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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만렙지존-26화 (26/305)

19, 다짜고짜 한판승부! (2권 시작)

19, 다짜고짜 한판승부!

재이는 말이 없다.

당황한건 마찬가지였지만, 왜인지 재이에게 한 방 먹인 것 같았다.

“크큭, 보상이나 띄워봐.”

《갑옷 강화 주문서.》

《VIP 포인트 +20.》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보상이다.

갑옷강화 주문서는 무기강화 주문서처럼 방어구의 방어력과 내공 전달력, 그리고 내구도가 상승한단다. 예를 들어 평범한 천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면 보의(寶衣)가 된다는 것이다.

‘VIP 포인트도 주는 거였냐?’

◎ 메인 퀘스트의 보상 품목에는 제한이 없습니다.

새로운 정보였다.

현재 《오행군림보 : 기본》의 숙련도는 85에 이르렀다. 조만간 ‘난해’ 단계로 승급을 준비해야 했다. 그 때에도 VIP 포인트는 엄청나게 소모될 터였다.

다행히 26점이나 적립된 것을 보고 있자니 한결 마음이 편안했다.

남천휘는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직도를 들었다.

기다렸다는 듯 표식이 등장했다.

오행군림보는 하루에 한 시진만 수련할 수 있는 상태였다.

‘무공에 대한 걱정은 일단 숙련도 100부터 찍고 생각하자.’

결국 남천휘는 오행군림보의 수련 시간이 끝난 후에도 연무장에 머물렀다. 이제는 표식이 없어도 보법을 펼칠 수 있지 않던가. 날이 밝을 무렵까지 직도가 밤공기를 가르고, 두 발은 연무장 위를 휘돌았다.

띠링-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

“아아아!”

허탈함이 가득 담긴 한 숨과 탄식.

주인공은 소혜였다.

“후우우.”

볼을 부풀리며 입술을 삐죽거리는 모양새가 마치 맹꽁이 같구나.

오늘 비라도 오려나?

남천휘는 이불 속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하나 소혜의 한숨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튕기듯 몸을 일으켰다.

“왜? 왜 그러는데?”

소혜는 입술을 삐죽거릴 뿐 대꾸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 숨을 쉬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말없이 옷을 조몰락거렸다.

그런데 저거 내 옷이네.

“너 뭐하냐?”

남천휘가 장삼을 가리키며 묻자, 소혜는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옷에 구멍이 나서······. 비싼 천으로 지은 건데······. 피도 묻어 있고······.”

그러고 보니 소혜가 옆에 쌓아놓은 옷더미는 모두 어제 입고 있던 것이 아닌가. 북풍표국주 왕망과 싸울 때 찢어지고, 헤지고, 피가 묻었기에 지저분했다.

“아! 그거 왕 표국주가 그런 거야.”

한순간 소혜의 눈에 기광이 스쳐갔다.

“왜요?”

“칼에 긁혔거든.”

남천휘의 대수롭지 않은 한 마디에 소혜는 가뜩이나 큰 눈을 더욱 크게 떴다. 그러더니 옷을 내던지고 다가와 이곳저곳을 살피는 것이 아닌가.

“괜찮으세요?”

이러다 울겠다.

그러면 비가 오려나.

남천휘는 소혜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괜찮아. 괜찮아.”

소혜는 남천휘의 손길에 배시시 웃으며 고양이처럼 몸을 말았다. 남천휘는 피식 웃으며 소혜의 머리를 힘차게 밀어냈다.

“그러니 저리가.”

소혜는 밀려난 채 입술만 삐죽였다.

남천휘는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꼭두새벽부터 왜 내 방에 들어와 있는 거야?”

소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자가 일어나기 전에 옷을 정리하고, 청소를 해야 하니까요. 지금까지 매일 같이 드나들었는걸요.”

뭐라고? 몰랐다! 전혀 몰랐어.

사람에게 잠이란 속세의 도덕과 예법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가 되는 유일한 순간일 터였다.

한데 그런 무방비한 상태를 매일 같이 훔쳐봤다니.

“야! 너는 남녀칠세부동석도 모르냐?”

남천휘의 으름장에도 소혜는 생글생글 웃었다.

“그게 뭔데요?”

너무 해맑게 되물어보니 내가 나쁜 사람 같잖아.

이쯤 되면 지적 우위를 통해 서열을 바로잡아야겠다.

“크흠!”

나와라! 지혜의 힘!

“예기(禮記)의 내칙(內則) 편에 이르길 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 수와 방향의 뜻을 가르쳤고, 일곱 살이 되면 자리를 같이 하지 않으며, 여덟 살이 되면 소학(小學)에 들어가라 했다! 즉 윤리적으로 남녀유별을 통한······.”

그 때 소혜가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공자님!”

야! 우리 지금 수업하는 거 아니야.

하나 남천휘는 주인 된 입장에서 흔쾌히 아량을 베풀었다.

“그래, 질문해봐.”

“공자는 여덟 살 때 소학을 배우지 않았잖아요.”

이 녀석 보게.

은근히 핵심을 찌르는 걸?

하나 소혜의 공격은 이제 시작이었다.

“공자가 수와 방향을 깨우친 건 여덟 살 때였고, 소학은 보다가 때려치우셨잖아요.”

남천휘는 미간을 좁혔다.

아프다.

절정 고수인 왕망의 검에 베였을 때보다 더 아팠다.

소혜의 혀는 육신이 아니라 마음을 베는 심검이나 마찬가지였다.

잔인한 것. 꼭 그렇게까지 진실을 까발려야만 했냐?

‘그래야만 속이 시원했냐?’

그래,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지.

독서를 하면 지혜 수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알면서도 책을 멀리하는 남자가 아니던가.

‘그래도 수와 방향을 여덟 살 때 깨우친 건 조금 심한 걸?’

자책감은 되새길수록 깊어진다.

소혜는 돌이 된 남천휘를 뒤로 한 채 주섬주섬 옷을 챙겼다. 그리고 석화 주술을 해제하듯 한 마디를 남긴 채 처소를 나섰다.

“막 총관께서 일어나는 대로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남천휘는 홀로 된 후에야 머리를 짚으며 한 숨을 흘렸다. 개구리가 무심코 던진 돌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적이다.

‘아니야. 이건 고의의 냄새가 난다.’

남천휘는 막대통과 마주앉았다.

‘맙소사! 아침부터 술을 마시고 있어.’

이 사람, 믿어도 되는 걸까?

곡부남가의 재정은 정녕 탄탄한 걸까?

“한 잔 할 텐가?”

친근한 한 마디에 술 냄새가 섞여 있다.

술잔을 받아드는 순간 만취 상태로 실려 나갈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바쁘신 분께서 저를 찾으실 이유가 있던가요?”

비꼼은 실패했다.

막대통은 어깨를 으쓱거리더니 말을 이었다.

“삼공자가 달라졌으니 우리 관계도 다시 정립해야 하지 않겠는가?”

평범한 한 마디였지만, 묘하게도 많은 의미가 포함됐다. 하나 남천휘가 의아함을 느끼기도 전에 총관의 말이 이어졌다.

“곡부남가에서 무공은 이공자에게만 허락된 재능인 줄 알았네. 한데 삼공자의 근골이 그리 뛰어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감탄했네. 그리고 즐거웠어.”

늙어서 말이 말은 걸까?

그게 아니면 단순히 술에 취한 걸까?

남천휘가 딴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막대통이 중평산장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곡부남가와 중평산장의 거래로 인한 이권은 듣는 것만으로도 막대했다. 그리고 마침내 사절단의 대표로 남천휘가 선택됐다는 말까지 이어졌다.

“네, 알겠습니다.”

막대통의 주름진 눈매가 더욱 가늘어졌다.

“놀라지 않는군.”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하나 그것을 곧이곧대로 알릴 수는 없다.

그렇기에 남천휘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지혜 수치로 인해 혀에 꿀을 바른 것처럼 매끄러운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제가 필요하다면 뭐든 해야지요. 저도 곡부남가의 핏줄입니다.”

“그래, 그게 맞지.”

막대통은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나 속으로는 크게 감탄한 상태였다.

‘남천홍이 지금껏 박대한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큰 기회를 얻었으니 기뻐하고, 욕심을 내는 것이 당연해. 한데 담담하게 받아들이다니. 아주 담대하군.’

그 뿐 아니라 중평산장과의 거래라는 대사를 앞두고도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대장부의 배포가 있어.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군. 기대할만해.’

막대통의 눈에 깃든 호의가 더욱 짙어졌다.

“크하하, 오늘은 기분이 좋군.”

남천휘는 탁자에서 상체를 멀리했다.

“그래도 안 마십니다.”

막대통은 피식 웃으며 술잔을 꺾었다.

“날짜와 향후 계획은 따로 알려줌세. 그리고 앞으로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게.”

그리고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겼다.

“내가 도와줌세.”

*

남천휘의 체형은 두어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몰라보게 달라졌다.

낙천적인 성향으로 포장했던 나태함이 사라졌기에 두 눈에는 정기(正氣)가 가득했다. 체형도 변했다. 쳐진 어깨가 바로 서고, 군살도 사라졌다.

근력과 체력 100의 위력은 대단했다.

남천휘는 동경에 비친 자신의 상체를 보며 탄성을 흘렸다.

‘고생한 보람이 있네.’

그러고 보면 그 동안 쉬지도 못하고 죽어라 수련만 하지 않았던가.

탄탄해진 육신은 마치 보상과 같았다.

◎ 대상자의 현재 레벨은 12로 기간 대비 성장 예정치의 71%에 해당합니다. 지금은 거드름을 피우기보다 수련에 매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세상에 아귀가 존재한다면 바로 너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끝없이 탐욕스러운 존재 같으니라고.

하나 재이의 말이 옳다.

남천휘의 레벨은 12에 불과했다.

‘일단 레벨업부터 하자.’

13렙이 되면 추가능력치를 받을 수 있다.

그걸로 모든 능력치 100을 찍는다면 뭔가 보상이 있을 듯했다.

계단을 오르듯.

하나씩 처리하는 거다.

“좋아! 오늘도 기분 좋게 가자. 박자 줘봐!”

오행군림보의 숙련도는 87.

기왕이면 출행(出行) 전에 100을 찍고 싶은 것이 솔직한 속내였다.

그렇게 한 시진이 흘렀다.

◎ 성공률 : 98%. 정확도 : 95%

◎ 합계 등급은 ‘A’ 등급입니다.

지금 단계에서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성적표였다.

하나 남천휘의 얼굴은 눈에 띄게 어두웠다.

‘오르지 않아.’

분명 표식을 제대로 밟았다.

그것도 연속으로 128 완벽을 달성했다.

A 등급이 증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련도는 1도 오르지 않았다.

심지어 한 시진 내내 완벽하게 수련을 했음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꽈드득!

남천휘는 불끈 쥔 주먹을 부르르 떨며 분노를 표출했다.

‘오늘도 이렇게 끝인가.’

이제 해가 중천에 떴다.

하지만 내일이 되기 전에는 오행군림보를 수련할 수 없는 신세였다.

‘또 하릴없이 하루가 가버렸어.’

남천휘는 연무장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12레벨이었지만, 20레벨 전후로 추정되는 홍춘이와 양방언을 이겼다. 하나 조상은 물론이고, 왕망조차 이길 수 없는 하수가 아닌가.

곡부남가만 해도 이렇다.

곡부 밖, 산동성에 존재하는 고수들만 해도 기백에 이를 터였다. 그리고 강호 전체를 따진다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으리라.

‘그런 고수와 나는 만월과 반딧불만큼 차이가 나겠지. 빌어먹을!’

몇 년이라도 더 빨리 수련을 시작할 수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졌을 터였다.

아쉬울수록 화났고, 분노할수록 답답했다.

띠링-

돌발 퀘스트다.

남천휘가 눈을 휘둥그레 뜨는 순간 재이의 담담한 한 마디가 이어졌다.

◎ 강함을 갈망하는 건 무인의 본능, 무인은 강해지기 위해 하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공격은 최고의 방어이며, 비무는 최고의 수련이니!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기회를 만들라!

검을 나눌 자가 없다면 상대를 만들라!

강한 상대일수록 많은 것을 얻으리라!

생사의 간극에서 깨달음은 극에 이를 것이다.

‘상대를 만들라고?’

《위험해져볼까?》

- 레벨이 10 이상 차이 나는 상대와 비무하라.

- 제한시간 : 두 시진.

※ 비무하는 순간 퀘스트가 완료됩니다.

※ 레벨 차이가 클수록 보상이 증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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