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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31화 (131/210)

< -- 131 회: 몽골과 요서 정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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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족이 ‘매’라 부르는 돌개바람이 부는 동안, 신립이 본대를 귀환할 것을 명하고, 명군에게는 항복을 명했지만, 그렇지 않은 자도 있었다. 전 요동도사(遼東都事) 엄일괴(嚴一魁)였다.

지금은 12여단장으로 말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항상 가슴 졸이며 살아가는 그였다. 자신이 칙사 시절 지금은 황제가 된 이진에게 행한 죄과가 있는 만큼, 그의 기분 틀어져 언제라도 명만 한 번 내리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목숨이라는 것은 그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조선 내에서의 행위가 명국에서도 회자되고 있는 작금, 이는 황제 이진의 ‘이런 자도 살려준다.’는 명군 지휘관들을 회유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인바, 그 약발이 다하는 날 자신의 목숨이 진정으로 위태롭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깨우치고 있었던 탓에, 전공에 목마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대공을 세우는 길밖에 없음을 알았다. 따라서 그의 행동은 남과 다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여단장들이 속속 항복한 명군을 이끌고 본대로 귀환하는 그 순간에도 그의 눈은 연신 사방을 훑느라 분주했다.

기어코 그의 눈에 잡히는 사람이 있었다.

“적의 감언이설에 속지마라. 속히 전열을 정비하고 응전태세를 갖추어라!”

형의 죽음도 모른 채 용전분투하고 있는 셋째 이 여정이었다.

그런 그를 향해 쏜살같이 일직선으로 내닫는 전마 한 필이 있었다. 부하의 만류도 뿌리치고 그에게 달려가는 엄일괴의 앞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백기가 내걸려있어, 재 항복을 하러 가는 모양새였다.

그런 그를 유심히 지켜보는 한 인물이 있었다. 비록 항복한 병사들을 모으고 다친 병사들이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도 엄일괴의 돌출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선을 떼지 못하고 그를 쫓는 홀가적이었다.

자신 또한 끝까지 저항하다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조선군이 되어 활약하고 있지만, 같은 항장으로써 평소부터 같은 동병상련의 정을 느끼고 있는 자이기에, 주목의 대상이 되었는지도 몰랐다.

아무튼 이여정이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이제 목이 쉬어 까마귀 우짖는 소리밖에 안 들림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어라 소리치려하는데.

“장군님! 저기, 저기.........”

부하의 손짓에 따라 눈을 돌리니 백기를 걸고 이쪽으로 쏜살같이 달려오는 한 인마가 보였다. 눈을 좁혀 바라보니 전 요동도사 엄일괴 같았다. 이참에 입 안 가득 고인 모래를 퉤퉤 뱉은 이여정이 대소하며 말했다.

“하하하........! 다시 항복을 하러 오는 모양이로구나!”

“그런 것 같사옵니다. 장군님!”

둘이 이렇게 몇 마디 나눌 새도 없이 그가 곧 들이닥쳤다.

말에서 훌쩍 뛰어내린 엄일괴가 말했다.

“죽음을 각오하고 왔소. 장군!”

“뭔 말이오?”

“적진에서 내가 뭔 대우를 받고 있는 것 같소? 뿐만 아니라 송응창이나 조승훈 장군도 보시오.”

“지금 내게 항복을 권하러 온 것이오?”

“그렇소이다.”

“하하하........! 나는 그들과 같은 겁쟁이가 아니다.”

“시류를 알아야 준걸이라고 했소. 이 돌개바람이 그치는 날 과연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겠소? 괜한 무모한 고집으로 아까운 생명들을 버리지 마오. 간절히 부탁하는 바이오.”

“하하하........! 괜히 ‘이가구장(李家九將)’ 이라는 말과 이가의 아홉 호랑이라는 말이 생긴 줄 아느냐? 잠시 그 더러운 목숨을 붙여줄 테니 빨리 돌아가라!”

정색을 하며 꾸짖는 이여정(李如楨)이었다.

실제 이여송의 형제들은 아홉 명으로 거개 장군 내지는 최소 참장까지 올라 이가구장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이름의 글자에 모두 나무 목(木) 변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 여정의 거절에, 떠드느라 입에 한가득 모래먼지만 마신 엄일괴가 최후로 간했다.

“명이 얼마나 존속하겠소? 길어야 10년이오. 또 이렇게 패전을 하고 살아 돌아간들 목숨이 온전히 붙어있겠소?”

“네 놈이 감히........! 우리 가문이 어떤 가문인 줄 알고.........”

“원래 조선인 아니오?”

“살기가 싫으냐?”

버럭 역정을 내는 이여정이었다.

그런 머리에는 아직도 정정한 부친 이성량의 얼굴이 스치듯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의 위명을 생각해서라도 항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내 마음이 변하기 전에 빨리 꺼져라!”

“장군을 모시기 전에는 혼자 갈 수 없소.”

“네 놈이 감히.........!”

상방보검을 번쩍 치켜드는 이여정이었다. 제 군사의 지휘권을 상징하는 보검으로, 황제로부터 형 이여송이 받은 것을 다시 부여받은 이여정이었다.

그때였다.

퍽!

“으악!”

시종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홀가적이 엄일괴를 구하기 놓은 애기살이었다. 홀가적은 조총보다도 조선이 준 이 편전을 더 좋아했다. 일반 화살은 적을 향해 날리면 장검으로 쳐낼 수 있을 정도이나, 이 편전만은 그렇지 않았다.

애기살이라 부르는 작은 화살이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눈을 뜨고 지켜보아도 절대 쳐낼 수 없었다. 어려서부터 활을 다루어 신궁(神弓) 소리를 듣던 그에게는 아주 좋은 무기였다.

멀리서 봐도 적장이 꺼꾸러지는 것이 보이자, 부하들을 휘몰아 그쪽으로 달려가며 외치는 홀가적이었다.

“적장이 죽었다. 항복하는 자는 살려준다!”

“항복하는 자는 살려준다!”

부하들이 같이 호응하여 소리 지르며 먼지바람 속을 함께 치닫는 이들이었다. 어느새 돌개바람도 약해져 보통 센 바람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이를 받아 본대로 귀환하던 전 조선군사가 외치니 적들은 더한 혼란에 휩싸여 일부는 대열을 이탈하거나 일부는 그 자리에서 납작 엎드렸다. 그러나 이성량이 길러낸 용장들이 항복을 거부하며 외쳤다.

“다 속임수다. 전열을 가다듬고 싸워라! 전투 준비!”

그러나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그들만 설치고 다닐 뿐 대부분의 병사들이 전의를 잃고 항복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곧 도미노 현상이 벌어졌다. 홀로 저항하다는 것은 개죽음. 너도 나도 병장기를 투척하니, 몇몇 이가(李家) 용장들의 목 쉰 소리도 이제는 갈 까마귀의 우지 짖는 소리로밖에는 들리지 않는 한족 병사들이었다.

그나마 독전하던 그들마저 조선군의 총포와 화살에 거꾸러지니 돌연 전장은 신음 소리와 전마들의 구슬픈 비명소리만 울려 퍼질 뿐 평화를 찾았다.

“항복한 병사들은 별도로 관리하고 전장을 정리하라!”

“정리하라!”

조선군의 신명난 외침 속에 전장이 하나 둘 정리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전황이 파악되었다.

적의 포로가 3만 여, 전사자가 2만 명, 행방불명이 1만 명이었다. 또 여기에 노획한 전마가 1만 여필. 기타 무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전사자 중에는 다시 산해관 넘어 귀환하려다 아군의 화기에 노출되어 죽은 자들이 상당했다.

또 하나 특이 사항은 이 와중에 엄일괴도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사실 이여정으로서는 엄일괴를 죽이려한 것은 아니었다. 겁을 주어 쫓으려다 궁극적으로 홀가적의 애기살 한 발에 살해되었지만, 이는 곧 그를 따르던 이가의 충성스러운 수하들에게는 충격과 분노가 아닐 수 없었다.

곧 그 분노가 애매한 엄일괴에게 집중되니, 그는 적진 속에서 난자(亂刺)되어 죽었다.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튼 그 시간, 금주성(錦州城)에서도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 * *

금주성 밖 이십 리 전방에 있는 소능하(小凌河) 변.

금주(錦州) 총병 두송(杜松)은 전 요동 순무(巡撫)이자 요동경략(遼東經略:총독)인 양호(楊鎬)에 의해 이곳에 매복을 실시하고 있었다.

금주성을 치러가기 위해서는 이곳을 건너야 하는 요충에, 두송은 금주성내의 군사 1만과 양호가 내준 군사1만, 도합 2만 군사를 이끌고 와 일찌감치 진지를 구축하고 권율 군단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요동경략 양호가 자신이 이끌던 군사 3만을 이끌고 구원 차 쫓아온 바, 자신은 이곳으로 내몰리고, 금주성 내에는 그가 입성해 농성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무튼 일찍 준비를 마친 그는 눈이 빠져라 전면을 노려보며 적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 그는 자신의 몸에 난 칼자국을 자랑하기를 좋아했고, 병사들 간의 단결된 능력보다 자신의 용기만을 믿고 싸우는 인물이었다.

전쟁은 군과 장교간의 치밀한 작전이 아닌 개인의 용기에 따라 정해진다고 믿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공명심 또한 유독 강한 인물이었다. 그런 그인지라 부하들의 건의에 매복은 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병력만 된다면 기습이나 한바탕 붙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 그에게 2만으로 추정되는 적의 보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봄 가뭄에 거의 말라붙다시피한 하천 제방 너머로 적의 모습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두송은 누런 이를 내보이며 흐뭇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권율은 신립으로부터 금주성을 쳐달라는 부탁을 받자 곧 자신 휘하의 4만 군을 소집했다. 자신 휘하에 있던 명나라 장수들은 애초에 몽골과의 전투를 위해 모두 보낸 바 있고, 자신이 거느린 군사는 기병 2만에, 보군이 2만으로 편성된 부대였다.

이런 권율이 제일 먼저 행한 일은 기병 정찰대를 꾸려 적정을 탐지하는 일이었다. 요양을 떠나 금주성을 향하는 권율에게, 계속해서 몇 갈래로 파견한 기병 정찰대의 모은 정보가 속속 들어왔다.

제일 처음 들어온 정보는 요동경략 양호가 자신 휘하 군대 3만을 휘몰아 금주성 내로 들어갔다는 정보였다. 다음은 금주성 총병 두송이 2만 군사를 이끌고 금주성을 나와 소능하에 매복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또 다음으로 들어온 정보는 신립이 지원 차 파견한 아군 기병 3만이 금주성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권율은 그들에게 전령을 급파해 일단은 아군과 합류해 싸울 것을 제안했다.

곧 권율 부대가 금주성 동문 밖 30리 지점에 이르니, 3개 여단 기병이 합류해왔다. 이를 맞아들인 권율은 곧 이들 여단장을 불러들여 작전회의를 개최했다. 곧 작전이 수립되자 권율은 바로 제 군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아군 보군 2만이 소능하를 향해 전진하고, 또 자신이 거느린 기병 2만도 적의 퇴로를 끊기 위해 우회 출격했다. 그리고 자신은 구원 차 온 3개 기병여단과 함께 제법 큰 야산 뒤의 벌판에 숨었다.

아군 보군이 적병을 유인내기를 바라는 행동이었다. 이런 작전 계획 속에 아군 보군이 제방 근처에 출현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상한 행동을 했다. 더 이상 진격을 하지 않고 각종 포를 가설하는 등 마치 자신들의 위치를 알고 있는 듯 행동하고 있었다.

“제기랄........!”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으며 그들의 이어지는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쪽에서 포 공격을 해왔다. 권율은 이들이 적 앞에 맨 몸으로 노출되는 대신 2개 영의 모든 포를 지원해 주어 최소한의 피해만 입도록 조처했다.

펑, 펑, 펑.........!

쾅, 쾅, 콰쾅........!

우르릉 펑, 펑.........!

이상한 괴음과 이곳저곳에서 적의 포탄이 작렬하기 시작했다. 기겁을 한 두송이었지만 총병 체면에 숨을 수도 없는 노릇. 고함을 질렀다.

“맞대응 하라! 아군 사수와 포수들은 무엇을 하느냐!”

그의 호령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두송 부대가 일제히 화살과 함께 일부의 조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적의 공격은 더욱 거세졌다.

펑, 펑, 펑.........!

쾅, 쾅, 콰쾅........!

우르릉 쾅, 쾅.........! 콰쾅........!

갑자기 작은 가마솥만한 것이 진지 안으로 날아들더니 거대 폭발을 일으키는데 주변에 있는 것은 모두 하늘로 말아 올렸다. 사람의 육신은 그대로 터져나가 뼈도 제대로 추릴 수 없는 처참한 죽음을 맞았다.

혼비백산한 제 병사들이 모두 얼이 빠진 가운데 이러다가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적에게 개죽음을 당할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두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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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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