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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92화 (192/210)

< -- 192 회: 기물(奇物)의 출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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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이진은 바로 다음 날 외무대신 신충일을 불러 러시아에 급파했다. 물론 스웨덴과 코사크인들을 설득해 폴란드에 대항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보름이 지나자 황제 이진이 초청한 거상들이 일제히 궁 안으로 들어왔다.

물론 이들은 황제의 명을 받고 달려온 거리가 각각 달랐다. 따라서 북경에 도착한 시간도 제각각이었다. 그런 것을 모두 모일 동안 먼저 온 상인들을 일단 대기시켰다가, 이렇게 오늘 한 날 한 시에 일제히 궁으로 이끌고 들어가는 것이다.

인솔하는 사람은 상공대신 장만이었다. 건청궁 넓은 전각 안에 이들이 열 지어 앉아 있으니 황제 이진이 내관과 궁녀들을 데리고 입장했다. 이에 일제히 일어났다 부복하여 예를 표하는 이들이었다.

“황상폐하를 배알 하옵나이다!”

“원로에 고생들 많았소!”

용상에 앉아 이들의 인사를 받고 답례를 한 이진이 죽 장내를 둘러보았다.

그 중에는 그도 잘 아는 이제는 거상이 된 정여립은 물론 송상의 대방 송비인, 내상의 대방 이진열, 만상의 대방 강극렬, 히라도의 성주 오무라 스미타다 등등, 조선 팔도의 대표적인 상인과 중국의 신안상인과 산서상인, 온주상인의 대표들도 보였다.

“오늘 이곳에는 짐이 잠저에 있을 때부터 익히 안면이 있는 사람도 있고 짐이 처음으로 보는 사람도 있소. 아무튼 만나 보게 되어 반갑소. 짐이 여러 대상들을 불러 모은 것은 몇 가지 당부할 말과 알려줄 정보가 있기 때문이오.”

여기서 일단 말을 끊고 잠시 장내를 다시 한 번 휘둘러본 황제 이진의 말이 이어졌다.

“짐이 여러 대상(大商)들을 불러 모은 첫 번째 까닭은 이제 아국은 현 영토에 만족치 않고 새로운 영토도 더욱 적극적으로 개척할 것이오. 따라서 금번에 우리의 제후국이 된 러시아를 비롯해, 새로 개척하게 될 저 아메리카의 신대륙에 이르기까지, 여기 앉아 있는 대상이 주동이 되어 더욱 교역을 활발히 해주기 바라오. 이는 필요한 물산이 교류되는 것은 물론 가격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히 흐르게 되니, 백성들이 싼 물품을 사 쓸 수 있기 때문에 장려하는 것이기도 하오.”

“이 과정에서 당신들은 이(利)를 취하고 그 대가로 교역품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군수물자도 덤으로 운반해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소. 하고 새로운 정보라는 것은 아국의 과학기술연구소에서, 바람에 의지하지 않고도 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증기선을 발명했기에, 시대의 추이에 뒤떨어지지 말라는 뜻에서 이 소중한 정보도 제공하는 바이오.”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 이는 더 커진 상선에 더 많은 횟수로 원거리 항해를 가능케 하는 바, 다투어 이런 배를 건조해 남에게 뒤지지 말라는 조언을 하고 싶어서였소. 또한 이렇게 축적된 자본으로 앞으로는 대규모 광산개발은 물론 공장도 지어, 좀 더 낮은 가격에 아국 백성들이 사 쓸 수 있고, 외국에 수출도 하며, 많은 일자리도 제공해달라는 부탁도 겸해서 하기 위해서요. 무슨 말인지 알겠소?”

“네, 황상폐하!”

“일전에 이 증기선을 보기 위해 천진을 오가는 과정에서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들여다 본 바, 아직도 삼시세끼 걱정을 하며 살고 있는 백성들을 보았느니, 참으로 참담한 심정이었소. 여러분들이 앞장서서 아국의 부를 늘리는데 일조해달라고 거듭 당부의 말을 하는 바이오. 짐이 아무리 황제라 하나 시간을 쪼개 쓰는 대상 여러분들의 시간을 빼앗았으니, 그 반대급부로 오늘 짐은 여러분을 황궁의 석방으로 초대하는 바이오. 이 배 안에서 술도 한 잔 하면서 서로간의 간담을 열어,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자리가 되기 바라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폐하!”

이들의 인사를 받고 황제 이진은 흐뭇한 웃음으로 자리에 일어나, 정말로 이들과 함께 곤명호 호수로 향했다.

* * *

그로부터 한 달 후.

외무대신 신충일이 좋은 결과를 가지고 돌아왔다. 스웨덴과 코사크인들이 우리의 제의를 받아들여 폴란드 군대와 싸워주기로 한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고 해동이 되면 그렇게 하겠다는 약조를 받아온 것이다.

폴란드 군 역시 동장군에 갇혀 움직임을 멈추었으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되자 황제 이진은 본격적인 신대륙 정벌을 위해 각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논의했다. 그 결과로 인해 애초의 작전이 조금 변경되었다.

아무르 이북의 시베리아는 아국 북방군이 담당해 그 영토를 계속적으로 북으로 밀어올리기로 하고, 곽재우 군단은 바로 북아메리카 경쟁 없는 땅을 개척하기로 한 것이다. 그곳은 바로 오늘날 미국의 서부로 캘리포니아 반도 일대였다.

이 결과로 곽재우가 총사령관이 되어 그 휘하 3만 기병은 물론 왜에서 불순분자로 낙인찍혀 압송되어온, 일만의 왜국 무사도 이 정벌 전에 동참을 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총 4만이 다시 신대륙 개척에 나선 것이다.

이를 위해 조선제국 해군 전함 2천여 척이 동원되어 먼 항해를 떠나게 되었다. 병력만 싣고 간다면 더 적은 전함이 동원되어도 문제가 없었으나, 전마를 비롯한 군수품까지 싣고 가니 이렇게 대규모 원정 항해가 된 것이었다.

이들이 떠나기 위해 최종적으로 부월(斧鉞)을 하사받고 황제께 인사를 드리던 날, 황궁은 때 아닌 초상집마냥 눈물바다가 되어 있었다. 이들과 함께 두 황자가 작별 인사를 드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곧 신귀비의 아들 예와 차칸노르의 아들 욱이 그들이었다. 당사자의 어머니는 물론 예 같은 경우는 장가까지 들었으니 그 부인, 게다가 동생들과 허 황후마저 나와 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황제 이진 또한 이 인파 속의 한 구성원이 되어 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못할 짓이었다. 불똥이 자신에게까지 튀었기 때문이었다.

“야속하옵니다. 황상! 가까운 전쟁터도 아니고 그 수만리 전선에 왜 하필 제 아들을 보내야 하옵니까? 황상!”

“허 흠........! 전장에 서보고 싶다고 한 게 누구인데, 짐에게 그러오.”

“아비로써 그러면 말리고 꾸짖으셨어야지, 말리지는 못할망정 그렇다고 멀리 보내십니까?”

“험, 험........! 사내로써 일찍부터 그런 전장에 서보는 것도, 훗날을 위해서는 아주 유익한 일, 귀비는 그만 하도록 하오.”

황제 이진의 표정이 굳어지자 아무리 대가 센 신 귀비이지만 함부로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아들만 붙들고 흐느끼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차칸노르와 그의 아들 욱도 마찬가지였다. 이진에게 한마디 원망의 말도 못하고, 자식만 붙들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차칸노르였다.

그런 모습이 더욱 애처로워 황제 이진은 차라리 등을 돌렸다. 그리고 곁에 시종하고 있는 세 사람 즉 곽재우, 최담령, 원승환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어서 출발하지 않고 뭣 하오!”

“네, 황상!”

황제의 불호령에 곽재우가 위엄 있게 한마디 했다.

“황자, 전하! 어서들 가십시다!”

“네, 사령관님!”

이욱(홀라구)이 먼저 어미를 떨쳐내고 씩씩하게 걸어나갔다. 비록 그의 눈에도 눈물방울 맺혀 어디가 길인지 헷갈렸지만, 그는 장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결코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에 차칸노르가 천천히 그를 따르며 아들이 보아주지 않아도 손을 열심히 흔들어 주었다.

이를 본 이 예 또한 어머니를 뿌리치고 달려나갔다.

“예야.........!”

신 귀비가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다가 치맛자락이 밟혀 넘어지고, 이 중에서 제일 안타까운 사람은 예의 처인 이덕형의 손녀였다. 채 신혼의 단꿈이 깨기도 전에 부군을 먼 먼 타국으로 떠나보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애 닳고 섧겠는가.

그래도 그녀는 웃어른들 때문에 작별의 인사 한 번 온전히 못 나누고 옷고름으로 눈가만 찍어야 했다. 이런 모든 모습이, 황제 이진 또한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닌지라, 혀를 차며 휭 하니 자취를 감추었다.

이날 밤.

황제 이진은 모처럼 차칸노르의 침궁을 향했다. 황제의 거동에 내관과 궁녀들 줄줄이 따르는 가운데,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동쪽의 승건궁(承乾宮)에 이르자, 대전내관 박가가 길게 목청을 뽑았다.

“황상폐하 납시오!”

이 소리에 전각문이 활짝 열리더니 미처 옷매무새도 제대로 만지지 못한 궁녀들이 뜰 위에 신속히 열을 짓고, 차칸노르 또한 부은 눈이거나 말거나, 귀밑머리 매만지며 전각 뜰로 황급히 나서서 고개를 조아렸다.

“어서 오르시옵소서! 황상!”

“머리 싸매고 드러누워 있을 줄 알았더니, 그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이군.”

“천비 어려서부터 보고들은 것이 전선의 소식이었습니다. 출전은 다반사이니 그 정도는 아니었사옵니다. 황상!”

“그렇다면 대행이군. 어서 들어갑시다.”

“네, 황상!”

이진이 앞장을 서고 차칸노르가 뒤를 따르는 가운데 차례로 모두가 전각 안으로 발을 들였다. 물론 일부는 문 밖에서 수직하고 서있었다.

이때 미리 기별이 되었던지 수라간 상궁나인들에 의해 주안상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이진이 차칸노르를 보고 말했다.

“그동안 너무 격조했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잘 키우고, 그대 또한 어디 크게 아픈데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소.”

“이 모든 것이 황상의 은혜가 아닌가 하옵니다. 황상!”

그녀 조선에 살길 어언 몇 년이던가? 이십여 성상이 가까워오는 작금, 이제 조선어에 유창한 차탄노르였다.

“자, 짐의 잔 한 잔 받으오.”

“네, 황상!”

그녀가 단정히 고개 숙여 이진이 따르는 술을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다 받고 잔을 내려놓은 그녀가 이번에는 말과 함께 이진의 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했다.

“천첩의 잔도 한 잔 받으시옵소서! 황상!”

“그럽시다!”

잔을 받으며 차칸노르를 새삼 다시 바라보니 자신보다 여섯 살 아래로, 그의 나이도 어언 삼십대 후반을 달리고 있어, 세월의 빠름을 절감케 하고 있었다.

“서운할 테지만 잊고 궁 생활에 적응 잘 하시오.”

“아니 옵니다, 황상! 사내대장부 전사가 되었으면 이제 한 사람의 몫을 다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서운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자랑스럽기도 하옵니다. 황상!”

“그렇다면 천만다행이고. 자, 한 잔 더 받으오!”

“송구하옵니다. 황상!”

말은 그렇게 하나 절대 빼는 여자가 아니었다.

몽고 찰합이의 딸로 자라나 어려서부터 전쟁에 익숙했고, 또 그녀의 덩치가 여자치고는 상당히 커, 모습 그대로 여장부의 기질이 있는 그녀였다. 처음 시집와서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어언 사십대를 바라보게 되자, 본연의 성정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튼 이진은 다시 차칸노르로부터 술 한 잔을 받고 함께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다시 잔이 채워지자 모든 떨거지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이제 그만 모두 밖으로 나가거라!”

“네, 황상!”

이진의 명에 모두 허리를 구부린 채 뒷걸음으로 종종거리며 물러나는 상궁나인과 내관들이었다. 이제 방 안에는 두 사람만 호젓하게 남게 되었다.

“술을 더 하겠소?”

“두 잔만 더 마시고 싶사옵니다. 황상!”

“하하하........! 그렇게 나와야지. 정말 내숭을 떨지 않아 보기가 좋군.”

“송구하옵니다. 황상!”

말이 끝나자마자 얼른 이진의 잔부터 채우는 그녀였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의 잔에도 가득 잔을 채웠다.

“자, 건배!”

“네!”

두 사람의 술잔이 가볍게 부딪치고 입으로 옮겨졌다. 이렇게 한 잔 술을 더 비운 두 사람은 이내 금침으로 향했다.

이어 모든 불이 꺼지고 어둠 속에서 차칸노르의 여전히 큰 가슴이 출렁 튀어나왔다. 이진이 거느리고 있는 여인들 중 F컵으로 가장 가슴이 큰 그녀이기도 했다. 이렇게 이진은 이날 밤, 한창 사내 맛 을 알아가는 차칸노르와 하룻밤 춘정을 불살랐다.

그리고 다음날 이진은 신 귀비를 위로하기 위해 그녀의 침궁을 찾아들었다. 그녀는 차칸노르와 달리 끙끙 앓아 누워있었다. 네 귀비 중에서는 가장 담대한 여인이었지만 그것도 자식 앞에서는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를 하룻밤 정성으로 위로한 이진이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튿날부터는 정무에 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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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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