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당황스러워.
18, 당황스러워.
남천휘는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일으켰다.
숙면을 취했더니 북풍표국주 왕망 때문에 하락했던 능력 수치가 완벽하게 회복됐다.
‘아직 날이 새려면 멀었네.’
남천휘는 여전히 어둑한 창밖 풍경을 보다가 침상에 몸을 던졌다.
“아이고, 그냥 쉬자.”
텅 비었던 방은 제법 제 모습을 찾았다.
그가 가주전에 다녀온 사이 소혜가 물건을 채워 넣은 게다. 하나 족자나 화병이 없었기에 분위기가 황량했다.
남천휘는 이부자리를 만지작거리다가 중얼거렸다.
‘혹시 적립?’
◎ 대상자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역시 새것이라 그런지 VIP 점수로 변환되지 않았다.
남천휘는 아깝다는 생각을 하다가 불현 듯 자신의 뺨을 후려쳤다.
짝!
‘패가망신한다. 정신 차리자!’
게다가 그것보다 우선시해야 할 일이 많았다.
남천휘는 상태창을 열었다.
《남천휘(南天輝)》
- 소속 : 곡부남가(曲阜南家)
- 호칭 : 신사의 품격
- 별호 : 없음
- 등급 : 12
- VIP : 1등급(잔여 점수 :6)
근력(筋力) : 91. 민첩(敏捷) : (85->90)
체력(體力) : 94. 지혜(知慧) : (70->80)
내공(內功) : (90->95).
- 미 배분 능력치(+40)
딱 봐도 많은 것이 변했다.
《1-1, 검으로 말하라.》 퀘스트를 완료한 덕이다.
왕망과 정식 비무를 하던 순간만 떠올리면 지금도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다.
어쨌든 레벨이 2나 올랐으니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조상보다 훨씬 윗줄의 고수야.’
그런 고수의 실력을 절반이나 끌어낸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어찌됐든 레벨이 2나 오르면서 쌓인 미 배분 능력치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배가 불렀다.
‘40! 40이라니!’
그 뿐이 아니라 민첩과 지혜, 내공 수치가 자체적으로 상승했다. 아마 적선단과 벽선단을 통해 기습을 한 것에 대한 보상인 듯보였다.
한 마디로 머리를 잘 굴렸다는 뜻이다.
VIP 점수는 어느새 6점이 됐다.
왕망과의 비무를 통해 얻은 것이 너무 많다.
하나 여전히 1등급에 머물렀다.
‘100점이나 썼는데 왜 1등급이야?’
◎ VIP 등급상승은 따로 포인트를 사용해야 합니다.
“허어.”
남천휘는 이마를 긁적이며 탄식했다.
그렇다면 VIP 보상을 활용할 때에도 포인트가 필요했고, VIP 등급을 올릴 때에도 필요하다는 뜻이 아닌가.
‘점수가 이중으로 들어가다니······.’
상인 집안에서 자랐기에 세상만사가 돈으로 결정되는 게 어색하지 않았다.
한데 막상 당하고 나니 울화가 치밀었다.
“이런 악덕 상인 같은!”
그러자 재이가 잡상인 같은 한 마디를 건넸다.
◎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닥쳐! 이 사기꾼아.
남천휘는 추가 능력치 40개를 골고루 배분했다.
지혜를 제외한 모든 수치를 100으로 맞췄다.
남은 10개는 지혜에 사용했다.
“호오, 수치가 뭔가 있어 보인다.”
두 자리인 레벨과 달리 세 자리인 능력 수치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그러던 중 묘한 생각이 들었다.
‘지혜만 90인데······.’
왠지 100을 만들면 보상이 있을 것만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재이의 행보를 보면 예상이 가능했다.
첫 임무나 첫 호칭마다 보상이 있지 않았던가.
게다가 10레벨을 기점으로 추가 능력치가 증가했다.
그러니 모든 능력치가 100을 돌파하는 순간 뭐라도 하나 떨어지지 않을까 싶다.
‘좋아! 지혜부터 올리자.’
지혜 수치의 증가로 인해 똑똑해진 것이 분명했다.
남천휘는 뿌듯한 마음에 연무장으로 나섰다.
놀면 뭐하나.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포인트도 쌓고, 레벨 업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 그걸 확인 안했네.”
왕망의 퀘스트를 완료한 후 많은 보상이 연이었다.
‘인벤.’
인벤토리는 두 종류로 분리됐다.
주머니 속에 지닌 현물과 시스템에 등록된 아이템이 각기 등록되어 있었다.
이번에 받은 것도 아이템 쪽이다.
적선단과 벽선단은 한 개씩 남았고, 해독제인 녹선단은 2개가 남았다. 그리고 4장의 축복받은 확인서 아래 생소한 물품이 존재했다.
‘그림인가?’
값비싼 족자가 반쯤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로 검으로 보이는 문양이 그려졌다.
‘확인.’
《무기 강화 주문서.》
- 시스템에 무기 강화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남천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기를 강화한다는 건 듣도 보도 못한 경우였다.
◎ 무기의 절삭력과 내공 전달력, 내구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일정 수치 이상의 강화는 무기가 파괴될 수도 있습니다. 신중하게 결정해주세요.
‘하아, 진짜 별의 별 것이 다 되는구나.’
그래도 설명을 듣고 보니 일견 이해가 갔다.
아마 유명한 장인이 명검이나 보도의 날을 갈아주는 것과 같은 효과인 듯했다.
‘이거 비싼 거냐?’
◎ 주문서의 포인트 변환 수치는 100입니다.
좋다. 좋아도 엄청 좋다!
그가 가산을 탕진해서 겨우 만들어낸 것이 VIP점수 100점이었다. 한데 주문서 한 장의 가치가 100점이라니 환호하는 것이 당연하리라.
‘왕 숙부! 고마워요. 당신의 진지함과 억하심정이 이런 보물을 만들어냈답니다!’
북풍표국주에게 몇 번이나 전해지지 않을 고마움을 표시했다.
남천휘는 장비창에서 직도를 살폈다.
《익숙한 수련용 직도》
- 수련을 위해 날을 없앤 직도.(가치:3)
- 추가 능력치 없음.
- 내구도 (6/10)
매일 같이 사용하다보니 ‘익숙한’이라는 문구가 추가됐다. 게다가 보이지 않던 내구도라는 항목도 생성된 상태였다.
‘여기 바르는 건 미친 짓이겠지.’
남천휘는 콧노래를 부르며 무공창을 열었다.
심법인 삼황내문의 숙련도가 88까지 치솟았다.
애초에 단순한 심법이었기에 숙련도가 상승했어도 그리 감흥이 없다. 오히려 삼황내문을 대신할 심법이 필요하다는 생각만 가득할 뿐이다.
하나 중양칠도는 달랐다.
이 또한 왕망과의 비무로 숙련도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91이라.’
숙련도 91이라면 9성의 성취일 터였다.
그래서였을까.
이제는 파진악을 들으며 중양칠도를 펼치는 것이 더없이 자연스러웠다.
‘무공을 어떻게 해서든 구해야 하는데······.’
머리가 복잡했다.
강호인에게 무공이란 기연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무공서를 구하지 못해 삼재검법과 같은 기본검술을 수십 년 동안 수련하는 건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니었다.
남천휘는 오십 년 후 어린 손자에게 중양칠도를 가르치는 늙은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맙소사! 정말 없어 보여.’
그는 황급히 심호흡을 한 후 직도를 겨눴다.
‘하아, 답답해. 박자 줘봐. 소리 적당히!’
파파팟!
남천휘의 두 발은 바닥을 쓸 듯 빠르게 나아갔다.
실제로는 책 한 권의 두께 만큼 발을 띄운 상태로 펼쳤다. 화살표를 밟을 때만 연무장의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하나 큰 퀘스트를 완료하고, 대단한 보상을 받았음에도 파진악의 웅장한 연주가 즐겁지 않았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고민만 많아지는 듯했다.
한데 파진악이 한순간 끊겼다.
‘뭐야?’
◎ 메인 퀘스트 ‘강호행’이 활성화됩니다.
또 퀘스트냐?
남천휘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하루 한 시진만 수련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가.
‘시간 아깝다. 빨리 말해.’
《1-2, 소가주의 환심을 사라.》
- 소가주 남천홍의 마음을 돌려라.
- 중평산장의 거래에 참석하시오.
- 출발 시일 내에 합류하지 못하면 실패합니다.
※ 실패할시 부정적 별호 ‘못난 동생.’을 얻습니다.
남천휘는 눈을 끔뻑였다.
일단 중평산장과의 거래는 듣도 보도 못했다.
‘형하고 나 안 친한데?’
재이는 남천휘를 위로하는 대신 제한 시간을 알려줬다.
◎ 퀘스트 잔여 시간이 239:59:55초를 지납니다.
남천휘는 헛웃음을 지었다.
‘야! 열흘 안에 형하고 어떻게 친해지냐?’
이 자식, 또 대답 안한다.
남천휘는 직도를 쥔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복수하고 싶다. 괴롭히고 싶다. 싸우고 싶다!’
◎ 레벨 부족으로 인해 비무가 불가합니다.
엇! 고 레벨이 되면 싸울 수 있는 거였냐?
하여간 천상계(天上界)는 안되는 게 없는 무소불위의 세상인 듯했다.
‘그나저나 형하고 어떻게 친해지냐?’
갑자기 찾아가서 아양이라도 떨어야 할 판국이다.
한데 남천휘가 고심하는 사이 경쾌한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소가주가 대상자를 행렬에 포함시켰습니다.》
《퀘스트 ‘1-2.’가 완료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 보상이 지급됩니다.》
당황스럽다.
‘솔직히 말해봐. 너도 당황스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