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74 회: 2부 카자흐 부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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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인가?”
나는 다가오는 정보부장 송익필을 바라보고 물었다.
“할하부족이 정체모를 자들의 침입을 받아 가축을 약탈당하고 일부 부족민들이 끌려갔다는 정보입니다. 황상!”
“흐흠........!”
이마를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황제 이진이 말했다.
“충의 충순왕이 원정을 떠난 상태에서 일어난 모양인데, 그들 또한 짐이 통치하는 짐의 백성. 짐의 치하에 있는 백성들이 고통을 겪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짐의 백성을 건드린 놈들에게 반드시 고통을 안겨주어야겠다. 일단 알았으니 내일 각료회의에 부쳐보도록 합시다.”
“네, 황상!”
송익필의 보고로 기분이 다친 나는 황후를 보고 말했다.
“짐의 흥이 갑자기 사라졌소. 먼저 갈 테니 알아서들 하오.”
“네, 황상!”
나는 그들을 내버려 두고 후원을 빠져나왔다.
다음 날 나는 각료회의를 개최하여 할하부족이 당한 고통을 전하고 반드시 이들을 붙잡아 그 죄를 물을 것을 천명하며, 이의 토벌에 누구를 보낼 것인가를 논의하였다. 그 결과 백전노장 곽재우 장군을 추천하는 자들이 많았다. 이에 나는 북경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장군 곽재우에게 사건의 전말을 전하고 이를 반드시 토멸할 것을 지시하는 칙서를 내렸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는 격이나 장군밖에 믿을 사람이 없으니.......’라고 시작되는 칙서의 내용에는, 적의 인원이 대략 일천 명 정도의 기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들로부터 입은 피해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리고 토벌군의 선발 인원 및 그 부대 운용 등 일체의 것에 대해 전권을 위임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로부터 6일 후. 정비된 역참제도에 의해 6일 만에 황제의 칙명을 받은 곽재우는 우선 할하부족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그의 기억에는 그런 부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를 조사한 결과 저력토의 초로스부족과 충의왕의 부족으로, 대흥안령산맥 서쪽 너머에 흐르는 할하 강을 끼고 사는 부족임을 알았다. 그 다음 곽재우가 봉착한 문제는 어느 부대를 차출할 것이며 그 수를 얼마로 할 것인가였다. 정황 증거상 저들이 기병이니 우리도 기병만으로 추격부대를 꾸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러 면으로 판단하여 보건데 먼 원정길이 될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을 종합하여 판단한 곽재우는 휘하 29만 군사 중, 기병 5천 명만 추격 부대를 꾸릴 것을 결심했다. 만사는 불여튼튼이라. 혹시 몰라 적의 다섯 배나 되는 규모로 추격 군을 꾸릴 것을 결심한 것이다.
게다가 전마는 2만 필에 대한 동원령을 내렸다. 이는 말이 지치면 신속히 다른 말로 갈아타기 위해서였다. 이런 결심을 하고 나니 곽재우는 스스로도 한심한 생각들이 들어 헛웃음이 나왔다. 29만을 거느리는 지체가 겨우 5천 명의 우두머리가 되어 추격하는 것이 꼭 황상이 언급한 대로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황상이 언급한 대로 믿을 것은 자신 밖에 없다는데, 그 성총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태만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져먹은 곽재우는 정신을 새롭게 하고 다음 문제를 생각했다.
이제는 보급이 문제였다. 적의 추적에는 기동력이 생명인데 일반 보급 형태로는 너무 많은 날들이 지나 그들을 놓칠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래서 그는 몽골기병의 보급체계 중의 하나인 보르쓰를 택하기로 했다. 보리건빵도 전투식량으로 제공되고 있지만 이것은 장기추적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예 배제해버렸다.
아무튼 보르쓰 라는 음식이 무엇인가 하면, 몽고인들이 전시(戰時) 아니면 유학생들이 해외로 나갈 때 꼭 가지고 가는 음식으로, 겨울에 소를 잡아 고기를 지하창고에서 냉동과 동시에 건조에 거듭한 것을, 작은 절구에 찧어 소의 방광에 다져넣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 마리의 소가 한 개의 방광에 다 들어갈 정도로 그 부피가 작아지는데, 이 작은 덩어리 한 개만 꺼내 솥에 넣고 끓여도 그 양이 무진장 불어나 보급품으로서는 적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이 보르쓰를 이용해 군량을 해결한 징기스칸이 연전연승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만 먹으면 괴혈병이 걸릴 위험이 높았기 때문에, 말린 찻잎을 가지고 가 함께 끓여 먹었다고 한다. 오랜 전쟁 경험으로 이 모든 것을 들어 알고 있던 곽재우는 곧 이를 조정에 정식 보급품으로 요청했다.
이에 조정에서는 이를 할하부족에게 통보하여 마련할 것을 지시하였다. 문제는 그곳까지 빠르게 당도하는 것이었다. 이에 곽재우는 그곳에 이르는 역참로를 이용하기로 보급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또 조정에 정식 요청했다.
이 명이 또 각 역참에 전달되고 여타 무구와 소소한 보급품을 챙긴 곽재우는 곧 북경을 떠났다. 북경을 출발한 곽재우 기병군단의 진군 속도는 한마디로 세상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각 역참을 지나며 그곳에서 음식을 제공받는 것만으로 밤을 새워 질주했기 때문이었다.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물도 필요 없었다. 갈증이 나면 몽고 군대가 그러하듯 말의 목에 빨대를 꽂아 피를 마시며 기갈을 해결했다. 이런 번개 같은 속도전에 의해 곽재우 기병군단이 피해를 입었다는 할하부족에 당도하니, 북경을 떠난 지 단 칠일 밖에 지나지 않았다. 잠깐 잠깐 자는 잠도 말 위에서 잔 것이다.
아무튼 곽재우는 무리를 거듭한 부대원들에게 휴식을 명해 피로를 풀게 하고 자신은 보르쓰는 보급되어 있는지, 또 더 정확한 저들의 정체 및 피해규모를 알기 위해, 역관을 데리고 이 모든 사항을 세세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명장 되기가 어려운 것이다. 말단이 되면 명대로 피곤한 몸을 누이면 되지만 최고 지휘관은 남이 쉴 때도 이 모든 것을 파악하여 앞날의 작전을 짜야 되는 것이다. 아무튼 곽재우는 보르쓰 5천 개가 준비되었으며, 적의 정체에 대해서도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부근의 적들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그 증거로 부족민들의 증언에 의하면 약탈자들이 쓰는 언어가 많이 달랐다는 것이다. 또 규모에 대한 증언도 제각각이었지만 대략 천 명 선인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 제반 정보를 종합한 곽재우는 길 안내할 향도를 자원 모집하니, 피해를 입을 가족들 중에서 많은 지원자가 나타났다.
곽재우는 그 중에서도 여러 부족의 말에 능한 사람을 선발하니 다섯 명이었는데 모두 나이가 사십이 넘은 자들이었다. 아무튼 꼬박 반나절을 이렇게 보낸 곽재우도 이들이 제공하는 겔에서 마침내 골아 떨어졌다.
그의 나이 어언 59세로 꾸준히 몸을 단련해오지 않았다면 젊은이도 감당하지 못할 일을 그는 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 날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일찍 밥 지어 먹은 곽재우 군단은 본격적인 추격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마디로 쉽지 않았다. 벌써 습격을 받은 지 꽤 오래 지난데다가, 겨울처럼 눈이 쌓여 발자국이 남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곽재우는 그들이 도망쳤을 것 같은 방향으로 추적하여, 그곳에 거주하는 유목민들에 일일이 탐문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다보니 갈수록 추격 속도는 떨어지고 시일이 지체되었다. 그렇지만 결코 그들의 행방을 놓치지는 않았다. 그들의 인적 구성이 한두 명이 아닌데다 약탈 민과 약탈한 가축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약탈민 대부분이 여자라 그들을 잡는다 해도 온전할 것 같지 않았지만, 지금으로서는 생각 밖의 문제였다.
아무튼 곽재우 군단이 물어물어 이들을 추적하는데 북극성과 떠오르는 해를 중심으로 판단하건데 분명 방향은 서북쪽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들은 마침내 약탈물을 발견했다. 주로 기동력이 좋은 말과 소를 약탈당했다고 했는데, 그 중에서도 소를 헐값에 사들인 부족을 만난 것이다.
추적을 눈치 챈 것인지 보다 기동력이 떨어지는 소들을 모피와 바꾸어 갔다는 것이다. 그런 부족들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자연스럽게 이들이 도망간 방향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그들의 꼬리는 쉽게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또 얼마가 지났는지 모르겠다.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팔았다는 약탈물로 사라지고 그들을 보았다는 원주민도 만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갈수록 언어가 틀려져 향도로 데려간 자들과도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문제점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도 황명을 받은 이상 단념할 수 없는 곽재우는 오늘도 이들을 추적하다가, 곧 해가 떨어질 것 같아 이름 모를 평원에서 노숙할 겔을 세우게 했다.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은 맞는지 늦봄을 맞아 온 산천이 이름 모를 꽃과 풀들로 지천이었다.
때로 수림지대를 지날 때는 소나무나 잣나무처럼 뾰족뾰족한 잎들을 가진 침엽수들이 해를 가릴 정도로 들이 차 길을 잃을 정도의 곳도 있었다. 이 밖에 곳곳에 늪지대도 산재해 있었으며, 큰 강도 몇 개를 지나왔는지 몰랐다.
아무튼 오늘도 마른 나무를 주워 불을 피우고 그 위에 작은 솥을 얹어 물을 끓이는 대원들을 보노라니 자신부터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오랜 추적에 대원들도 심신이 지쳐갔지만 자신 또한 나이가 있는지라 점점 피곤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곽재우는 대원들이 불을 피워 물을 끓이는 것을 물끄러미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풀밭에 팔베개를 하고 벌렁 누웠다. 대평원의 한 복판이라 주변이 한 눈에 들어왔다. 이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멀리서 많지 않은 가축들이 풀을 뜯어먹는 것이 보이고, 그 너머로 아직도 흰 눈을 이고 있는 거대한 산맥도 보였다.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보니 시리도록 푸른 하늘이 금방이라도 푸른 물감이라도 떨어뜨릴 듯이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주변 경치는 한없이 좋았지만 사념은 끝없이 일어 자신을 괴롭히고 있었다.
처음에는 당연하다 생각했던 황상의 명부터가 요즈음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대제국으로 보면 정말 창해에 좁쌀 몇 개라도해도 과언이 아닌 일개 부족이 약탈을 좀 당했기로서니, 자신부터가 나서서 추적을 해야 되는지 의심스러웠다.
물론 황상의 어심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갔다. 자신 치하의 백성이 단 한 명이라도 당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결의를 천명한 것이겠지만, 이렇게 해서는 군의 수고로움이 끝없이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하긴 황상도 이 도적놈들이 이렇게 먼데서 약탈을 하러 왔을지는 몰랐을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부족의 우발적인 약탈쯤으로 생각했겠지만 추격해온 거리를 감안하면 왠지 작의적인 냄새를 지울 수 없는 요즈음의 곽재우의 판단이었다. 약탈자가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드는 요즈음 곽재우의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까지 하자 곽재우는 갑자기 섬뜩한 생각이 들어 새삼 주변을 둘러보고 소리쳐 물었다.
“주변 경계는 철저히 하고 있느냐?”
“네, 장군님!”
“이리 오너라!”
“네, 장군님!”
대답한 자를 보니 한 부대에서 파견 나온 400명의 우두머리로 대대장 직책의 망케라는 자였다.
곁에 와 부동자세로 서 있는 그를 보노라니 왠지 웃음이 나와 곽재우는 피식 웃으며 불문곡직 물었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약탈자들이 우리를 한 곳으로 유인하고 있다는 생각지 들지 않나?”
“아무래도 이상하긴 이상합니다. 대부분 약탈자들이라야 백리 이내, 먼 곳이라도 이백 리 이내인데, 우리가 지금까지 추격해온 거리를 생각하면 못해도 이천리가 넘을 것 같사옵니다. 하니 아무래도 이상하긴 이상합니다.”
“바로 그거야. 우리에게 뭔가 노리는 게 있어.”
확신이 서자 곽재우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그에게 명했다.
“전 대원들을 집합시키도록 해라! 아무래도 불길해.”
“네, 장군님!”
곽재우의 명에 물을 끓이던 대원들이 황급히 일어나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외곽에 배치된 경계 조는 예외였다. 부대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정렬된 부대원들을 바라 본 곽재우가 소리 높여 외쳤다.
“아무래도 적이 간단치가 않은 놈들이다. 우리에게 뭔가 노리는 게 있다. 하니 앞으로 더욱 경계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 혹시 밤중에 기습을 할 수도 있으니 더욱 경계를 강화하도록 하라. 하고 낮에도 선발 정찰대의 운용을 강화하겠다. 알겠나?”
“네, 장군님!”
일장 연설을 마친 곽재우는 비로소 조금 마음이 놓여 대원들을 해산시켰다.
* * *
그로부터 또 오 일이 지났다. 지금까지는 저들의 행적을 놓치지 않고 추적해왔으나 이곳부터는 갑자기 적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즉 거대삼림의 초입으로 이 삼림 속으로 들어갔다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곽재우 이하 모두 낙담을 하고 있는데, 물색모르는 휘파람새 한 마리만 어디서 날아와 놀리듯 울고 있었다.
“더 이상은 힘들겠습니다. 적의 행방도 묘연하고....... 아쉽지만 이만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장군님!”
“흐흠.........!”
망케 대대장의 말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침음하던 곽재우가 단안을 내려 말했다.
“내일 하루 이 부근을 더 수색해보고 그래도 흔적을 발견치 못한다면 그때는 돌아가기로 하겠다. 단 오늘은 추적의 마지막 밤이 될지 모르니 더욱 경계를 철저히 하도록. 아무래도 기분이 나빠. 어젯밤 꿈자리가 뒤숭숭했거든. 아무튼 네가 각 대대장들에게 내 명을 전달하도록!”
“알겠습니다. 장군님!”
그가 복명과 함께 물러가도 곽재우의 찌푸렸던 안색은 펴지지 않았다.
그날 밤이었다.
밤이 깊었어도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는 곽재우의 귀에 요란한 총성이 들려왔다. 한두 발이 아니었다. 수백 발의 총성에 기겁을 한 곽재우가 본능적으로 한 옆에 세워두었던 천보총을 들고 겔을 뛰쳐나갔다. 그 순간에도 총성은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었다.
타다당, 탕탕........!
탕탕, 타다다당........!
본능적으로 바닥에 엎드린 곽재우는 소리 나는 곳을 살펴보았다. 전방 경계를 서는 자들과 피아간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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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고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