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9 회: 왜국 정벌(수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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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근친끼리 가까운 시간을 보냈지만 이진은 전혀 술기운이 오르지 않았다. 드디어 이제 왜국을 정벌할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기대와 혹시나 하는 조바심에 마음 한 편에서는 조심하는 바가 있었다.
그래서 이진은 모두 돌아간 뒤에도 광해를 남겨 왜국 정벌에 대한 구체적인 계책에 대해 한동안 그와 논의에 논의를 거듭했다. 그 결과 이튿날 새벽부터 정보부 고위급 요원 중 왜어에 능통한 자 하나를 불러들여, 비밀리에 히데요리 측에 특사로 파견했다.
그리고 그날 조회 시간에는 왜국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군사 동원에 관한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따라 조선과 만주는 물론 옛 명 치하의 중국까지 군사 동원령이 내려지고, 군선은 물론 원양 항해가 가능한 민간 선박에 대해서도 일제 징집령이 내려졌다.
당연히 병력과 군수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함이었다. 때는 봄기운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사월 중순이었다. 아무튼 이에 따라 소집된 군사의 면면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았다. 제일 먼저 황하 상류에 조선 수군을 기다리고 있는 군사로서 서장을 정벌하려 했던 군사들로 곽재우가 거느리는 조선군 15만에, 이여송의 군사가 10만, 또 저력토의 기병이 4만이었다.
여기에 할하 3부 점령 전에 참가했던 권율의 군사 20만 중 기병 포함하여 10만을 동원하고, 나머지는 모두 북경성 주변에 포진하여 유사시에 대비하도록 했다. 또 항복한 카라쿠라 측의 2만5천 기병, 또 점령한 곳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현지에 일부의 병사를 남겨 다소 군사가 줄어든, 소낭태길의 3만 군사, 구유크의 2만 군사가 추가로 동원되었다.
여기에 조선 본토에서도 신립에 거느리는 10만 군사가 동원되었다. 또 옛 여진 땅에서도 추가로 5만 기병이 동원되었다. 여기에 수군 30만에, 동원된 선박이 민선 포함하여 5천여 척에 이르렀다. 그리고 이들의 총 지휘관으로 해상에서는 이순신 대 제독 육상에서는 신립이 대원수가 되어 전체를 지휘하도록 했다.
아무튼 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았다.
대원수 신립 휘하 조선군 10만.
중국 본토에서 곽재우가 이끄는 군사가 총 29만.
만주 방면에서 권율이 지휘하는 군사가 12만5천(카라쿠라 항복병 포함).
충순왕 소낭태길 3만 기병.
충의왕 구유크의 2만 기병.
여진족 기병 5만.
이순신 대제독이 거느리는 수군 30만에 민선 및 군선 5천여 척.
이렇게 되니 총 동원한 군사 수는 육군이 61만 5천.
수군이 30만 도합 91만 5천으로 100만 군사로 널리 선전하도록 했다.
이 대군이 한꺼번에 바다를 건널 수는 없었다. 차례로 6차에 걸쳐 수송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모든 병력을 이에야스의 근거지인 에도(江戶) 성으로 집중시키도록 했다. 대규모 물량 작전으로 완전히 저들이 싸울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기를 꺾을 셈이었다.
이렇게 조선이 병력을 운송하는 동안 에도 성은 난리 정도가 아닌 초상집 분위기로 연일 장계 눈발처럼 휘날리고 파발마는 꼬리에 꼬리 불이 붙어, 전국 각지를 향해 내닫기 시작했다. 이에 제일 먼저 도착한 것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 교토에 있던 이에야스의 아들 쇼군 도쿠가와 히데타다였다.
뿐만 아니라 조선군의 2차 병력이 상륙할 즈음에는 슨푸(駿府)에 있던 이에야스마저 달려와 늘어진 볼 살이 쏙 들어갈 정도로 근심에 잠겼다. 그리고 연일 회의를 열어 그 대책에 부심하나, 적의 엄청난 물량 공세에 기가 죽어 뚜렷한 대책이 없었다.
그래도 연일 파발마를 띄워 자신 휘하의 다이묘는 물론 오사카의 히데요리와도 급 화친을 모색하고, 그들 휘하의 다이묘까지 청하나 쉽지 않았다. 이렇게 세월이 흐르는 속에 조선군은 아예 에도성 바깥에서 포 한 발 쏘지 않고 장기 대치에 들어갔다.
물론 다른 병력을 기다리는 것이지만, 상대에게도 시간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는 미리 계획된 안으로 전국을 쫓아다니며 각 다이묘들을 토벌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의 전투로 아예 싹 쓸어버려 그 수고로움을 덜고자 함이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60만 조선 육군이 에도 성 바깥 벌판에 인간과 전마로 빼곡할 때, 이들도 이에야스의 휘하 다이묘들이 각지에서 모여드니 20만 이었다. 그러나 아직 오사카에서는 병력을 보내지 않고 있었다.
애가 단 이에야스가 아들을 직접 보내 백배 사죄하고, 어찌 되었든 한 천왕 밑의 같은 백성이요, 입술이 망가지면 이가 시리다는 고사를 들어 원병을 청하니, 마지못해 히데요리 군 역시 15만 병력을 이끌고 에도 성에 입성을 했다.
이 과정에서 히데요리는 많이 망설였다. 조선의 특사가 찾아와 이에야스를 몰아내면 정이대장군 직위를 준다고 협상을 제시해와 한동안 번민에 잠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외세를 끌어들여 자신이 정권을 잡는 것인바 탐탁지 않아 하는데, 이에야스의 아들마저 찾아와 읍소하니, 그들의 뜻을 ㅤㅉㅗㅈ은 결과였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그들이 제시한 조건이 있으니, 이번에 조선군을 물리치면 자신 스스로 정이대장군에서 물러나고 히데요리에게 그 직위를 물려준다는 조건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물론이었다.
아무튼 수성전을 위해 에도 성 바깥의 백성들까지 모두 끌어들이고 나니, 30만 군사를 다 들일 수 없을 정도로 성이 비좁았다. 해서 양군이 상의하길 모범과 결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이에야스 진영의 15만 군사가 1차로 성 밖으로 진출해 조선군에 대항하고, 히데요리의 군사는 안에서 내응 내지는 수성전을 전개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이에 따라 15만 이에야스 군이 남문 밖에 대규모 진영을 개설하자 비로소 조선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각 군단의 화기병들이 출진을 하는데, 각 종 포의 진열에도 아직 적들은 그 위력을 몰라, 크게 당황한 빛은 아니었다.
그러나 잠시 후 10개 영의 화기병들이 일제히 각종 포를 방사하니 이것은 문자 그대로 천지번복(天地飜覆)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일제 포격에 인마고, 사람이고, 땅이고 간에, 모두 하늘로 말아 올리는데, 땅만이 아니라 하늘마저 뒤집어 지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바가 있었다.
펑, 펑, 펑..........!쾅, 콰르르 쾅, 콰쾅.........!
웅웅웅...........!
엄청난 굉음에 아예 비명 소리는 묻히고 종내는 이명음으로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사태를 초래했다. 이를 인지한 조선군은 사전에 귀마개를 착용해 그 타격이 덜했지만, 왜병들은 그야말로 귀마저 들리지 않으니 통제 불능에 빠졌다.
그런 포격이 2각 지속되자 적은 아예 지리멸렬 군대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런 속을 이제는 20만 기병이 일제히 내달으니 그 진동음에 하늘이 놀라고 땅거죽이 들썩였다.
병력을 총 지휘하던 히데타다의 안색 또한 누렇다 못해 푸르죽죽 죽는데 어설픈 성곽이 우수수 부서져 내리는 것은 물론, 싸움이고 나발이고 이제는 살길 찾아 도망가기 바쁜 왜병들이었다. 애초부터 싸움 자체가 안 되는 데다 적의 화력을 너무 안이하게 본 것이 대 실수였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모조리 죽여라!”
“왜구의 씨를 말려라!”
왜구라면 유독 이를 가는 조선 기병들이 살기를 드러내며 걸리는 족족 긴 창을 내지르니, 왜구들은 꼬치 꿰인 생선이 되어 푸들거리다 한 생을 마감하곤 했다. 이렇게 되니 밖으로 나왔던 군사의 태반이 살상이 되어 시체가 동산을 이루고, 피가 강물을 이루어, 히데타다가 살길을 찾아 성문을 열라 하나, 기마대의 돌진을 예상한 안에서도 성문을 열어줄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야말로 이리 몰리고 저리 쫓기며 토끼 사냥 당하는 왜병들이었다. 그래도 간간히 조총을 난사하고 성 안에서도 지원을 하나, 이제 보군마저 일제히 쇄도하니 아예 기가 질려 대부분이 전투 의지를 상실하고 병기를 팽개치고 두 손을 번쩍 치켜드는 대부분의 왜병들이었다.
그 시간 왜왕이 거주하는 교토 일 왕의 궁성도 포위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육군을 전부 육상에 상륙시킨, 해군 20만이 상륙하여 왜왕의 항복을 종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대 제독 이순신이 파견한 사자 즉 신충일이 왜왕과 지금 담판을 짓고 있었던 것이다.
전부 에도로 몰려가고 궁성을 수비하는 군사는 채 2만도 되지 않았던 까닭에 모두 궁성 밖을 바라보며 길게 목을 빼나 간담만 서늘할 뿐, 대책이 없기는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사자를 궁성 안으로 들여보낸 지 2각이 지나지 않아도 사자가 돌아오지 않자 이순신은 위협을 하기 위해 화기영 병사들에게 천통류의 발사를 명했다. 이에 왜의 궁성 서문을 향해 준비되었던 포들이 일제히 작렬하기 시작했다.
펑, 펑, 펑.........!“
우르릉 쾅, 쾅.........!쿠왕 쾅, 쾅, 콰광 쾅쾅........!
2개 화기영만 동원했지만 그 위력은 어마어마해서 궁성의 서문이 걸레쪽이 됨은 물론 성곽마저도 초토화 되었다. 또 그 쏟아진 잔해물들이 일제히 해자로 쏟아져 내리니 해자가 금방 차오를 정도로 그 위력이 어마어마한 바가 있었다.
그 시간 사자로 간 외무부 장관 신충일은 왜왕을 향해 겁박을 서슴지 않고 있었다.
“어찌 하겠소? 이대로 왕통이 끊어져도 좋다면 더 이상 항복을 권유하지도 않겠소.”
“우리가 꼭 조선에 가서 살아야만 하오? 그 조건만 아니라면.........”
“목숨을 부지시켜 주는 것만도 황상의 큰 은혜이거늘, 지금 본 장관과 조건을 논하자는 것이오?”
고압적인 신충일의 자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가늘게 떨고 있는 왜왕이었다.
“빨리 결정하시오. 만약 아군이 궁성 안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면, 이곳은 아예 가축 한 마리 살아남을 수 없을 줄 아오.”
“그 그것이..........”
이때 나서는 자가 있었다. 훗날 안 일이지만 오대로 중의 하나로 정권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마쯔다 가쯔오리라는 자였다.
“네, 이 놈! 무례하게.........”
“닥쳐라! 정녕 성이 함락되어 개미새끼 하나 살아남을 수 없음을 눈으로 봐야만.........”
“그만 하시오. 휴우.........! 항복을 할 것이니 잠시 시간을 주오.”
“얼마나 주면 되오?”
“일각이면 충분할 것이오.”
“알았소.”
비로소 고압적인 자세에서 평소의 그로 돌아오는 신충일이었다.
그로부터 15분 후.
왜왕 고요우제이(後陽成)를 비롯한 늙은 왕비는 물론, 세자와 세자빈 여타 왕자들과 공주들이 모두 흰옷 차림에 스스로 결박을 지어 나타났다. 이렇게까지 요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상대의 측은지심을 유도해 자비를 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는 신충일이었다.
이 외에 늙고 젊은 대신들 또한 스스로 오라지어 뒤를 따르니, 그 슬픈 행렬은 옛 우리 선조들이 그들에게 합병당하는 이상의 수모를 그들은 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백기를 앞세운 수백인의 흰옷 행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속을, 신충일 만이 오만하게 얼굴을 치켜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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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