급이라고 해도 천차만별이네. 차라리 무균실이나 만들어 주지.’

그랬다면 왕대만을 찾아오는 대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곳을 돌아다녔겠지.

남천휘는 VIP 포인트 대신 성소 포인트를 살폈다.

아무래도 대두동과 대화동의 군사들이 열심히 성소를 가꾸고 있는 듯했다. 한데 그걸 보고 있자니 오히려 제멋대로 오르고 있는 성소 포인트를 VIP로 전환하고 싶을 정도였다.

‘저기 가지 않으면 쓸모가 없으니······.’

요즘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이라는 적금처럼 만기가 되어야 써먹을 수 있을 터였다.

‘저항은 그나마 마음에 든다.’

남천휘는 창밖을 보며 불현 듯 손을 흔들었다.

인사도 하지 못하고 헤어진 모인적을 추억하는 자신만의 방식이다.

‘네 덕에 독기 저항도 생겼네. 참 고마운 녀석. 어디에 가든 눈에 띄지 말고 행복하게 살 거라.’

기분 좋았던 것도 잠시였다.

능력 수치를 보는 순간 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내공을 제외한 모든 수치가 불균형을 이뤘다.

그마나 초류혁 패거리를 혼내주거나, 백인검무에서 돋보인 덕에 지혜수치가 400을 넘긴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일 터였다.

남천휘는 그 동안 지워뒀던 조화를 다시 열었다.

“하아.”

《조화 : 불균형(33)》

본래 60이었던 조화 수치가 어느덧 33까지 하락한 상태였다. 50을 기점으로 낮으면 내공이, 높으면 신체에 치우쳤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거 조금 심각한 거지?’

◎ 심신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 육신의 단련을 통해 균형을 이루세요.

재이가 설명을 덧붙였다.

균형 수치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주화입마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단다.

“쯧.”

여섯 개의 하위목록 중 비책과 인맥은 여전히 열리지 않았다. 하나 그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을 만큼 주화입마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어이, 동생.”

남천휘의 한 마디에 붓질을 하던 왕대만이 혈도라도 잡힌 사람처럼 표정을 굳혔다.

“동생, 동생, 야! 대만아.”

왕대만은 황급히 창문을 닫으며 인상을 썼다.

“밖에서 누가 듣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너 죽고, 나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거요?”

남천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너만 죽을 듯.”

“끄응.”

왕대만은 앓는 소리를 흘렸다.

남천휘는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왕대만을 괴롭히다보니 특기 억압에 대한 Lv이 올라버렸다. 재이의 설명에 의하면 Lv 4라면 타인에 대한 억제력까지 증가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기에 앞으로도 기회가 될 때마다 꾸준히 왕대만을 괴롭히기로 했다.

“절정에 올랐을 때 어땠어?”

남천휘는 지나가는 말처럼 물었다.

왕대만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다 비슷하지 않소. 어제까지만 해도 태산처럼 높던 벽이 하루 이침에 문턱처럼 낮아졌소. 그래서 그냥 건넜지.”

잘난 척 하는 거니? 비무할래?

다른 사람들이 보면 사제 간의 비무로 보일 거야.

‘네가 오줌만 싸지 않는다면.’

왕대만이 되물었다.

“그건 왜 묻는 거요? 절정을 오래 전에 지나서 기억이 안 나는 건 아닐 테고. 설마······.”

남천휘는 뜨끔할 수밖에 없었다.

‘저 자식이 설마 눈치를?’

절정보다 강하지만, 절정은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고 밝히 수는 없지 않은가.

왕대만의 눈매가 점점 가늘어졌다.

“또 나를 무시하려는 건가?”

“아.”

“내가 비록 패배했다지만, 무인의 기개는 지녔소. 그러니 나를 더 이상 모욕하지 마시오.”

무인의 기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한 대 맞고, 오줌 싸고, 도망 치고.

‘그게 너잖아.’

어찌됐든 왕대만이 헛다리짚은 걸 바로 잡아줄 필요는 없다. 남천휘는 히죽 웃으며 왕대만이 가장 싫어하는 표정을 보였다.

“끄응. 또 왜 그러는 거요?”

“그냥 궁금해서 그래. 절정에 오르는 순간을 자세하게 설명해 봐. 서로 속마음도 터놓고 그래야 더 살가워지지. 우리 가족이잖아!”

왕대만은 빌어먹을 가족 새끼라는 말을 몇 번이나 읊조린 후에야 말을 이었다.

“내 도법은 엄밀히 따지자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았소. 쾌도나 환도, 패도까지 아우를 수 있지.”

“결국 이도저도 아니라는 거냐?”

“에잉! 듣기 싫소?”

“아니야. 대만 동생을 더 알고 싶어서 그랬지.”

남천휘의 너스레에 왕대만은 한 숨을 흘렸다.

이제는 화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더 허탈했다.

“어쨌든 그러다보니 도법과 심법의 수련을 고르게 이어가던 중······. 아! 이것 좀 드시오. 그래도 명색이 용봉쟁투의 심사관이라고 비싼 간식도 주더이다. 어느 날이었소. 도를 쥐는 순간 괜스레 가슴이 허하더이다.”

남천휘는 왕대만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별 생각 없이 과자를 입에 댔다.

그 순간 알림이 울렸다.

◎ 미세한 독기가 침투합니다.

- 독기 저항 수치가 상승합니다.

- 미세한 독기를 자동으로 해독합니다.

얼씨구. 이 새끼 보게.

남천휘는 과자를 먹는 척하며 축복받은 확인서를 썼다. 회회회판을 통해 가장 많이 얻어낸 것 중 하나가 바로 확인서였다.

《썩은 차에 오랫동안 담겨 있던 과자.》

- 복통을 일으킬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자식이 다 늙어서 귀엽게 노네.

남천휘는 슬그머니 왕대만을 바라봤다.

과자의 진실을 알고 나니 어쩐지 놈의 눈빛이 참으로 애달팠다. 과자를 입에 넣고 씹는 순간 환호성이라도 내지를 것 같은 표정이 아닌가.

남천휘는 과자를 조몰락거리며 왕대만의 말에 집중하는 척했다. 그리고 그의 경험담이 끝나는 순간 손을 뻗었다.

“경험담으로 장난질이냐!”

특기 ‘금나’가 활성화되는 순간 남천휘의 손은 잔영을 남길 만큼 빠르게 왕대만의 손목을 휘감았다. 맥문을 쥐고, 당기자 왕대만의 상체가 끌려온다.

“엇!”

눈을 휘둥그레 뜬 녀석의 입에 과자를 쑤셔넣었다.

남천휘가 손을 놓는 순간 왕대만은 벌떡 일어나 침을 뱉었다. 하나 손바닥 안에서 가루로 만든 후 털어 넣은 것이 아니던가.

그러니 가루를 뱉어봤자 이미 흡수가 됐으리라.

“이게 무슨 짓이오?”

왕대만은 찻물로 입안을 헹구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보였다. 그러나 이내 울상을 한 채 배를 움켜쥐었다.

“야! 이 새끼야. 아이고, 배야. 크허엉.”

남천휘는 뒷간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는 왕대만을 향해 외쳤다.

“연무장 좀 쓴다. 쾌변을 기원할게!”

남천휘가 왕대만을 찾아온 까닭은 깨달음의 방향성을 찾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명숙들의 처소에는 작지만 독립된 연무장이 존재했다.

남천후는 한 숨을 내쉬었다.

‘비천무상도를 사람들 앞에서 펼칠 수는 없잖아.’

백인검무로 인한 파장은 용봉평을 넘어 곡부 전체를 아우를 정도였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구경을 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용봉평 주변에 조성된 시전은 호황을 이뤘다.

돈이 없는 자들은 노숙을 하면서까지 다음 관문인 ‘후기지수 보신경 대회’를 구경하고자 했다. 그러다 보니 출입이 자유로운 후기지수들의 처소 주변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인산인해를 이뤘다.

심지어 후기지수의 수련까지 공개됐을 정도였다.

본래 타인의 수련을 허락 없이 훔쳐보다가 걸리면 죽어도 할 말이 없는 게 강호의 불문율이다.

그렇기에 후기지수 몇몇이 반발했다.

하나 삼정은 거짓이 없다면 두려울 것이 없다며 그들을 꾸짖었다.

본말전도나 다름없는 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기지수들은 더 이상 반발하지 못했다. 삼정이 산동 강호를 지배하는 이상 밉보일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다음 관문을 준비하는 십일의 휴식 동안 한 가지 혜택이 추가됐다. 후기지수는 이백여 명의 명숙 중 누구에게나 가르침을 청할 수 있었다. 저마다 사문과 스승이 존재하는 한 그 역시 본말전도의 행위였다.

‘그래도 덕을 보는 사람이 있기는 했지.’

혜소의 경우가 그러했다.

그는 내공만 비약적으로 상승한 상태였다.

기초적인 무리조차 없으니 이백여 명의 스승이 대기하는 용봉쟁투가 도원경처럼 여겨졌으리라.

심지어 낮에 잠깐 본 그는 몇몇 명숙의 가르침을 얻고 3레벨이나 끌어올린 상태였다.

“후우.”

남천휘는 청각증폭제를 사용하여 주변의 인기척을 확인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두 자루의 도를 손에 쥐었다.

‘왕대만도 심신의 조화가 관건이었다면.’

내공을 제외하면 다른 수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했다. 그렇기에 내공 없이 비천무상도와 오행군림보를 수련할 생각이다.

남천휘는 무공총람에 등록된 두 무공을 살폈다.

《오행군림보》

- 4급 성장형 (난해 단계 진행 중)

- 숙련도(33/100). (가치 : 400)

《비천무상도》

- 3단계 성장형 (비상 단계 진행 중)

- 숙련도(41/100). (가치 : 500)

재이를 만난 이후의 기간을 헤아려보면 늦은 성장은 아닐 터였다. 하나 최근 수련의 성과가 더딘 것은 사실이었다. 재이는 남천휘가 성장을 떠올리는 순간 제멋대로 기간 대시 성장률을 알려줬다.

여전히 오 할을 웃도는 성장률이다.

‘박자 줘봐.’

그 순간 무무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음악과 표식이 눈앞에 나타났다.

휘리리리리릭!

검지에 고리를 걸고 천하도와 제일도를 휘돌리는 순간 매서운 도풍이 만들어졌다.

이내 남천휘의 신형이 빠르게 연무장 곳곳을 헤집었다. 하나 내공 없이 복잡한 표식을 밟으려니 눈앞에는 최악이라는 문구가 쉼 없이 겹쳐졌고, 귓가에는 미친 듯이 울리는 징 소리가 가득했다.

“내가 기필코 만들고 만다!”

남천휘는 VR모드에서 확인한 백파도 남추의 도기(刀氣)를 떠올렸다.

마치 밤의 장막처럼 묵빛으로 펼쳐지던 도기.

지금 이 순간만은 호남이나 쾌남의 욕망보다 도기에 대한 열망이 더 컸다.

*

열흘은 쏘아놓은 화살처럼 빠르게 흘렀다.

천수련은 겁먹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저 위에 올라가서 뛰라는 건 아니겠지요?”

백인대 주변에는 일 장 길이의 목재가 수십 개나 박혀 있었다. 일견하기에도 그 위에서 보신경을 펼치라고 할 것이 뻔했다.

“개똥아, 딱 보면 모르겠냐?”

천수련은 주변을 살피다가 자신을 가리켰다.

“지금 나한테 한 말일까요?”

“응.”

남천휘는 환호성을 지를 뻔했다.

재이가 천수련의 호감도 하락을 알렸기 때문이다.

‘좋았어! 오늘도 상쾌한 하루가 되겠어.’

천수련은 볼을 부풀린 채 커다란 눈을 가늘게 떴다.

눈이 저렇게 커서 제대로 감기기나 할지 모르겠다.

남천휘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맞상대를 하니 천수련은 결국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못된 사람. 퉤퉤퉤!”

그건 어느 지방의 의식이냐?

마치 질병 퇴치 의식처럼 느껴지는 건 착각이겠지.

하지만 묻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피력하며 귀찮게 하겠지.

결국 천수련은 혀를 차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철면호협 공태령이 별호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한 채 자리했다. 날이 좋아서 그런지 허여멀건 한 얼굴이 오늘따라 더욱 번들거렸다.

‘얼굴에서 기름이라도 나오나? 좀 닦고 다니지.’

하나 남천휘의 투덜거림은 사방에서 터져 나온 환호성에 밀려났다.

“공 소협! 이쪽 좀 봐주세요.”

남천휘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어째 여자가 더 늘어난 듯했다.

‘빌어먹을! 잘 생긴 놈들은 다 죽어야 해.’

천수련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물었다.

“공 소협. 그런데 병장기를 차고 오르실 건가요?”

공태령은 두 자루의 패도를 옆구리에 패용했다.

곡부남가가 사용하는 직도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훨씬 화려한 패도였다.

“무인은 병장기를 한 시도 떼어놓지 않는 법입니다.”

책을 읽는 듯한 무미건조한 말투.

천수련은 재미없는 인간들 사이에 끼었다고 투덜거리며 돌아섰다. 한데 공태령은 천수련이 사라지자, 남천휘를 향해 말을 건넸다.

“남 소협. 무기는 어디에 둔 겁니까?”

남천휘에게 공태령은 경쟁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용봉쟁투의 우승 상품 중 ‘칠야’와 ‘창월’은 누가 봐도 공태령을 위해 준비한 기물(奇物)이 아니던가.

그러니 대꾸는 퉁명스러웠다.

“보신경 펼치는데 도를 왜 들고 와?”

“그게 무인으로서 할 말입니까?”

남천휘는 코웃음을 쳤다.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

“저와 같이 쌍도를 쓰는 유일한 참가자라 관심을 가졌건만, 참으로 실망스럽군요.”

남천휘는 신랄한 한 마디를 날리려 했다.

한데 그 순간 예기치 못한 재이의 알림이 이어졌다.

띠링-

◎ 호감도가 -15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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