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93화 (193/210)

< -- 193 회: 황금의 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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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항해 끝에 곽재우 군단은 신대륙에 도착했다. 그들이 제일 처음 상륙한 곳은 지금의 켈리포니아반도 안쪽이었다. 그러나 곽재우는 실망하고 말았다. 일단의 기병을 내려 주변을 탐색케 했더니 건조한 사막과 초원지대로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 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아주 살 수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 넓은 땅에서 기왕이면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에 터전을 잡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곽재우는 탐색을 하며 좀 더 북으로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래서 마침내 조선인 최초의 정착촌으로 건설하기로 마음먹은 곳이 지금의 로스엔젤레스 반도 일대였다. 만 안에는 끝을 알 수 없는 평지가 펼쳐져 있었고, 그 너머로도 또한 끝 모를 구릉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큰 강도 하나 흘러 사람이 살기에는 아주 적합해 보였다.

게다가 코발트 빛 바다에 쨍쨍 내려쬐는 햇빛, 여기에 기온은 어마나 따뜻한지 인간이 살기에 아주 적합해 보였다. 그래서 곽재우는 일단 이 곳에 모두 상륙을 명했다. 그리고 대규모의 적(원주민)이 있을지 모르므로, 1개 여단 규모 즉 1만 명씩을 세 곳으로 파견을 했다.

그리고 왜병 1만은 가지고 온 천막으로 숙영지를 건설하도록 했다. 이에는 선박을 운항해온 해군은 물론, 함께 따라 온 내상과 경강 상단 소속의 상인들 역시 한몫 거들도록 했다. 그렇게 한나절이 지나 저녁 무렵 모여든 기병단의 보고는 곽재우를 놀라움에 빠트렸다. 아니 맥 빠지게 했다.

대규모 적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찰을 수 없고, 한 마을 기껏 20~30호가 주로 강가에 모여 생활하고 있다는 보고였다. 또 그들은 주로 사냥과 물고기를 잡아 생활하는데, 이상한 식물이나 열매도 먹는다는 보고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규모 원정군도 필요 없을 뿐더러 새로운 땅을 개척하려면 이렇게 한꺼번에 몰려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렇지만 이것은 너무 섣부른 판단이라는 생각에, 곽재우는 일단 다음날부터는 조금 더 부대 단위를 잘게 쪼개 좀 더 넓은 지역을 깊숙이 탐색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이들은 이역에서의 첫날밤을 어수선한 가운데 보내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은 며칠 치 군량을 싸들려 보다 광범위하게 깊숙한 곳까지 탐색할 것을 명했다.

삼일 후.

속속 도착해 한 보고는 전날과 대동소이했다. 대규모로 몰려 사는 원주민이 없을뿐더러 수렵과 채취,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생활하는 양식까지 똑같다는 보고였다.

단지 틀린 것이 있다면 첫날 원주민들은 거의 만날 수가 없었다는 점이 달랐다는 것이다. 대규모 총칼을 든 군사를 만났으니 두려워 산으로 들로 피신했으리라는 생각은 누구나 유추해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들의 보고를 받고 침음하던 곽재우는 이런 실태가 이곳만 한정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지역도 그런지 확인해 보기 위해, 1개 여단을 더 북쪽지역으로 파견해 보기로 했다. 기간은 1달로 잡고 계속해서 북쪽을 탐험해보도록 한 것이다.

이것도 조선해군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 곽재우는 그렇게 명하고 나머지는 모두 일단 해안보다 내륙 깊숙이 들어간 곳에 정착할 대규모 숙영지를 건설허기로 했다. 곽재우의 명에 따라 보다 멀리 나아가 통나무를 벌채와 대규모 숙영지를 짓는 공사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군대이니 큰 통나무집 하나에 백 명씩 거주할 수 있게끔 큼직 큼지막하게 짓도록 했다. 이 공사에는 누구나 예외 일 수 없어서 황자들도 잔심부름을 할 정도로 모두가 참여한 공사였다.

이렇게 근 열흘을 설치자 대규모 숙영지가 완성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생존 문제 즉 적이 없어 생존은 보장되겠는데, 장기적으로 먹고살 일이 문제였다. 탄약 등 군수품이야 상인들로부터 보급받기로 했지만, 군량 즉 생계는 자체적으로 해결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둔전이라도 일구어야 하나?’

곽재우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데, 이는 혼자의 생각보다는 중지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제장은 물론 참모와 두 황자들마저 자신의 군영으로 불러들였다.

이에 따라 1, 2여단장은 물론 최담령, 원숭환 그리고 두 황자인 이 예와 욱이 각기 자리를 잡고 곽재우를 주시하게 되었다.

“부근에 큰 적이 없어 다행이오만,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않겠소? 어떻게 해야만 이 대 군사가 먹고 살 수 있겠는지, 그 방안을 논의해 보도록 해봅시다.”

곽재우의 말에 모두 심각한 안색으로 생각에 잠기는데 제일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지낭인 최담령이었다.

“벼농사가 가능한지 우선 기후조건이나 물의 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는 게 급선무이겠습니다. 또 밭작물은 무엇이 가능한지도 알아봐야 하겠고요. 주변의 지형을 살펴보니 대규모 평지라 전답의 조성은 일단 쉽겠소이다 만은........?”

“흐흠.........! 다른 의견 있는 분 말씀해주세요.”

“꼭 논농사 밭농사를 지어야겠습니까? 이곳 원주민들처럼 사냥과 물고기를 잡고 야생열매들을 채집해 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황자 이 예의 발언에 곽재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것은 부업개념으로 행할 일이고 장기적인 안목으로는 취할 바가 못 되는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짓는다 해도 문제는 문제입니다. 이곳의 토질과 기후가 완전히 달라요. 그러니 이에 맞는 품종이 있을라나 모르겠습니다.”

원숭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곽재우가 받았다.

“그 또한 한 해를 넘기며 시험해보아야 할 일. 우선은 다각도로 시험해 봅시다. 그러자면 농사가 잘 된다 해도 첫 수확물이 나올 때까지가 문제고, 하여튼 여러 문제가 생기는 군요.”

“이곳 원주민들을 얼마간 잡아다 그들에게 물어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말이 다르니 그것이 문제이긴 하겠습니다만?”

황자 이 예의 말에 곽재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되던 안 되던 그런 방법도 취해봐야죠. 헌데 문제는 그들이 우리가 제안하는 천연두 접종을 순순히 받아들일라나도 문제긴 문제입니다.”

곽재우의 말인즉슨 황제 이진이 지시한 일로 원정군 모두는 천연두 예방접종을 했을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의원과 함께 접종약도 가지고 왔기 때문에 하는 말이었다.

학자들 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이 당시 기준으로,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수를 80만에서 최대 150만이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것이 스페인이나 영국 프랑스 등의 서양인들에 의해 상당수가 이 천연두나 홍역 질환에 죽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이들이 오랜 세월 타 대륙과 단절된 생활을 해, 전혀 이 병에 대한 면역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곽재우의 말을 최담령이 받았다.

“일단은 부딪쳐 봐야죠. 그리고 어떻게 하든 받아들이도록 만들어야 하고요. 또한 황상이 지시한 모피 수집을 통한 교역문제도 이들을 통해야만 되는 것이니, 이들을 어떻게 달래느냐 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 문제로군요.”

“그렇소이다. 하지만 일단 그 문제는 부딪쳐봐야 답이 나올 문제이므로 그 때가서 좋은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하고, 대두될 다른 문제가 있다면 이 기회에 논의해 봅시다.”

“이들이 적대적으로 나왔을 때도 문제입니다. 황상께서는 공존공영 하라 지시하셨지만, 그것은 저들이 우리의 제의를 받아들였을 때이고, 아닐 때의 대책도 강구해 두어야 하지 않겠소?”

처음으로 입을 열어 의견을 제시하는 이 욱이었다.

“저항하는 자들은 본보기로 모두 일단은 노예로 부립시다.”

곽재우의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원숭환이었다.

“그렇게 되면 또 더 많은 적을 만들지 않겠습니까?”

“방법이 없질 않소? 그렇다고 인구도 희박한 넓은 땅에, 저항하는 족족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은 곽 장군님의 말대로 해보고 추후에 더 좋은 방법이 있으면 강구해보도록 하지요.”

이 예의 말에 우선은 뾰족한 수가 없으니 고개를 주억거리는 장내의 인물들이었다. 이후 한동안 장내에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자 곽재우가 물었다.

“다른 의견 없습니까?”

“.........”

역시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곽재우가 최종 결론을 지었다.

“우선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군량 문제입니다. 몇 달이야 버티겠지만 그 이후가 문제이니, 우선 내일부터 보다 광범위한 지역으로 퍼져 주변을 정찰하는 것은 물론 사냥과 물고기라도 잡아오는 것으로 합시다. 하고 인근의 부족 얼마간도 잡아다가 물을 것은 묻고, 우리의 제의도 그들에게 해보도록 합시다. 됐지요?”

“네, 장군님!”

모두 대답을 하는 것으로 회의가 파했다.

그 이튿날.

본영에는 기병 1천과 왜병 1천만 남고, 모두 곽재우의 말대로 왜인까지 모두 지역정찰을 나간 가운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열두 살 전후의 아이 두 명이 본영을 찾아든 것이다. 그들의 어깨에는 모피 가죽 몇 장이 메어져 있었고, 이들은 시종 그것과 왜병들의 칼을 가리키며 손을 물레바퀴 마냥 돌리고 있었다.

누구나 알 수 있는 보디랭귀지로 칼과 그 가죽을 바꾸자는 뜻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일단은 병졸들에 의해 곽재우가 머물고 있는 군영으로 보내졌다. 이 모든 사항을 병졸들로부터 들은 바 있는 곽재우는, 잔뜩 겁에 질린 아이들에게 당과 하나씩을 내밀었다.

이를 받아든 아이들이 까만 눈동자로 곽재우만 바라보며 먹을까 말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에 곽재우 또한 당과 하나를 꺼내 입에 넣고 맛있게 먹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비로소 당과 하나를 입에 대고 살짝 맛을 보았다.

그리고 무척 달자 한 입에 털어놓고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했다. 그리고는 또 달라는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이에 하나를 더 준 그가 이번에는 불쑥 상품으로 가져온 부엌칼을 내밀고, 소년들의 어깨에 걸친 가죽을 가르쳤다. 그리고 손가락 하나를 펴보였다.

누구를 주려는지 차마 당과를 들고 있던 소년들이 기쁜 빛으로 얼른 모피 한 장을 내밀고 칼을 은근히 잡아당겼다.

“하하하.........! 좋다!”

말과 함께 곽재우는 칼을 내주고 모피 한 장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는 다른 상자에서 부두((斧頭) 즉 자루 달리지 않은 도끼날을 내보이며 손가락 하나를 펴보였다. 이에 얼른 응해 모피 한 장을 또 내놓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과 놀이를 하듯 재미를 붙인 곽재우는 아예 아이들을 데리고, 샘플로 들여다 놓은 각종 상품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아까 보여준 것 외에 톱, 송곳, 솥, 농기구 종류, 각종 의복종류, 토기 및 자기를 비롯한 그릇 종류, 낚시 도구, 의약품, 각종 술 종류, 구슬, 총 및 탄약, 심지어 보석 종류까지 그 상품이 다채로웠다.

죽 둘러본 아이들이 한 장 남은 것으로 각각 하나씩을 선택했는데, 하나는 톱을 하나는 낚시 도구를 선택했다. 곽재우는 껄껄 웃으며 군말 없이 아이들이 선택한 것을 내주었다. 이렇게 해도 정말 우리 측에서는 수지가 맞는 장사였다.

서양인들이 이 신대륙에서 처음 물물교환 할 때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 이들이 가지고 있던 나이프였는데, 이들은 이것을 가죽 한 장과 맞바꾸었다. 그런데 이것이 엄청난 폭리로써 이 모피 한 장을 유럽으로 가져가면 나이프 수십 개를 살 수 있는 당시의 가격이었다.

곽재우 역시 도둑은 도둑(?)이었지만 먼 거리 항해를 생각한다면 헐값에 줄 수도 없었을 것이다. 하긴 곽재우가 두 물건의 값을 정확히 알고 있지도 못했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양 진영 간의 첫 교역이 이루어졌다. 그것도 생각지도 못한 아이들을 통해서.

이는 부모들이 아이들은 설마 어쩌지 않겠지 하는 심리로 이들을 보낸 듯 했다. 어찌 됐든 곽재우는 이들을 돌려보낼 때 절대 그냥 돌려보내지 않았다. 이 아이들에게 곽재우는 당과는 물론 곶감마저 한 보따리씩 들려 보냈다.

치사하지만 아이들을 유혹하기 위한 선물임은 당연했다. 그러고 나서 저녁나절이 되자 부근에 살던 부족민 일부가 잡혀왔다. 많은 마을에서 숨어 있던 자들이 잡혀 온 것이다. 곽재우는 이들 모두를 자신의 군영 안으로 들여 온갖 상품부터 먼저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지고 왔던 가죽을 보여주며 맞바꾸자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이들이 그 의미를 알아들었던지 몰랐던지 간에, 좋은 음식으로 융숭히 대접해 보냈다. 또한 남자들에게는 술도 한 잔씩 먹여 보냈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곽재우는 몰랐지만 이 로스엔젤레스 지역에는 예로부터 통바 또는 가브리엘리노스라는 부족과 추마시 부족이 거주해 오고 있었다. 가브리엘리노스 라는 말은 ‘옻나무가 많은 지역’이라는 뜻이었다. 실제로 옻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는지 아직 모르겠지만 그렇게 불렀다. 또 이를 스페인어로는 양나(iyaangẚ)라고도 불렀다.

이튿날.

곽재우가 베푼 선심이 이들에게도 통했다.

어제 잡혀왔던 자들이 일단의 부족민들과 함께 모피를 잔뜩 들고 왔던 것이다. 그 중에는 어제의 그 두 소년도 부모님은 물론 다른 마을 사람과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 있었다.

곽재우는 아예 상인들을 동원해 이들과 어제와 같은 방법으로 물물교환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두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이곳에 맛있는 것 먹으면서, 글과 말을 배우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정말 어렵게, 어렵게 손발 짓을 다 동원해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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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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