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2 회: 몽골과 요서 정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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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모두 뛰쳐나가 공격하라!”
두송의 명에 제 군사들이 일제히 뛰쳐나가 돌격을 감행했다.
앉아서 당하느니 차라리 일부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돌격을 감행해 적을 제압하겠다는 전술은 일면 타당했다. 조선군의 포격이 내를 건너는 동안 계속 되었지만, 지난날의 패배의 치욕을 씻겠다는 명군의 의지는 결연했고, 그들의 발분은 곧 제방이 코앞이었다.
적의 일제 돌진에 조선군은 사전에 내려진 작전지시에 따라 일제히 퇴각을 시작했다. 무거운 중화기는 그대로 방치한 채였다. 아무튼 적이 등을 보이자 명군은 더욱 신이 났다. 일제히 그 뒤를 쫓는데 멀리서부터 땅울림이 전해져 왔다.
그것을 느낀 순간 무수히 많은 적의 기병이 보였고, 또 그로부터 얼마 후에는 적이 벌써 코앞으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무섭게 돌진하는 기병에게 2마장의 거리는 거리도 아니었다. 순식간에 단축된 것이다.
“우와........! 적의 기병이다!”
“겁먹지 마라. 기병도 별 것 없다!”
공포에 질린 아군을 위로하기 위해 두송이 고함을 내지르나, 벌써 공포로 동공이 확장된 명군에게 통할 말은 아니었다.
“필사적으로 달려라! 조선군과 뒤엉키는 수밖에 없다.”
두송의 판단은 현명했다. 그러나.........
두두두두..........!
이제는 앞에서 뿐만 아니라 뒤에서조차 땅울림이 전해져오자, 모두 멈칫하여 피아를 확인하느라 돌아본 순간, 앞쪽 적의 기병이 정말 코앞이었다.
두두두두.........!
두두두두.........!
양쪽에서 적의 기병 5만이 휘몰아쳐오니 벌써부터 급전직하(急轉直下) 사기가 꺾인 명군은 제풀에 주저앉아 움직이지 않는 군사가 태반이었다. 일부 대항하는 군사를 향해 적의 기병이 일제히 달려들고, 명군은 대항은커녕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거나 납작 엎드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두송을 호위하는 몇 백의 병사들은 두송을 따라 기병에게 무모한 돌격을 감행했다. 그렇지만 순식간에 짓밟히고 남는 것은 말굽에 다져진 어육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적장 두송은 행인지 불행인지, 어느 기병의 마삭에 목이 얽히니, 그대로 한참을 끌려가다가 생금되고 말았다.
압도적 전력으로 적의 전의를 꺾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 이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전술이라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적의 보군이 진지에서 나오지 않을까봐 보군으로 유인계를 펼치고, 그들이 진지에서 기어 나오자마자 우수한 기동력으로 양쪽에서 두드려대니, 대부분이 아군의 전력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얼어붙어 항복부터 외치니, 전투는 의외로 싱겁게 끝난 것이다.
이로써 적의 항복받은 군사가 1만5천이나 되는 대전과를 올린 권율 부대였다. 곧 항복병들이 대오를 이루고 아군의 화기영 군사들은 신속히 움직여 자신의 무기를 되찾았다. 그리고 이들은 일로 금주성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금주성 5마장 앞.
권율이 높다란 구릉 정상 위에 올라 금주성을 바라보니 무수히 많은 기치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또한 성민까지 동원했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성에 올라 방어에 임하고 있었다. 그리고 성위에는 정확히 헤아릴 수 없지만 상당수의 홍이포(紅夷砲)까지 보였다.
사실 이 홍이포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명의 조정에서 복건의 포르투갈 상인들에게 사들여 배치한 최신식 포였다. 결코 이 땅만은 적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그들의 결의가 느껴지는 작품이라 하겠다. 정확히 40문이었다.
“흐흠.........!”
절로 침음성이 발해지는 순간이었다. 한참을 그렇게 적정을 살피다가 벌판으로 내려와 제장들을 소집해 작전회의에 임하는 권율이었다. 제장들을 둘러본 권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적정을 관찰해 보니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홍이포까지 상당량 비치되어 있고, 성민까지 끌어들여 방어에 임하고 있소. 쉽지 않은 탈환전이 될 것이라 예상되는데 고견이 있는 분은 들려주기 바라오.”
권율의 말에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고심하던전 요동총병(遼東摠兵) 송응창(宋應唱)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도 달리 작전이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전래의 작전대로, 우리의 우수한 화력으로 성문을 깨부수고 돌격하는 외에는.”
“흐흠.......! 다른 의견 있는 분.”
“일단은 성을 포위해야하지 않겠소?”
권율의 물음에 주셔리부 부족장 추쿵거(楚孔格)의 답변이었다.
“그렇소. 일단 성을 포위하되 서문은 남겨두고, 삼면만 포위하는 것으로 합시다.”
“전체를 다 에워싸야지.........”
추쿵거의 이의 제기에 권율이 손을 흔들어 제지하며 말했다.
“무슨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내 생각으로는 한 면은 틔워줌으로써 적의 결사항전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하오. ‘항상 서문만은 트여있으니 전세불리하면 그 쪽으로 도망가면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게 함으로써 적의 날을 좀 무디게 하는 것이죠.”
“군단장님의 생각이 옳은 작전인 것 같소.”
지금까지 침묵을 고수하던 왜의 항장 구로다 나가마사(黑田長政)의 찬성 발언이었다. 이어 위장공격이니 여러 작전 방향이 제시되는 등 다양한 안이 쏟아져 나왔으나 최종 병력배치는 이러했다.
동문에 권율이 지휘하는 조선군 보군 1만과 기병1만.
북문에는 추쿵거와 송응창의 기병 도합 2만.
남문에는 구로다 다가마사와 조선 기병1만 등 도합 2만.
권율의 보군 1만은 항복한 두송의 병사를 감시하기 위해 진중에 남았다.
아무튼 작전 계획대로 서문에는 아무 병력도 배치하지 않은 상태로 금주성에 대한 일제 공격이 시작되었다. 신중한 권율인지라 총 공격 하루 전날 권율은 제장들과 함께 금주성은 물론 외곽을 돌며 철저히 지형정찰은 물론 적정을 파악한 상태였다.
이런 속에서 동문을 지휘하게 된 권율은 아군이 가장 꺼리는 적의 무기 중 홍이포의 사거리를 알아내기 위해, 아군 기병의 진진과 후퇴를 거듭했다.
그 결과 적의 홍이포 최대 사거리는 5마장(五馬丈:2km)이요, 유효사거리는 4마장임을 알아냈다. 아군 포들의 유효사거리가 대부분 4마장임을 감안하면 크게 두려운 무기는 아니었지만, 일부 피해를 감수하고 포 공격을 감행할 수밖에 없음을 알았다.
그렇다고 무조건 돌진을 명한다는 것은 아군의 피해가 너무 커 우선은 포 공격으로 적의 성문을 부술 셈으로 일제히 아군 2개 영의 포를 적진을 향해 가동시켰다.
펑, 펑, 펑.........!
우르릉 펑, 펑........!
쾅, 쾅, 콰쾅.........!
이에 맞서 적의 포탄도 날아오기 시작했다.
쾅, 쾅, 쾅.........!
10문의 대포에서 발사하는 포탄이 산발적으로 아군 진영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적의 대포 총 40문이나 동서남북 사문에 각각 10문씩 배치되어 있음을 적정 관찰로 알아낸 바 있는 권율이었다. 아무튼 서로 주고받는 포격전에 적의 포탄이 가끔은 아군 화기영 진지에까지 떨어져 아군에게 일부 피해를 낳기도 했다.
그렇지만 2개 영을 동원한 포격에 적은 더 많은 피해를 보기 시작했다. 비록 원거리 포격이라 정밀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개중에는 일부의 포탄이 제대로 적의 문루나 성루 때로는 적의 성문을 직격해, 문루가 날아가고 일부의 성문이 걸레쪽이 되었다.
그러나 적들도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적의 성문은 곧장 통나무와 두꺼운 판재로 보강이 이루어지니, 아군을 쉽게 돌진시킬 수 없었다.
그렇게 치열한 공방이 사흘간 지속되어도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지 못한 권율은 초조해졌다. 이에 오늘은 해가 떨어지기 전, 일찍 공격을 마친 권율은 제장들을 불러 모아 다시 작전회의를 개최했다.
그곳에서 좋은 안이 도출되니 권율은 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즉 사흘간 이어진 공격에도 적이 서문 근처에는 얼씬도 않으니 적장 양호는 서문의 병력을 빼돌려 각각 삼문에 재배치한바, 아 측 또한 병력을 재배치 한 것이다. 물론 소수의 감시병은 서문에 남았다.
아무튼 이에 따라 전군을 일찍 밥해 먹여 초저녁부터 재운 권율은 삼경이 되자, 전군을 철저히 소음을 배재시킨 채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문의 권율 부대가 그대로 서문으로 옮겨가고, 북문의 추쿵거와 송응창의 기병은 동문으로 옮겼다.
그러나 추쿵거의 병력 절반은 다른 곳에 숨겼다. 물론 남문의 구로다 나가마사의 기병과 권율 소속의 기병 도합 2만은, 여전히 남문에 배치된 상태였다. 아무튼 이른 새벽부터 다시 총공격이 시작되었다.
적의 병력이 없음을 안 권율은 과감히 아군 화기영 병사들을 적성(敵城) 1마장 전까지 전진시켜 정밀 타격을 시작했다.
펑, 펑, 펑.........!
우르릉 펑, 펑........!
쾅, 쾅, 콰쾅.........!
쾅, 쾅, 콰쾅.........!
그 효과는 놀라웠다. 적이 연락을 받고 미처 대응에 나서기도 전 즉 채 일각이 되지 않아, 적의 문루는 물론 육중한 성문마저 초토화 되어, 대기하고 있던 아군 기마대 1만이 제일 먼저 선두로 성내로 뛰어들었다. 이어 보군마저 줄줄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니, 이때서야 성문 근처에 도착한 적병들은 아군에 묻혀 그 시체조차 온전히 찾을 수 없는 형국이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아군의 신기전이 불꽃놀이를 하듯 온 하늘에 수놓으니, 밝아오는 여명 속에 동문 남문 할 것 없이 일제히 총공세에 나서는 아군이었다. 이에 따라 적이 성내를 진입한 것을 알아도 이에 총력 대응할 수도 없으니, 양호로써는 미치고 펄쩍 뛸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성내에 진입한 군사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 판단한 양호는 제 병력을 지상으로 내렸다. 곧 적의 보군 2만대 아군 기병 1만에 보군 1만의 대결이 펼쳐지는데, 이리저리 날뛰는 기병 때문에 아니래도 사기가 꺾인 병력이 재대로 움직여주지를 않았다.
이리 쫓기고 저리 몰리는 사이, 벌써 동문과 남문마저 일부 기병에 의해 열리니, 이제는 싸움이 그른 것을 알았다.
히히힝.........!
히히힝.........!
타다다다당........!
슈슈슈 슉..........!
곳곳에서 전마들 사납게 날뛰고, 조총과 편전 여기에 살수들까지 무자비하게 제 병기를 휘두르며 날뛰니 그나마 부족한 군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지는데 그 시간이 갈수록 빨라졌다. 이제는 전투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제 한 몸 지키기에 급급하던 양호는 모든 것이 틀어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몇몇 측근 부하들과 함께 텅 빈 북문으로 말을 몰았다.
양호는 텅 빈 북문을 빠져나와 10여기의 인마와 함께 북으로, 북으로 정신없이 내달았다. 어디 메쯤인가 방향 분간할 수도 없이 내달리다보니, 어느덧 숲의 초입에 들어왔다고 느끼는 순간이었다.
일성 포향과 함께 어디서인지 일단의 기마병들이 일제히 자신에게 달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무언인가가 자신의 목을 옭아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몸이 붕 뜨더니 바닥에 패대기쳐지는 것은 채 한 호흡 쉴 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질질 끌려가기 시작했다. 숨통이 조여와 튀어나온 눈으로 온 힘을 다해 목에 감긴 밧줄을 좀 늦추니 비로소 살만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잠깐. 이제는 온몸에 아픔이 전해져 왔다.
“살, 살려주오!”
제대로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웅얼거리고 있는데, 자신의 몸이 정지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훌쩍 말에서 뛰어내린 놈에 의해 자신의 몸이 결박 지어지고, 그는 다시 번쩍 들려져 그자의 말 등에 태워졌다.
서글프지만 이제 적의 포로가 된 것이다. 곧 양호는 적장 앞에 끌려갔다.
권율이 잽싸게 내달아오더니 그의 포승을 풀어주며 말했다.
“예우가 아니었소. 지금부터 편히 쉬기 바라오. 여봐라! 이분께 술과 밥을 주어 편히 쉬게 하라!”
“네, 장군님!”
곧 양호는 다른 방으로 안내되어 갔다.
예상치 못한 적장의 대우에 양호는 눈만 껌벅 껌벅.
슬몃 마음이 움직였으나, 앞으로 적장이 자신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지켜보기로 하고, 양호는 우선 내온 술과 밥을 맛있게 퍼 넣고 마시기 시작했다.
모든 전장 정리까지 끝났다.
전과를 헤아려보니 포로로 적 1만2천을 사로잡거나 항복받았고, 살해된 적병이 6천, 나머지 2천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민가에 숨었거나 전투 중에 달아난 것 같았다.
만족한 웃음을 머금은 권율은 곧 제장들을 불러들여 그들의 공을 치하하고 하루 동안 푹 쉴 것을 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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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좀 늦었습니다. 양해하시고, 늘 행운이 가득한 날 되세요!^^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행복하세요!^^