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강호만렙지존-6화 (6/305)

5, 따따따따 배배배배. (2)

남천휘는 탄성을 흘렸다.

리듬 게임에 대한 설명을 따로 확인하는 순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역시 천상 제(製)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신선 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래서 모르는갑다.’

일단 표식의 위치와 구도를 자세를 살폈다.

표식은(表式)은 모두 여섯 개다.

남천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눈을 부릅떴다. 여섯 개의 표식을 순서대로 이으면 일도격의 투로가 완성된다.

‘맙소사!’

무공을 익히는 방법은 간단했다.

끊임없는 수련으로 투로를 몸에 새겨 넣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밥을 먹다가도, 잠을 자다가도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무공을 펼칠 수 있었다.

애초에 투로(套路)라는 말 자체가 ‘버릇처럼 일정한 경로’를 뜻하지 않던가.

남천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여섯 개의 표식을 바라봤다. 저것이 정녕 중양칠도의 첫 초식인 일도격의 투로라면 답을 옆에 두고 문제를 푸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칠 성도 꿈이 아니야.’

그 순간 직도의 끝에 표기됐던 표식이 마치 찍어달라는 듯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남천휘는 타점과 투로가 정확할수록 숙련도가 증가한다는 재이의 알림을 떠올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도를 내리그었다.

쉬익!

그 순간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띠링-

동시에 표식이 서서히 사라지며 지워지며 ‘최고(最高)’라는 두 글자가 번쩍이는 것이 아닌가.

예상대로다.

그 사이 두 번째 표식이 번쩍이고 있었다.

남천휘는 손목을 꺾어 횡으로 직도를 휘둘렀다.

쉬익!

잠시 머뭇거렸기 때문일까.

띵-

종소리가 조금 탁했다.

‘늦었나?’

아니나다를까 최고 대신 ‘보통(普通)’이라는 글자가 번쩍이다가 서서히 흩어졌다.

그 때 눈여겨보지 못했던 것이 시야에 들어왔다.

시야 상단 우측에 기다란 흰 막대가 존재했다.

그것이 빠르게 검은색으로 물들었다.

“칫! 시간제한이 있었냐?”

남천휘는 일도격의 투로에 맞춰 직도를 움직였다. 하나 여섯 개의 표식을 모두 통과하기 전 막대는 완전히 까맣게 물들었다.

실패다.

그 순간 남은 표식이 검게 물들더니 녹아내렸다.

마치 독에 당한 것처럼 흘러내리는 모습에 모골이 송연했다.

쓸데없이 현실적이야.

◎가상 표식이 재구성됩니다.

“엇! 이거 무제한이었냐?”

아무래도 될 때까지 만들어지는 듯했다.

그렇다면 이건 7성을 이루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생각지도 않았던 중양칠도의 대성(大成)이 눈앞에서 아른거리는 듯했다.

남천휘는 최고의 스승을 둔 사람처럼 자신감 있게 첫 번째 표식을 찔렀다.

한데 표식은 사라지지 않았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반짝거리지도 않았다.

‘뭐야? 두 번 만에 고장 난 거야??’

한데 재이를 호출하려는 순간 기습적으로 막대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야이!”

당황한 상태에서 황급히 직도를 휘둘렀다.

그러니 제대로 된 타점이 생성될 리 만무했다.

띠- 띠- 띠-

표식은 그를 비웃듯 ‘최악(最惡)’이라는 글자를 남긴 채 흩어졌다.

결국 두 번째도 실패다.

남천휘는 직도를 고쳐 잡은 후 심호흡을 했다.

“후우.”

제한 시간이 있는 건 물론이고, 무작위로 시작되니 한순간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그는 시야 상단의 흰색 막대와 직도의 끝을 동시에 노려봤다.

바람이 얼굴을 스쳐간다.

움찔.

풀벌레 소리에.

움찔.

남천휘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아씨! 이게 어디서 밀당질이야?’

질 수 없다.

결의를 다지는 순간 막대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쉬익!

기다렸다는 듯 직도가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칠현금의 줄을 튕긴 듯한 맑은 소리가 울렸다.

띠리링-

동시에 표식이 흩어지며 처음 보는 문구가 떠올랐다.

완벽(完璧).

남천휘는 히죽 웃으며 직도를 빠르게 휘둘렀다.

쉬익! 쉬익! 쉬익!

사실 중양칠도의 첫 초식은 수없이 수련했을 만큼 익숙했다. 그렇기에 여섯 개의 표식이 순차적으로 사라졌다.

맑은 소리가 연이었고, 하나가 된 소리는 마치 음악과 같았다. 그럴 때마다 완벽이라는 글귀가 겹쳐지듯 시야를 가득 채웠다.

촤악!

초식을 마무리한 후 도를 거두는 순간 재이의 알림이 들려왔다.

《중양칠도의 숙련도가 1 증가했습니다.》

《중양칠도의 성취가 4성에 도달했습니다.》

남천휘는 중양칠도의 숙련도를 살폈다.

39였던 것이 40으로 바뀌었다.

‘10을 올릴 때마다 일성씩 올라가는군.’

그렇다면 중양칠도의 숙련도가 70이 되었을 때 퀘스트가 끝날 터였다.

누가 입꼬리를 잡아당기는 듯했다.

남천휘는 실룩거리는 입매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강호인이라면 누구나 똑똑해지고, 강해지기를 갈망했다. 아니, 벽촌의 촌부나 저잣거리의 어린아이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다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포기할 뿐이다.

남천휘도 그랬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오르기 위해 헛된 힘을 쓰고 싶지 않았다.

한데 그 나무를 오를 방법이 나타난 게다.

‘특급 강호인 승급 체계’라는 기연으로 말이다.

남천휘는 재이에게 특급 강호인에 대해 질문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재이는 특급 강호인의 정의를 한 번 더 풀어줬다.

아주 많은 단어가 나열됐다.

그리고 그 모든 단어의 끝은 하나로 귀결됐다.

절대자(絶對者).

남천휘는 히죽 웃었다.

가슴은 터질 것처럼 부풀었고, 용암에 빠진 것처럼 뜨거웠다.

스릉-

직도를 고쳐 잡았다.

그 순간 허공에 표식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늘어난 표식은 열두 개가 되어서야 생성을 멈췄다.

두 번째 초식인 이도격의 투로.

도법의 기본을 다루던 일초식보다 배는 어려운 투로였다. 대충 흉내를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하나 완벽하게 익히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평소였다면 며칠의 수련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에 길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

지금껏 길이 없기에 가지 않았을 뿐.

길이 있다면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길에 끝에 뭐가 있는지 한 번 봐야겠어.’

남천휘는 열망이 들끓을 때마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시야 상단에 위치한 막대가 물드는 순간 직도가 움직였다.

처음에는 불협화음처럼 소음이 들려왔다.

띠- 띵- 띠- 띠-

하나 시간이 흐를수록 표식을 찍을 때마다 울리는 소리가 안정됐다. 그리고 완벽으로 점철된 소리는 마치 음률처럼 듣기 좋았다.

남천휘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따따따······.”

*

칠일이 지났다.

이제 수련을 할 때마다 나타나는 표식이 익숙했다.

표식은 각기 완벽(完璧), 최고(最高), 보통(普通), 불호(不好), 최악(最惡)으로 나타났다.

수백 번을 반복한 끝에 불호와 최악이 하나라도 섞이면 숙련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함을 깨우쳤다. 대신 완벽이 중첩될수록 숙련도가 오르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따따따따 배배배배.”

또한 무엇보다 무작정 찌르기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었다. 또한 무작정 빨리 한다고 좋은 것이 아님을 깨우쳤다.

표식과 표식 사이에 여백을 둬야 했다.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공간을 찌르거나, 베어야 완벽이라는 표식이 떠올랐다.

그렇게 표식의 모든 것을 파악한 남천휘의 성취는 현재 6성이다. 불과 칠일의 수련으로 삼 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게다. 물론 삼 년의 시간 중에서 실제로 수련한 건 며칠 되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따따따따 배배배배.”

남천휘는 버릇처럼 흥얼거렸다.

이것은 중양칠도의 육초식인 육도격의 표식이 완벽했을 때 들려온 울림이었다. 총 스물네 개의 표식을 여덟 박자로 쪼갠 후 세 호흡 만에 완료해야 했다.

어려웠다.

조금만 자세가 흐트러져도 시야에 최악이라는 문구가 도배됐다. 엄밀히 따지자면 칠일 중 오일 동안 육도격을 수련했을 정도였다.

무엇보다 초식마다 울림이 달랐고, 박자가 달랐다.

그렇기에 전 초식의 숙련도를 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예를 들어 일도격은 ‘장자장 따라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장족의 발전이다.

무재(武才)가 뛰어나다던 둘째 형조차 칠성의 성취를 이룬 건 백일이 지난 후였다.

‘크큭! 미친개보다 내가 낫다는 거지.’

남천휘는 그늘에 앉아 콧노래를 불렀다.

겨울의 추위도 수련으로 인한 열기를 밀어내지 못했다.

“따따따따 배배배배.”

콧노래를 부를 때마다 어깨춤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 또한 육도격의 박자를 몸에 새겨 넣는 중요한 과정일 터였다.

하나 제삼자가 봤을 때에는 근본 없는 춤사위에 불과했다.

“뭐하세요?”

소혜는 물이 든 죽통을 양손에 쥔 채 눈을 끔뻑였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린 모습이 마치 개구리 같구나.

남천휘는 겸연쩍어 하기는커녕 더욱 거세게 어깨를 흔들었다.

“너도 해봐. 따따따따 배배배배. 기분이 좋아질 거야!”

소혜는 잠시 망설였다.

삼공자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신을 좋아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람의 부탁이 아닌가.

결국 입술을 비집고 한 마디가 흘러나왔다.

“따따따따 배배배배.”

박자와 상관없이 무미건조했다.

남천휘는 제자를 가르치는 사부처럼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지. 어깨로 박자를 맞추면서! 앞에 ‘따’는 짧게 끊어서, 뒤에 ‘배’는 살짝 늘이는 거야. ‘배애’ 같은 느낌으로!”

소혜는 그래도 삼공자가 시키는 일이라고 열심히 했다. 하나 어색한 몸놀림에 그녀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다.

“따따따따 배애배애······.”

남천휘는 홍시처럼 익어버린 소혜를 보며 웃기 시작했다. 결국 소혜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입술을 삐죽였다.

“히잉, 못하겠어요. 죄송해요.”

그러더니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것처럼 부리나케 도망치는 것이 아닌가.

남천휘는 소혜의 뒷모습을 보며 히죽거렸다.

‘너도 익숙해져야 할 거다.’

자신의 기행은 앞으로도 계속 될 터, 소혜가 적응해야 다른 사람들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리라. 결코 소혜가 자신보다 아버지를 택했기에 벌인 복수가 아니었다.

“아! 기분 좋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소혜의 곤란한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것이 아니다.

이른 아침의 맑은 공기가 좋았을 뿐이다.

남천휘는 소혜가 흘리고 간 죽통의 마개를 열었다.

차가운 물을 들이키는 순간 몸속이 얼어붙는 듯했다.

진저리를 치며 상태창을 열었다.

중양칠도의 숙련도는 60이었고, 삼황내문의 성취 또한 34에서 55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중양칠도의 성취가 7성이 되었을 때 심법도 무난하게 6성을 찍을 듯했다.

그뿐 아니라 기본 능력치에도 변화가 있었다.

육신의 힘을 사용하는 중양칠도였기 때문일까.

근력과 체력이 자동으로 올랐다.

그리고 내공 또한 운기조식을 꾸준히 한 덕분에 조금 상승했다. 그 결과 퀘스트가 아니더라도 스탯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음에는 쉴 때마다 책을 봐야겠어.’

지혜를 올리면 비급을 볼 때도 도움이 되리라.

잠시 후 남천휘는 직도를 들고 기수식을 취했다.

그 즉시 가상의 표식이 시야를 수놓았다.

표식을 보는 순간 절로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이게 아니었다면 얼마나 지루했을까?’

표식의 정중앙을 찍었을 때의 쾌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과녁 맞추기 놀이를 하는 듯 즐거웠다.

아! 리듬게임이라고 했지.

우리 말로 해석하면 박자 놀이 정도 되겠다.

그래! 이건 수련이 아니라, 놀이였다.

‘누가 만들었는지 진짜 잘 만들었네. 안 그래?’

그는 흰소리를 늘어놓다가 재차 직도를 겨눴다.

그 순간 막대가 검게 물들며 시간의 흐름을 알렸다. 하나 당황하지 않고 능숙하게 직도를 사선으로 그으며 육도격의 투로를 연결했다.

물론 박자를 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따!따!따!따! 배배배배.”

오늘의 수련은 일종의 중간 점검이다.

지금까지는 초식마다 수련을 함으로써 숙련도를 올렸다. 하나 오늘부터는 일도격부터 칠도격까지 연계를 할 요량이었다.

남천휘가 직도를 휘두를 때마다 파공음이 들렸다.

때로는 빠르게 찌르고, 때로는 강하게 베는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렇게 육도격을 지났을 때였다.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여 스물여덟 개의 완벽을 띄우는 순간 힘과 체력이 올랐다는 알림이 들려왔다.

기분 좋게 칠도격으로 진입했다.

‘자! 띄워봐!’

◎ 가상 표식이 제공됩니다.

익숙한 알림과 함께 표식이 시야를 수놓았다.

칠도격의 투로는 마흔여덟 개의 표식으로 완성된다. 그러니 전력을 다해 마흔여덟 개의 표식을 쉬지 않고 두들겨야 했다.

지금껏 상승한 체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터였다.

‘한 번 해보자고!’

남천휘는 마흔여덟 개의 표식을 앞에 두고 직도를 고쳐잡았다.

띠링!

그 순간 표식이 추가로 생성됐다.

“엇?”

팽팽하게 당겨졌던 근육이 풀렸다.

어째서 표식이 추가된 것일까?

“마흔여덟 개여야 하는데······.”

남천휘는 눈앞에 펼쳐진 표식을 보며 넋 나간 사람처럼 말했다.

하지만 몇 번을 헤아려도 표식의 개수는 49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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